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34
34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2권(9화)
3. 마왕이 마왕이어도 외계인은 외계인(3)
로얄블러드 가문의 가주 그란체에게 마왕으로서의 힘을 빼앗기는 것도 보았다. 천일이 자신을 구한 것도, 천일과 로얄블러드 가문의 가주 그란체의 가공할 싸움도 함께.
“꼴을 보아하니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게로구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외계인들이 나타났을 때부터 마왕이라는 역할은 의미를 잃기 시작했느니라.”
베베가 말했다.
“나는……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인가?”
마왕이 중얼거렸다.
“앞으로는 그저 한 명의 여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떠하겠느냐. 너를 원하는 남자가 있느니라. 네 나이는 어리나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는 않을 터. 그는 마왕 이상의 존재가 될 것이니라. 가치가 있을 것이야.”
베베는 침착했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는 투였다.
“아니다. 베베, 너의 말은 틀렸다.”
마왕이 말했다.
“무슨 뜻이더냐? 내가 틀렸다 하니 그 이유를 말해 보거라.”
베베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게 결혼을 강요한 것은 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였다고는 하나 마왕이 한 일이다. 마왕이 아닌 나는 그에게 남편의 역할을 강요할 수가 없다. 그의 아내가 될 자격이 있는지도 미지수. 그를 붙잡아 둘 그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지. 그는 자유다. 우리는 인간들이 말하는 키스라는 것도 하지 않았다. 문제없다.”
마왕은 객관적이었다.
“싫다는 것이냐?”
베베가 툭 하고 물었다.
“…….”
마왕은 답하지 않았다.
“운명이라는 단어를 믿느냐?”
베베가 화제를 바꾸었다.
“의미 없다. 운명을 거부하는 것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하더라도 인간은 그것을 거부할 수 있다.”
“내가 묻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니라, 너 자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묻는 것이다. 그가 너를 마왕이 아니게 되어서 거부한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볼 일이지. 미리 걱정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게냐. 인생은…… 너나 그나 나에게는 인생이라고 해도 보통 사람보다 길 것이나, 행복은 찰나에 피고 지는 꽃 같은 것이니라. 그 순간이라도 좋으니 잡아야 하는 것이 도리. 그것을 미리 걱정하여 내칠 이유는 없느니라.”
“…….”
“차분히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렇지 않으면 이 내가 도전하는 수도 있느니라. 12살 소녀의 몸으로. 그가 나를 받아들인다고 하면 그는 사람들에게 변태로 몰리겠지. 그런 결과라도 상관없다고 한다면 더는 말하지 않겠느니라. 어찌하겠느냐.”
“나, 나는…… 나는.”
마왕은 무어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거라. 좋을 대로 하면 되느니라. 네가 그에게 선택받지 못한다고 해도 네가 그를 사랑하는 일이 죄가 되지는 않느니라.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시시한 일로 이러쿵저러쿵 고민하다 일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후회를 만드는 것보다 그 편이 낫다고 생각하느니라.”
“너는…… 혹시 그를 좋아하나?”
“농담하지 마라. 그런 감정이 다른 사람도 아닌 이 나에게 있을 것 같으냐? 어림도 없는 소리.”
베베는 즉답으로 부정했다.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했나?”
마왕은 알고 싶었다.
“네 마음을 흔들어 놓기 위해서니라. 흔들리지 않으면, 본심은 드러나지 않는 법. 자신의 마음속 일이라고 자신이 전부 아는 것은 극히 드무니라. 후회를 만들지 말라는 소리니라. 나는 지금의 삶이 싫지 않으니. 본녀는 그저 조금 더 이 꿈을 지키고 싶을 뿐이구나.”
“꿈?”
“일상의 평온 말이니라. 본녀가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지는 않을 터. 모르겠다면 떠올려 보거라. 네 과거를.”
“…….”
“자, 화제를 바꾸지. 옷 말이다. 어찌하겠느냐. 내 취향이라도 괜찮다면 검은색의 고스로리 드레스가 있느니라.”
“거절한다!”
마왕이 소리쳤다.
“좋지 않느냐. 본녀가 언니가 되어 주도록 하지. 너는 옆에서 차나 따르거라.”
“거절한다!”
“마왕의 권능을 잃어버린 너에게 무슨 힘이 있다는 것이냐. 고생할 것 없느니라. 구경만 하고 있으면 널 선택한 남자가 모든 것을 전부 해 줄 것이야. 편하지 않느냐.”
“거절한다!”
“거절한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겠다만 어찌하겠다는 거냐. 싸우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지금의 너로? 천일은 마왕의 권능을 빼앗은 그란체를 쫓아 버릴 정도로 강해졌느니라. 조만간 영웅 등급에도 오르겠지. 더 이상 네가 나설 자리는 없느니라.”
베베는 잔인했다.
“거절한다! 그런 삶을 살 바에야 지금 이 자리에서 죽어 버리겠다.”
마왕은 진심이었다.
“갸륵하구나.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찌 더 권할까. 더는 참견하지 않겠느니라. 하지만 지금은 일단 검은색 고스로리 드레스라도 입거라. 알몸으로 돌아다닐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베베는 슬쩍 화제를 원점으로 돌리고는 히죽하고 웃었다.
“크으윽!”
마왕이 분한 듯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도 지금은 그거라도 필요 했다.
베베는 몸에 맞지도 않는 검은색 고스로리 드레스를 입은 마왕을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훑어보고는.
“그림이 되는구나. 좋다. 구경 값으로 나의 배틀 포인트를 넘겨주도록 하지. 그걸로 네 몸에 맞는 옷을 사도록 하거라. 울란드 뱅크 지부인가 하는 건물에 가면 주문할 수 있을 것이야. 하우스 메이드에게 위치를 물어보면 안내해 줄 것이니라.”
베베는 살짝 짓궂은 면이 있었다.
“이 모욕은 조만간 갚겠다.”
마왕이 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좋을 대로 하거라. 기대되는구나. 나에게 어떤 옷을 입힐지. 부디, 치욕스럽게 매력적인 것으로 부탁해 두지.”
베베는 그것마저 즐기고 있었다.
천일은 재운과 함께 체비트의 연구소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체비트가 배틀 포인트를 미끼로 여러 가지 검사, 이를테면 피검사―뇌파검사 같은 것을 하자고 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상당한 배틀 포인트와 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먼저 전투 능력에 관한 것이 있었다.
천일은 여전히 1갤런이고, 재운은 5천 갤런으로 나왔다. 둘의 실제 전투 능력을 보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체비트는 기계가 고장 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대신 기묘한 개념을 꺼내 놓았다.
내재적 강함과 기교적 강함, 그리고 뭐더라, 에너지의 보유량이던가.
천일은 체비트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천일은 강해지긴 했지만 사실 육체가 강해진 것은 아니었다.
육체는 보통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익스퍼트,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로 이어지는 자들에게 있어 생명보다 소중한 마나 써클이 완전히 소멸되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정신의 힘이 강해지고, 육체의 에너지 소비 시스템, 그러니까 신진대사가 파격적인 형태로 바뀌어 버렸다.
기존에 빛살검을 사용하기 위해서 100이란 마나를 소비했다면, 지금은 0.01 정도만 소비하면 빛살검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라는 느낌이었다.
이는 천일이 자신의 힘이 아닌 외부의 힘을 이용한다는 뜻이었다.
재운은 천일과는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지금까지의 재운은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총량이 얼마가 되던, 주먹에 실을 수 있는 힘은 10 정도에 불과했다. 강한데 강하지 못하다, 라는 느낌이었다. 그게 바뀌어서 1천이라는 에너지를 전부 사용하여 최대 충격을 줄 수 있는 형태로 바뀌었다.
한쪽은 효율의 극치고, 한쪽은 위력의 극대화다. 그럼에도 재운의 전투 능력이 기존보다 떨어진 것은 재운 역시 신진대사 시스템이 큰 폭으로 변화하였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설명하자면.
이전의 재운이 가지고 있던 에너지가 1만이었다고 가정하자. 전에는 그것의 대부분을 그저 보관하고 있었다.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양만큼만 꺼내 쓸 수 있었다. 지금은 그 1만 중 8천 정도가 늘 신체에 공급이 되어 극상의 상태를 유지하게 하고, 그 대신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2천 정도로 줄었다, 라는 거다.
대신 한 번에 그 2천을 모두 쏟아 낼 수 있으니 실질적으로는 강해진 것이다.
그래도 저래도 어찌 되었든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1천만 갤런의 전투 능력을 요구했다.
“그래도 너무 놀라실 것은 없습니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여러분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아틀란티스 월드 전체에서 보고되고 있어요. 그래서 전체 회의가 열리긴 했습니다만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체비트가 설명을 했다.
“한 가지 의문이 있어. 혹시 그란체라는 자 알아? 로얄블러드 가문 가주인데 말이야. 그자 나보다 강하거든. 그자가 영웅 등급인가 싶어서.”
천일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건 아닙니다. 천일 님과 그자의 전투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그란체라는 자 역시 천일 님과 비슷한 방식입니다. 그자 자신이 가진 전투 능력은 450만 갤런. 나머지는 외부에서 끌어오는 에너지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자가 소유할 수 있는 전투 능력은 아무리 많아도 500만 갤런. 거기가 한계입니다. 실질적인 전투 능력은 논외구요.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전투 능력 ‘갤런’에 집중하는 이유는 싸움을 얼마나 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문제는 궁극적인 한 방의 위력이 어느 정도냐는 부분입니다. 자료를 보셨으니 아셨겠지만, 프로페스들은 항성이나 행성을 그들의 입맛에 맞추어 개조하여 우주선으로 삼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걸 때려 부술 수 없으면 이야기 자체가 되질 않죠. 더구나 지구인 여러분들은 우주 공간에서의 싸움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계십니다. 우주 공간에는 여러분들이 사용하는 에너지원이 될 만한 것이 없습니다. 아예 없어요. 호흡도 못합니다. 어떻게 싸우시겠습니까? 사실 그 부분은 저희들도 마찬가지라 어비스를 장착하고 나서기는 합니다. 하지만…… 아주 솔직히 말씀드리죠. 천일 님, 우주 공간에서도 외부의 힘을 끌어들여 기술을 사용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즉, 행성 외 전투를 생각하면 여러분들의 승률은 제로라는 뜻입니다. 반면 프로페스는 그들의 모함이 이 항성계 근처에만 와도 이 항성계의 질서 자체가 달라집니다. 행성의 궤도가 바뀌는 것은 양반이고, 본래 궤도를 이탈하여 저기 먼 곳으로 날아갈 수도 있어요. 그 부분은 이야기가 되질 않는 겁니다.”
체비트가 친절하게 잔혹한 내용을 알려 주었다.
“결국 마나 써클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거네.”
천일이 중얼거렸다.
“나는? 나는!”
재운 역시 소리쳤다.
“재운 님은 할 일이 없으시다면…… 음. 아, 그러고 보니 이상한 이야기가 있더군요. 지구인들 사이에서 배틀 포인트 내기 결투가 성황 중이라고 합니다. 한 번 가셔서 많은 사람들과 결투를 해 보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배틀 포인트는 충분히 가지고 계실 테니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다 잃으면 아시죠? 검사와 실험. 참여해 주시면 합당한 보상을 지급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체비트가 말했다.
“오오. 그거 좋다! 한다! 하겠어!”
재운은 좋단다.
“그럼 일단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 팀에는 아틀란티스 월드 전역을 돌아다닐 수 있는 특수 통행증 발급 신청을 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유의하세요. 여러분들과 같은 비슷한 변화를 거친 존재가 많지는 않지만, 있습니다. 그들의 전투 능력은 실제 전투 능력보다 낮은 것이 특징으로, 대부분 어떤 특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운 님의 육체 같은 것 말입니다.”
“아자!”
“좋습니까?”
“지금 당장 보내 줘!”
“그렇게 서두르지 마시고. 준비가 필요하니 며칠 정도는 여유롭게 지내 주세요. 그리고 천일 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으니 잠시만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을까요?”
체비트는 노골적으로 재운에게 자리 좀 비켜 달라는 말을 했다.
“응. 괜찮은데. 재운아, 넌 좀 나가 있어라.”
천일이 체비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재운이 퇴장.
둘만 남게 되자 체비트는 마신에 관한 놀라운 비밀과 현재 소울 이터의 상태와 위치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내가 잘 이해가 안 되서 그러는데, 마신이라는 게 그러니까 노바 스페이스 연맹 소속 영웅의 시체 같은 거라고 말한 거야?”
천일이 물었다.
“옳게 이해하셨습니다. 사실 저희도 그게 그자의 마음이었다는 것은 지구에 와서 그것의 존재를 발견한 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보통의 인간이 그것을 제어하거나 지배하는 것은 불가능이라는 뜻입니다. 시스템 자체도 마찬가집니다. 지구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지각 밑에 영웅의 힘과 능력, 사념을 봉인하고, 그것의 일부만을 끌어 올려 어둠의 진영에 속한 자들에게 은총을 내린다니 말입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노바 스페이스 연맹 기록으로 보면 블디 행성 출신의 영웅 가이르디슈 님뿐이죠.”
“가이르디슈? 남자? 여자?”
“굳이 말하자면 중성…… 이라고 할까요? 블디인은 성별은 물론이고 모습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숨으려고 마음먹는다면 찾을 수가 없죠. 아무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천일 님께서 말씀하신 소울 이터입니다. 그것은 만들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 기술로도 제작 불가능입니다. 부술 수도 없고요. 추측하기로는 아마도 백조 연합 시절에 존재했던 로스트 테크놀러지일 거다, 라는 정도입니다. 복잡하게 생각해도 의미는 없습니다. 영웅 에이슈의 마음은 소울 이터를 벗어날 수 없어요. 거기에서 힘을 쌓아도 행성을 부수거나 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는 거죠. 출력이 제한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체비트가 결론을 냈다.
“하지만 사람을 죽일 수는 있지.”
천일이 딴죽을 걸었다.
“네, 그 점이 문제입니다. 측정 결과 생물이라면 영웅 등급이라고 해도 치명타를 안겨 줄 수 있을 정도의 물건이더군요. 주인의 손에 들려 있을 때 한해서 이야기입니다만. 그래서 이렇게 미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되도록 사용하지 말아 주십사 하고 말입니다.”
“알았어. 그건 나도 동감이야. 그 망할 검을 더 사용하는 것은 나도 싫어.”
“그럼 비밀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저도 이래저래 바빠서. 그리고 지금 이야기, 아직까지는 누구에게도 하지 말아 주세요. 노바 스페이스 연맹 체면이 걸린 문제라서 말이죠. 아세란 님께 들키면 시공간 균열에 던져질 겁니다.”
체비트는 그리 말하며 엄살을 떨었다.
“하하. 그럼 그렇게 알고, 이만 갈게.”
천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교차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