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32
32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2권(7화)
2. 마왕이 명령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들이여(5)
총 3번의 죽어! 라는 공격. 하지만 천일은 피를 3모금 토할 뿐 죽지는 않았다.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 죽을 천일이 아니었다. 천일이 경계를 오가며 이해한 것은 삶과 죽음을 초월한 무언가였다.
“죽지 않는가? 곤란하구나. 허허.”
그란체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말했지? 쫓아 보낼 정도는 된다고.”
천일의 눈빛에 힘이 들어갔다.
“무리하지 말거라. 라이벌의 존재는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 마음이 바뀌었다. 물러간다면 놓아주겠노라. 괘씸한 배신자도, 파릇파릇한 새싹도 꺾이는 일이 없을 테지.”
그란체는 비유적으로 베베와 재운을 봐주겠다는 말을 했다.
척.
천일이 소울 이터를 들었다. 별로 사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소울 이터, 개방! 힘의 현신. 먹어 치워라. 내 앞의 모든 적을!”
천일이 소리쳤다. 하지만 그 언어는 지구상의 그 어떤 언어도 아니었다. 이전의 삶에서 소울 이터를 다루었을 때의 주문이었다.
콰아악.
흠칫.
그란체가 몸을 떨었다. 무언가가 자신의 정신을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천일의 손에 들린 검을 바라보았다.
우적우적.
검에 입이 있었다. 무언가를 잘근잘근 씹는 것처럼 보였다. 천일은 히죽 웃고 있었다.
사실 그란체를 대면했을 때부터 그란체가 얼마나 강한지 느끼고 있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울 이터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네놈! 감히.”
그란체는 크게 화를 내더니 그대로 모습을 감추었다. 소울 이터에게 자신을 먹히기 전에 도망친 것이었다.
소울 이터가 무엇인지 모르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 됐어. 그만 처먹어.”
천일이 귀찮다는 듯 중얼거리며 주먹으로 소울 이터의 검신에 떠오른 입을 한 방 내리쳤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마룡이 소울 이터를 훔쳐 갔을 때,
천일은 마음을 놓았다. 방심하면 소울 이터에게 정신을 먹히곤 했기 때문이었다. 명색이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소울 이터의 주인이었으므로 완전히 먹히는 일은 있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불쾌하고 싫은 일이었다.
꺼억.
검 주제에 트림도 했다.
“곧 좋은 것을 먹여 줄 테니, 조금만 참아.”
천일은 그런 말을 하며 마왕에게 걸음을 옮겼다. 오색무상 빛살검을 한 번 휘둘러 기둥들을 베어 내자 마왕이 땅에 섰다. 동시에 천일은 마왕의 손에 소울 이터를 들려 주었다.
고오오.
소울 이터에서 어둠이 흘러나왔다. 마왕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마신과 그 어둠을 먹어 치우는 중이라는 뜻이었다.
“크아아악! 아. 안 돼!”
마왕이 소리쳤다.
하지만 목소리는 마왕의 것이 아니었다.
“그냥 먹혀. 귀찮게 하지 마.”
천일은 그런 말을 하고는 이제 소울 이터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했다. 저건 사용해도 좋은 검이 아니었다. 우주라는 존재를 몰랐을 때라면 어쩔 수 없이 가지고 다녔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우주 공간에 버려 버리자, 라는 생각을 할 정도는 되었다.
―이거 좋구나.―
소울 이터가 말했다.
“……!”
천일의 안색이 변했다.
―고맙구나, 인간. 이 육체가 마음에 드는구나. 이 안에 존재하는 절망과 어둠. 나는 마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평등한 죽음을 내려 주는 절대의 존재. 지금은 물러가마.―
팟.
소울 이터가 사라졌다.
“농…… 농담이지?”
천일은 자신도 모르게 절규를 토했다. 마왕을 구한 것은 좋은데, 소울 이터로 옮겨진 마신이 소울 이터를 지배하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털썩.
마왕이 쓰러졌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성인식을 통해 강제로 성장하였던 육체도 되돌아간 상태였다.
“……!”
천일은 얼굴을 붉히며 마왕을 안아 들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상의를 벗어 마왕에게 입혀 주었다.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3. 마왕이 마왕이어도 외계인은 외계인(1)
팀 저택, 중세 서양 느낌의 대저택.
아이보리색 벽돌이 엮여져 장엄하고 근사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어떻게 봐도 일개 팀에게 주어지는 저택으로는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마음에 드십니까? 앞으로 두 번 정도 더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게 되면 여러 가지 부가 시설을 세울 수가 있지요.”
체비트가 옆에서 설명을 했다.
“그보다 옷을 좀 준비해 줄 수 있을까?”
천일은 마왕을 안아 들고 있었다. 마왕은 여전히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죽을 지경에 처했다면 병원으로 이송되었을 터였다.
위험한 상태는 아니라는 소리.
“이거 왜 이러십니까. 저는 어디까지나 저택에 붙어 있는 연구소를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일은 오토로봇에게 맡기셔야죠.”
체비트가 너스레를 떨었다.
“옷은 준비되어 있어?”
천일이 물었다.
“옷이 준비되어 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옷 같은 것은 하우스 메이드가 만드는 것 아닙니까. 준비된 옷이 없다면, 로셀라 양에게 말하면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체비트가 답했다.
“로셀라?”
천일은 의아했다.
“거 말이 많구나. 됐느니라. 마왕은 이리 주고, 너는 수다나 떨거라. 여러 가지로 알아야 할 것이 있는 것 같구나.”
옆에서 보다 못한 베베가 말했다.
“응? 아, 응.”
약간 떨떠름한 반응을 보인 천일은 베베에게 마왕을 내밀었다. 우아하게 양산을 들고 있던 베베는 휘릭 하고 양산을 접은 뒤 마왕을 받았다. 지금의 마왕은 키 150 정도의 작고 사랑스러운 소녀였다.
원래의 키에서 20cm가 넘게 줄어들어 있었다.
‘조금 아쉬운데. 할 수 없나. 쩝.’
천일은 양팔을 짓누르고 있던 기분 좋은 묵직함이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에 잠깐 애도를 표하고는 체비트를 바라보았다.
“로셀라가 누구야?”
라고 물으면서.
“울란드 뱅크에서 파견된 직원입죠. 오토로봇 같은 것이 아니라…… 음, 놀고 있는 사령관이라고 하면 될까요.”
체비트가 모호한 반응을 보였다.
“사령관?”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원래…….”
체비트가 뭐라고 말을 하려던 참이었다. 그 뒤에서 헛기침 소리가 울렸다. 금색 단발, 정확하게 묘사하자면 보브컷이었고, 제복 같은 것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이마에 하나의 눈이 더 있었다.
모르멘탈 행성인.
노바 스페이스 연맹 4대 세력 중 하나인 모르멘탈 행성의 주민으로, 초감각이나 염동력 중 하나를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생물체였다. 가끔 둘 다 사용할 수 있는 개체도 있고, 사용할 수 없는 개체도 있으며 예외에 속하는 존재도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울란드 뱅크의 부행장 역을 맡고 있는 예비 사령관 로셀라 비 아르체코프 데쉬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저를 로셀라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본디 경칭의 사용을 권유해야 마땅하나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이니 편하게 로셀라라고 불러 주십시오.”
로셀라가 말했다.
인사? 자기소개? 천일은 경칭의 사용을 권유해야 마땅하나, 라는 부분에서 잠깐 당황했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편하게 불러도 된다고 하니까 말이다.
“와, 미인이다! 로셀라? 로셀라라고 했지? 앞으로 잘 지내 보자!”
곁에 있는 재운이 눈알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고 있었다. 기뻐하고 있었다, 라는 표현이 맞을 터였다.
“그쪽 지구인에게는 경칭의 생략을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경칭을 붙여 주십시오. 당신 따위에게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이 로셀라 비 아르체코프 데쉬는 타락하지 않습니다.”
딱 잘라서, 콕 짚어서 재운에게 면박을 주는 로셀라였다.
“호오. 이거야 놀랍군요. 자자,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재운 님, 이쪽으로 저를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검사를 하고 싶습니다. 협조해 주신다면 배틀 포인트 50만을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거기 계신 천일 님도, 앞서 사라진 베베 님과 마왕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배틀 포인트 50만! 그것을 단지 검사 한 번으로!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재운은 ‘진짜! 아싸! 신난다!’라며 체비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
천일은 눈을 가늘게 뜨며 ‘단순해서 좋겠다.’라고 속으로 중얼거려 주었다. 물론 로셀라의 말에 발끈해서 재운이 날뛴다는 결말을 피하게 해 준 체비트에게도 살짝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다짜고짜 죄송합니다만 저와 한 수 겨루어 주실 수 있습니까?”
로셀라가 물었다.
“지금?”
천일은 내키지 않았다. 로얄블러드 가문의 가주와 싸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만전의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외계인은 겉으로 보는 것 이상의 강함을 가지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지금이 적당합니다.”
로셀라는 물러나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뭐.”
천일은 내키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로셀라는 특수 필드 결투 존을 생성하였다.
‘그러고 보니 로얄블러드 가주라는 자하고 싸울 때는 이거 설치하지 않았었는데. 그래도 싸울 수 있었네. 일반 필드에서 지구인들끼리 싸우면 안 되는 것 아니었나? 아니, 잠깐. 그러고 보니 데블런이라는 흡혈귀와 싸울 때도 사용하지 않았었지. 어떻게 된 거야?’
천일은 의문이었다.
“미리 말씀드리면 제 전투 능력은 700만 갤런 이상입니다. 1급 사령관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며, 모르멘탈인으로서는 드물게 구현(具現)의 힘을 가지고 있지요. 영웅에 가깝다고 방심하면 다치게 될 겁니다.”
로셀라가 생각해 준다는 식으로 말했다.
“어? 나에 대해 아는 거야? 기계로 재면 전투 능력 1갤런이라고 나오던데.”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갑니다. 하늘에 가득한 1억 개의 별. 슈팅 스타스(Shooting Star’s).”
로셀라는 천일의 의문에 답하지 않고 소리쳤다. 그리고 결투 존의 허공에 무수하게 많은 구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하나가 타오르는 돌덩어리였다.
쏴아아아.
무시무시한 기세로 돌덩어리들이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천일은 옷자락 하나 상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교묘한 움직임으로 피해 내고 있었던 것이다.
“중력 강화! ESP 충격파!”
로셀라는 이것이 대련임을 생각하고 있는지 입으로 기술명을 외쳤다.
고오오오.
천일을 중심으로 반경 10m 정도의 중력이 10배로 증가하였다. 그에 따라 유성우의 떨어지는 속도가 가속하고, 이해할 수 없는 강력한 충격파가 그 전체를 덮쳤다.
“읔.”
천일이 신음을 터트렸다. 중력이 급격히 강해진다거나 아무런 징조 없이 갑자기 충격파가 발생한다거나 하는 일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뉴클리어 콜퍼스(Nuclear Collapse)!”
쉽게 말해 원자 붕괴다. 원자를 붕괴시켜서 폭발을 일으키는 것.
비슷한 것으로는 원자 폭탄이랄까. 외계인인데다 사령관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잘도 그런 것을 사용했다.
팟.
천일이 모습을 감추었다. 정확히는 통상 공간을 살짝 비틀어 그곳으로 넘어가 버린 것이다. 뉴클리어 콜퍼스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맞아 줘도 될 정도의 기술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느낀 탓이었다.
“공간전이라. 하지만 소용없습니다. 저는.”
로셀라는 그런 말을 하더니 눈을 부릅떴다. 두 개의 눈과 이마의 눈, 총 세 개의 눈알에 핏발이 섰다.
파지직.
로셀라의 주변에 스파크가 튀었다. 공간을 비틀어 그 이면에서 움직이던 천일은 위험을 감지하고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타겟 록 온. 어비스 그랑데 그랏슈 소환. 신경 제어 동화.”
로셀라의 주변에서 다연장 로켓포 같은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9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정사각형 모양의 것으로, 양쪽 다리 바깥쪽에 4개, 어깨 위에 4개, 머리 주변에 3개…… 총 11개였다. 구멍의 수는 99개.
“……!”
천일은 그저 놀라기만 했다.
“발사!”
로셀라의 외침을 시작으로 99개의 미사일이 천일을 향했다. 하나같이 전부 실전용으로, 연습용이나 대련 시에 쓰이는 탄환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