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43
43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2권(18화)
5. 해답이 없기에 나는―상(4)
흩날리는 붉은 장미 꽃잎들.
하나하나가 검기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천일은 휘몰아치는 검기의 축제 속에서 급히 딸꾹질하는 청룡 소녀의 허리를 낚아챘다. 그러고는 검을 뽑아 딱 한 번 휘둘렀다.
슥.
천일이 사라졌다. 나이트 소드, 제로 검식을 응용하여 만든 것으로, 공간을 베어 도망치는 것이 목적이었다. 싸우고 싶지 않았고, 딸꾹질하는 소녀를 말려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레드 로즈도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천일이 베어 낸 공간의 틈이 사라지는 것을 놓치지 않고 몸을 날려 천일을 쫓았다.
‘쫓아올 수 있다는 거냐? 이게 무슨.’
천일은 놀랐지만 어쨌든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평범한 거리로 이동하여 공간을 탈출하였다.
척.
레드 로즈 역시 따라 나왔다.
“도망치지 마라. 변태!”
레드 로즈가 소리쳤다.
“변태? 내가? 돌겠다. 진짜.”
천일이 중얼거렸다. 할 수 없다는 얼굴로 한숨을 쉬고는 여전히 딸꾹질하고 있는 소녀를 옆에 내려두었다. 그러고는 사라졌다.
“……!”
레드 로즈는 목에서 검의 서늘한 기운을 느꼈다.
“말로 하자, 말로. 내 실력이라면 이거면 충분하잖아. 아냐?”
천일이었다. 공간을 가르고 빠른 속도로 이동하여 레드 로즈의 배후를 점한 뒤 검을 사용하여 목을 겨누었다.
그 모든 것을 레드 로즈는 감지조차 하지 못했고, 찰나지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결투를 신청하지.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라. 변태.”
레드 로즈가 말했다.
“하아.”
천일은 한숨이 나왔다.
“거부한다면 나는 로얄 가든의 명예를 걸고 너를 영원히 쫓겠다. 네 모든 것이 파괴될 때까지. 계속.”
레드 로즈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했다.
“이기면 말로 할 거냐?”
천일이 물었다.
“변명을 들어 주지.”
“…….”
“대답하라!”
“알았다. 알았어.”
천일은 결국 그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시작된 결투는 단 일 검에 승부가 났다. 레드 로즈는 할 수 있는 최강의 기술을, 천일은 그저 한 번 검을 휘둘렀을 뿐이다.
진(眞) 빛살검.
빛살검리에 속해 있는 빛살검, 문틈햇살 등을 재해석하고 검강과 섞고 검의를 더해 강화시킨 기본기였다. 하지만 그 위력은 기본기라는 표현이 절대 어울리지 않았다.
레드 로즈가 사용할 수 있는 최강 기술, 붉은 장미의 꿈(Rve de roses rouges)을 파훼하고, 레드 로즈를 병원으로 보내 버렸다.
그러니 영웅 등급으로 인정받은 것이겠지만.
오들오들.
“히끅.”
보고 있던 청룡 소녀가 딸꾹질을 하며 몸을 떨었다. 죽여 버릴 셈이었던 사내가 죽기는커녕 멋지게 적을 격퇴하고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순결을 빼앗기고, 문장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농락당하고, 그리고…… 결국 아기를 가져 버려서 남은 평생을 복종당하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 하고 생각해 버린 것이다.
“뭐하냐? 따라와. 특별이 어떻게 할 생각은 없어. 볼일 끝나면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에게 데려가 줄게. 얌전히 굴어. 그렇지 않으면 확!”
천일은 일부러 으름장을 놓았다. 청룡 소녀를 진조라고 오해하고 있는 탓이었다. 빛의 진영에 속한 자들이 아지트로 삼고 있는 헤븐 시티에서 그녀가 경거망동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뻔한 일이었다.
곧 풀릴 오해지만 제멋대로였다.
“히끅.”
청룡 소녀는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던 것이 있기에 겁을 집어먹고 딸꾹질을 시작했다.
“거참, 번거로운 녀석이네. 하아.”
천일은 진심으로 그렇다고 생각했다.
여관 리핌.
천일은 진조라고 생각하고 있는 소녀를 위해 방을 따로 잡았다. 카운터의 아가씨는 청룡 소녀를 보고 눈이 보름달만큼 커졌지만, 천일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쨌든 방은 빌릴 수 있었고, 헤븐 시티에 오래 머물 것도 아니었기에 사소한(?) 오해는 받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레드 로즈가 천일을 찾아왔다. 천일은 자신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알려 주지 않았지만, 레드 로즈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뛰어난 추적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기면 쫓아다니지 않는다며?”
천일은 경계심과 적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었다.
“소녀는 어디에 있지?”
레드 로즈의 관심사는 천일이 아니라 청룡 소녀였다.
“왜?”
천일은 소녀를 내줄 생각이 없었다. 그녀를 진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레드 로즈는 소녀의 정체를 말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의 가치는 빛의 진영에게 있어 매우 소중한 것이었기에 알려지게 되면 역이용당할 염려가 있었다.
“역시 변태인가?”
레드 로즈가 의문을 표했다.
“하아. 그러니까 아니라고 했지?”
“믿을 수 없다. 너는 베리도넬 경에게도 손을 댄 남자다. 그리고 노예를 샀다. 나는 거래를 방해할 생각이었지만 지금 그녀는……?”
뱉으면 다라는 식으로 천일을 매도하던 레드 로즈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하지만 곧 ‘어쨌든 그녀를 내놔라.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어둠에 속한 자가 아니라고 해도 용납할 수 없다. 그녀의 정체를 폭로하면 너는 빛의 진영의 총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녀가 너와 함께 있는 것은 빛의 진영으로서 용납하지 못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레드 로즈의 말은 천일이 청룡 소녀를 노예로 삼으려 했다는 사실을 말하면 빛의 진영의 분노를 사게 될 거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천일은 그걸 진조를 보호하였다가는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식으로 받아들였다.
“폭로? 이봐, 적당히 하지? 내가 심심해서 여기서 이러고 있는 줄 알아? 일없어. 빛과 어둠이 뭔 짓을 하건 지구는 너희들의 것이 아니야. 그리고 내가 베베에게 손을 대? 미쳤냐? 미쳤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매도하지 마.”
천일도 살짝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말은 잘하는구나. 너는 그녀를 어찌할 셈이냐?”
레드 로즈가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녀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데려가 줄 거야. 내가 모르는 줄 아는 모양인데. 너희들…… 어둠을 교화시킨다, 뭐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녀석들을 노예로 부리고 있을 뿐이잖아. 그런 놈들에게 넘길 수는 없어. 날 너무 자극하지 마.”
천일이 돌려서 자신의 기분을 설명했다.
“뭔가 비틀려 있군.”
레드 로즈가 중얼거렸다.
“뭐가?”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그렇군. 그렇게 된 건가. 한 가지 묻지. 너는 네가 데리고 있는 그 소녀가 어둠에 속한 존재라고 믿고 있는 것인가?”
레드 로즈가 물었다.
“아냐?”
천일이 반문했다.
“아니다. 그녀는 빛에 속한 자다.”
레드 로즈는 어쨌든 오해를 푸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빛에 속해? 노예가 아냐?”
천일은 레드 로즈의 말을 100퍼센트 신뢰할 수 없었다. 목적 달성을 위한 방편이라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아니다. 그 녀석. 사실대로 말하지. 나는 빛의 진영의 총대장 더 홀리 나이트(The Holy Knight) 빈센 경의 의뢰를 받고 움직이는 추적자로, 락스를 쫓고 있었다. 락스는 사람의 이름이 아닌, 조직의 이름이다. 빛의 진영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어둠에 속한 이들은 빛에 속한 이들을 실질적으로 살해하지만, 빛은 어둠에 속한 이들을 사로잡아 교화한다. 그 과정에서 죄의 낙인을 사용하여 정신적으로 속박하지만, 그들에게 해악을 끼치지는 않는다. 규칙적인 생활을 시키고, 악을 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잘못된 일인지를 알려 줄 뿐이다.”
“그런데 어째서 빛에 속한 자가 팔리고 있는 거지?”
“락스는 죄의 낙인을 악용하여 진영을 가리지 않고 여자들을 잡아다 노예로 파는 조직이다. 그들의 일부는 분명 죄의 낙인을 사용할 수 있는 빛에 속한 이들이나, 그들이 빛의 전부라고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변명 다했냐?”
“…….”
“그래서 결론은 소녀는 빛에 속한 자다, 그 말이지?”
“그렇다.”
“내가 네 말을 믿어야 하는 이유는?”
“……!”
레드 로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헛소리로 사람을 매도한 자의 말을 믿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설명해 줄래?”
“…….”
“그게 불가능하다면 솔직히 이야기가 되질 않아. 나는 빛이든 어둠이든, 어디든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쓰레기는 어디에든 존재한다는 거지. 더구나 나 역시 의뢰를 받고 움직이고 있는 입장이거든.”
“의뢰를 받았다?”
“그전에 한 가지만 묻자. 일단 전부 다 내려놓고 말이야.”
“……?”
“로얄 가든 소속이라고 했지? 그거 함부로 밝히면 안 되는 것 아니었어? 나는 그렇게 들었거든.”
천일은 여러 가지로 레드 로즈를 믿을 수 없었다.
“너는 신기루를 만났을 것이다. 우리들 자유 진영의 일곱 신비는 빛과 어둠, 그리고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동향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란체가 왕좌를 찬탈하여 어둠의 구심점이 된 이후 우리들은 폐위된 마왕을 옹립할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규칙이 무너지고, 빛과 어둠의 싸움은 혼돈으로.”
레드 로즈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잠깐!”
천일이 소리쳤다.
“……?”
레드 로즈가 말을 멈추고 인상을 찌푸렸다.
“폐위된 마왕? 왕좌를 찬탈당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천일은 빛과 어둠의 밖에 있기에 그들의 내부 사정이나 규칙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레드 로즈는 엉겁결에 천일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손에 쥔 것이다.
하지만 레드 로즈는 천일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알았다 해도 무기로 삼을 생각은 없겠지만 어쨌든.
“애당초 마왕 가문이 어둠의 중심에서 어둠을 지배하고 제제를 가할 수 있는 이유는 마왕의 권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없는 마왕은 마왕이 아니다. 밤의 가호를 내릴 수 없지 않은가.”
“……!”
“몰랐다는 얼굴이로군.”
“그럼 추가로 한 가지 질문. 마왕과 베베가 어둠이 터를 잡고 있는 다크 시티로 갔다면?”
천일은 물어야만 했다.
“서포트 시스템이 있는 한 그들은 불사신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빛도 실질적 살해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전투가 무한히 반복되겠지. 병원 신세를 지면서 그 의지가 꺾여 부스러질 때까지. 계속.”
“진짜냐?”
“그 부분은 사정을 아는 자들이면 같은 답을 내놓을 것이다. 소녀를 내놔라.”
“망할.”
“……?”
“소녀는 내가 직접 헤븐 시티 밖까지 데려다 줄 거야. 그녀가 어둠이면 도망칠 테고, 빛이라면 돌아오겠지. 더 이상 토 달지 마. 지금 나 자신에게 뚜껑이 막 열린 참이라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일격도 받아 내지 못한 주제에 내 발목을 잡는다면, 그때는 다진 고기로 만들어 버린다.”
천일은 그렇게만 말하고 일어났다. 마왕과 베베가 어둠은 자신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부득부득 우겼을 때 눈치를 채야 했다. 설마 그런 모양새라니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뚜벅뚜벅.
레드 로즈가 천일의 뒤를 따랐다. 천일은 밀레니엄의 주인에게 보내는 메모 하나를 작성하여 카운터의 아기씨에게 맡겨 놓고는 소녀를 데려왔다.
침묵, 천일을 선두로 소녀가 있고, 멀찍이 레드 로즈가 따라는 형국.
무거움을 견디지 못한 청룡 소녀가 천일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 가?”
라고.
“미안. 사정이 바뀌었다. 그래도 헤븐 시티 밖까지는 데려다 줄게. 나는 너를 어떻게 하기 위해 구매한 것이 아니야. 그저…… 옛 생각이 나서 잠깐. 너는 거기서부터 자유다. 어디로 가도 좋다. 다음에는 나쁜 사람들에게 잡히면 안 된다. 믿을 수 있는 동료를 만들어. 그러면 등 뒤가 든든해질 거야.”
천일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충고를 해 주었다.
움찔.
믿을 수 있는 동료라는 부분에서 청룡 소녀는 동요했다. 그녀는 믿었던 동료에서 배신당하여 사로잡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헤븐 시티 밖.
천일은 청룡 소녀를 앞에 두고 레드 로즈가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한 뒤 반지의 기능을 사용하여 아세란을 호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