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15
15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1권(15화)
6. 바이벨로나 시티 공방전―상(2)
“하하.”
천일은 웃었다.
“왜 웃지? 무서운가? 아니면 믿지 못하는가?”
마왕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니. 네가 너무 당연한 것을 말해서 웃은 거야. 그럴 리는 없겠지만. 내가 네 믿음을 배신하거든 주저하지 말고 죽이도록 해. 모든 것을 맡겼는데 그 믿음을 배신하는 자는 죽어도 싸.”
천일은 진심이었다.
“좋다. 너를 따르도록 하지. 그래서 이제 무엇을 하며 되지?”
마왕이 물었다.
“자, 그럼 먼저 너에 대해 알려줘. 다른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온 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네가 생각하는 너 자신에 관해서 알아야겠어. 옆 침대에 누워 있는 바보가 깨어나기 전까지만.”
천일이 말했다.
“내가 왜 바보냐! 이 비겁하고 멍청하고 유치한 자식아!”
버럭 하고 옆 침대에서 고함이 울렸다.
“어라, 너 깨어 있었냐?”
천일이 물었다.
“옆에서 떠드는데 잘 수 있다고 생각하냐! 사탕발림으로 여자나 꼬드기는 이 재수 없는 자식아. 망할 놈. 좋겠다. 여자친구 생겨서.”
재운은 뭐가 불만인지, 이상한 소리를 지껄였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여자친구라니. 얘는 내 부인이야.”
“부인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키스해 봐.”
“…….”
“헹. 거봐. 못하지? 못하면서 부인이래. 말이나 못하면. 비겁하고 유치하게 뭐가 어째? 영웅이 되겠다? 퍽도 되겠다.”
재운의 툴툴거림은 계속되었다.
“베어버려도 됩니까?”
마왕이 불쑥 천일에게 물었다.
“쟤 그냥 부러워서 저러는 거야. 여자 손목도 잡아본 적 없을걸. 패배자의 발악이라는 거지. 일일이 반응할 필요 없어. 그냥 놔둬. 불쌍하잖아.”
천일은 냉정했다.
“부, 불쌍? 너. 너! 비겁하고 유치한 놈이 뭐가 어째? 그래. 나 여자 사귄 적 없다. 엄마밖에 모른다. 손목도 잡아본 적 없다. 그래서 어쩌라구. 흥이다. 두고 봐. 내가 너보다 예쁜 여자 사귀어서 매일매일 염장질 해 주마. 그때 가서 형님 잘못했다고 빌어봐야 소용없다! 안 봐준다!”
재운은 자신이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지도 모른 채 한참을 혼자 투덜거렸다. 때문에 마왕이 조용히 검을 뽑으며 ‘역시 베어버리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베어도 됩니까?’라고 물었다.
“하하.”
천일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바이벨로나 시티의 노말 존에는 변형된 지구의 생명체가 괴물로 등장했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몇 가지 곤충과 동물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좀비 같은 것도 있었는데 악취미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 의하면 프로페스는 행성을 점거하기 전에 행성의 생명체들이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종자를 뿌려 테스트를 한다고 한다. 종자는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것이었다. 그에 오염되면 생물체들은 급격한 돌연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생물로 거듭나게 된다고 한다.
그런 설정을 배경으로 바이벨로나 시티는 3가지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나방 인간 모스맨이 보스로 있는 도시 외곽지역.
눈코입이 없는 인간 돌연변이 노페이스가 보스로 있는 도시 내곽지역.
고등 지능을 손에 넣은 악어 돌연변이 크로코엑셀러가 보스로 있는 도시 지하지역.
전체적으로 일반 괴물은 전투 능력 2천 갤런 정도이나 보스들은 2만에서 3만 사이의 전투 능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은 3대 보스를 전부 물리치고 배틀 포인트 1만을 지급하는 자들에 한해서는 바이벨로나 시티를 벗어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권한을 부여받기 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바이벨로나 시티를 벗어날 수 없었다.
재운은 옛날에 바이벨로나 시티를 벗어날 수 있는 권리를 손에 넣었다. 천일과 마왕은 지금부터 권한을 얻어야 했다.
그런 이유로 천일은 재운에게 길잡이를 맡겼다.
“내가 왜! 거절한다!”
재운은 당연히 반발했다. 천일과 마왕이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니었다면 자진해서 앞장섰을 테지만 어제 있었던 일 때문에 조금 기분이 상하고 말았다.
여자친구 생겼다고 자신을 비웃다니! 여자친구 없는 솔로의 대표자로서 용서하려야 할 수가 없었다.
“그러고도 남자냐. 속 좁기는. 잘난 척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데.”
천일이 오히려 나무랐다.
“으아아아! 이 비열한 자식!”
재운이 분통을 터트렸다.
“길잡이 부탁해. 우린 팀이잖아. 돕고 사는 거지.”
천일이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팀?”
재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팀.”
천일은 당연하다는 얼굴이었다.
“팀 같은 소리 하네. 내가 뭘 보고 너같이 비열한 놈을 믿고 따라야 하는 거냐! 웃기지 마.”
재운은 콧김을 뿜으면서 항의했다.
“야. 바이벨로나 시티 가지고 뭘 그래? 우리 둘 전투 능력 몰라? 보스들이 조무래기들 이끌고 힘을 합해 몰려와도 상대가 되지 않아. 그리고 생각을 해봐. 우리 둘의 능력이면 나중에 네가 마음에 드는 여자 만나면 말이야. 팀으로 받아들이면 되잖아. 같이 위기를 겪으면서 싹트는 사랑. 얼마나 멋지냐. 그러니 부탁한다.”
천일은 인심이나 쓰는 것처럼 보였다. 생각해 보면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천일과 마왕의 전투 능력은 세이프 존에 있는 노바 스페이스 연맹 사람들이 인정했을 정도였다. 재운도 4만 5천 갤런이라는 전투 능력을 가지고 있어 순수 인간치고는 높은 수준이었지만 천일이나 마왕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다.
“비겁한 자식! 역시 넌 비열해! 교활한 놈! xx나 걷어차는 놈다운 발상이다.”
재운이 질린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싫어? 싫으면 넌 네 갈길 가. 우린 우리 갈길 가면 돼.”
천일이 한발 물러났다.
“……!”
재운의 안색이 바뀌었다. 재운에게는 언젠가 천일을 쓰러뜨린다는 원대하고 커다란 포부가 있었다. 그런데 헤어진다고?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야. 그리고 여자 앞에서 xx가 뭐냐. xx가. 말 좀 가려 해라. 네가 그러니까 여자친구가 없는 거야.”
천일이 툭 하고 재운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 곁에 있던 마왕은 더한 발언도 많이 접했기에 별 감흥 없었지만 그냥 조용히 있었다.
“이 자식이!”
재운이 이를 악 물었다.
“그래서 어쩔 거야? 계속 함께 다닐 거야? 아니면 떨어질 거야?”
천일은 태도를 재운이 태도를 분명히 해 주길 원했다.
“그런데 진짜냐?”
재운이 비장한 어조로 물었다.
“뭐가?”
천일은 순간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야, 잠깐 이쪽으로.”
재운이 둘이서만 이야기 하자는 얼굴로 천일에게 말을 건넸다. 그리고 5분 정도 남자들끼리 속닥이더니 제자리로 돌아왔다.
말을 조심하고 여자와 함께 위기를 겪으면 사랑이 싹트느냐.
비열하고 치사한 네가 마왕 한 사람으로 만족할 수 있겠느냐.
뭐, 대충 그렇고 그런 내용의 이야기가 오갔다. 천일은 원대한 계획을 위해 재운을 팀원으로 받을 생각이었기에 적당히 장단을 맞추어주었고 재운은 자신이 낚이는 줄도 모르고 미끼를 덥석 물었다.
“잘 부탁해, 대장. 약속 어기기 없기다. 알았지?”
천일을 부르는 재운의 호칭이 슬쩍 바뀌어 있었다.
“걱정 마. 난 이 녀석 하나면 돼.”
천일은 자신만만하게 마왕을 바라보며 답했다. 물론 거짓말은 아니었다. 당연히 진심이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팀원으로 받은 다른 여자가 천일을 좋아하게 될 가능성이 있을 뿐이었다.
천일이 싫다고 해도 여자가 좋다고 덤비면 재운이 나설 자리는 없는 거니 말이다. 그게 아니라도 재운에게는 관심이 없을 수도 있었다. 순수하게 팀의 일원이 되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을 터였다.
천일로서는 아무래도 좋은 부분이었다.
“좋다. 이 몸이 너를 위해 길을 안내하지. 음화화화.”
재운은 신이 났는지 앞장을 섰다.
그렇게 해서 하나의 팀으로 거듭난 천일들은 첫 번째 목표를 노페이스로 잡고 움직였다. 가는 도중 영화에 등장하는 좀비 같은 것들이나 좀비화된 개, 고양이, 거대 구렁이 등이 덤볐지만 천일과 마왕이 검 한번 휘두르자 끝났다. 간간히 재운이 나서기도 했다. 배틀 포인트는 증여, 교환 등이 가능했기에 누가 잡아도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보스라고 칭해지는 대장 괴물들은 정해진 공간에만 출몰하며 다시 나타나는데 시간이 걸렸다.
괴물은 등급이 일반이든 보스든 관계치 않고 죽으면 노바 스페이스 연맹 우주선으로 전송된다. 그리고 되살려져서 지정된 위치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보스 괴물 또한 그 룰을 따랐다.
노페이스는 도시 내곽 지역에 있는 고층 빌딩 오리엔탈 비전 상층부에 나타났다.
1층부터 7층까지가 하층부이고 8층부터 14층까지가 상층부로 분류되었다. 그런 이유는 8층부터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이었다.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최대 3명.
그러나 클리어를 인정받는 자는 노페이스에게 최후의 일격을 선사한 한 명뿐.
누군가가 혼자서든 팀을 짜서든 들어가면 그가 결과를 낼 때까지 상층부는 통상 공간에서 격리되었다.
그런 이유로 상층부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오늘도 그랬다.
10여 명.
“여! 장사 좀 어때? 잘 돼?”
재운이 아는 척을 했다.
장사?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냐고?
노페이스의 전투 능력은 2만 2천 갤런 정도이지만 놈은 혼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1만 5천 갤런 근처의 네임드 괴물 셋에게 보조받으며 5천 갤런 정도의 졸개들을 소환했다. 때문에 경험 많거나 전투 능력이 높은 자들이 용병을 뛰기도 했다.
지구인의 전투 능력은 기복이 심한 편이었다. 10갤런에 불과한 소년에서부터 마왕처럼 지구인 전투 능력 순위 100위 안에 들어가는 존재까지, 시작점은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지정한 몇 군데 중 하나였다. 그리고 전투 능력 5만 갤런 이상인 지구인들은 꽤 많았다. 그들에게 있어 바이벨로나 시티 같은 지역은 수련이 되지 않았다. 때문에 배틀 포인트 1만을 모으는 일은 지루했고 전투 능력 10갤런에서 시작한 지구인들의 경우 배틀 포인트가 쌓이고 쌓여 있었다.
일반적인 괴물 하나를 잡았을 때 주어지는 배틀 포인트가 2―5 정도이기 때문이었다. 1만을 모으려면 몇 마리를 잡아야 하는 건지.
그리고 바이벨로나 시티 밖에 있는 괴물들의 평균 전투 능력은 8천―1만 갤런 정도였다. 바이벨로나 시티의 보스들을 죽일 수 없다 하더라도 밖에서 그들과 싸우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 이유로 용병이라는 것이 생겼다.
“이게 누구야. 주제를 모르고 까불다 외계인에게 터질 대로 터진 철권 아니신가.”
누군가가 재운의 말을 받아주었다. 애꾸에 커다란 검을 등에 지고 있는 30대 중반의 사내였다.
번뜩.
마왕의 눈빛에 살기가 돌았다. 사내를 알기 때문이었다. 사내 역시 마왕을 알아본 듯 씨익 하고 웃어주었다.
빛의 진영에 속해 있는 크루세이더 붉은 대검 크라이.
빛의 진영에서는 꽤나 이름이 알려진 기사로 육탄전에 능하고 성스러운 가호를 받아 늙지 않고 ‘수호’라는 특성을 손에 넣은 자였다.
“장사는 잘 돼? 아저씨.”
재운이 크라이에게 말을 걸었다.
“불경기다. 그런데 옆에 있는 아리따운 아가씨는 마왕님이 아니신가. 이런 곳에서 놀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소문이…… 사실이었나?”
크라이는 재운이 아닌 마왕과 천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야?”
천일이 끼어들었다.
“크라이. 사람들은 나를 붉은 대검이라고 부르지. 그래서 소년은?”
크라이가 물었다.
“천일. 이천일. 소드 마스터. 소속은 없고 마왕의 남편이고 미래에는 영웅이 될 사람.”
천일이 그런 말을 하며 살기를 뿜어냈다.
“이크. 거 대단한 실력이구만. 하지만 말이야. 적대할 필요는 없다고. 나는 확실히 빛의 진영을 탈퇴했단 말이지. 게다가 빛의 진영에 속해 있다고 해도 마왕을 노리지는 않아. 항의 정도는 하겠지. 아랫것들 단속 좀 하라고.”
크라이는 연륜이 있어서인지 천일의 살기를 흘려버리며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능구렁이 같은 남자였다.
“여전히 입은 살아 있어서 나불거리는 남자로군. 그렇게 말하는 네놈도 여기서 한가롭게 놀고 있을 실력이 아닌 걸로 안다. 추정 전투 능력 9만 5천 갤런.”
마왕 역시 예사롭지는 않았다.
“뭐, 뭐라고!”
재운이 경악성을 토했다. 9만 5천 갤런이면 자신의 배가 넘는 전투 능력이었다. 크라이가 강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