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27
27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2권(2화)
1. 마왕, 팀 이탈?(2)
척.
마왕이 천일의 옆에 내려섰다.
“왜 나왔지?”
마왕이 물었다.
“응?”
천일이 의문을 표해 보았다.
“분명 내가 처리한다고 말했을 텐데.”
마왕은 불만인 모양이었다.
“아아, 그냥 보고 싶어서.”
천일은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런가. 후후.”
마왕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을 데리고 살겠다고 선언한 남자가 하는 말인 만큼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거야?”
천일이 질문을 건넸다.
“나는 좀 더 강한 괴물을 잡고 싶다. 주변을 돌아보면 뭔가 있겠지. 너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방해가 된단 소리야? 그럼 반지를 빼고.”
“아니, 그럴 필요 없다. 반지를 낀 상태에서 수행을 하는 편이 성장이 더 빠를 거다. 그 점은 너도 알고 있을 테지. 그리고 네가 방해가 되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조금 껄끄러울 뿐이다.”
“껄끄럽다?”
“나의 강함은 너나 재운, 베베와는 근원이 다르다. 그렇기에 전투 능력 봉인 반지도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일 테지. 수련법도 다르다. 그러니 잠깐 혼자이고 싶은 것이다.”
마왕이 본심을 털어 놓았다.
“혼자여야만 하는 거야? 나도 안 돼?”
천일이 물었다.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껄끄러울 뿐이다.”
“방해는 하지 않아.”
“…….”
“왜?”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다.”
“……?”
“알았다. 등 뒤를 맡기지. 일행들에게 이야기하고 와라.”
마왕이 허락을 했다.
“응.”
천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량에 들어갔다. 잠시 마왕과 데이트 다녀올 테니 여기서 수행하고 있으라는 말을 했다. 그러고는 밖으로 나오니 마왕이 없었다.
“……!”
천일은 놀랐다. 그래서 베베에게 가서 마왕이 사라졌다는 말을 했다.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싶었다.
“역시 그렇게 되어 버렸구나. 할 수 없는 일이로고.”
베베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되어 버려? 할 수 없어? 뭐가?”
천일은 알고 싶었다.
“밖에서 기다리거라. 쓸데없는 사람에게는 들려 주기 그런 이야기구나.”
베베의 그 말에 천일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5분 정도 후, 베베가 나와 마왕이 가진 힘과 그 수련법에 대해 말해 주었다.
“으윽.”
천일이 신음을 삼켰다.
“역시 모르고 있었던 것이더냐? 짐작은 했다만 허무하구나.”
베베가 중얼거렸다.
“그래도 그렇지. 무슨 수련법이…… 옷을 다 벗고 해! 아무리 마왕 가문의 혈통에 요괴가 섞여 있고, 마신의 힘을 다룬다고 해도 말이지.”
천일은 정말이지 항의하고 싶었다. 옷을 다 벗고 하는 수행이라면 마왕은 여자니까 남자인 천일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했다.
“너는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구나. 잘 듣거라. 마왕의 반려를 진왕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마왕의 힘을 끌어내어 그 일부를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니라. 마왕의 힘은 마신의 힘. 마신의 힘의 대부분은 지구라는 행성에 봉인되어 있고, 그렇기에 어둠의 진영에 가담한 모든 존재가 그 가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니라.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밤의 가호가 어둠의 진영에 속한 모든 이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겠느냐. 마왕이 등에 지고 있는 짐의 크기는 일개 인간이 어떻게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니라.”
베베가 추가로 설명을 보탰다.
“……!”
천일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잠시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마왕 가문에 얽힌 이야기.
그러니까 마왕 가문의 시작점인 어떤 사내가 마신과 계약을 하여 마신의 일부를 받아들이고 나머지를 대지에 봉했다거나, 너무나 강력한 마신의 일부를 제어하기 위해 요괴를 아내로 맞이했다거나, 그도 모자라 여신 가이아를 속여 계약을 맺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알지만, 등장하는 마신이라는 게 행성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력하다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니라. 나도 이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니라. 진조가 되고 나서부터 대지의 아래서 요동치는 거대하고 강력한 사악한 의지를 느낄 수 있게 되었느니라. 네아라는 외계인이 마왕에게 한 이야기를 기억하느냐? 그걸로 보면 그들은 그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게야. 모른다면 마왕에게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테지.”
베베는 여러 가지로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
천일은 잠시 입을 꾹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믿자꾸나. 그녀도 바보는 아닐 것이야. 문제가 있다면 그녀가 등에 지고 있는 것을 과소평가하는 무리들이겠지. 로얄블러드 가문 가주처럼. 하지만 그가 지금 당장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야. 신중하고 치밀한 성격인 만큼 실패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겠지. 천일, 너는 그를 막아 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야 하느니라.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거라. 그게 좋아 보이는구나.”
베베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떠났다. 천일은 한동안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곧 쓴웃음을 한 번 짓는 것으로 걱정, 근심을 날려 버렸다. 지금은 베베의 말대로 강해지는 것이 먼저였다.
아틀란티스 월드의 하늘에는 태양이 없다. 달도 없고, 별도 없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전부 은은하게 빛나는 회색 하늘이었다. 때문에 밤도 없고, 낮도 없다. 시간의 흐름만이 존재할 뿐이다.
고오오.
어둠이 지면에서 솟구치기 시작했다.
중앙에는 마왕이 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아무것도 걸치지 못했다고 해야겠지만, 어쨌든 마왕의 육체는 아름다웠다. 조각품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굴곡이 있고, 고운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다리가 없었다.
무릎 근처에서 유기 조직이 끝나고, 어둠이 뭉쳐 있었다. 오른 손등에도 왼 손등에도 고양이 눈같이 생긴 것이 박혀 있었다.
누구에게도 보이기 싫은 본래의 모습.
천일에게는 더더욱 보일 수 없는 흉측한 모습.
마왕은 손을 하늘로 뻗어 어둠을 끌어 올렸다. 지각과 맨틀, 그 사이에 잠들어 있는 마신의 일부를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콰르릉, 번쩍.
하늘로 솟구친 어둠이 구름을 만들고, 구름들이 번개를 만들었다. 하늘과 땅이 흔들리고, 어둠은 그 사이를 맴돌아 마왕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왕의 신체는 어른의 것이었다. 하지만 마왕의 본래 나이는 만 15세에 불과했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학교를 다니고, 웃고 떠들 나이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갑주를 벗으면 그녀는 인간의 형태를 유지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 더 강해져야 한다. 그의 발목을 잡을 수는 없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 우주선들이 등장했던 그 무렵.
마왕은 성인식을 치르지 않아 능력도, 신체도 여러 가지로 미흡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지구는 지켜져야 한다고 믿었고, 그 믿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희생시킬 각오가 있었다. 때문에 달려들었다.
당시 노바 스페이스 연맹 추정 전투 능력 1만 6천 갤런.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 속한 자들이 진심으로 그녀를 상대했더라면 누구도 해하지 못했을 터였다. 하지만 그들은 마왕을 얕보았고, 마왕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헛수고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당초보다 이르게 성인식에 몸을 던졌다. 가문의 비법으로 몸과 정신을 강제로 성장시키고, 고정시키는 의식이었다.
덕분에 그녀의 강함은 10배로 증가하였다. 더 많은 마신의 힘을 흡수할 수 있게 되었다.
마신의 힘, 그것은 마신의 일부이자 사상.
마왕이 강해지는 법은 처음부터 하나뿐이었다. 마신의 힘을 받아들이는 것. 누구보다도 쉽게 강함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섣불리 강해질 수 없었던 것은 가문의 율법이 한계를 정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비상시…… 유사시…… 라고 하는 부분이다. 지금은 비상시도, 유사시도 아니었지만, 마왕은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강해지기로 결정했다. 이대로 가면 팀에 있어 짐덩어리에 불과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전투 능력 봉인 반지는 참으로 유쾌하고, 괴상망측한 아이템이었다. 무슨 원리로 작동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천일에게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마나 써클의 강화를 위해 외부에서 끌어오는 마나를 중간에서 가로채기 때문이었다.
재운이나 베베에게는 꽤나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말이다.
‘이게 수련이 된다고? 거참.’
천일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영웅의 말대로라면 자신에게도 유용한 물건이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냥 빼 버릴까? 말까? 한동안 고민하던 천일은 조금 더 해 보자며 마나 써클의 단련을 재개하였다. 하지만 답은 없었다. 중간에서 반지가 마나를 날름 가로채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마나를 끌어모으려고 해도 모이는 것이 없었다.
마나 써클의 강화도 불가능.
‘이게 진짜!’
분노한 천일은 얼마나 가로채는지 보자는 식으로 마나를 최대한 많이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반지가 없는 상태였다면 하지 않았을 터였다.
우웅.
한계치까지, 혹은 그 이상. 지금까지 해 본 적 없는 기세로 마나를 끌어당기자, 마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반지가 왕창 긁어먹은 후라서 많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할 만했다.
시간이 흐른다.
하루. 이틀. 삼 일. 사 일.
천일은 식음을 전폐하고 마나를 가지고 씨름 중이고, 마왕은 하루에 한 번 들르는 것이 전부였다. 재운은 여전히 기어 다니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낑낑거리고 있었고, 베베만이 이것저것 챙기며 수행을 해 나가고 있었다.
“신기한 반지로고. 좋은 것을 받았구나.”
열흘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베베는 밖으로 나가 반지를 손가락에서 빼 보았다. 그러자 전투 능력이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척.
손을 뻗었다. 처음에는 붉은색의 불꽃이, 그것은 주황색을 거쳐 푸른색에 도달했고, 얼마 가지 않아 얼음만큼이나 차가운 불꽃으로 변했다.
역전 화염.
베베는 바람을 버리고, 역전이라는 것을 손에 넣었다. 영웅의 조언을 귀담아 들은 보상이었다.
“모든 것을 얼려 버리는 궁극의 화염. 견디어 보거라. 죽음의 오아시스여.”
베베가 그런 말을 하며 불덩이를 날렸다.
쿠아아아!
괴성이 울리며 대기가 일그러졌다. 마왕에 의해 한 번 죽었던 죽음의 오아시스는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 의해 되살려졌지만, 베베의 일격을 견디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렀다. 어떤 발악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생각 이상이구나. 그녀의 충고를 따랐을 뿐이거늘.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겠지. 현상에 먹히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니라.”
베베는 그런 말을 하고는 슬쩍 지면을 찼다.
슈우웅.
베베는 허공에 떠올랐다. 역전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적용되는 중력을 조절하고, 화염으로 대기의 흐름을 조절하고 있었다.
“……!”
베베의 안색이 굳어졌다. 지평선 저쪽에서 하늘과 땅을 지배하는 어둠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마왕이 수련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위험해 보이는구나.’
베베는 마왕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고오오.
어둠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베베가 오는 것을 알아챈 마왕이 수련을 중단하는 것이리라.
“무슨 일이지?”
마왕이 말했다.
“그쯤 해 두어라. 무리할 것 없느니라.”
베베가 말했다.
“무리?”
마왕은 의아하다는 기색을 보였다.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다가 사념에 정신을 지배당해서야 이야기가 되질 않느니라. 그만두어라. 나는 너와 같이 무리하다 어둠에 정신을 빼앗긴 마왕을 보았느니라.”
베베는 마왕을 걱정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라. 나는 아직 더할 수 있다.”
마왕이 자신을 보였다.
“그럼 잠깐 대련을 해 보자꾸나. 해 보면 네가 어둠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있을 것이야.”
베베가 제안을 했다.
“좋다.”
마왕이 대답을 했다.
둘은 서로의 반지를 마주 대고 특수 필드 결투 존을 형성시켰다. 그리고 마왕은 검을 뽑았고, 베베는 불덩이를 만들어 냈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어둠을 지배하는 자. 태초부터 내려온 맹약에 의거하여 그 힘을 여기에 부르니. 나를 따르라! 칠흑의 영토!”
마왕이 소리쳤다. 그러자 마왕의 검에서 어둠이 흘러나와 하늘과 땅을 물들이고, 주변의 모든 것을 어둠으로 바꾸어 나갔다.
화르륵.
베베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진홍색의 불덩이가 점점 커지더니, 어둠을 물리치는 빛이 되었다.
“일격으로 끝내 주지! 간다. 마왕의 심판!”
마왕이 검을 휘둘렀다.
부웅.
가벼워 보이는 일격이나 거기에 실린 힘은 주변의 모든 어둠이며, 어둠이 지배하는 모든 것이었다.
“강해 보이는구나.”
베베가 중얼거렸다. 마왕의 공격은 베베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불에 타 사라졌다.
“……!”
마왕의 안색이 바뀌었다.
“뭐하는 것이냐? 좀 더 강한 공격을 해 보거라.”
베베가 도발성 대사를 던졌다.
빠득.
어금니를 깨문 마왕이 호흡을 가다듬고는 검을 두어 차례 휘둘렀다. 그러자 하늘과 땅을 물들였던 어둠이 검으로 돌아왔고, 마왕이 지면을 박찼다.
“받아 보거라. 진홍의 겁화!”
이번에는 베베가 소리치며 불덩이를 지면에 꽂았다.
쾅.
폭발음이 울리며 마왕의 발치에서 불덩이가 솟구쳤다. 하지만 마왕의 갑옷에 그을음조차 생기게 하지 못했다.
“어둠이 가져오는 종말의 창!”
마왕이 죽음의 오아시스를 절명하게 만든 기술을 시전했다.
휙.
베베가 손을 휘둘렀다. 푸른 불길이 솟구치며 성벽이 되었고, 종말의 창은 그 성벽과 부딪혀 폭발을 만들어 냈다.
“……!”
마왕의 안색이 바뀌었다.
“어째서 전력을 다하지 않는 것이냐? 지금의 네 전부는 이 정도가 아닐 것이야. 그럼에도 전력을 다하지 않는 것은 끌어낸 어둠은 많아도, 지배하고 있는 어둠은 많지 않다는 것이겠지. 무리한 수련은 그만두고 현재 가진 어둠을 지배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베베가 말했다.
“으아아아!”
마왕이 괴성을 질렀다.
콰아아.
폭발하듯 마왕의 몸에서 어둠이 솟구쳤다. 하늘을 검게 만들고, 대지를 검게 만들고, 마왕은 그 중간에 서서 손을 뻗었다.
“데이 오브 아포칼립스(Day Of Apocalypse)!”
파파팟.
마왕의 갑옷이 어둠이 되어 사라졌다. 어둠은 특수 필드 결투 존 전체를 지배하였고, 풍경을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