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20
20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1권(20화)
7. 바이벨로나 시티 공방전―하(2)
“얼빵? 완고하다고 해줘.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리석어 보이겠지만 조금만 관점을 바꾸면 그만큼 믿음직한 것도 없어. 그리고 미인이고. 갑옷의 형태로 미루어보면 스타일도 좋을 거야. 내 눈은 정확해.”
천일은 진심이었다.
화악.
덕분에 마왕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보는 눈은 있군. 그래도 대단하다 말하지 않을 수 없구나. 여자 한 명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뒤엎겠다? 도를 넘은 광오함이로다, 인간.”
베베는 노골적으로 천일을 바보 취급했다.
“하하.”
천일은 웃고 말았다.
“이유는 알았다. 이해가 되는군. 하지만 그 길은 쉽지 않을 것이다. 나의 형제 데블런의 전투 능력은 150만 갤런이 넘느니라. 그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수단밖에 없다. 네가 나에게 두세 번의 피를 더 공급하고 일시적으로 나의 수하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와도 싸울 수 있겠지. 일이 끝나면 너를 병원으로 데려와 치료해 주마. 그것은 약속해 주지.”
베베가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
마왕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당장이라도 검을 뽑을 기세였다. 천일이 환자이고 침대에 누워 있지 않았다면 검을 뽑았을 터였다.
“150만 갤런이 넘어? 그거 대단하네.”
천일이 중얼거렸다.
“150만! 지금 150만이 넘는다고 말했나? 베리도넬 R 베아트리체 백작이여, 나의 질문에 답하라.”
마왕이 언성을 높여 물었다.
“훗. 당연한 일이다. 데블런은 원래 본녀보다 재능이 있었다. 본녀보다 살아온 세월이 짧을 뿐이지. 우리 흡혈귀들은 강자의 피가 힘의 원천이니라. 강할수록 더 강한 자를 굴복시켜 피를 빨 수 있지. 그렇게 해서 더 강해지는 것이다. 본녀는 사실 흡혈귀로서 재능이 높지 않느니라. 오래 살아왔기에 그에 합당한 강함과 지혜를 소유하고 있는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그렇기에 나는 처분이 결정되었다. 모든 것은 아버지의 결정이니라. 조만간 4대 흡혈귀 가문을 통합할 테지. 아버지의 전투 능력은 300만이 넘으니 말이다.”
베베의 아버지, 언젠가 보았던 그 노인을 말했다.
“300만!”
마왕은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다.
“일일이 놀라지 마라. 현재 지구인 중 가장 강한 자의 전투 능력은 괴왕(怪王) 넨센이니라. 그의 전투 능력은 무려 450만 갤런에 달하느니라.”
300만에 이은 450만이라는 숫자가 튀어나왔다. 마왕도 천일도 뒤통수를 얻어맞은 얼굴을 했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느니라. 그들의 강함은 한계에 도달했다. 인간과는 성장 체계가 다르기에 빨리 성장한 것뿐이니라. 더 강해질 수는 없겠지.”
베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다.
“이거 생각보다 빨리 시험이 종료되는 거 아냐? 100만 갤런 이상 1만 명이라는 조건 말이야.”
천일이 난색을 표했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니라. 100만 갤런 이상 1만 명이라는 조건을 채우기 위해서는 100만 갤런 이상의 전투 능력을 가진 인간이 5천 명은 필요하다. 하지만 순수한 인간 중에 가장 강한 자는 너다. 우리들만으로 100만 갤런 이상 전투 능력을 보유한 자가 1만 명이 되는 일은 없겠지.”
베베가 중얼거렸다.
“빛과 자유를 합쳐도 그래?”
천일이 말했다.
“내가 말하는 우리들은 인간이 아닌 모든 지구인을 말한 것이니라. 우리들은 인간이 아니다. 세대를 거듭하여 팍팍 늘어나는 인간 취급하면 안 되느니라.”
베베가 설명했다.
끄덕.
마왕이 동의를 표했다.
“그렇군. 100만 전투 능력 이상을 소유한 인간이 5천 명이라. 너희들 가운데도 100만에 이르지 못하는 자들이 있을 테니 실제로는 더 필요한가. 영웅급 한 명이 태어나는 것이 빠르겠어.”
천일이 결론을 냈다.
“그런 것이니라. 이 시험은 인간의 성장이 없이는 죽어도 통과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라는 자들은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영악하니라.”
베베가 불만이라는 듯 말했다.
“인간의 성장이라. 흠.”
천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에게 한 가지 방법이 있느니라. 내 말을 따른다면 너희들은 데블런의 마수를 피해 도망칠 수 있을 테지. 나 역시도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테고.”
베베가 화제를 살짝 돌렸다.
“그래? 뭔데?”
천일이 물었다.
“인간이어 본녀에게 피를 바쳐라. 두어 번 정도면 되느니라. 그렇게 하면 본녀의 전투 능력이 120만이 넘을 터. 네가 본녀의 피를 받아들여 종이 된다면 현재의 강함에서 2―3배가 될 것이니라. 거기에 마왕이 있으면 데블런과 그가 데리고 오는 자들과도 싸워볼 만하겠지.”
베베는 다급해 보였다.
“확실히 이길 수 있는 거야?”
천일이 물었다.
“…….”
베베는 답하지 않았다.
“솔직하네. 그럼 말이야. 우리 도망치자. 시간만 있으면 나는 더 강해질 수 있어. 당장 싸울 필요는 없지. 때로는 도망치는 것도 수단이야.”
천일이 의견을 제시했다.
“나더러 후방에 남아 너희들의 도주를 도우라는 소리더냐?”
베베가 의심스러운 눈길로 물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도 같이 가는 거지.”
천일이 놀란 얼굴로 답했다.
“호호.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나와 함께 도주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리석은 일이며 의미가 없는 일이니라. 나는 어둠의 진영에 속한 자이고 로얄블러드 가문에 속해 있는 자. 내가 어디에 있든 가주의 눈을 피할 수가 없느니라. 따라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베베가 말했다. 이에 천일은 마왕을 바라보았다.
끄덕.
마왕이 긍정을 표했다.
“그럼, 방법은 하나밖에 없네.”
천일은 그렇게 말한 뒤, 아침 햇살만큼이나 환한 얼굴로 ‘로얄블러드 가문하고 어둠의 진영을 탈퇴해 버려. 그러면 네 위치를 탐지하지 못할 거 아냐?’라는 말을 했다.
“나더러 피의 원조와 밤의 가호를 저버리라는 것이더냐?”
베베가 물었다.
“응.”
천일이 답했다.
“그건 무리입니다. 흡혈귀들에게 있어 피의 원조와 밤의 가호는 절대적인 것. 그녀가 백작의 작위를 가진 고위 흡혈귀라고 해도 그것들을 저버리면 잃는 것이 많습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라도 그에 관한 손실을 줄일 수는 없을 겁니다.”
마왕이 참견을 해왔다.
“그렇구나. 쉬운 이야기가 아니네.”
천일이 중얼거렸다. 조금은 낙담하고 말았다.
“그래서 인간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더냐? 인간. 인간의 진정한 힘은 집단을 형성하였을 때 나오는 법. 너라면 한 집단을 이끌 자격이 있느니라. 나는 알고 있다. 네 피가 가진 가능성. 알기 싫어도 피를 마셨기 때문에 알게 되었느니라. 너는 틀림없이 영웅에 도달할 인간이다.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베베가 화제를 돌렸다.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구나.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보호하는데 죽을 리가 있어?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할 것 같더만.”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호호. 세상에 절대라는 것은 없느니라.”
베베가 반론을 폈다.
“나는 팀을 만들 생각은 있어도 집단을 만들 생각은 없어. 지금도 진영으로 나뉘어 피 터지게 서로 견제하며 싸우는 판에, 내가 집단을 만들어봐야 4번째 진영밖에 더 되겠어? 그런 건 싫어. 나는 최강의 팀을 이끄는 대장이면 족해.”
천일이 말했다.
“최강의 팀인가? 그렇다면 근육 바보는 빼는 것이 좋다.”
베베가 조언을 했다.
“근육 바보? 아아, 재운? 괜찮아. 걔는 근성이 있어. 분명 강해지겠지. 자신만의 방법으로.”
천일은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약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더냐. 무슨 기준으로 팀원을 뽑는 것이냐. 아무 생각 없이 뽑지는 않을 터. 무슨 기준을 두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베베가 물었다.
“기본적으로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아야 해. 그리고 내 마음에 들어야 하지.”
천일이 답했다.
“나는 마음에 드느냐?”
“응.”
“달콤한 이야기로구나. 가능하다면 덥석 물고 싶을 정도로다.”
베베가 중얼거렸다. 정말로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매력적으로 느껴져?”
천일이 물었다.
“그렇다. 인간. 지금의 나에게는 정말로 달콤한 유혹이구나.”
“그럼 들어와. 버릴 것이 많겠지만 뭐 어때. 분명 길이 있을 거야.”
“팀에 들라 하는 것이더냐? 인간. 본녀에게는 매력적인 이야기다만 번지수가 틀렸다. 밤의 가호와 피의 원조를 잃어버린 본녀는 정말로 하찮아질 것이고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되느니라. 근육 바보보다 못해질 가능성도 있느니라.”
베베는 천일이 후회할 거라는 식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싫어?”
천일은 물러나지 않았다.
“책임질 수 있는 것이더냐? 네 제안은 지금의 나에게는 무척이나 달콤한 것이니라. 거절할 이유가 없다.”
베베는 말하면서 마왕을 슬쩍 바라보았다. 마왕의 생각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왕의 얼굴에는 긍정도 부정도 나타나 있지 않았다.
“책임?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구나. 네 선택의 결과는 네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감히 책임을 지겠어. 그런 거짓말은 못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너를 팀에 받아들여주는 것이고 함께 해 주는 것뿐이야. 강해지는 것도 그 안에서 행복해지는 것도 네 하기 나름이지. 하지만 내 말에 따라는 줘야겠어. 그 정도는 해야 팀원이라고 할 수 있지.”
천일이 답했다.
“말을 어렵게 하는 인간이로다.”
베베는 오묘한 반응을 보인 뒤 마왕을 바라보았다. 천일의 제안을 받아들여도 되겠느냐는 의미를 담았다.
하지만 마왕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드러나 있지 않았다. 그저 천일의 판단을 기다릴 뿐이었다. 덕분에 베베는 쓴웃음을 짓고는 절망에서 한줄기 희망을 본 사람마냥 입을 열었다.
“좋다, 인간.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본녀는 너에게 모든 것을 걸도록 하겠다.”
베베가 승낙을 표했다. 그러고는 마왕을 바라보았다.
“진심입니까?”
마왕이 물었다.
“이런 일을 거짓으로 말할 수 있다고 보는가? 마왕이여, 잔소리는 됐으니 반대하지 않는다면 의식을 시작해다오. 나는 자유의 몸이 되고 싶으니라.”
베베는 진심이었다.
“그럼, 의식을 거행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베리도넬 R 베아트리체 백작, 진심으로 마왕에게서 벗어나 자유가 되길 원합니까?”
마왕이 베베에게 물었다.
끄덕.
“나 베리도넬 R 베아트리체는 작위와 영지를 헌납하고 밤의 가호를 벗어나길 원한다.”
베베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의식을 거행하겠습니다.”
고오오.
마왕의 몸에서 어둠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베베의 몸을 감쌌고 잠시 후 마왕의 몸으로 되돌아갔다.
“아아악.”
베베가 괴성을 지르며 고통에 울부짖었다.
1분 후.
정신을 차린 베베는 손가락 끝에서 피를 내어 도형을 그리더니 그 중앙에서 수인을 맺었다. 그리고 뭐라고 주문을 외우자 이번에는 붉은 기운이 베베의 몸에서 빠져나갔다.
털썩.
베베가 무릎을 꿇었다.
“끝난 거야?”
천일이 물었다.
“네. 그런 것 같습니다.”
마왕이 답했다.
“얼마나 약해진 거야?”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잠시, 전투 능력을 측정하고 오겠느니라.”
베베가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병실을 떠났다. 그러자 마왕이 천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본래의 흡혈귀는 그리 강하지 않습니다. 전투 능력으로 말하자면 초기 상태가 500갤런 정도이고 어둠의 진영에서 작위를 얻을 시 10배, 가문을 얻을 시 10배가 됩니다. 베리도넬 R 베아트리체…… 그녀는 어린 소녀 상태에서 흡혈귀가 되었습니다. 계산대로라면 9천 갤런에도 미치지 못할 겁니다.”
“그렇구나. 흡혈귀는 원래 그렇게 압도적인 존재가 아니었나 보네.”
“네. 그렇기 때문에 작위를 탐하고 가문에 들길 원합니다. 하지만 둘 다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의 피로 흡혈귀가 되느냐가 중요합니다.”
“헤.”
“실망하셨습니까?”
“별로.”
“별로입니까? 그녀는 재운보다 약해질 겁니다. 도움은 되지 않을 겁니다.”
“상관없어. 어차피 내 팀은 지구 생물체 종합 세트로 만들 생각이었고. 그런 면에서 보면 잘된 거지.”
“…….”
“그래야 누구라도 납득할 거야.”
“확실히 그건 그렇습니다.”
마왕은 긍정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말이야. 밤의 가호라는 거, 마왕인 너도 받고 있는 거야?”
천일이 화제를 돌렸다.
“아닙니다. 저는 어떤 가호도 받고 있지 못합니다. 아시겠지만 마왕이라는 것은 상징이고 매개체일 따름입니다. 저 자신은 그저 저 자신입니다. 혼혈이기 때문에 다른 쪽의 각성을 통해 지금의 강함을 손에 넣은 것뿐입니다.”
마왕이 설명했다.
“그렇구나.”
천일은 대충 납득했다.
침묵.
1분 정도가 지나고.
“그런데 재운은 뭐 해?”
천일이 화제를 꺼냈다.
“열심히 근육을 혹사 중입니다.”
수련 중이라는 뜻이다.
“그렇구나. 정말 열심이네. 그만큼 보답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빛살검리를 보면 알 수 있어. 정말 터무니없는 검술이거든.”
천일이 중얼거렸다.
“그렇군요.”
마왕이 맞장구를 쳐주었다.
다시 침묵.
10분 정도가 흐르고 베베가 들어왔다. 그녀는 자신의 전투 능력을 8만 9천 갤런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