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4
4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1권(4화)
2. 라이벌 출현?(2)
콰쾅.
재운이 있던 자리에 반경 50㎝ 정도의 반구형 미니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다. 검도부 도장 마루바닥이 전부 무너져서 움푹 파였다.
“너, 너, 너 이 자식! 날 죽일 셈이냐!”
재운이 소리쳤다.
“피했다? 원숭이 같은 놈.”
천일이 대꾸했다.
“너, 밖으로 나와. 뜨거운 맛을 보여주지.”
재운이 그런 말을 하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에 천일이 뒤를 이었다. 물론 망가진 죽도는 버리고 멀쩡한 죽도를 챙겼다.
1시간.
굉음이 울리고 폭발 같은 것이 일어나고. 천일과 재운의 싸움은 검도부 도장 앞뜰을 전부 파헤쳤다.
그러고는 둘 다 똑같이 지쳤다.
껍데기만 보면 막상막하였다. 하지만 누구의 승리냐고 물어보면 천일이었다. 죽도로는 사용할 수 있는 힘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크크. 마음에 들었다. 좋아! 오늘부터 넌 내 라이벌이다!”
재운이 천일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쳤다.
“미친놈.”
천일이 대꾸했다.
“내일 또 오마.”
“싫어.”
“무서운 거냐? 후후. 무서울 만도 하지. 맨손과 죽도! 누가 봐도 죽도가 유리해. 하지만 나는 맨손으로 너와 동등하게 싸움을 했다. 내일은 내가 이긴다.”
“…….”
“그럼, 내일 보자. 크하하.”
재운이 발을 돌렸다. 그리고 천일은 죽도를 던졌다.
휘리릭, 빡!
재운은 지쳐있던 탓에 재운의 죽도를 피하지 못하고 얻어맞고 말았다. 그래서 쭉 뻗은 개구리처럼 엎어져서 발을 부들부들 떨었다.
“오지 마. 방해다. 오면, 그때는 죽어.”
천일이 말했다.
“이. 이. 비겁한 자식아! 결투가 끝나고 돌아가는 사람의 뒤통수에 뭘 던지는 거냐!”
재운이 벌떡 일어나서는 천일에게 소리쳤다.
“팔팔하구나. 진짜 맷집 좋다.”
천일은 기가 막혔다. 아무리 죽도로 상대했다고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전부 사용해서 엄청나게 두들겨 팼는데, 원숭이처럼 소리를 빽빽 지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이 자식! 좋아. 네가 원한다면 이어서 2차전이다. 나에게 너클을 끼게 하다니. 부모님께 먼저 죽어 죄송하다고 유서나 써라.”
재운은 자기 멋대로 폭주해서는 천일을 향해 달려들었다.
“진짜, 이 멍청이가!”
천일도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는지 죽도를 버리고 양주먹을 쥐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는 도박해서 딴 것이 아니다. 검사에게 검술은 기본이지만 검이 없을 때를 대비한 격투 기술도 기본 소양이었다. 때문에 천일은 주먹도 어느 정도 쓸 줄 알았다.
고오오.
천일의 주변에서 공명음 같은 것이 울렸다.
“멧돼지 멱살 찌르기!”
재운이 소리쳤다.
“뭣!”
천일은 깜짝 놀랐다. 그렇게 두들겨 맞았는데 필살기를 전개하다니, 그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은 둘째 치고 위력이 달랐다.
너클을 껴서 위력이 증폭된 모양이었다.
크로스 쉴드(Cross Shield).
천일이 양팔을 교차하여 맨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방어 기술을 시전하였다.
우웅.
천일의 교차된 양팔에서 푸른 기운이 흘러나와 둥근 방패 모양이 되었다. 거기에 멧돼지 멱살 찌르기가 명중하였다.
“큭.”
천일이 신음을 흘리며 뒤로 주르르 밀려났다.
쾅.
“쿨럭.”
천일은 검도부 도장 벽에 부딪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덕분에 천일도 이성의 끈이 반쯤 날아갔다.
“어떠냐! 꼴좋다! 크하하하.”
재운이 잘난 척을 했다.
“너, 잠깐만 기다려.”
천일은 그런 말을 남겨두고는 검도부 도장 안으로 들어가 청살검을 가지고 나왔다.
스릉.
“헤헤. 이제야 진심으로 상대할 생각이 든 거냐? 하지만 늦었어. 멧돼지 멱살 찌르기!”
재운이 정권 찌르기를 했다.
콰아아.
무언가가 대기를 흔들며 천일을 향했다. 그리고 진검을 빼 든 천일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검을 한번 휘둘렀다.
서걱.
재운의 멧돼지 멱살 찌르기가 쪼개지는 소리가 울렸다.
“……!”
재운의 눈이 커졌다.
척.
“죽을래?”
어느새, 천일의 검이 재운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진검을 손에 들자 천일은 사람이 바뀐 것만큼 움직임이 달라졌다.
“히힉!”
재운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퍽.
“끄언어거어먼오흐뤠엑.”
재운은 이 세상 생물의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입에서 거품을 물고 손과 발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번에는 일어날 수 없겠지. 징그러운 놈.”
천일이 질린다는 반응과 함께 검을 회수했다.
그리고 재운은 더 일어나지 못했다. 사타구니에 천일의 발차기를 먹은 탓이다. 남자라면 알겠지만 그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마, 망할 자식. 두, 두고 보자아.’
재운은 그런 생각을 하며 정신을 잃었다.
세상에서 가장 짜증나는 적은 포기를 모르는 녀석이다. 죽일 수나 있으면 죽여 버리고 말겠지만 그래서야 살인죄를 쓰게 된다. 골치 아픈 이야기였다. 재운은 패배를 설욕하겠다면 다음날, 그다음 날 그리고 또 그다음 날. 매일 같이 찾아와 천일에게 시비를 걸었다.
“이 비겁한 자식! 야비하게 xx나 걷어차는 녀석아. 나와! 오늘에야 말로 본때를 보여주마.”
재운의 목소리는 도장을 쩌렁쩌렁 뒤흔들었다.
‘진짜, 저걸 어떻게 하지.’
천일은 신경질이 있는 대로 났다.
그냥 확 죽여서 묻어버릴까? 해도 되었다면 분명 예전에 그랬을 터였다. 전투 경험도 낮고 실력도 고만고만한 녀석이 매일 같이 찾아와서는 비겁하니 어쩌니 떠들어댔다.
“하아.”
한숨을 뱉은 천일이 눈을 떴다. 그리고 재운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기가 막혀서 맥이 풀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강철로 만들어진 국부 보호대만 차고 있었는데 오늘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있었다. 미숙한 솜씨로 용접해서 그런지 조잡해 보였다.
“헹! 어떠냐. 비겁한 자식아. 오늘은 머리에도 보호대를 착용했다 이거야. 비겁하게 돌멩이로 머리를 내려찍다니. 이 피도 눈물도 없는 자식.”
재운이 득의양양하게 소리쳤다.
‘제. 제발 좀 봐줘.’
천일은 정말로 곤란했다. 의미도 없는 방어구를 착용하고 와서는 기세등등한 꼴이라니. 적당히 상대해서 금방 쓰러뜨릴 수 있는 상대라면 또 모르겠지만. 재운은 그렇게 허술하지도 않았다.
“좋아. 그럼 용서 없이 간다. 하압!”
재운이 멋대로 천일을 향해 달려들었다.
스슥.
천일은 재운의 공격을 피하며 청살검을 들었다. 재운은 그 틈을 놓칠 새라 최대한의 속도로 연속 발길질을 날렸다.
파파팟.
재운의 발은 허공만을 걷어찼다.
“부수지 마! 이 멍청아!”
천일이 소리쳤다. 재운이 도장을 부술까 걱정한 것이다. 부서지면 고생하는 것은 검도부 부원들이었다.
“멍청이? 비겁한 자식이 누구더러 멍청이? 너, 오늘 죽었다. 어제처럼 안 봐준다.”
언제는 봐준 것처럼 재운이 소리쳤다.
‘진짜, 뭐라는 거야. 병신 머저리 같은 자식이.’
천일은 속으로 꿍얼거렸지만 입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재운의 멧돼지 같은 성격을 생각하면 도장을 부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밖.
어쨌든 천일이 도장을 빠져나가자 재운이 그 뒤를 쫓았다.
어제와 그제, 그리고 그 전날.
약 열흘간의 싸움으로 검도부 도장 앞마당은 그야말로 깔끔한 평지가 되어 있었다.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없었다.
싸움으로 인해 엉망이 된 앞마당을 검도부 부원들이 힘을 합쳐 평지로 만들었다. 그래 봐야 다음날이면 또 여기 파이고 저기 파이고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헤헷. 덤벼라! 비겁한 놈.”
재운이 자세를 잡으며 소리쳤다.
스릉.
천일은 시작부터 청살검을 뽑았다. 강철로 만들어진 헤드기어와 국부 보호대를 잘라낼 생각이었다.
그런 다음
당연하다. 주머니에 있는 돌멩이를 사용해 재운의 머리를 날려 버리거나 국부에 발길질을 먹여주는 것이다. 그러면 결투는 일단 끝난다.
스슥.
“헤헷.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검에 당해줄 것 같냐? 멍청아.”
재운은 천일과의 대련을 통해 날이 다르게 움직임이 좋아지고 있었다. 천일의 공격 패턴이나 검사와의 싸움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증거이며, 재운의 실력이 성장한다는 의미였다.
“다람쥐 같은 자식이 주둥이만 살아가지고는.”
천일이 재운에게 쏘아붙이고는 연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재운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닌 제압하기 위해서이기에 손에 사정을 두며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검에는 눈이 없고 진심을 다한 공격은 거두어들이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멧돼지 멱살 찌르기!”
재운이 정권을 날렸다.
재운은 순진한 건지 어떤 건지 기술을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이름을 외쳤다. 실전이라면 더 없이 바보 같은 일일 테지만, 천일도 재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슥.
쾅.
천일이 멧돼지 정권 찌르기를 피하고 멧돼지 정권 찌르기가 지면을 후려치며 흙먼지를 만들어냈다.
‘망할 자식이, 뻑하면 진공파를 사용하고 지랄이야.’
천일이 중얼거렸다.
천일도 재운을 며칠이고 상대한 덕에 재운의 기술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피했냐?”
재운이 물었다.
“그런데?”
천일이 되물었다.
“하압!”
재운이 물러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천일은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소드 실드를 준비했다. 진검으로 사용하는 소드 실드는 죽도나 목검으로 사용한 것보다 훨씬 강력했다. 멧돼지 멱살 찌르기 정도는 간단히 막아낼 수 있었다.
“연속! 멧돼지 정권 찌르기!”
재운이 소리쳤다.
“……!”
천일의 안색이 굳어졌다.
파파파팟.
재운의 양 주먹이 보이지 않는 속도로 허공을 때렸다. 그리고 연속해서 날아든 멧돼지 멱살 찌르기는 재운의 소드 실드를 분쇄했다.
‘피할 수는 없고. 진짜!’
천일은 재운의 무운을 빌며 자세를 잡았다.
재운에게 수련을 방해 받고 있는 천일이었지만 날이 다르게 익스퍼트 상급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재운이 성장하는 것 이상의 속도였다.
“구름햇살!”
천일이 소리쳤다.
콰콰콰쾅.
빛이 검의 궤적을 따라 기둥의 형태로 대지를 내리쳤다. 연속 멧돼지 멱살 찌르기가 분쇄되었다.
“바보, 끝이다!”
재운이 구름햇살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에 천일은 재운이 정신이 나가서 자실을 결심한 건가, 생각했지만 곧 그게 아님을 깨달았다.
스슥.
천일의 구름햇살은 총 4개의 빛살기둥을 만들어냈다. 각각의 빛살기둥은 약간의 간격들이 있었지만 그 간격은 간격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좁은 공간이었다. 그래도 주먹 하나 들어갈 정도는 되었다.
“아자!”
재운은 주먹 하나 들어갈 정도에 불과한 천일의 빛살기둥 사이를 비집고 지나왔다. 어떻게? 천일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예상외의 일에 당황하여 틈을 보이는 인간은 전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붕.
재운은 천일을 눈앞에 두고 땅을 박찼다.
서걱.
천일이 검을 휘두르고는 몸을 낮게 하여 재운의 발밑을 지나쳤다. 그러고는 검을 회수하고 몸을 돌려서는 발을 날렸다.
쩍.
천일의 검에 재운의 국부 보호대가 쪼개졌다. 그 틈을 타고 천일의 발이 날아들었다.
“……!”
인상을 찌푸린 것은 재운이 아닌 천일이었다.
“으하하하하. 속았지? 바보.”
지면에 내려선 재운이 의기양양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오늘은 국부 보호대를 3개나 차고 왔기 때문이었다. 천일이 벤 것은 그중 하나에 불과했다.
덥석.
천일은 기분 좋게 웃고 있는 재운의 뒷덜미를 잡았다. 그러고는 조금의 용서도 없이, 틈도 주지 않고 그대로 엎어치기 형태로 재운의 머리를 땅에 꽂았다.
퍽.
재운이 강철로 만들어진 헤드기어를 하지 않았다면 죽었을 테지만 헤드기어를 한 덕에 죽지는 않았다.
부들부들.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재운의 다리가 떨고 있었다.
탁탁.
천일은 검을 회수하고는 손바닥을 털었다. 뇌까지 근육으로 되어 있는 주제에 잔머리를 굴리다니, 그래 봐야 바보지만, 천일은 검도부 도장 안으로 들어가 밧줄을 가져왔다. 오늘도 오면 쓰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