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39
39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2권(14화)
4. 시간의 흐름이 명성을 만들고(4)
딱딱하고 섬뜩한 감각이었다.
“……!”
천일의 안색이 변했다.
씨익.
하지만 천일 역시 영웅 등급에 속할 자격이 있기에 대수롭지 않게 서신의 끝을 잘라 내어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푸훕. 쿨럭.”
덕분에 음료를 한 모금 마시던 주희가 음료를 뿜고 말았다. 열어 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진짜로 읽을 수 있을지는 몰랐다.
오기였고, 자만심 같은 거였다. 율도국의 수장이자 활빈당의 수괴인 길동 님의 실력을 믿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
“역시…… 읽으면 안 되는 거구나.”
천일은 주희의 반응에 읽으려던 서신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았다. 그러고는 반지의 기능을 활용하여 아세란을 호출했다.
아세란이 천일을 영웅 등급이라고 인정했다는 증거로, 다이렉트 호출 기능이 추가되어 있었다.
“불렀어.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 그런데 누나. 아니, 누나라고 부르는 게 맞나? 아틀란티스 월드에서의 보낸 세월을 따지면 이젠 내가 오빠일 것 같은데.”
천일이 슬쩍 화제를 돌렸다.
“천일 군, 한 번 누나는 영원한 누나예요. 기어오르지 말아 줘. 울어 버릴 거야.”
주희가 기세 좋게 소리쳤다.
“바, 바보다. 진짜 바보다. 말도 안 돼.”
주희 옆에 앉아 있는 재운이 질린다는 반응을 보였다.
“……!”
주희는 재운에게 바보라 불렸다는 것이 충격인 듯,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재운을 노려보았다. 그러다 샐쭉한 얼굴로 ‘너, 나랑 싸우자는 거지? 네가 나보다 강하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그래서 어쩔 거야. 연약한 누나를 때리기라도 할 거야? 그 무지막지한 손으로 짐승처럼?’이라고 말씀하셨다.
“……!”
덕분에 재운 쪽의 안색이 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호호호. 근육 바보의 얼굴을 보니 유쾌하구나. 인간의 여자여, 계속하거라. 속이 다 후련하구나.”
베베는 은연중에 주희를 응원했다.
“그래서 누나는 아틀란티스 월드에 언제 온 거야?”
천일이 툭 끼어들어서 화제를 바꾸었다.
“으, 응? 음, 2년 반 정도 됐나. 그때 너랑 헤어지고 일이 좀 있어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
주희는 천일 쪽에 장단을 맞추어 주었다.
“역시 내가 오빠다!”
재운이 끼어들었다.
“내가 누나라고 했지! 이 바보가 진짜. 민증 까 볼래?”
주희가 그런 말을 하며 재운을 노려보았다.
“큭.”
터지는 재운의 신음 소리.
“끽소리도 못하는구나. 근육 바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베베.
스윽.
난데없이 침입자가 있었다. 물론 아세란이다. 천일에게 호출을 확인하자마자 달려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차림새가 파자마였다. 단추도 위에서 두 개는 풀어진 상태였고.
“1갤런, 요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잠이라는 걸 알고 호출한 것이렸다? 심심해서 불렀다면 병원 신세 백 번 정도 지게 만들어 주지.”
기분이 나쁜지 아세란은 보자마자 으름장이었다.
“아아, 이거나 읽어.”
천일은 테이블 중앙에 있던 서신을 들어 아세란에게 건네주었다.
“뭐냐? 쓸데없는 내용이면 널 만 번 죽일 테다.”
아세란은 험악한 말을 늘어놓으면서도 서신의 내용을 읽었다. 한자로 쓰인 것이었지만, 아세란에게는 지구상의 모든 문자를 그들이 읽을 수 있는 문자로 번역해 주는 반지가 있었다.
“천일아, 저 사람 누구야? 혹시?”
주희가 천일에게 물었다.
“묻지 마. 몰라.”
천일이 오리발을 내밀었다.
꾸깃, 화르륵.
서신이 바로 불탔다. 범인은 아세란이었다. 어떻게 생각해도 한참 달게 자는 자신을 깨울만 한 용건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별 미친놈이 뭐가 어째? 이 자식 뭐야? 어딨어? 1갤런, 빨리 말해. 당장 가서 모가지를 비틀어 버릴 테니.”
아세란이 발끈했다.
“……!”
주희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율도국이라는 곳에 있다는데, 통상의 시공간과는 다른 공간에 있는 땅이래. 설마 모르는 거야?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면 대단한 일인데, 그거.”
천일이 말했다.
“아!”
아세란은 이해했다는 듯 주먹으로 손바닥을 내리쳤다.
“아는구나.”
천일의 눈이 가늘어졌다.
“알긴 안다. 하지만 별로. 할 이야기가 있으면 직접 오겠지. 급한 건 우리가 아닌 그쪽이지. 그쪽 역시 그렇게 생각해서 지금까지 숨어 있던 거다. 지구의 문제는 지구인들이 알아서 해결해야지.”
아세란은 방관자적인 입장이었다.
“야, 너 그렇게 말하기냐. 내 얼굴을 봐서라도 어떻게 좀 안 돼? 바깥세상에 뭔가 큰일이 생긴 모양이라서 말하는 거야. 우리가 아틀란티스 월드에서 이러고 있는 건 전부 바깥세상 때문이니.”
천일이 살살 달래는 말투를 사용했다.
“끙.”
신음을 삼키는 아세란.
“근데 내용이 뭐야? 난 안 읽어서 몰라.”
천일이 화제를 돌렸다.
“내용? 개소리. 사정이 있어서 자신들의 세계가 바깥세상과 연결되게 생겼으니, 자신들의 영역을 아틀란티스 월드와 연계해 줄 수 있겠느냐, 라는 내용이니까 완전 헛소리하고 있는 거지. 전투 능력 5천만 갤런 정도밖에 안 되는 것들이 까불고 있어. 이참에 가서 다 엎어 버릴까. 내 잠을 깨운 대가치고는 약소하지만. 음, 그렇게 할까. 누가 위이고, 누가 아래인지 확실히 가르쳐 주지 않으면.”
“어이.”
“그래, 그게 좋겠다.”
휙.
아세란이 사라졌다.
“말리거라. 엄한 사람들이 휘말릴까 걱정되는구나.”
베베가 한마디 했다.
“5천만…… 5천만.”
마왕은 혼이 나간 얼굴로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일아, 천일아. 방금 그 여자, 미친 거지?”
주희는 주희대로 이해할 수 없어서 천일에게 질문을 했다.
“잠시만.”
천일은 먼저 아세란을 다시 한 번 호출하고, 주희에게 아세란의 수치로 환산된 전투 능력을 알려 주었다.
“뭐? 뭐! 그게 뭐야! 2억 3,500만! 말도 안 돼! 있을 수 없어!”
주희는 주희대로 놀라서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천일, 네 전투 능력은 어느 정도인 것이냐. 본녀는 그 점도 궁금하구나.”
베베가 참견을 했다.
“응? 이제 1,300만 정도던가. 여전히 측정하면 1갤런이지만.”
천일이 답했다.
“1갤런, 1갤런! 크하하하. 나의 승리다. 이천일!”
재운이 잘난 척을 했다.
“그런데 5천만 정도라. 아세란의 반응을 보면 복수인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런 자들이 지구에 있었어? 뭔가 맥 빠지네.”
천일이 중얼거렸다.
“일곱 신비의 수장들을 이야기하는 것일 테지. 그것들은 예전부터 그랬느니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빛과 어둠의 싸움을 종식시키고, 사회 전체를 뒤바꿀 힘이 있었지.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느니라. 이유는 그들 본인만이 알고 있을 터. 섣부른 추측은 아니함만 못하느니라.”
베베가 말했다.
“흐음.”
천일은 입을 꾹 다물고는 잠시 홍길동이 되어 보았다. 홍길동전에 등장한 홍길동과 율도국의 홍길동이 동일 인물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냥 나온 이야기는 아닐 터였다.
스윽.
아세란이 왔다.
“1갤런! 또 호출했겠다! 용건은?”
보자마자 으르렁.
“진짜 하려고?”
천일이야말로 궁금했다.
“내가 빈말이나 하고 있을 정도로 한가해 보여? 내 입장 되어 볼래?”
아세란이 물었다.
“말로 해결하겠다는 선택지는 없는 거냐?”
천일은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었다.
“시끄러! 또 호출하면 죽는다, 1갤런.”
휙.
아세란이 사라졌다.
“…….”
천일은 말문이 막혔다.
“으.”
주희는 울상이었다.
약 1분 후.
스륵.
무언가에 꽁꽁 묶인 아세란과 모르멘탈인으로 보이는 사내와 여자가 나타났다. 그들 둘 역시 영웅 등급으로, 발작하는 아세란을 제압하여 천일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안녕하세요. 이천일 씨죠? 바보 아세란이 난동을 피워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이 녀석 요즘 빛과 어둠 진영의 전쟁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서 말이죠. 본의 아니게 추태를 보이고 말았네요. 영웅 등급에 속한 자들이 전부 아세란이나 네아 같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아셨죠?”
남자가 말했다.
“아, 네. 그러시는 분은 설마.”
천일은 그렇게만 말했다.
“아, 네. 로셀라의 직계 조상쯤 되는 모르멘탈인입니다. 영웅 칼리트라고 합니다. 이쪽은 제 아내이고, 마찬가지로 영웅 등급 몰리라고 하구요. 모쪼록 우리 로셀라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여유가 있으시면 싸움 좀 말려 주세요.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라지만 빛과 어둠의 싸움은 최근 도를 넘고 있어요. 서포트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들고는 수로 서로를 완전 살해하고 있는지라. 그럼, 거기 율도국에서 오신 분 이쪽으로 와 주세요.”
칼리트라는 사내는 무척이나 깍듯해 보였다.
“저, 저요?”
주희는 지목당하자 놀랐는지 잠깐 머뭇거렸다.
“네, 당신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 왔을 테니까요. 그렇죠?”
칼리트가 말했다.
“아, 네.”
주희가 일어나 칼리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럼 이만 실례.”
스윽.
칼리트의 말을 신호로 아세란과 몰리, 주희가 사라졌다.
“…….”
천일들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빛과 어둠의 싸움.
언제인지도 모르는 아주 옛날부터 지구의 패권을 놓고 싸우던 자들이었다. 지구의 패권이란 단순하게 상징적인 이야기도, 지각과 맨틀 사이에 존재하는 어둠의 소유권만을 말하지도 않았다.
빛의 진영에도 어둠의 진영과 마찬가지로 여신의 숨결이라는 권능이 존재했다.
즉, 최종적인 목적은 여신의 숨결과 밤의 가호 둘 다 차지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적이 전멸해야만 하는 시스템이었다.
체스나 장기, 혹은 바둑처럼.
성격이 다른 두 가지 힘이 지구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어둠은 지각과 맨틀 사이에, 빛은 오존층을 둘러싸고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승자가 지구의 패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등장은 그러한 구조를 뒤집어 버리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거기에 납득한 자들은 진영을 탈퇴했지만, 납득하지 못한 자들은 진영에 남아서 싸움을 계속했다.
중앙대륙 전체를 무대로 삼아.
그렇다 해도 양 진영은 근거지를 두고 있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은 아틀란티스 월드를 구축하면서 그러한 지구의 상황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반은 의도적으로, 반은 장난삼아 무대를 마련해 주었다.
빛의 근거지 헤븐 시티.
어둠의 근거지 다크 시티.
그리고 양측 사이에 몇 개의 마을과 갖가지 전장을 마련해 두고, 중간 지점에 요새 도시 볼란티를 만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빛과 어둠으로 나뉜 양측에는 지구인들뿐만 아니라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의도적으로 시험에 참여하게 만든 여러 행성의 사람들도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그들의 거의 전부가 거기에 몰려들었다.
이유는 지휘관이 되는 것.
여기서 말하는 지휘관이란 전투가 벌어졌을 때 부대를 이끌고 전선에 서는 자를 말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은 지휘관이 언제나 부족한 조직이었다. 언제나 마구 죽어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질이나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지휘관을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휘관이란 부하들의 선두에 서서 상부의 명령을 하달하고,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으로 작전을 지시해야 하는 자들이었다. 더불어 부하들을 지킬 수도 있어야 했다. 전투 능력, 지혜, 도덕심, 통찰력 등 따져야 할 것이 많았다. 그를 위해 마련된 전장이 바로 헤븐 시티와 다크 시티를 연계한 팔로폰네수스 지역이었다.
그리고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빛과 어둠의 진영이 서포트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들어 실질적 살해, 혹은 영구 봉인이라는 수단을 보유하게 되면서였다.
지구인이 죽어서 문제가 된다? 그건 아니다. 그런 부분은 짐작하고 있었다. 문제는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의도적으로 방출한 외계인들이 죽거나 봉인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빛과 어둠은커녕 지구인이 아니었다. 때문에 서포트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든다는 배짱 좋은 짓은 절대 하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어떤 최후가 기다리고 있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 점은 지구인들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외계인들이 말해 주고, 옥쇄의 탑에 관한 정보가 나돌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과 어둠의 진영에는 목숨이나 이후의 삶을 헌신짝으로 여기는 자들이 넘치고 있었다.
복수, 정의, 명예, 사랑, 이득, 충성, 은혜.
이유는 갖가지였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언제나 같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 세력에 속한 자를 완전히 탈락시키는 것이다.
덕분에 아세란과 그 부하들은 식사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시달리고 있었다. 사정이 그러니 아세란이 자는 것을 깨웠다고 버럭 할 만했다. 하다 못한 칼리트가 천일에게 부탁할 만도 했다.
천일의 팀은 칼리트의 발언을 쫓아 조사에 착수했고, 위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할까?
가장 먼저 의견을 낸 것은 천일이었다. 천일은 재운과는 달리 생각이 짧지 않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간단하고 알기 쉬운 방안을 제시했다.
빛이고 어둠이고 전부 싸잡아 두 손, 두 발 다 들고 살려 달라고 빌 때까지 두들겨 패자.
신기하게도 베베와 재운이 이 의견에 찬성표를 던졌고, 마왕이 반대표를 던졌다. 마왕은 자신이 마왕임을 강조하며 지구상의 모든 어둠을 지배하는 자로서 어둠의 진영에 속한 자들을 천일의 손에 맡겨 둘 수 없다는 말을 했다.
어둠의 일은 어둠이 처리해야 한다는 거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때문에 천일은 베베의 의견을 참고하여 약간 돌아가지만 다른 방안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렇게 천일의 팀은 두 패로 나뉘어 각각 헤븐 시티와 다크 시티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