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14
14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1권(14화)
5. 외계인은 외계인(3)
“……!”
곁에 있던 마왕의 눈이 커졌다.
마왕의 현재 전투 능력 19만 5천 갤런. 천일이 마나 써클을 단련하는 동안 그녀도 놀고 있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최종적으로 천일이 도달한 전투 능력은 28만 9천.
마왕은 할 말을 잃었다. 자신과 달린 천일은 순수하게 인간이었다. 순수한 인간이 28만 9천이라는 전투 능력을 소유하게 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깨어나면 한판 붙어봐야겠어. 어제만 해도 2만 남짓했던 자가.”
여관 주인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여관 주인, 그녀의 기본 전투 능력은 52만 6천.
노바 스페이스 연맹 12함대 소속 상급 장교 오넬피 행성인.
오넬피 행성인은 크루, 모르멘탈, 챠논 행성인과 함께 노바 스페이스 연맹 4대 세력에 속해 있는 주민이었다. 호전적이며 강자를 좋아하는 것이 특징으로 악마가 달고 있는 꼬리를 가진 전투 지향 종족이었다.
소드 마스터에 오른 천일의 모습이 그녀의 피를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해서.
정신을 차린 천일은 여관 주인에게 대련 신청을 받아야만 했다. 이에 세이프 존 내부에 대련 필드가 마련되었다. 바이벨로나 시티 세이프 존에 머물고 있는 노바 스페이스 연맹 전투 요원들과 지구인들이 구경꾼이 되었다.
‘이거야, 원. 이래저래 실험해 보고 싶은 것들이 많건만 다짜고짜 대련이라니.’
천일은 곤혹스러웠지만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 속한 자가 어느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기에 전투 자세를 취했다.
스릉.
청살검을 뽑았다.
“검으로 나를 상대하겠다고? 너무 건방진 거 아냐? 지구 소년.”
여관 주인이 말했다. 나름대로 기분이 조금 상한 모양이었다.
“이러면 돼.”
천일이 대답하고는 청살검에 검강을 씌웠다.
“……!”
여관 주인의 안색이 바뀌었다. 천일의 전투 능력이 단숨에 증가하였기 때문이었다. 직후, 천일은 검강을 끌어내어 랜스의 형태로 바꾸었다.
“나이트 차지!”
소드 마스터가 된 천일의 돌진은 소리보다 빨랐다.
콰아아앙.
대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여관 주인은 양손을 교차하여 천일의 공격을 막아냈다. 천일의 전투 능력이 단숨에 급상승하였지만 그런 것은 여관 주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단한데. 손이 쩌릿쩌릿해.”
여관 주인이 중얼거렸다.
“나야말로 놀랐어. 설마 이걸 막아낼 줄은. 피할 거라고 생각했다구.”
천일 역시 놀라움을 표현하고는 소드 임팩트를 시전하였다.
콰쾅.
커다란 폭음이 울리며 여관 주인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갑작스럽게 생겨난 충격파가 전신을 후려친 탓이었다.
“크으.”
여관 주인이 신음을 흘렸다.
“라인 스톰(Line Storm)!”
천일이 소리쳤다. 그리고 종횡으로 검이 흩날렸고 허공을 가르는 한줄기 선이 무수히 나타나서는 폭풍처럼 여관 주인을 향했다.
스윽.
여관 주인이 주먹을 뻗었다. 한 번의 폭발음이 울리고 천일이 만들어낸 검기의 폭풍이 사라졌다.
“제법이야. 그렇다면 나도 진심으로.”
여관 주인이 그런 말을 하더니 포효했다. 소리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주변을 휘돌았고 천일은 자세를 바꾸었다.
“하압!”
천일이 기합을 토하자 천일의 주변에서 푸른 기운이 솟구쳤다. 이걸로 결판을 지으려는 모양이었다.
“받아보라구. 지구 소년.”
여관 주인이 돌진을 시작했다. 그녀의 돌진은 결코 빠르지 않았다. 오히려 느렸다. 하지만 주변의 모든 것을 부수고 지나가는 폭풍이었다.
“나이트 소드. 제로.”
천일이 말했다. 그리고 종적을 감추었다. 아니, 사라진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척.
천일은 여관 주인을 지나쳐 그 반대편에서 나타났다.
“……!”
여관 주인의 안색이 굳어졌다. 당했다는 건 알지만 당했다는 것이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천일이 사용한 기술이 놀라웠다.
‘순간적으로 차원을 넘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여 다른 차원에 속한 이곳의 공간 자체를 벤다? 영웅들이 지구는 시험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한 이유가 이래서였나.’
여관 주인은 그런 생각을 하며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하지만 죽지는 않았다. 천일이 봐주어서가 아니다. 천일이 최선을 다했어도 여관 주인을 완전히 베어낼 수 없었을 뿐이었다.
‘공간을 베는 제로 검식으로도 벨 수 없는 육체라고? 말도 안 돼. 아무리 외계인이라지만 이건 좀 심하잖아.’
천일 역시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쿨럭.”
천일이 피를 토했다.
‘어째서?’
천일은 원인을 알지 못한 채로 풀썩 쓰러졌다. 여관 주인이 천일의 기술에 당한 것처럼 천일 역시 여관 주인의 기술에 당하고 만 것이다.
소리 없이 죽음을 부르는 폭풍.
오델피 행성 주민들의 돌진 기술을 말하는 것으로 저주파를 사용하여 분자구조를 파괴하는 기술이었다.
그렇게 천일과 노바 스페이스 연맹 상급 장교의 대련은 무승부로 끝났다.
6. 바이벨로나 시티 공방전―상(1)
대련이 있고 3일 뒤.
천일은 바이벨로나 시티 세이프 존 내에 있는 병원에서 눈을 떴다. 옆 침대에는 재운이 누워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마왕이 있었다.
마왕은 여전히 검은 갑옷을 위에서 아래까지 풀로 착용하고 있었다. 얼굴만이 은빛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뽐내며 드러나 있었다.
“깼군.”
마왕이 중얼거렸다.
“어. 그런데 쟤는 왜 저래?”
천일은 먼저 재운에 대해 물었다. 재운에게 특별히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몇 달 전에 바이벨로나 시티의 모든 괴물을 때려잡을 수 있게 되었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던 놈이었다. 그런 놈이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한 채로 누워 있었다. 괴물에게 당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쟤? 아. 옆 침대의 바보를 말하는 건가?”
마왕이 확인차 물었다.
“응.”
천일이 긍정했다.
“어제 바니델에게 대련을 신청했다. 보기 좋게 나가 박살났지. 네가 무승부를 이룬 것을 보고 얕잡아본 모양이다.”
바니델은 여관 주인의 이름이었다. 천일은 관심이 없어서 모르고 있었지만 마왕은 그렇지 않았다.
“하여간.”
천일은 못 말린다는 듯이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건 그렇고 몸은 괜찮은 거냐? 네 몸에 이상이 생기면 곤란하다.”
마왕이 물었다.
“신경 써준 거야?”
천일이 궁금증을 표했다.
“괘념치 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마왕은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었다.
“반 호뮬이라는 사람 알아? 그자에게 이야기를 들었어.”
천일이 불쑥 꺼낸 화제에 마왕의 안색이 굳어졌다. 반 호뮬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천일이 들었다는 이야기가 어떤 내용인지 짐작이 갔다.
“…….”
마왕은 입을 꾹 다문채로 천일의 입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뭐냐는 의미였다.
“나는 더욱 강해질 수 있어. 전생에 이루었던 경지를 넘을 거다. 그렇게 되면 영웅이라는 칭호를 부여받겠지.”
천일은 담담해 보였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인간.”
마왕이 경계하는 눈빛을 던졌다.
“내가 네 남편이라지? 너에게는 내 목숨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한 비장의 한 수였겠지만 나는 그것을 흘려보낼 생각이 없어. 네가 마음에 들거든.”
“마음에 든다? 무슨 의미냐?”
“꼭 말로 해야 해?”
“똑바로 말해라.”
“거참. 알았어. 좋아. 말할게. 너는 내 부인이야. 나는 네 남편이고.”
“그래서?”
“그래서라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다. 하지만 나의 진정한 남편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마왕이다. 네가 나의 진정한 남편이 되기 위해서는 어둠의 진영에 가담하여 진왕이 되어야 한다. 모든 어둠을 제압하여 그 정점에 서서 빛의 진영을 제압하고 멸절시켜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인간들은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어둠이 가지고 있는 오만함과 증오, 분노는 네 상상 이상으로 깊다.”
“나는 어둠에 가입할 생각이 없어.”
“……!”
“말했잖아. 영웅이 될 거라고. 외계인들의 지원을 받으면 지구의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너의 발목을 잡고 있는 족쇄를 풀어내는 것도 가능하겠지.”
“영웅이 돼서 어둠을 쓸어버리겠다, 이거냐?”
마왕의 어투가 적의로 넘쳤다.
“응? 이야기가 왜 그렇게 되는 거야? 빛이든 어둠이든 공존하면 안 돼?”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공존. 그런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빛과 어둠 사이의 원한은 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다. 아무리 대단한 인간이라도 그렇게 만들 수는 없다. 공존하느니 죽음을 택할 자들이 수두룩하다.”
마왕은 빛과 어둠 그리고 세상에 대해 냉소적이었다.
“쉬울 거라는 생각은 안 해. 나는 이전의 생애에서 약 1천 년을 살았어. 나는 그 일들을 기억하고 있어.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겪었는지. 방법이 있어. 다만 그것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너의 동의와 지지가 필요해. 네가 나를 절대로 믿고 따라주어야 한다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 실패할 거야. 분명.”
천일은 진심이었다.
“어째서 그 말을 지금에야 하는 거지?”
마왕이 화제를 바꾸었다.
“너보다 약해서야 이야기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말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자가 했을 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법이잖아.”
천일은 그렇게 말하고는 입을 꾹 다물고는 마왕을 바라보았다. 답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목적이 뭐냐. 내 몸이냐? 돈이냐? 명예냐? 권력이냐?”
마왕은 여전히 가시 박힌 방패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행복하고 즐거운 일상이 목적이야.”
“뭐?”
“여자가 불행한데 남자가 행복할 수가 있을까? 세상의 모든 여자를 만나본 것은 아니지만 너 같은 여자가 흔하지는 않아. 나는 이전의 삶에서 절대 강자였다구. 그런 내 곁에 설 수 있는 건, 너 같은 여자뿐이야.”
“미쳤군.”
“터무니없는 발상이라는 건 알아.”
“…….”
“하지만 말이야. 상관없잖아. 어차피 네 인생 흘러가는 대로 놔두면 파멸밖에는 없다구.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출현으로 인해 어둠에 속한 자들도 빛에 속한 자들도 협정을 깰 생각을 하고 있잖아. 네 존재는 그들 모두에게 눈엣가시야. 네가 죽으면 지구에는 종말이 찾아오겠지. 어떤 진영도 선택하지 않은 나에게도 마찬가지고.”
천일은 엄청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담담한 얼굴이었다.
“대의를 위해 나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인가?”
마왕이 중얼거렸다.
“무슨 소리야? 나는 지구의 평화나 사람들의 안전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구. 내가 원하는 건, 자유로운 너야. 내가 진왕이 되어 네 운명의 굴레에 휘말리는 것보다 네가 내 소망에 답하여 내 운명에 휘말리는 편이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
“…….”
“왜 그런 눈으로 바라봐? 어이가 없어서? 아니면 행복한 일상이 싫어?”
천일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감동했다.”
“감동? 푸하하. 이런 일로 감동까지. 감동은 모든 일이 끝나고 해도 늦지 않아. 나를 믿고 따라와. 그러면 돼.”
“무조건 믿으면 모든 일이 다 잘 풀리는 것인가? 터무니없는 논리로군.”
“그래야 대박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거 아냐? 쪽박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뭐, 괜찮잖아. 그냥 멍하니 있다 쫄딱 말아먹는 인생을 살 바에는. 한 번쯤은 환상에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하는 일. 망할 때는 망하더라도 멋지게 망하자구. 그 편이 아쉬움 없잖아. 안 그래?”
천일은 솔직했다.
“아무래도 난 터무니없는 남자와 엮여 버린 모양이다. 이것도 운명이고 필연이겠지. 좋다. 나의 모든 것을 너에게 맡기지. 하지만 이건 명심해라. 네가 내 믿음을 배신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너를 죽일 것이다. 네가 나보다 강하다 하더라도 내가 죽일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구에서 태어난 생명체라면 그 무엇이라도 말이다. 약속할 수 있나?”
마왕은 쉬운 여자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