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37
37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2권(12화)
4. 시간의 흐름이 명성을 만들고(2)
특수 필트 전투 존의 해제.
베베가 있었다. 그녀는 3년간 중앙대륙을 돌며 괴물들을 때려잡았다. 프리패스라고 하는 통행권이 있어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그녀 역시 강해지고자 하여 그런 수고를 하였다.
“오랜만이구나. 근육 바보.”
베베가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로리 흡혈귀!”
재운이 소리쳤다.
“본녀를 부를 때는 베리도넬 님이라고 부르라 하지 않았더냐. 입조심하거라. 다치느니라.”
“네가 먼저 근육 바보라고 했다!”
“일일이 소리 지르지 말거라. 그러니 본녀가 근육 바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겠느냐.”
“호오. 한판 뜨자는 거라면 얼마든지 받아 주마! 덤벼라! 로리 흡혈귀.”
“병원 신세 좀 지고 싶은 것이더냐? 3년 만이라 실력을 좀 보고 싶기는 하지만, 그건 너무 무모하니라. 본녀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 지금의 너로는 전투 능력 180만에 달하는 본녀를 이길 수는 없느니라.”
“그깟 숫자 따위! 나는 300만도 이겨 봤단 말이다!”
“300만. 훗.”
“……!”
“좋다. 한번 겨루어 보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그전에 괜찮은 것이냐? 너는 지금 만전의 상태라 할 수 없느니라.”
“헹. 저 정도 식후 운동거리도 안 돼.”
“그리 말한다면 좋구나. 하늘을 모르고 까부는 근육 바보의 근성을 보아 결투에 응해 주어야겠구나.”
베베가 말했다.
그리고 펼쳐지는 새로운 특수 필드 결투 존.
어느새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홍색의 마녀와 클라로이나의 철권의 결투라서 지나가던 사람들은 전부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고정시켰다.
홍색의 마녀.
중앙대륙 전역을 누비며 괴물들을 쓰러뜨린…… 아니, 학살하고 다닌 탓에 그런 별명이 붙고 말았다.
“금강! 질풍! 폭포 가르기!”
선공은 재운부터였다.
콰콰콰콰.
대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스파크가 튀고, 바람은 칼날이 되었다. 하지만 베베는 이미 거기에 없었다.
“뭐하는 것이냐. 그래 가지고 본녀의 옷깃이라도 상하게 할 수 있겠느냐?”
베베는 본래 재운이 있던 자리에 있었다.
겉에서 보면 베베가 재운의 공격을 피해 이동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베베는 흡혈귀, 진조. 중앙대륙을 쏘다니며 괴물들을 학살하고 다닌 덕에 그녀 역시 많은 발전을 한 것이다.
“봉황의 날갯짓!”
재운이 양손을 크게 펼치며 앞으로 뻗었다. 그걸 2―3번 하자, 주변의 대기가 재운의 양손에 이끌리듯 돌개바람과 태풍을 만들어 냈다.
화륵.
베베를 중심으로 원형의 붉은 기운이 솟구쳤다.
“이상한 재주를 익혔구나. 그래도 소용없느니라. 그런 잔재주로 본녀를 상하게 할 생각이었다면 오산이구나.”
베베가 중얼거렸다.
“드래곤 멱살 찌르기!”
쾅.
베베가 만든 붉은 기운의 방어막이 크게 출렁였다. 하지만 베베는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타 버리거라.”
화륵.
불길이 지면에서 솟구쳐 베베가 있는 원형을 제외한 결투 존의 모든 공간을 불태웠다. 1천 도를 능가하는 초열지옥. 하지만 재운 역시 그 정도로 쓰러질 사람이 아니었다.
“후우웁.”
숨을 골랐다.
“필살! 아무렇게나 줘 패기!”
화악.
재운의 주변에 솟구쳤던 불길이 일제히 제압당했다. 음속을 몇 배로 뛰어넘은 주먹질과 발길질이 대기를 흔들고, 폭풍우가 되어 베베를 향했다.
“여전히 네이밍 센스는 최악이구나. 조금은 성장하거라.”
베베는 질린다는 얼굴을 했다.
“초필살! 태산 부수기!”
이어지는 재운의 최강 기술.
단순무식하게 파괴력만을 극대화했다. 말 그대로 태산을 부술 정도의 위력이었다. 하나 맞지 않으면 그만인 이야기였다.
슥.
“여기까지 하자꾸나.”
베베의 손이 재운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와 재운의 발목을 잡았다. 그와 동시에 푸른 불꽃이 재운의 발목을 타고 전신으로 번졌다.
“크아아악!”
재운이 괴성을 질렀다.
“본녀 역시 때리는 것에는 일가견이 있느니라.”
베베의 발이 재운의 발을 후리고, 그 작은 주먹이 재운의 명치를 때리고, 무시무시한 속도의 난타가 이어졌다.
“파이어 피니쉬(Fire Finish) 파이널(Final)!”
베베의 몸이 푸른 불꽃으로 변하더니 재운의 몸을 휘릭 하고 감쌌고, 둘은 통상 공간에서 사라졌다.
정확하게 5초.
허공을 나는 재운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베베가 나타났다.
“여전히 딱딱한 피부로구나. 본녀의 이빨이 박히지도 않을 정도로. 하지만 그래야 본녀의 동료라 할 수 있겠지.”
베베가 말했다.
휘릭.
정신을 차렸는지 재운이 공중제비를 돌아 지면에 착지했다. 그러고는 베베를 노려보며 ‘내 피 빨지 마! 비싸!’라고 소리쳤다.
“피는 빨지 못했다지만, 그걸 전부 맞아 놓고도 소리칠 기운이 남았더냐. 정말이지. 몸 하나는 튼튼하구나.”
베베는 베베대로 질려 있었다.
“그것만은 최강이다!”
재운이 소리쳤다.
……뭘까?
“자랑으로 삼지 말거라. 샌드백으로 전락해서야 되겠느냐. 좀 더 상대를 잘 보고, 틈을 노리고, 많이 움직이거라. 네 전투 방식은 나와 같은 존재에게는 통하지 않느니라.”
베베는 그래도 팀원이라고 조언을 했다.
“참견 마셔. 흥, 언젠가 반드시 울면서 잘못했다고 빌게 만들어 줄 테다!”
그래도 재운의 입은 팔팔했다.
“그래서 어찌하겠느냐. 더하겠느냐? 본녀는 이쯤에서 그만두고 싶구나. 피곤하고, 배도 고프니라.”
베베가 화제를 돌렸다.
“지쳤다? 하긴 때리는 것도 일이지. 그리고 더 이상하면 대련이 아니게 되고.”
재운 역시 동의를 표했다.
특수 필드 결투 존 해제.
이를 보고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알이 튀어나오고도 남을 얼굴로 베베와 재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들의 상식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에게 있어 의문인 것은 둘이 같은 팀이라는 점이었다.
누가 팀의 대장일까? 하는 부분도 궁금했다. 하지만 아픈 꼴을 당할까 봐 모두 묻기를 꺼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에나 용자는 있는 법이었다. 용자라고 말할 수는 없으려나? 재운과 구면인 사람이었다.
“여! 잘 지냈어? 본 적 있지? 없다고 하면 섭섭할 거야. 그것도 무지무지. 그나저나 몰라보게 굉장해졌구나. 천일은?”
주희였다.
계울시에서 천일과 재운을 도와주었던 궁사로, 자유 진영에 속해 있었다. 바깥 세계로 따지면 6개월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아틀란티스 월드에서는 수년 전의 일이었다.
“누구?”
때문에 재운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천일의 이름을 알고 있구나. 모르는 사이일 리는 없을 터. 뱃지를 보니 자유 진영 사람인 모양이로구나.”
베베가 중얼거렸다.
“몰라? 하아, 이쪽은 2년을 넘게 찾아다녔는데 말이야. 한심해라. 아아, 이래서야 혼자 일방적으로 쫓아다닌 셈이 되잖아. 한숨 나와.”
주희가 말했다.
“으음.”
재운이 주희에게 얼굴을 들이밀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주희는 기분이 나빴지만, 재운이 나름대로 자신을 떠올리려 하는 것을 알고 참았다.
“역시 몰라.”
재운이 멀어지며 말했다.
“바보!”
주희가 소리쳤다.
“본녀의 이름은 베리도넬 R 베아트리체. 지금은 어둠을 버리고 어떤 진영에도 가담하지 않은 상태이다, 들어 본 적은 있을 것이야. 용건은 무엇인고? 인간.”
베베가 끼어들어서 주희에게 질문을 했다.
“천일은? 내가 용건이 있는 것은 천일이야. 걔가 팀의 대장이지?”
주희는 노골적으로 너희들이 대장일 리가 없어, 라는 식이었다. 그녀도 바보는 아니어서 팀에 영입하려고 했을 때 한사코 답을 내놓지 않았던 천일에 대해 조금은 파악하고 있었다.
“예의가 없구나. 본녀는 분명 이름을 밝혔느니라.”
베베가 기분이 상한 티를 냈다.
“아, 미안. 내 이름은 남주희. 소속은 자유 진영 율도국, 혹은 류쿠국의 12재녀(才女) 중 일곱 번째, 신기루. 이제 됐지? 천일에게 안내해 줘. 찾느라고 정말 애먹었어.”
주희가 정식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정말이더냐?”
베베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응? 율도국? 어디서 들어 봤는데.”
재운은 모른다는 반응이었다.
“율도국 몰라? 우와, 바보다. 어떻게 율도국을 몰라. 어쩐지 머리 나쁜 냄새가 나더라.”
주희는 어이가 없었다. 재운을 중학교로 돌려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자유 진영에서도 철저하게 중립을 지키던 율도국이…… 율도국이 침묵을 깼다는 것이더냐? 대답하거라. 인간.”
베베는 심각한 얼굴로 주희에게 대답을 재촉했다.
“대답할 수 없어. 소속을 밝힌 것만으로도 큰일이란 말이야. 더는 말할 수 없어. 천일을 만나야 해.”
주희 역시 물러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알겠느니라. 본녀 역시 한때는 세력에 속해 있던 바. 그 기분 모르는 바가 아니니라. 일단 이 일을 전하도록 하지. 그동안 근육 바보와 함께 있거라. 곧 돌아오도록 하겠다.”
베베가 그런 말을 하고는 훌쩍 사라졌다.
“내가 어째서 바보? 처음 만난 여자한테 바보라는 말 들었다. 이건 불합리해! 설명해!”
그리고 재운은 뇌 속까지 근육으로 되어 있는 것 같은 얼굴로 주희에게 항의했다.
“엄마, 나 바보랑 말 섞었어. 미안해. 분명 아이큐가 10은 떨어졌을 거야.”
난데없이 잠깐 엄마를 찾은 주희는 곧 안색을 바꾸고는 재운을 노려보았다.
“……!”
덕분에 재운이 깜짝 놀랐다.
“잘 들어. 율도국은 말이야.”
갑자기 국어 시간이 된 듯, 재운은 홍길동전과 그와 관련된 내용을 배워야만 했다. 학생 재운은 졸다가 맞고 도망치다 붙들리고. 주희가 여자만 아니었어도 주먹이 나갔을 테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자업자득이라는 거겠지.
3년이라는 시간이 베베와 재운을 비약적으로 성장시켰듯 천일과 마왕에게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들의 능력도, 그들의 관계도.
관계라고 해서 그들이 알콩달콩 닭살 커플이 되었다,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방향성이랄까, 형태랄까, 모양새랄까, 그런 것이 바뀌었다.
마왕은 마신과 분리되고 계약이 해지되었음에도 어둠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지각과 맨틀 사이에 존재하는 어둠의 힘을 끌어 올리는 것도 가능했다. 어째서? 라고 의문을 달 수도 있겠지만 단어 하나로 정리가 가능했다.
진화.
마왕 가문이 마왕의 권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둠의 힘을 흡수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런 짓이 수천 년 동안 반복되었다. 진화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특권이었다. 물론 흡혈귀나 그 근처의 생명체들, 혹은 그와 반대편에 있는 생명체들도 진화를 하기는 했지만 인간과는 형태가 달랐다.
인간의 진화는 후대로 이어지며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지만, 좀처럼 바뀌지 않는 무언가이고 바탕에 깔린 힘이었다.
마왕의 현재 전투 능력 노바 스페이스 연맹 보증 230만.
수치로만 따지면 팀원들 중 최강이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2위와 커다란 차이가 있는 3위였다.
4위는 물론 재운이다. 서로가 겨루어서 실력을 확인해 본 상태는 아니지만, 영웅 아세란이 보증했다.
어쨌든.
오늘도 천일과 마왕은 각자의 방식으로 수련에 임하고 있었다. 한쪽은 ‘더 강해질 필요가 있는 거냐.’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한쪽은 ‘전투 능력 240만 갤런이 되면 점심 식사를 같이하겠다!’라고 이를 박박 갈고 있었다.
응? 뭔가 이상한 이야기가 튀어나왔다고?
아아.
위에 말했듯이 천일과 마왕의 관계는 누가 봐도 기묘하고 이해할 수 없는 형태가 되어 있었다.
이야기를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3년 전 마왕의 전투 능력은 약 1천 갤런으로 도저히…… 전직 마왕이라는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했다. 누가 봐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마왕 자신은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마왕의 권능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그저 요상한 괴물 소녀일 뿐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매우 극단적인 수단(?)을 사용하였다.
극단적이라고 해도, 뭐라고 해야 하나, 극단적으로 소녀 취향이라고 해야 하나.
전투 능력 2천 갤런을 넘기면 천일에게 스티커 사진을 달라고 말하자.
전투 능력 4천 갤런을 넘기면 천일에게서 스티커 사진을 받자.
전투 능력 6천 갤런을 넘기면 다이어리를 구매하여 천일의 스티커 사진을 붙이자.
전투 능력 8천 갤런을 넘기면 다이어리에 붙여 둔 천일의 스티커 사진을 5초간 바라보자.
…….
묵념, 모두 천일에게 애도를.
세상 어디에 이런 기막힌 이야기가 또 어디에 있을까. 마구 비웃어 주고, 조롱하고, 비난하고 싶은 풍경이지만, 마왕은 마왕대로의 고충이 있었다.
어째서인지 마음이 홱 하고 천일에게 기울어 버린 것이다.
이유는 그녀 자신도 잘 알지 못했다. 천일이 무언가 해 주었으면 바라는 것도, 천일에게 무언가를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그런 것을 떠나서 그저 천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행복해서 심장이 마구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