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22
22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1권(22화)
7. 바이벨로나 시티 공방전―하(4)
어쨌든.
천일은 오토로봇에게 팀장에게 부여되는 지원 물품을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확인을 부탁드립니다.”
삐.
오토로봇의 눈에서 붉은 광선이 쏘아졌다. 천일은 그 광선에 반지를 대었다. 짧은 전자음이 울리며 오토로봇이 입을 열었다.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 팀장 이천일 님 본인 맞으십니까?”
오토로봇이 물었다.
“응. 맞아.”
천일이 답했다.
“본인임이 확인되었으니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팀 전용 캠핑카, 팀 전용 저택의 기본 모듈을 지급 합니다. 시설을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추가로 구매해 주세요.”
오토로봇이 그런 말을 하자 천일의 반지에서 빛이 났다.
“만물상과 식당 기능을 추가 하고 싶어. 얼마야?”
천일이 말했다.
“만물상의 설치는 500만 배틀 포인트, 식당은 50만 배틀 포인트입니다.”
오토로봇이 답했다.
“……!”
천일은 눈이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이나 놀랐다. 만물상의 설치가 500만 배틀 포인트라니, 베베와 재운에게서 받은 배틀 포인트가 약 110만이었다.
“오토로봇은?”
천일이 화제를 바꾸었다.
“종류를 말씀해 주세요.”
“하우스 메이드하고 치료사.”
“각각 보급형은 50만, 고급형은 500만, 맞춤형은 1천만입니다.”
“보급형으로 하나씩 살게.”
“알겠습니다. 배틀 포인트 100만을 차감합니다.”
“응.”
“더 필요한 물건이 있으십니까?”
“식량부터.”
“팀 저택에 공급하실 것입니까?”
“응.”
“1개월 사용요금 1만 배틀 포인트입니다. 충전하시겠습니까?”
“5개월 결제할게. 나머지는 치료사로 사용요금으로 해줘.”
“알겠습니다. 식량 5개월 치료사 1개월 충전되었습니다. 더 필요한 서비스나 물품이 있으십니까? 손님.”
“없어.”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오토로봇이 정중히 인사를 했다.
“크.”
천일은 쓴웃음이 나왔다. 이걸로 배틀 포인트가 바닥나고 말았다. 이제 재운과 베베를 회수하여 이동하는 일만 남았다.
목적지는 남쪽에 위치한 죽음의 오아시스.
출현하는 일반 괴물의 전투 능력이 2만 갤런으로 곧장 갈 수 있는 지역 중에서는 가장 난이도가 높았다.
척.
천일과 마왕이 살기를 느끼고 걸음을 멈췄다. 시선을 돌리니 거기에는 하얀 양복에 하얀 중절모, 하얀 구두에 검은 와이셔츠를 입은 남자가 한 명 있었다.
데블런 R 디스트로이.
흡혈귀가 된 지 100년 정도밖에 안 된 애송이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는 로프첸터 간단한 음식점이라는 건물 위에서 천일과 마왕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데블런.”
마왕이 중얼거렸다.
“데블런이면 전투 능력이 150만이 넘는다는 그놈?”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끄덕.
마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 폐하,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니, 처음 뵙는다고 말해야 할까요? 의외였습니다. 마왕 폐하의 남자가 누님을 팀에 넣을 줄은. 그래서 말입니다. 누님을 저에게 주셔야겠습니다. 스스로 가문과 어둠을 벗어났다고는 해도 저에게 떨어진 명령이 거두어진 상태는 아니니 말입니다.”
데블런은 예의를 갖추고 있었지만.
“그래서 말입니다. 본의는 아닙니다만…… 거기 있는 남자를 제 종으로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괜찮겠지요? 용납하지 않으신다고 해도 하실 수 있는 일은 없을 겁니다. 여기서는 마왕 폐하의 잘난 권능도 의미가 없음을 아실 테니까요.”
협박으로 끝났다.
“거절한다.”
마왕은 한 치의 주저함도 없었다.
“여기는 내가 맡을게. 마왕은 재운과 베베를 챙겨줘.”
천일이 말했다.
“싸울 생각입니까?”
마왕이 물었다.
“괜찮아. 여기는 세이프 존이잖아. 저 녀석이 잘났다고 해도 여기서 횡포를 부리기는 어려울 거야.”
천일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알겠습니다. 팀장인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저는 믿을 뿐입니다.”
마왕은 약간의 불만을 남기고는 지면을 박찼다. 그 모습에 데블런은 씨익 웃으며 천일에게 입을 열었다.
“자신을 희생하여 마왕과 다른 팀원을 구할 생각입니까? 팀장인 당신이 내 노예가 되면 마찬가지임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요.”
“희생?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왜 희생해. 내가 너보다 전투 능력이 낮긴 하지만 나와 싸우면 너도 무사하지 못해.”
천일이 답했다.
“그럴까요?”
데블런은 의문을 표한 뒤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사방에서 노바 스페이스 연맹 사람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눈동자에 초점이 없었다.
“……!”
천일은 깜짝 놀랐다.
“기다리느라 지루해져서 말입니다. 부하로 만들어두었습니다. 방해를 하면 곤란하니까 말이죠.”
데블런이 말했다.
“미쳤구나. 이런 짓을 해서 그들이 가만있으리라 생각되진 않아. 옥쇄의 탑에 갇히는 최초의 지구인이 되고 싶은 거야?”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우리 흡혈귀는 피를 빨아 강해집니다. 때문에 어느 정도는 용서가 됩니다. 저들은 강한 지구인을 원하고 우리들은 외계인의 피를 빨아 한계를 넘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배려는 쓸데없는 것이란 소립니다.”
데블런은 그런 말을 하고는 천일을 예의 주시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는 얼굴이었다.
스릉.
천일이 청살검을 빼서 자세를 잡았다.
“호오. 싸울 생각입니까? 이 인원을 상대로? 아니면 저를 상대로? 좋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지요.”
데블런은 잘난 척 그런 소리를 했다.
“그거 좋네. 내 선택은 하나뿐이야. 너, 내려와.”
천일이 말했다.
“크크크. 최악의 선택을. 좋습니다. 제가 상대해 드리지요.”
데블런은 자신만만하게 그런 말을 하고는 손가락을 들어 천일을 가리키며 외쳤다. ‘가라! 나의 종들이어! 저 녀석을 사로잡아라.’라고.
‘뭣!’
천일은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실력을 뽐내기에 직접 상대할 줄 알았더니 치사하게 노바 스페이스 연맹 사람들을 내세울 줄이야.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천일은 급히 햇무리 천하빛살을 시전 하였다.
번쩍.
섬광이 터졌다. 그리고 천일의 머리 위에 태양과도 같이 강렬한 빛을 토하는 구체가 만들어졌다.
“크윽.”
데블런이 신음을 흘렸다. 그는 태양 아래를 걸을 수 있는 흡혈귀지만 특수하게 제련되어 만들어진 태양빛까지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천일의 검술은 힘의 강약이 아닌 존재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햇님아. 햇님아. 어둠을 살라다오. 상처입어 아파하는 영혼을 달래다오. 구름 뒤에 숨지 말고 이리 와서 사람들을 살펴다오. 네 방긋 웃는 얼굴에 취할 수 있게 만물을 비춰다오. 밤을 쫓아다오. 햇님아. 햇님아. 하는 김에 어리석은 나의 마음도 깨끗하게 만들어다오.―
내레이션처럼 그런 울림이 있었다.
“……!”
데블런은 크게 놀랐다. 이건…… 전투 능력이 높아진다고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전투 능력이 높다고 방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털썩.
데블런이 지배하고 있던 노바 스페이스 연맹 사람들이 하나둘 지면에 쓰러졌다. 정신을 옭아매고 있는 족쇄가 풀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옆집 달님이가 넘어져서 울고 있다오. 앞집 개똥이는 배가 고파 울고 있다오. 뒷집 담벼락에 새들어 사는 참새도 굶어 죽을 지경이오. 어둠을 살라다오. 어둠을 살라다오. 나의 마음에 피어오르는 슬픔을 살라다오.―
노래 소리 같았다.
―사람은 굶어 죽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소. 아프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소. 햇님아. 햇님아. 상냥한 햇님아. 그대 얼굴로 모든 어둠을 살라다오.―
어조는 처절했지만 가락은 경쾌하면서도 명랑했다.
천지 사방을 뒤흔드는 노랫소리. 내용은 절망으로 가득했지만 어조는 가벼웠다. 데블런은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크아아악!”
데블런의 피부에서 김이 피어올랐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피부와 뼈가 뜨거워졌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눈알이 돌아갈 정도였다.
―어둠을 살라다오. 어둠을 살라다오. 사람을 해하는 검을 줄 터이니, 어둠을 살라다오. 내 목숨을 줄 터이니, 어둠을 살라다오. 모자라거든. 모자라거든. 내 영혼을 가져가 태워도 좋소. 햇님아. 햇님아.―
그리고 데블런은 시야가 하얗게 물드는 것을 느꼈다. 세상과 마에 눌려 절망하는 사람들을 보며 만들어낸 간절한 누군가의 노랫소리가 전투 능력 160만이 넘는 데블런의 감각을 빼앗고 살을 태우고 뼈를 살랐다.
지면에서 빛살이 솟구치고 하늘에서 빛살이 쏟아지고.
인간이라면, 어둠의 권능에 취한 자가 아니라면 어떻게든 견딜 수 있겠지만 데블런을 비롯한 흡혈귀 중에 그런 존재는 없었다.
푸쉬식.
콜라의 병뚜껑을 따면 울려 퍼지는 소음 같은 음향. 고통을 견디지 못한 데블런이 스스로를 어둠으로 변화시켰다. 하지만 그것들 역시 빛에 태워졌다.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에 응답한 햇님의 권능이었다.
진짜 그랬을까? 울려 퍼지는 슬픈 노랫소리 내용처럼 햇님이 사람들의 어둠과 슬픔을 태웠을까? 그랬다면 다음 검식 달무리 지옥빛살은 태어나지 않았을 터였다.
팟.
햇무리 천하 햇살이 종료되었다.
척.
천일이 나타났다. 그 앞에는 쓰러진 노바 스페이스 연맹 사람들뿐이었다. 데블런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죽은 걸까?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전투 능력 160만 이상이라는 것은 단순히 힘이 세다던가 강력한 능력을 소유했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잉.
공간을 열고 데블런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 가운데 일부가 공간을 열고 잠깐 도피했던 것이다.
살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도망쳤다는 거냐? 썩을…… 같은 수가 두 번 통하지는 않을 테고 이제 어쩌지.’
천일은 속으로 낭패라며 중얼거렸다.
“죽을 뻔했습니다. 서포트 시스템 같은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흡혈귀의 생명력을 태우더군요.”
데블런은 여유가 있었다. 햇무리 천하햇살에 당한 탓에 조금 위험한 상태이지만 천일 정도는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상대해 드리겠습니다. 긴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의 목에 제 어금니가 박히면 그걸로 끝나는 이야기입니다.”
데블런이 그런 말을 하는 순간.
팟.
천일은 정오햇살을 시전하였다. 흡혈귀를 상대하는 데에는 이것만 한 기술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이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순진하군요.”
데블런이 그런 말을 하고는 사라졌다.
“……!”
천일은 급히 하늘을 바라보고는 몸을 돌렸다. 아니, 돌리려고 했다. 배후에서 나타난 데블런이 천일의 목과 어깨를 붙잡지 않았다면 돌릴 수 있었을 터였다.
“카아악.”
데블런이 입을 벌렸다.
“자자, 거기까지. 너무 설쳤다, 지구인. 네놈은 옥쇄의 탑으로 직행이다.”
옥구슬이 쟁반에 굴러가는 소리가 그럴까? 낭랑한 목소리가 천일의 귀를 간지럽혔다. 그리고 목과 어깨를 제압하고 있던 데블런의 손힘이 줄어들었다.
베베와 재운은 대련을 하고 있었다. 양쪽 다 한 치 양보도 없었다. 그럼에도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모두 베베가 진조라는 새로운 자신의 육체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었다. 반대로 말해 베베가 적응만 한다면 재운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호랑이 멱살 찌르기! 강철! 질풍! 파도 가르기! 호랑이 머리 쪼개기!”
재운은 연속해서 기술을 사용했다.
호랑이 멱살 찌르기.
멧돼지에서 곰으로, 곰에서 다시 호랑이로. 호랑이 멱살이 곰 멱살보다 튼튼한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 이야기지만 재운의 머릿속에서 호랑이는 지상 최강의 동물이었고 곰은 그보다 두어 단계 아래에 있는 동물이었다.
호랑이의 바로 아래는 당연히 사자다. 무겁기로는 코끼리가 최강일 테지만 재운의 머릿속에서 코끼리는 순하고 여린 초식동물일 뿐이었다. 코뿔소는 아예 안중에도 없고.
누군가 좀 가르쳐 줘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이야기다.
팡파파팡.
베베는 이를 악물고 막고 있었다. 재운의 전투 능력은 현재 45,800갤런인가 그 정도밖에 하지 않지만 싸움에서는 그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크. 진조의 육체란 문헌에서 읽은 것보다 더욱 형편없구나. 안개나 박쥐로 변할 수도 없고 피를 빨아도 강해지지 않다니. 어째서 전투 능력이 8만 9천 갤런이나 되는지 의문이구나.’
베베는 곤혹스러웠다. 대련을 해보면 뭔가 기술 같은 것을 알게 되지 않을까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으랴으랴! 뭐 하는 거냐! 흡혈귀! 덤벼보란 말이다!”
재운이 의기양양 소리쳤다. 전투 능력은 자신의 배에 가까운데 수비로 일관하는 베베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