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28
28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2권(3화)
1. 마왕, 팀 이탈?(3)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사람들. 사람들을 쫓는 온갖 괴물들.
사람들은 팔다리가 썩어 가는 와중에서도 살려 달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자신들에게는 죄가 없다고 외치고 있었다.
그 위를 지배하는 하나의 문장.
[약한 것이 죄다.]어둠은 그들이 지배하고 있는 공간 안의 모든 것을 찢고, 으깨고, 짓이겼다. 빛이 사라지고, 검은 번개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대지가 마른 논처럼 갈라져서 하늘로 솟구치고, 하늘은 창의 형태가 되어 지상으로 내리꽂혔다.
그야말로 모든 것의 끝.
데이 오브 아포칼립스.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든 종말을 재현하는 마왕 전용 특수 기술. 그러나 베베의 옷자락 하나 상하게 하지 못했다.
“얼어 버리거라. 세계의 끝이든 시작이든. 거슬린다.”
푸른 화염이 주변을 맴돌며 모든 것을 분자 단위에서 정지시켰다.
쩡.
유리가 깨지듯 마왕이 만들어 낸 데이 오브 아포칼립스의 모든 것이 조각으로 나뉘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
마왕이 땅에 무릎을 꿇었다. 한계치까지 강해지겠다고 했는데, 베베조차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육체적인 충격보다 정신적인 충격이 더욱 컸다.
‘나에게 주도권을 넘겨라.’
‘내가 네 적을 없애 주겠다.’
‘모든 것을 함께 파괴하자.’
목소리들이 있었다. 하나가 아닌 여러 개였다. 마왕은 머리가 부서지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정신을 잃어버렸다.
팟.
마왕의 눈이 붉게 변했다.
“강림한 모양이로구나.”
베베가 웃었다. 언젠가 그것에게 신세를 진 적이 있었다.
“드디어, 드디어 육체를 얻었노라! 으하하하.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게 평등한 멸망을! 악이야말로 세계의 진리! 이 땅은 나의 것이니라!”
지극히 마왕다운 대사, 하지만 마왕답지 않은 대사였다.
“아직도 그따위 소리를 지껄이는구나.”
베베가 웃었다. 훌쩍 허공으로 뛰어올라서는 눈을 감고, 양손을 뻗었다. 역전의 힘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최고의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태양의 심해(Deep―sea Of Sun).
태양에도 바다가 있을까? 있다면 그 깊은 곳에 존재하는 불덩이는 과연 어떤 것일까? 베베의 손에서 진홍색의 불덩이가 하나 만들어졌다. 내부의 온도는 무려 100만K. 하지만 역전이라는 힘에 둘러싸여 있기에 열기는 하나도 방출되지 않고 있었다.
슈―욱.
불덩이가 날았다. 마왕은 불덩이의 표면만을 보고 대수롭지 않다고 판단하여 어둠으로 방패를 만들었다.
“……!”
마왕의 안색이 일그러졌다.
방패에 명중한 불덩이가 깨지며 초고온의 액체가 흘러나와 어둠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것에 달라붙었기 때문이었다.
“크아아악!”
마왕이 괴성을 질렀다.
“짐작했던 대로구나.”
베베가 중얼거렸다.
“두, 두고 보자. 이대로 포기하지는 않는다. 나는…… 나는! 크아악!”
마왕은 그런 말을 외치며 지면에 쓰러졌다. 동시에 베베는 불꽃을 없앴고, 어둠은 사라졌으며 특수 필드 결투 존이 해제되었다.
마왕은 어째서인지 평범한 인간 소녀의 몸으로 쓰러져 있었다. 어둠이라는 형태로 존재했던 무릎 아래도, 양손 손등에 박혀 있던 기묘한 것도 없어져 있었다. 하지만 살아 있었다.
베베는 마왕의 맥을 짚었다.
‘계약은 계속되고 있는 모양이구나. 이를 어쩌면 좋을꼬.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베베는 신중한 얼굴로 마왕을 안아서 다른 곳으로 옮겼다. 물론 팀 차량으로는 가지 않았다. 천일에게는 보여 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수 시간 후.
마왕의 다리가 사라지고, 어둠이 되었다. 양손 손등에도 뭔가가 생겼다. 그리고 갑옷이 형성되었다.
번뜩.
“정신이 드느냐?”
베베가 물었다.
끄덕.
마왕이 대답 대신 긍정을 표했다.
“네가 무리해서 강해질 필요는 없느니라. 나도, 그도 순조롭게 강해지고 있느니라. 이제부터는 가지고 있는 어둠을 지배하는 것에만 최선을 다하거라. 그것이 우리를 돕는 것이니라.”
베베가 조언을 했다.
“…….”
마왕은 얼굴을 떨어뜨렸다. 베베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수일 후.
마왕은 쪽지 하나만을 남기고 천일들을 떠났다. 팀 이탈은 가볍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탈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쪽지의 내용이 문제였다.
욕심이 화를 불렀다.
그는 강하다. 나는 머지않아 그에게 지배당하겠지.
그동안 고마웠다.
달콤한 꿈을 꾸게 해 주어 정말 고맙다.
라고.
천일은 이해할 수 없어서 베베에게 이유를 물었다. 베베는 껄끄러웠지만 설명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
천일은 베베의 설명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용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어째서 마왕이 그런 선택을 했느냐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존심 문제겠지. 그녀는…… 마왕이니라. 누구보다 강해야 하고, 모든 마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하지. 외계인들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녀 역시 평온한 일상을 보냈을 것이야. 하지만 그들도 이유가 있어서 나타난 것. 탓할 수도 없는 문제니라.”
베베가 말했다.
“나는…… 나는.”
천일은 아무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녀를 찾으러 갈 것이더냐?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니라.”
베베가 선택지를 주었다.
빠득.
천일이 주먹을 쥐었다. 강해져야 한다는 것에 정신이 팔려 마왕에게서 눈을 뗀 자신을 탓하며 이를 악물었다.
“그전에 한 가지만 물어도 되겠느냐?”
불쑥, 베베가 말을 걸었다.
“응. 해 봐.”
천일이 답했다.
“너는 어째서 그것을 데리고 살겠다고 생각한 것이냐? 그녀는 네가 말한 대로 매력적인 육체를 가진 여자이지만, 그 정도의 여자는 많다면 많으니라. 성격은…… 내 입이 삐뚤어진다 해도 좋다 말할 수 없느니라. 너희 둘 사이에 뭔가 그럴듯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닐 터. 집착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지 않느냐.”
베베는 진심으로 천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너, 나를 죽이려고 했었지?”
천일이 베베에게 물었다.
“갑자기 왜 옛날이야기를 꺼내고 그러느냐. 부끄럽구나.”
베베가 간접적으로 긍정을 표했다.
“이전의 삶과 지금의 삶을 전부 해서 내 생명을 구해 준 것은 그녀 하나뿐이야. 그것을 갚지 않으면 안 돼. 그래서 정했다.”
천일의 답은 베베는 물론이고 누가 들어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너를 구해 주면 결혼해 주는 것이더냐? 오만한 이야기로구나.”
베베는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겸사겸사야. 착각하지 마. 계기가 그렇다는 거지. 마음에 들지도 않는데 부인으로 삼겠다는 것이 아냐. 영웅이 되겠다고 하는 것도 원래 그러려고 했던 거고.”
천일은 약간 부끄러운지 언성을 높이며 소리쳤다.
“후후. 좋을 대로 하거라. 본녀는 옆에서 구경이나 하고 떡이나 먹도록 하겠느니라.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인고? 지금 당장 그녀를 쫓아가겠느냐?”
베베가 물었다.
“당연히!”
천일이 답했다.
그리고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의 팀 차량은 마왕의 행적을 쫓아 이동을 시작했다. 물론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제공해 주는…… 언제든 안전해요! 하이 테크놀러지의 도움을 받아서였다.
2. 마왕이 명령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들이여(1)
마왕은 베베와의 대련 이후 내면 속에서 꿈틀거리는 마신의 의지를 명확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처음에는 마신의 의지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다 먹히는 것은 마신이 아닌 자신임을 깨달았다.
마신, 어둠의 원초적인 의지는 마왕이 가진 콤플렉스를 명확하게 치고 들어왔다.
마왕이라고는 하지만 신하보다 약한 것이 현실.
어둠의 세계는 강한 것이 무엇보다 먼저였다. 강하다는 것은 상대의 목숨을 언제든 끊을 수 있음을 말했고,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오기 전까지의 마왕은 어둠에 속한 모든 자를 죽일 수 있는 존재였다.
그랬기에 생기는 괴리감.
마왕은 그 괴리감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씩 마신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리하여 팀을 떠나기로 했다. 마왕 스스로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마신이 바라던 바임을 마왕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어둠의 권능.
마왕의 힘의 원천인 봉인된 마신, 혹은 어둠은 지각 밑에 넓게 퍼져 지구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마왕이 그 힘을 사용하면 아시아에 있다고 해도 한순간에 유럽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것을 위해 무릎 밑이 어둠이었다. 하지만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구축한 결계를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그러한 기본적인 이치를 완전히 왜곡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기술이었다.
어쨌든.
마왕은 자신이 이동할 수 있는 장소들 중 천일과 가장 먼 장소로 이동했다. 그래서 마음을 놓는 순간 마신이 본색을 드러내며 그녀의 의식을 먹어 치웠다.
“크하하하! 드디어…… 드디어 육신을 손에 넣었다.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부활할 것이다!”
마신은 기쁨에 젖어 있었다.
지각 밑에 갇혀서 사람들에게 힘이나 보태 주던 세월이 얼마이던가. 가끔은 순간적으로 누군가의 정신을 잠식하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순간적인 일일 따름이었다. 꼭이라고 하면 그렇지만 거의 반드시 죽임을 당하거나, 다시 봉인당하거나 그랬다. 때로는 의식의 주인에게 으적으적 밟혀서 내쫓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마왕의 의식을 완전히 봉인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진 상태였다. 참견해 올 만한 자들도 멀리 떨어져 있었고.
그러니 이번에는 반드시 완전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 터였다.
분명히 그럴 터인데.
“……!”
마신은 본격적으로 지각 밑에 잠들어 있는 어둠을 지상으로 끌어 올려 흡수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어둠이 명령을 듣지 않았다.
‘어째서냐!’
마신은 당혹스러웠다.
스슥.
은발의 노인이 마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로얄블러드 가문의 가주로, 마왕의 부하이지만 강대한 전투 능력을 보유한 존재였다.
“처음 만나는 것은 아닐게요. 마신.”
가주가 말했다.
“……!”
마신은 그저 안색을 굳힐 뿐이었다.
“그렇게 겁먹지 말구려. 나는 그저 그대의 힘을 탐할 뿐. 그대의 완전 부활을 위한 제물이 되기는 싫다오.”
가주는 그런 말을 하며 손을 뻗었다.
파파팟.
마신을 중심에 두고 여덟 개의 수정 기둥이 솟구쳤다. 거기에는 기둥 하나에 하나씩 이름이 적혀 있었다.
“무슨 짓을 할 생각이냐!”
마신이 물었다.
“세월이 참 빠르다 생각하지 않소? 인간은…… 아니, 우리들 생명체라는 것은 언제나 발전한다오. 옛날에는 할 수 없었던 일도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는 할 수 있게 된다오. 나는 이 순간을 기다려 왔소. 그럼 그대는 그 작은 육체 안에서 놀고 계시오. 우리들은 그대의 힘을 가지리다.”
파직.
여덟 개의 수정 기둥에서 검붉은색의 번개가 흘러나와 마신을 감쌌다.
“……!”
마신의 안색이 굳어졌다.
“그럼 안녕히.”
로얄블러드 가문의 가주가 사라졌다. 그리고 마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검붉은 번개가 마신을 통상의 공간과 격리시켜 놓고 있었다.
―마신이 명령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들이여!―
마신은 그런 말을 하며 지각 아래에 있는 어둠과 접속을 시도했지만 허사였다. 육체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고, 어둠의 권능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대신 로얄블러드 가문 가주의 외침이 울렸다.
―마왕이 명령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들이여! 접근하는 모든 생물체를 살해하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지어다.―
로얄블러드 가문의 가주는 마왕이 아니다. 마왕의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마왕 가문의 직계뿐. 하지만 지금의 로얄블러드 가문의 가주는 마왕이 가진 어둠의 지배권을 빼앗은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