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17
17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1권(17화)
6. 바이벨로나 시티 공방전―상(4)
“……!”
모여 있던 사람들의 얼굴색이 바뀌었다.
“근력을 닦고 수행을 하여 수련을 해도 모자랄 판에 배틀 포인트에 시간을 팔아? 불쌍하고 어리석기는. 쓰레기다운 행동이야. 후후.”
베리도넬 R 베아트리체는 여전히 오만했다.
“뭣이!”
사람들 중 남자 하나가 무기를 들고 베르도넬 R 베아트리체를 노려보았다.
“그만 둬. 그녀는…… 그녀는.”
누군가가 그를 말리려고 했다.
“어야. 한번 얼굴을 본 녀석이로구나. 여전히 형편없는 낯짝. 그래도 뭐. 패배하여 전투 능력을 빼앗긴 나에게는 지금의 너희들도 감지덕지한 형편이겠지. 좋다. 당분간 너희들은 나의 종복으로 삼아주지. 영광으로 알아라.”
그리고 베리도넬 R 베아트리체는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모여 있던 사람들은 다해서 20명 정도. 전투 능력도 1만 갤런서부터 10만 갤런까지 다양했다.
그들 중 누구도 베리도넬 R 베아트리체의 마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천일은 다음 목적지로 크로코엑셀러가 있는 도시 지하를 선택하였다. 노페이스가 리필 되기 전까지 처리하고 노페이스를 잡을 생각이었다.
크로코엑셀러는 노페이스나 모스맨이 출현하는 장소와는 달리 용병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크로코엑셀러는 일대일로 잡아야 하는 괴물이기 때문이었다.
크로코엑셀러, 전투 능력 2만 7천 갤런.
재운도 혼자 가볍게 해치우는 괴물이다. 천일에게도 마왕에게도 문제가 될 만한 녀석이 아니었다. 혼자 등장해서 그런지 리필 시간도 반나절에 불과했다.
이번에도 먼저 들어간 것은 마왕이었다.
마왕을 기다리는 동안 천일은 마나 써클을 단련하고 싶어서 재운에게 호위를 부탁했다.
“싫어.”
재운이 고개를 휙 돌리며 말했다.
“왜?”
천일이 이유를 물었다.
“나도 수련할 거다!”
재운이 답했다.
“근육 스트레칭이라도 하려고? 의미 있는 거냐?”
천일은 진심으로 어이가 없었다. 재운이 지금 이상으로 강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팔굽혀펴기 같은 근육 트레이닝이 아니었다. 천일이 보기에는 그랬다.
“시끄러! 나는 나만의 길을 갈 거다! 언젠가는 네가 형님 졌습니다, 라고 말하게 만들 것이니, 각오해 둬! 이 비열한 자식아!”
재운은 아픈 곳을 찔려서인지 아니면 그저 심술인지 알 수 없는 반응을 보였다.
“뭐부터 할 거냐?”
천일이 물었다.
“그야! 물론 팔굽혀펴기지. 하지만 두 손이나 한 손으로 하는 그런 일이 아니다. 손가락 하나로 한다.”
재운은 자신만만했다.
“그러냐. 어여 해라.”
천일은 자신이 호위를 서겠다는 것처럼 말했다.
“기대하라구. 반드시 강해지고 말 테니.”
재운은 그런 말을 하고 검지손가락 하나만을 사용한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천일이 근처 벽에 검을 휘둘렀다.
서걱.
“뭐 하냐?”
재운이 물었다.
“착한 짓.”
천일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하고는 작업을 계속했다. 뭔 짓을 하는 걸까? 재운은 불길한 예감을 느꼈지만 신경 끄기로 했다.
척.
갑자기 재운은 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천일이 네모반듯한 돌덩이를 재운의 등 위에 올려둔 탓이었다.
“큭. 이. 이 자식이! 진짜.”
재운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응? 설마 이 정도 무게가 더해졌다고 못하는 거야?”
천일이 물었다.
“웃기지 마. 누가 못한데? 이 정도는. 이 정도는! 얼마든지.”
재운에게도 오기가 있었다.
“헤. 그렇구나. 그렇다면 좋아. 나는 위에 올라가서 명상할 거야. 네가 페이스를 잃고 무너지면 나도 내상을 입게 돼. 마나 써클을 단련하는 작업은 섬세함을 요구하거든.”
천일은 그런 말을 하며 천연덕스럽게 훌쩍 하고 재운의 등 위에 올려진 돌 위로 올라갔다.
턱.
“으악.”
재운이 반사적으로 괴성을 질렀다.
“아. 그리고 말이야. 괴물이 오면 놀고 있는 왼손으로 처리해. 그 정도는 해야 수련이 되지.”
천일은 재운이 무르다는 투로 말했다.
“악마 같은 놈. 비겁하고 치졸하고 비열하고.”
재운이 투덜거렸다.
“그럼 명상 시작한다. 나 떨어뜨리지 마. 믿는다.”
천일이 그러면서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았다.
30분 경과.
돌연변이를 일으켜 거대화된 쥐 몇 마리가 주변을 뒹굴고 있었다. 재운이 한 손만을 사용해 처리한 것이다.
‘이 자식. 언젠가는 죽여주겠어!’
재운은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한편으로는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손가락 하나를 사용한 팔굽혀펴기를 해도 강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근육을 혹사시키면 시킬수록 뱃속 깊은 곳에서 열기 같은 것이 올라왔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강해지고 있다는 것.
전투 능력으로 환산하면 0.001갤런 정도겠지만 상관없었다. 재운은 티끌을 모아 태산을 만드는 타입이었다.
반복하고 노력한다. 둔재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천재를 능가한다, 재운의 신념이었다.
“……?”
크로코엑셀러를 처리하고 나온 마왕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무거워 보이는 돌덩이와 천일을 등에 얹히고 손가락 하나로 팔굽혀펴기 하는 재운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마왕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강함이라는 것은 일정 수준까지는 육체를 단련하여 얻을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특별한 계기라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천일이 소드 마스터가 된 것처럼 말이다.
“방해다. 비켜!”
재운이 말했다. 처음에는 싫었지만 이제는 이게 강해지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만 것이다.
“얼마나 이러고 있는 거지?”
마왕이 물었다.
“30분 정도.”
재운이 답했다.
“얼마나 더 할 수 있나?”
“반나절은 할 수 있다.”
“반나절이나? 네 전투 능력은 4만 5천 갤런이 아니었나?”
마왕이 의문을 표했다.
“해내고 만다.”
재운이 투지를 불태웠다.
“흠.”
마왕은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도 앞으로 30분 버티는 것이 한계로 보인 탓이다.
아니나 다를까, 30분 정도 지나자 재운은 극심한 피로를 느꼈다.
“언제 나왔어?”
천일도 명상을 끝내고 눈을 떴다. 재운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감을 잡고 시작했던 것이다.
“30분.”
마왕이 답했다.
“아, 그래. 그런데 이 녀석 계속 하네.”
천일이 화제를 바꿨다.
“한계라고 생각합니다만.”
마왕이 말을 아꼈다.
“그래, 한계지.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육체를 너무 혹사시켜도 좋지 않은데 말이야.”
천일이 걱정을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려오든가! 망할 자식아.”
재운이 소리쳤다.
“내려가? 정말? 그래서 강해질 수 있겠어?”
천일이 슬쩍 자존심을 건드렸다.
“내려오지 마! 이 비열한 자식.”
재운은 악에 바쳤다.
“마왕도 이리 올라와. 이 녀석 근육 트레이닝으로 강해지고 싶데.”
천일이 말했다.
“그런 겁니까? 후후.”
마왕은 천일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고 말았다.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천일의 맞은편에 올라와 앉았다.
“크헉.”
재운은 죽을 것 같았다.
“한계야? 더는 못하겠어? 괜찮아. 한계를 돌파하면 그만큼 강해지겠지만 굳이 돌파하지 않아도 천천히 강해지는 법은.”
천일이 밉살스럽게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시끄러! 반나절 버텨주마. 이 망할 자식아! 한계를 돌파하여 언젠가 너보다 강해져서. 두고 보자! 이천일.”
재운이 발악을 했다.
“…….”
천일은 할 말을 잃었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이라더니, 딱 그 말대로다.”
마왕이 중얼거렸다.
“누가 아니래.”
천일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그리고 1시간이 지났을 무렵.
재운이 빛이 되어 사라졌다. 육체가 데미지를 이기지 못하고 서포트 시스템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1시간이나 더 했어. 바보 녀석. 한계일 때 그만둘 것이지.”
천일이 중얼거렸다.
“그러지 말고 그냥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근육 트레이닝으로 강해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당신이라면 그를 단숨에 당신 자신과 가까운 경지로 인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왕이 물었다.
“걔가 내 말을 들을 것 같아?”
천일이 의견을 구했다.
“…….”
마왕은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였기에 침묵으로 답했다.
“게다가 깨달음은 언어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이 아냐. 언어로 전달되었다면 소드 마스터가 되지 못하고 좌절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 머리가 좋다고 도달할 수 있는 경지도, 노력을 많이 한다고 도달할 수 있는 경지도 아니거든.”
천일이 안타깝다는 얼굴로 말했다.
“흥미가 생기는 이야기군요.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들려주실 수 있습니까?”
마왕이 청했다.
“응. 괜찮아. 그럼 잠깐, 녀석이 올 때까지 시간이나 때우지.”
천일은 그리고 소드 마스터에 관한 것, 그와 연관된 자신의 전생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병원 1층 응급실.
중앙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병원은 지구의 것을 본보기로 만들어졌다. 바이벨로나 시티 세이프 존에 위치한 병원도 그랬다. 하지만 의료 시스템은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라서 놀라 자빠질 정도였다.
슈융.
재운이 실신한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대기하고 있던 간호사 하나가 재운의 몸에 손을 대고는 상태를 살폈다.
제믄 행성인.
기본적인 생김새는 인간과 동일하지만 두 개로 갈라지는 꼬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 꼬리 중 하나는 회복침이고 다른 하나는 독침이었다. 제믄 행성인은 두 가지의 적절한 배합을 통해 환자를 살리거나 마취시키거나 죽이거나 했다.
“생체 에너지의 고갈로 인한 기절? 하아. 또 한계를 넘는답시고 무리를 한 거로군요.”
간호사가 질린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운은 상습범 중 하나로 병원에서는 수련 중독증 환자라고 분류되었다.
괴물에게 맞아서, 대련하다 다쳐서가 아니라 한계를 넘는답시고 지나치게 수련에 몰입하여 실려 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지구인에게 있어 강해지는 것은 지상 최고의 목표겠지만 재운은 도가 좀 지나쳤다. 하지만 그렇기에 4만 5천 갤런이라는 전투 능력을 획득했을 터였다.
쿡.
간호사의 꼬리 끝에 달린 침이 재운의 몸에 박혔다. 그리고 10분 정도 지나자 재운이 눈을 떴다. 단순히 몸을 혹사한 거라 에너지를 보충해 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여! 좋은 아침. 여전히 예쁘네.”
재운이 말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재운 님. 지구인과 제믄 행성인은 생체 구조가 달라요. DNA를 섞는다고 아이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작업 걸지 말아주실래요?”
간호사가 불쾌하다는 어조로 말했다. 이에 재운이 실망한 듯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럼. 치료는 끝났으니 일어나세요. 매번 대체…… 지금이야 서포트 시스템이 있으니 죽지 않고 끝나지만 서포트 시스템이 없으면 수련하다 죽었을 거예요. 신경 좀 쓰세요.”
간호사가 주의를 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나는 그 망할 자식을 이기기 전까지는 죽어도 죽지 않지. 불사신이란 말이다! 아하하핫!”
호기롭게 소리친 재운이 일어났다. 그러고는 전투 능력 측정실로 향했다. 한번 죽을(?) 정도로 수련을 했으니 전투 능력이 조금은 올랐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45,340갤런, 반올림해서 45,000갤런.
재운의 전투 능력은 이전에 비해 40이나 올라 있었다. 여관 주인에게 엉망으로 깨지고 재었을 때가 45,300갤런이었으니까 말이다.
“아자!”
재운은 신이 났다. 전투 능력이 만 갤런을 넘어가면 40갤런의 성장은 우습기 마련이지만 재운은 그렇지 않았다.
‘하루에 8번 죽는다고 치면, 열흘이면 80번. 그러면 3,200갤런! 100일이면 32,000갤런이다! 크하하.’
재운은 당치도 않은 상상을 하며 천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천일은 쭉 마왕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어쩌다 부부(?)가 되었다고는 하나 둘은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다. 친구보다 못한 사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친구가 있냐고 묻는다면 그거야말로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마왕은 마왕대로 천일은 천일대로 사정이 있어 친구라는 것을 만들지 않았다. 재운 정도가 가장 친하다고 할 수 있었다.
또한 감정적인 면.
부부나 연인에게 있어 둘 사이의 공감대나 교감,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둘 사이에 아직 그런 것은 없었다. 아직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