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46
46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2권(21화)
5. 해답이 없기에 나는―상(6)
수장 잔 다르크의 억울함은 이해하지만 시대는 바뀌었다. 많은 나라들이 국민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는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었다. 잔 다르크가 활동하던 시대처럼 누군가가 혹은 소수가 모든 권력을 손에 쥐고 억지 부리듯 모두를 이끌어 나가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레드 로즈는 때는 이르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더 홀리 나이트 빈센 경의 이해할 수 없는 주장과 그 주장이 낳은 참상 앞에 레드 로즈는 생각을 조금 바꿀 수밖에 없었다. 빈센 경은 천일에 대해 몰랐다. 레드 로즈가 천일을 전선에 데려다 주고, 빈센 경을 찾아가 천일에 대해 말해 주었다.
물론 알고 있는 전부는 아니었다. 천일이 노바 스페이스 연맹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부분은 살짝 재껴 둘 수밖에 없던 것이다.
가르쳐 준 것은 천일에게서 잔 다르크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과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이라는 팀에 대해서였다.
빈센 경은 자신의 말을 어디로 들었는지 다른 것들은 전부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흘려버리고, 천일이 폐위된 전대 마왕과 어둠을 탈퇴한 베베를 받아들여 팀을 꾸렸다는 점과 폐위된 전대 마왕이 천일을 진왕으로 선택했다는 것, 두 가지만 기억했다.
덕분에 축복의 샘 오르스가 있는 네르곤 마을과 어둠이 터를 잡고 있던 그라위글 마을이 작살났다.
이곳이 아틀란티스 월드여서 천만다행이었다. 아니었다면 레드 로즈를 비롯하여 휘말린 모든 생명체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졌을 터였다.
그런 이유로 사건에 휘말려 빛이 된 헤븐 시티 소속 사람들은 종족과 위치를 불문하고 헤븐 시티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병원은 포화 상태를 초월하여 발 디딜 틈도 없는 상태.
일단 움직일 수 있으면 나가 달라며 병원에서 대기 중이었던 노바 스페이스 연맹 요원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빈센 경의 생각은 틀렸다. 그런 사고방식은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는, 나는, 따지고 보면 이 참상의 원인은 나다. 내가 짊어져야 할 업이다.’
레드 로즈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헤븐 시티로 돌아온 천일은 먼저 여관 리핌을 찾았다. 카운터 아가씨에게 넘겨 준 쪽지에 대한 회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아, 쪽지는 건네드렸어요. 답장은 없었습니다, 손님.”
카운터 아가씨가 답했다.
“그래, 알았어.”
천일은 그대로 여관 리핌을 나섰다. 다음 차례는 빈센 경이라는 놈이었다.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유명하니까 찾으면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이었다.
‘응? 경계하는 놈들이 나타났나. 그러고 보니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진 것 같은데. 이상해.’
천일은 자신의 무자비한 폭력이 빛에 속한 사람들을 헤븐 시티로 날려 보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야, 잠깐 이야기 좀 해. 누군가 했더니 정말이지. 일 한 번 거하게 저지르네. 완전 막장. 어딜 보는 거야? 근처에 없어. 내가 방향을 알려 줄 테니 지시하는 대로 듣고 이동해.―
뜬금없이 천일의 귀에 목소리가 울렸다.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리다. 뭐지? 뇌로 흘러들어오는 것은 아닌데. 무시할까.’
천일은 잠시 갈등했다.
―야! 이 귀머거리야! 나 혜미라고 혜.미. 임.혜.미! 계울시에서 만났잖아!―
귀를 찢을 듯이 맴도는 괴성.
“……!”
덕분에 천일의 몸이 굳어졌다. 천둥은 귀여워 보일 정도의 음량이었다. 단순히 그것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흉기였다.
―아, 소리 질러서 미안해. 그래도 최대 음량은 아니야. 안 오면 최대 음량으로 괴롭혀 줄 거니까 그렇게 알아. 그럼 이제부터 말한다. 왼쪽으로 돌아. 골목 보이지? 너 감시당하고 있는 거 알지? 그거 생각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움직여. 어? 잘하네. 굳이 따돌릴 필요는 없어. 그 정도는 이쪽에서 커버할게.―
목소리는 계속해서 천일의 귀를 맴돌고 있었다.
돌고, 돌고, 직진, 돌고.
불쑥.
튀어나오는 손이 있었다. 천일은 저항할까 하다가 살기가 느껴지지 않은 것을 감안하여 몸을 맡기기로 했다.
슥.
풍경이 바뀌었다.
헤븐 도시 어딘가에 있는 골목을 걷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2층 목조 건물이 나타났다. 주변은 숲이었다. 잘 꾸며진 정원도 있었고.
“이제 됐어. 정말…… 기가 막혀. 평범하지는 않다고 생각은 했지만 대체 정체가 뭐야? 그 무지막지함이란 진짜. 후우.”
낭랑하게 울리는 투덜거림.
천일은 머리를 돌려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눈매와 한껏 일그러진 눈매. 검은 눈, 검은 머리, 황색 피부. 멋지게 차려입은 동양인이 거기 있었다.
임혜미, 천일과 만났을 때만 해도 마법 목소리의 동반자였지만 지금은 마법 목소리의 주인이었다.
“뭘 그런 눈으로 봐?”
놀란 천일에게 혜미가 쏘아붙였다.
“그런데 그건 뭐야? 귀에 울리던 거.”
천일은 그거부터 물었다.
“마법. 너, 설마…… 마법이 뭔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혜미가 질린다는 얼굴로 말했다.
“…….”
천일은 말문이 막혔다. 천일이 아는 마법은 불덩이를 날리고, 대지를 얼어붙고, 유성을 불러오는 그런 것으로 지구의 마법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였다.
지구의 마법에 관해서도 조금 들은 적이 있긴 했지만, 실제로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과 만난 적은 없었다.
“모른다는 얼굴이네. 기가 막혀. 그런 막장 파워를 아무렇게나 쓰는 괴물이 마법을 모르다니. 하아. 아무튼 따라와. 여기는 내 집이야. 팀 저택은 팀원 외에는 데려올 수 없으니까. 잠깐 기다려. 대장에게 연락을 넣을게.”
혜미는 서포트 시스템을 활용하여 누군가에게 연락을 넣었다. 그리고 1분도 지나지 않아 4명이 추가로 등장했다.
“명진 아저씨는 알지? 여기 와서 마법 진실의 동반자가 되었어. 그러니 거짓말 하면 안 돼. 전부 들키니까. 그리고 이쪽이 대장, 마술사 겸 영매고, 저쪽은 군인 겸 정령사. 그리고 쟤는 신수. 어떤 건지는 말해 줄 수 없지만 우리들 가운데서는 가장 강력해. 이렇게 말해도 외계인이 말하는 우리들 팀의 평균 전투 능력은 5만 갤런 정도지만. 참고로 나는 1천도 안 돼. 살짝이라고 해도 때리지 마. 바로 병원행이니까.”
혜미가 조잘조잘 팀원들을 소개했다.
“자, 그럼 너 자기소개해.”
혜미가 화살을 천일에게 돌렸다.
“아, 응.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을 이끄는 이천일이라고 합니다. 검을 무기로 사용합니다.”
천일은 순순히 혜미의 요구를 따라 주었다.
“그럼 들어가자. 일단 차라도 마시면서 대화하자고. 진짜, 너 때문에 우리 계획이 전부 엉망이 됐어.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던지 아니면, 아니면, 아니면. 아, 몰라. 가자.”
혜미는 말하다 머리가 아파졌는지 먼저 걸음을 옮겼다. 명진도 대장이라는 남자도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불청객 있어. 청룡, 안 나오면 엉덩이 찰싹형에 처할 거야.”
라고 신수라는 소년이 말했다.
“……!”
천일을 포함하여 모두가 놀란 얼굴이 되었다.
“싫어. 싫어. 버릇없는 해태랑은 안 놀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울리는 천진난만한 목소리.
“혜미 누나. 최대 음량으로 격추시켜 버려.”
해태라고 불린 신수 소년이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바보. 바보. 멍청이. 해태.”
허공에서 울리는 천진난만한 목소리.
“천일. 청룡이래. 아는 애야?”
틈을 보아 혜미가 천일에게 다가와 물었다.
“글쎄. 안다면 알지만 모른다면 모르고.”
천일의 대답은 애매모호했다.
“왁! 억지로 노예로 삼아 놓고 모른데. 우아아앙. 주인 바보.”
허공에서 떨어지는 푸른 색깔의 결정.
청룡 소녀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이었다.
‘주인? 갑자기 무슨 알 수 없는 소리를.’
천일은 기가 막혔다.
“…….”
말문이 막힌 것은 천일만이 아니라 혜미들도 마찬가지였다.
“주인 따위 죽어! 죽어! 죽어!”
그런 외침이 울리고.
따다다다닥.
천일의 머리가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청룡 소녀가 천일의 머리를 북으로 삼아 양손으로 때리고 있는 것이다.
‘요게 진짜. 아프지는 않지만 기분이.’
천일은 그런 생각을 하며 혜미를 슬쩍 바라보았다. 어떻게 좀 해 달라는 뜻이었지만, 혜미는 피식 웃고는 홱 고개를 돌렸다.
“거기 형. 손 좀 보여 줘.”
보고 있던 해태가 천일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응? 어.”
천일이 왼손을 내밀었다.
“오른손!”
해태가 살짝 언성을 높였다.
“응.”
천일이 오른손을 내밀었다. 해태는 손등과 손바닥을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 푼수. 또 착각하고 있는 것일 테지만, 청룡 누나도 그렇지. 아이 교육을 어떻게 시켰으면.”
해태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따다다다닥.
해태의 머리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바보 해태. 울 엄마 욕하지 마. 바보! 바보! 바보! 바보!”
울리는 낭랑한 소녀의 음성.
“우왁. 아파. 아파. 하지 마. 하지 마. 이 바보 멍청이가! 내가 누구 때문에 여기에 왔는데.”
천일에게는 별 볼일 없는 주먹질이었지만, 해태에게는 그렇지 않은지 해태는 사방을 마구 뛰어다니면서 손을 휘저었다.
“…….”
천일과 혜미, 그리고 모두는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빛의 전설이라 불리는 신수들이 애들처럼 놀고 있다고.
약 1분 후.
해태는 도망 다니는데 지쳤는지, 아니면 까먹고 있던 것을 떠올렸는지 품에서 뭔가를 꺼내 허공으로 던졌다.
‘사, 사탕? 막대 사탕이네. 알록달록 예쁘긴 한데, 먹는 사람이 있으려나.’
천일이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허공을 날던 막대 사탕이 슥 하고 사라졌다. 어디로 가 버렸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지만 해태는 해방되었다.
“휴. 살았다. 바보 주제에 주먹만 단단해가지고는. 상대가 나라고 힘껏 때리다니, 짜증나는 녀석. 우와아아악. 아, 알았어. 알았어. 바보라고 하지 않을게. 그만 때려. 내 머리는 북이 아니란 말이다!”
청룡 소녀를 욕하던 해태는 한바탕 도망치다가 빌고 나서야 겨우 해방되었다.
부릅.
해태는 애꿎은 천일을 노려보며 이를 빠득 갈았다. 그리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허공을 날았다.
청룡 소녀가 한 짓이 틀림없었다.
“…….”
천일은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청룡이 너에게 주인이래.”
혜미가 천일에게 물었다.
“약간 사건이 있었어. 대수로운 일은 아니고.”
천일은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했다.
그런데 명진이 ‘그만 거기까지. 혜미야, 손님을 밖에 세워 두고 이야기를 하게 만들 셈이냐? 들어가자.’라고 말해서 대화가 일시 중단되었다.
혜미의 개인용 저택 응접실.
배틀 포인트를 사용하면 팀이 아닌 개인도 저택을 구매할 수 있었다. 기본 모듈로 단층 오두막이 제공되고, 업그레이드를 통해 면적을 늘리고 시설을 들이는 것이 가능했다. 그래 봐야 혜미의 저택은 기본 모듈에서 필수 시설을 몇 개 갖추고, 1단계를 업그레이드한 것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