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36
36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2권(11화)
3. 마왕이 마왕이어도 외계인은 외계인(5)
그래서 정작 당황한 것은 천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유는 모른다. 전혀 알 수 없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빌고 보자.
천일은 천일대로 또 그런 모양이어서 둘의 숨바꼭질은 주변 사람들의 눈에 거슬리는 염장질 쇼가 되어 버렸다.
재운과 베베.
어비스를 다는 즉시 팀 저택을 떠나 버렸다. 재운은 클라로이나 시티로, 베베는 베베대로 방랑 여행을 떠났다.
“일부러다! 절대 일부러다! 나를 염장질로 죽일 음모인 것이 틀림없다! 이 비겁하고, 치졸하고, 더러운 자식! 두고 봐라. 보란 듯이 여자친구 만들어서 자랑해 줄 테다!”
“일 있으면 부르거라. 도저히 봐 주질 못하겠구나.”
라는 말들을 남겨 놓고는 말이다.
그리고 숨바꼭질은 오늘도 계속되었다.
정말 뭐하는 걸까? 이 바보 커플은 적당히 좀 해라! 누가 좀 말려 줘! 라고 누군가가 외쳐서일까. 영웅 아세란이 등장했다. 그녀는 가뿐하게 천일과 마왕의 뒷덜미를 잡아 한 곳에 앉혀 놓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시시한 일로 놀고 있지 마! 수련해! 수련! 정 걸리적거리면 애라도 만들어 버려.
마왕의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고, 당황한 것은 천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마왕을 대신하여 천일이 대변하듯.
“왜 이래. 다 알면서. 그런 부분은 섬세하고, 예민한 거라고. 아무리 그래도 아직 얘는 어른이 되지도 않았고, 더구나 아이를 가지면 1년은 몸조심해야 하잖아. 시간 없다며.”
라고 항의했다.
“무슨 소리지? 이해할 수가 없군. 누가 원시적인 방법으로 애 만들라고 했나. 아이란 말이다.”
이어지는 아세란의 설교, 그리고 설명.
파랗게 질리는 마왕의 안색.
하얗게 굳어지는 천일의 표정.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 속한 전투 집단은…… 그들이 대개 그렇듯 지구인들이 생각하는 도덕 기준과는 아주 먼 족속들이었다.
머리카락을 넣으면 DNA 유전자를 섞어 아이를 만들어 주는 기계가 있고.
전투에 방해되는 과정, 그러니까 여자가 어머니가 되는 과정 같은 것은 싹둑 잘라서 없애버리면 되는 일.
대충 그런 이야기였다. 천일과 마왕의 얼굴이 나빠지는 것이 매우 당연한 이야기였다.
“더 이상 이상한 일로 시간을 낭비했다가는 강제 시술이다. 그럼 이상!”
아세란은 그리고 가 버렸다.
굳어 있는 두 지구인과 이를 살짝 엿보고 있는 두 명의 원흉, 체비트와 로셀라를 남겨 두고는 말이다.
그리고.
마왕과 천일은 서로 조용히 발을 돌렸다. 아세란 덕분에 서로의 얼굴을 보는 것이 껄끄러워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이대로 같은 짓을 반복할 수는 없었다. 아세란의 엄포 때문이 아니다.
‘역시 대화를 해야 해.’
천일은 발을 돌려 마왕에게 다가갔다.
움찔.
마왕이 어깨를 떨었다.
“괜찮아? 미안. 내가 기분을 상하게 했구나.”
천일이 사과를 했다.
도리도리.
마왕은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
천일은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마왕은 그저 기다리고만 있었다. 마왕에게 좀 더 경험이 있었다면, 하다못해 일반적인 삶의 경험, 그러니까 짝사랑을 해 보았다거나 혹은 그와 유사한 무언가를 해 보았다면 사정은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이 없다 보니 뭐가 안 되는 것이다.
결국.
“넌 마왕이야. 내가 인정해. 마왕의 권능이니 어둠이니 그런 게 다 뭐야. 대통령이 모두를 때려눕힐 수 있어서 대통령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듯. 너 역시 그래.”
라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우와. 제발 누가 좀 말려 줘.
“……!”
마왕의 눈빛이 변했다.
“그리고 이젠 어둠의 진영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옛날 방식을 고수할 수는 없잖아. 시대는 바뀌었어. 노바 스페이스 연맹과의 만남은 이 시험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지구인들의 운명을 크게 바꾸어 놓겠지. 우리에게는 이제 우주가 있어. 전에도 말했지만 어차피 망하는 운명이라면 시원하고 화끈하게 한번 해 보자. 나는 너를 믿어. 너는 내가 인정하는 한 마왕이야.”
때문에 천일도 자신이 뭔 말을 지껄이는지 반은 이해할 수 없어서 넋이 빠져 있을 정도였다.
“내가 마왕?”
마왕이 중얼거렸다.
“응.”
“모두를 대표하라는 소리입니까?”
“응?”
“알겠습니다. 그런 수가 있었군요. 후후.”
“…….”
“당신이 있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나는 이제 두 번 다시 마왕의 권능을 얻을 수 없겠지만, 그들 모두를 제압하고 그 위에 군림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반드시 그렇게 되어 당신을 진왕으로 섬기겠습니다.”
일이 커지고 말았다.
“으, 응.”
천일은 겉으로는 대답을 했지만 속으로는 ‘이거 수습……할 수 있을까? 영웅이 된다고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 대체…… 이게 무슨. 뭐냐고!’라며 절규했다.
한쪽에는 절망이.
한쪽에는 희망이.
수일 후, 마왕은 어째서인지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키는 170이 넘고, 스타일은 좋지만 갑옷을 풀세트로 입은 탓에 그저 위풍당당한 모습 말이다.
“…….”
천일은 머리가 아파 왔지만 이것도 업보려니 하고 포기했다.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다만 걸리는 점은 소녀였던 마왕의 육체가 어째서 어른의 것으로 변했냐는 것이다.
마왕님 말씀하시길.
“마왕에게 불가능한 것은 없습니다. 나는 지구상의 모든 마를 제압하고 그 위에 군림할 존재. 절반은 인간이지만, 나머지는 온갖 어둠으로 만들어진 혼혈입니다. 인간의 상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이라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들으시겠습니까?”
라고.
입으로는 들으시겠습니까? 라고 하지만 눈매와 안색은 굳어 있었다.
“괘, 괜찮아. 무리해서 듣고 싶은 생각은 없어.”
천일이 한발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현명한 판단입니다. 하지만 때가 되어 지구상의 모든 어둠을 발아래 두고 호령하는 그날, 맹세컨대 당신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어떤 비밀도 없이 당신을 진왕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당신만을.”
여러 가지로 오해가 있는 모양이지만…… 마왕은 마왕이었다.
4. 시간의 흐름이 명성을 만들고(1)
약 3년, 중학교든 고등학교든 입학해서 졸업하기에 충분한 세월.
이렇게 이야기를 해도 천일이 아틀란티스 월드에 오고, 바깥세상은 6개월도 지나지 않았다. 어쨌든 세월은 모래시계를 넘어 오늘도 지평선 저쪽으로 향한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은 프로페스의 선봉을 훌륭한 기세로 꺾고 대치 중.
전투는 소강상태.
천일과 재운은 성인의 육체를 가지게 되었다. 그들이 아틀란티스 월드에서 나이를 먹었다고는 해도 사회적으로는 아직 17세, 곧 18세가 되겠지만 겨우 그 정도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아틀란티스 월드는 계속해서 지구인들의 도전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클라로이나 시티.
중앙대륙 4대 도시 중 하나로, 오넬피 대륙으로 갈 수 있는 게이트 포트가 있는 곳이었다. 오넬피 대륙은 노바 스페이스 연맹을 주름잡는 4대 행성 중 하나인 오넬피 행성의 문명과 환경을 재현한 곳으로, 그곳에 대해 사람들은 하나같이 가면 반드시 죽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그 말을 소홀히 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오늘도 도망치는 사람들과 도전하는 사람들로 클라로이나 시티는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오넬피 대륙으로 향하는 게이트 포트가 있는 만큼 클라로이나 시티 주변에는 그에 걸맞은 괴물들이 출몰하였다. 평균 전투 능력은 일반 등급 괴물이라도 5만 갤런이 넘었고, 부여되는 퀘스트는 막대한 배틀 포인트와 좋은 장비를 보상으로 걸고 있었다.
클라로이나 시티 세이프 존에는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특수한 물건을 파는 상점들이 있었다.
어비스, 전투 보조 오토로봇, 봉인 장신구 등이 그것들이었는데, 하나같이 비쌌다. 그러다 보니 내기 결투라는 것이 성황이었다.
누구든 다 덤벼! 이기면 100만 배틀 포인트 준다!
상당히 도발적인 문구가 적힌 간판이 있었다. 그 옆에는 지쳤다는 듯 한숨을 쉬는 청년 하나가 있었다.
재운이었다.
그가 처음 올 때만 해도 덤비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너 같은 것은 오넬피 대륙으로 가 버려!’라거나 ‘저, 실례합니다. 사실 배틀 포인트가 필요해서 그러는데 잠깐 저희들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라거나…… 접근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보고, 저렇게 봐도 결투는 신청하지 않았다.
전투 능력 69만 8천 갤런.
여기에 올 때만 해도 재운의 전투 능력은 5천 갤런에 불과했는데, 결투를 거듭하며 성장하여 70만 가까운 전투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물론 노바 스페이스 연맹 전투 능력 측정기의 데이터로, 실제와는 거리가 아주 멀었다.
옥신각신.
“저, 실례합니다. 클라로이나의 철권님이십니까?”
어떻게 봐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 하나가 재운에게 말을 걸었다.
“앙?”
재운이 인상을 쓰며 청년을 바라보았다.
“맞다면 결투를 신청하고 싶습니다.”
청년이 그런 말을 하며 주먹을 내밀었다. 정확히는 주먹이 아닌 반지다. 재운에게 결투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10만 배틀 포인트를 지급해야 한다는 룰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받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결투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항의에 가격이 책정되었다.
“오오! 좋다! 상대해 주지!”
재운이 일어났다.
배틀 포인트의 교환이 끝나고, 특수 필드 결투 존의 생성.
“저는 강합니다. 당신을 꺾고 클라로이나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라는 명예를 빼앗고 말겠습니다!”
청년이 소리쳤다.
철컥.
뽑아 든 두 자루의 총.
웬 총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노바 스페이스 연맹은 총도 무기로 인정했다. 물론 규격이 있어 개조는 허용하지 않았다.
타타타탕.
두 자루의 권총이 춤을 추며 불을 뿜었다. 보기에는 그저 탄환으로 보이지만, 거기에는 사수의 염(念)이 담겨 있었다.
염이라 하면 마음이고,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기(氣)나 마나와 비슷한 에너지였다. 방식은 전혀 다르지만 맞으면 단지 구멍이 뚫리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았다.
“맞아 주마!”
재운이 소리쳤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지만, 아틀란티스 월드에서 지구인끼리 대결을 할 때 총은 타격 무기로 간주되어 절대로 피부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관통력이 충격으로 바뀌기 때문에 맞아 주기에는 위력이 너무 강한 무기였다.
뭐, 그 정도에 졌다면 재운은 분명 클라로이나의 철권이라는 별명을 얻을 수 없을 터였다.
피식.
그러나 청년은 웃었다. 청년의 탄환은 적의 발을 묶는 염을 담은 것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해 존재하고 있었다.
“끝입니다. 이것으로 마무리를!”
청년이 물러나며 재운의 이마를 향해 정조준했다. 그리고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최대 기술을 시전했다.
쾅.
한 발의 총탄.
평범해 보이는 사격이지만, 총알은 총구를 튀어나오면서 크게 변화했다. 직경 3m! 무시무시한 대형 총탄이 대기를 가르며 재운을 향했다.
“드래곤 멱살 찌르기!”
재운의 주먹은 호랑이를 넘어 거인을 거쳐 드래곤을 날려 버리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물론 재운 자신이 이름을 붙인 것이다.
콰직.
드래곤 멱살 찌르기는 청년의 초거대 탄환을 분쇄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재운의 몸은 청년이 앞서 발사한 탄환의 힘, 검녹색의 진뜩한 무언가로 봉쇄되어 있는 상태였지만, 재운은 힘으로 그것을 무시했다.
“……!”
청년의 눈이 커졌다.
“질풍!”
재운이 땅을 박찬다. 그러고는 소리를 뛰어넘는 속도로 이동하여 평범하게 다리 후리기를 했다.
휘릭.
청년의 몸이 뒤집힌다.
“금강(金剛)―천둥주먹.”
재운의 신기술.
재운이 3년간 클라로이나에서 결투 내기를 하며 모두를 이긴 것은 아니었다. 3번 정도 패배한 적이 있었다. 그들 중 하나는 재운에게 무예를 가르쳐 준 사람으로, 제자의 성장을 기뻐하며 더 높은 경지와 기술에 대해 알려 주었다.
쾅!
굉음이 울리고, 청년의 몸이 허공을 날아 한 줌 빛이 되었다. 재운의 일격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그러게 내 뭐라고 했느냐. 이길 수 없다고 했거늘. 자만심은 언제나 화를 부르니라.”
재운의 귀를 때리는 익숙한 목소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