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31
31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2권(6화)
2. 마왕이 명령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들이여(4)
괴물들은 천일들을 포위한 형태로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다. 지형을 바꾸는 괴물은 그중에 섞여 있었다. 그렇기에 가서 그것만 골라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섣불리 움직였다가 그게 나타나면 골치 아프기도 했고.
“조금이라도 좋으니 줄어들기라도 했으면 좋겠구나.”
베베 역시 끝도 없이 늘어선 괴물들의 행렬에 질려 있었다.
“이건 진짜 최악이야.”
천일 역시 동감이었다.
“뭐 어때? 좋잖아! 수련도 되고.”
재운은 오늘도 긍정적이었다.
“너다운 생각이다.”
천일에게는 그저 한숨인 이야기.
“발광이 끝날 때까지 가볍게 차라도 마시는 것이 어떻겠느냐.”
베베가 그런 말을 하고는 손을 하늘로 뻗었다.
부왁.
반경 5m였던 베베의 영역이 10m로 증가했다. 괴물들은 강제로 영역 밖으로 날려졌고, 베베는 여유 있게 돗자리를 꺼냈다.
“그런데 너는 어떻게 된 거야? 이 힘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이 아냐.”
천일이 물었다.
“빨리도 묻는구나.”
베베는 그렇게만 말하고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이래저래 귀찮았던 것이다.
그리고 재운은 천일에게 마왕을 구하면 한번 붙자는 말을 했다.
“그래, 이번 일 끝나면.”
천일은 귀찮다는 식이었다.
“그러는 너야말로 어떻게 된 것이냐? 소란스럽게 이렇게 변했다, 저렇게 변했다 하지 않았느냐.”
베베가 화제를 바꾸었다.
“별거 아냐. 착각을 바로 잡았더니 검의가 손에 잡혔다라고 하면 될까?”
천일 역시 두루뭉술이었다.
“그것참, 요령부득의 답변이구나.”
베베가 머리를 흔들었다.
“마왕이 있는 곳에 가면 보여 줄게. 지금은 안 돼.”
천일은 마왕이 있는 곳에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기에 지금은 힘을 아껴야 한다 생각하고 있었다.
“뜻대로 하거라. 닦달해서 보고 싶은 마음은 없느니라.”
베베는 쿨했다.
“그런데 진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대지의 밑에 감돌고 있던 어둠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그렇다고 마왕의 힘이 강해지는 것 같지도 않고. 불길해.”
천일이 중얼거렸다.
“차나 마시거라.”
베베는 어느새 오후의 티타임을 위한 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주변은 소란스럽게 지형이 바뀌며 괴물들이 사방으로 날았다. 지형을 뒤바꾸는 그놈은 일반 등급의 괴물들이 어찌 되든 상관하지 않았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은 뭐하는 거지? 이만한 사태면 그들이 나서도 상관없지 않나.”
천일은 슬쩍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기 너머 어딘가에서 이 상황을 보고 있을 영웅 아세란과 그 부하들을 떠올렸다.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 터지. 그걸 생각하면 최악의 사태는 아닌 것 같다만, 그것보다 더욱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째서인지 모르겠구나.”
베베는 걱정이 가득했다.
어쨌든.
천일들은 그 후 5일이라는 시간을 들여 마왕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덟 개의 수정 기둥, 그리고 중앙에 위치한 마왕. 베베는 그것을 본 순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예상하고 있던 일이 현실이 되었구나. 이를 어쩌면 좋을꼬.”
베베가 중얼거렸다.
“뭔데?”
천일이 물었다.
“인간들이 자주 하는 일이니라. 권좌의 찬탈. 소행자는 틀림없이 로얄블러드 가문의 주인이겠지.”
베베가 답했다.
“권좌의 찬탈? 마왕이라는 직위를 빼앗겼다, 그런 이야기야?”
천일이 물었다.
끄덕.
베베는 말없이 긍정을 표했다.
“그게 가능해?”
천일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신과 계약하여 어둠의 힘을 명목상으로나마 소유한 것은 마왕 가문뿐이었다. 피의 맹세 같은 것으로 누군가가 뒤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한때 몸담았던 로얄블러드 가문은 오랜 시간 마신과 어둠을 분리하고, 어둠을 흡수하는 방안을 연구하였느니라. 그것들 중 대부분은 가주가 머리를 흔들 정도로 리스크가 컸느니라. 어떤 상황이 오면 리스크를 제로로 만드는 것이 가능했지. 하지만 그건…… 그렇구나. 이해했느니라.”
베베는 알 만하다는 얼굴로 천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예상을 말해 주었다.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계속 감시당하고 있었다는 거야?”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
베베는 침묵으로 답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돼?”
천일이 물었다.
“마왕은 포기하거라. 저것의 몸은 마신에게 점령당하고 있을 터. 구한다고 해도 마왕은 아닐 것이야. 마신을 분리하는 방법을 알아내지 못하는 한 의미는 없느니라.”
베베가 답했다.
“이럴 때 소울 이터가 있었다면.”
천일이 중얼거렸다.
소울 이터(Soul Eater). 영혼을 먹는 자, 아니 영혼을 먹는 검.
천일이 전생에 얻은 마검 중에 마검으로, 사용자의 영혼을 먹어 치우는 매우 사악한 검이었다. 천일도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되고 나서야 자유로운 사용이 가능했다.
“소울 이터? 네가 말한 전생과 관련 있는 것이더냐?”
베베가 물었다.
“응. 사용자의 영혼을 먹어 치우는 녀석이야. 그것이 있다면 들려 주는 것만으로 마신을 쫓아내는 것이 가능해. 뭐, 그렇게 편리한 녀석이 아니어서 패널티도 무지막지하지만.”
천일이 답했다.
“패널티?”
“정신이 소유한 힘도 함께 가져가거든. 마신을 흡수하게 되면 어둠의 힘도 함께라는 거지. 그렇게 되면 마왕은 보통의 여자애가 되려나.”
“그건 무리니라. 착각하지 마라. 마왕이 어둠의 힘을 소유한 것이 아니니라, 제어하고 있는 것이니라. 의지로써 의지를 제압하여 이용한다는 개념이니라. 하지만 그렇구나. 마왕은 분명 마왕이 아니게 되겠지.”
“……!”
“좋은 것이냐?”
“바이벨로나 시티로 가자. 노바 스페이스 연맹 사람들을 만나 봐야겠어.”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우리에게는 체비트라는 게 있지 않더냐.”
“아.”
“하는 김에 팀 저택이 완성되었는지도 물어보거라.”
“응.”
천일이 대답하고는 반지의 기능을 활용하여 체비트를 불렀다.
“이게 누구십니까. 팀장님이 아니십니까. 그렇지 않아도 이쪽에서 연락을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팀 저택의 개조가 끝났습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아세란 님께서 검을 한 자루 맡기셨습니다.”
“검?”
“네, 영상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
“역시 알고 계십니까?”
“그거 이쪽으로 보내 줄 수 있어?”
“무리입니다. 아세란 님께서 말씀하시길, 이건 물체 텔레포테이션이 통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말 그대로더군요. 이건 대체 뭡니까? 아세란 님께서 직접 손대지 말라고 하셔서 만지지는 않고 있습니다만.”
체비트는 여러 가지로 의문인 모양이었다.
“잘했어. 절대 만지면 안 돼. 만질 때는 간접적으로 만져야 해. 천 같은 걸로 손잡이를 둘둘 말아서.”
천일은 그런 말을 하다 귀찮다는 듯이.
“내가 그쪽으로 갈 수 있을까?”
라고 물었다.
“혼자 오실 생각이십니까?”
“응.”
“알겠습니다.”
체비트가 대답을 했다. 그리고 천일은 사라졌고, 1분도 지나지 않아 천일이 돌아왔다. 손에는 검붉은 검신의 이상한 검이 들려 있었다.
“……!”
베베의 안색이 바뀌었다.
“알겠어?”
천일이 물었다.
“그건 대체, 천명…… 아니, 만 명. 그 이상의 마음이 느껴지는구나.”
베베는 떨고 있었다.
“이게 바로 소울 이터야. 어째서 여기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잘됐지.”
천일은 그렇게 말했지만 조금은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그게 그런 거라면 자신이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태어나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빨리 일을 끝내거라. 역겹구나.”
베베가 한 발 물러났다.
“응. 보고 있으라고.”
천일이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스슥.
천일들의 앞에 노신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로얄블러드 가문의 가주로, 마왕을 봉인한 본인이었다.
“지금 그녀를 풀어 주면 곤란하지.”
“……!”
베베의 안색이 바뀌었다.
“누구냐?”
천일이 소리쳤다.
“허허. 자기소개를 안 했군. 그란체 R 아바레일, 그란체든 로얄블러드든 아바레일이든 편하게 부르도록 하게. 어차피 여기서 죽을게야.”
“죽어?”
“마왕이 명령한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생물체들이여!”
로얄블러드 가문 가주, 이하 그란체는 그런 말을 하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어둠이 몰려들었다. 모든 빛을 삼키고도 남을 정도로 까만 칠흑빛이었다.
우웅.
천일이 왼손을 뻗었다. 그러자 오색 빛깔 찬란한 광체가 모여들었다. 그것은 곧 검의 형태로 바뀌었고, 천일이 손을 휘둘렀다.
오색무상 빛살검!
천일의 전투 능력이 1갤런인 것은 측정 기계가 잘못되어서가 아니다. 기계는 정상이었고, 측정도 올발랐다. 문제는 천일의 전투 방식과 새롭게 얻은 몸의 특성에 있었다.
“강적이었나?”
그란체가 중얼거리며 왼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어둠이 방패의 형태가 되어 오색무상 빛살검에 대항했다.
파직, 콰드득.
스파크가 튀며 굉음이 울렸다.
“막아 냈다?”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이 정도로 놀라지 말게나.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네. 지금부터 천천히 밤의 권능이라는 것을 보여 주도록 하겠네.”
그란체가 그런 말을 하자, 주변이 밤으로 바뀌었다.
“베베! 물러나.”
천일이 소리쳤다.
“이길 수 있는 것이냐?”
베베가 물었다.
“응. 문제없어.”
천일이 답했다.
“그렇다면 알겠느니라. 본녀는 근육 바보나 돕도록 하지.”
베베는 그런 말을 하며 빠르게 전장을 이탈했다. 그리고 천일은 소울 이터를 근처의 지면에 꽂아 두었다.
“나를 이길 수 있다고 했느냐? 애송이.”
그란체가 물었다.
“쫓아 버리는 것 정도라면 충분히.”
천일은 죽인다가 아닌, 쫓아 버린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크하하. 광오하구나. 그 말 책임질 수 있을지 보고 싶구나.”
그란체는 그런 말을 하며 사라졌다.
“그랜드 소드, 멸(滅)!”
천일이 소리쳤다. 그리고 천일은 검 한 번 휘두르지 않았지만, 주변에 수많은 선이 생겼다. 하나하나가 나이트 소드, 제로 검식이었다.
―과연 대단하구나. 인간의 한계에 도달한 자였던가? 하지만.―
그란체의 의지가 울렸다.
“그랜드 소드, 햇무리 천하빛살!”
천일이 소리쳤다.
그랜드 소드 계열의 검식은 천일이 그랜드 소드 마스터일 때 사용했던 기술이었고, 햇무리 천하빛살은 빛살검리에 속해 있는 검식이었다. 두 개는 본래 서로 함께 사용될 수 없는 이치로써 구축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둠을 살라다오. 어둠을 살라다오…….―
그것을 넘었기에 천일은 곧 영웅이 되거나, 혹은 이미 도달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할 수 있었다.
쐐애액.
마에 대해 절대 파멸의 권능을 가진 햇무리 천하빛살이 작동하고 있는데도 그란체는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천일을 향해 달려들었다.
쩡.
천일이 어둠으로 만들어진 쐐기에 꿰뚫렸다.
팟.
천일이 사라졌다. 어둠으로 만들어진 쐐기에 꿰뚫린 것처럼 보인 것은 잔상이었다. 천일은 햇무리 천하빛살을 사용함과 동시에 이쪽에도 없고, 저쪽에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영웅 네아가 말했던 재현의 힘. 그러니까 검식 자체에 동화되어 적의 강함을 고정시키고, 자신은 언제나 폭군으로써 군림하는 것. 지금이 그 상태였다.
치이익.
그란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몸 전신에서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태양에 타들어 가는 어둠 그 자체였다.
“미리 싹을 잘라 두어야 했던 게로구나.”
그란체가 중얼거렸다.
번쩍.
섬광이 있었다. 오색무상 빛살검을 손에 쥔 천일이 그란체의 앞에 서 있었다. 그란체는 오색무상 빛살검에 반으로 쪼개져 있었다.
천일은 네아가 우려했던 현상으로써 승화되는 일이 없이 현상을 발아래 두고, 그것을 지배하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스윽.
하늘에서, 땅에서 빛살이 솟구치고, 쏟아지는 중에 그란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잔재주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그란체가 중얼거렸다. 마신을 잘라 내고, 그 토대가 되는 힘을 흡수한 그 역시 천일과 유사한, 아니 그 이상의 힘을 소유하고 있는 상태였다.
“쳇.”
천일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색무상 빛살검을 휘두르는 그 손에는 확실하게 감촉이 남아 있었다.
“애송이, 어째서 우주인들이 전투 능력 ‘갤런’에 집착하는 줄 아는가?”
그란체가 물었다.
“결국 그게 전부니까.”
천일이 답했다.
“알고 있는 게로구나. 그러면 답은 간단하지. 여기서 죽어라.”
그란체는 단지 말했다. 죽어! 라고.
“쿨럭.”
천일이 피를 토했다. 햇무리 천하빛살이 사라지고, 오색무상 빛살검도 사라졌다. 다리가 풀렸는지 휘청거렸다.
“마왕이 명령한다. 죽거라.”
그란체는 단지 말했다.
“죽으면 되는 것이다. 인간.”
그란체가 다시 한 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