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47
47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2권(22화)
5. 해답이 없기에 나는―상(7)
아무튼.
음료와 다과를 두고 천일이 청룡 소녀와 얽히게 되었던 사연을 말해 주었다. 그러자 해태만 제외하고 다들 납득하는 반응을 보였다.
“거기 형, 완전히 당한 거 알아?”
해태가 말했다. 기분 같아서는 청룡을 바보라 욕하는 문구를 넣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머리가 북이 되어 버릴 테니 참았다.
“당해?”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이야기로 보면 형이 접촉한 그 꼽추 노인은 무림맹에 속한 자가 틀림없어. 거기는 자유에 속한 일곱 신비들 중에서도 특별히 다른 곳이야. 가장 넓은 세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거기의 우두머리는 일곱 신비들 가운데서도 약해. 거기 형이라면 씹어 먹고도 남겠지. 그럼에도 일곱 신비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인원수와 규모 때문이야. 아무튼 그런 이유로 사실상 바깥으로 나올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자가 별로 없어. 있다면 파벌을 대표하거나 특별히 강해진 자 정도. 다른 일곱 신비에 속한 자들은 밖에 나올 때는 수장의 허가를 받아야 해. 그것이 규칙이지만, 거긴 그런 것이 없어서 그냥 나올 수 있으면 나와. 그리고 대개는 적응에 실패하고 악당이 되지. 악당이라고 해도 우리들 기준에서 이야기니까. 걔네들 기준에서는 그냥 살아가는 거지. 그리고 락스라는 조직. 아니, 말이 샜네. 잠시 화제를 원점으로 돌릴게. 미안, 형.”
해태는 쭉 말을 늘어놓다가 혜미의 얼굴이 굳어 있는 것을 보고 재빨리 말을 바꾸었다.
“아무튼 형, 우리들 신수는 기본적으로 동물이야.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건 가짜라는 소리. 사람에게 적용되는 마법, 마술, 술식, 의식, 주술 등은 통하지 않아. 그렇다고 해도 완전히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야. 일단 발동은 해. 하지만 금방 해제되지. 당시에 저것의 주인은 틀림없이 형이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소리야. 그 증거로 오른 손등을 봐. 깨끗하지? 게다가 죄의 낙인을 통한 계약은 말이야. 본질적으로…… 음. 형, 서유기 알아?”
해태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천일을 바라보았다.
“서유기면……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삼장법사. 그거?”
천일이 답했다.
“응. 그거. 빛의 진영에서 행하는 죄의 낙인이란 본질적으로 그거야. 손오공에게 삼장법사가 금고아를 씌우고 경을 읊으면 마구 조이는 그런 거. 쉽게 말해 주술 같은 거라고. 그런 정도로 빛의 전설이라 불리는 신수를 제어할 수 있었다면 우리들은 이미 누군가에게 목줄을 잡혀서 노예처럼 부림당하고 있었겠지.”
해태는 그러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구나.”
천일은 어쨌든 납득했다.
“그래서 말인데, 저거 내가 데려가도 돼? 누나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호기심을 못 참고 멋대로 가출해서는 진짜. 누나가 딸 찾아오라며 어찌나 으름장을 놓던지. 덕분에 살던 집 다 박살 나고. 하아.”
해태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빛의 전설이라 불리는 신수들도 순탄하게 살아가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하하.”
천일은 웃었다. 웃는 것 말고는 달리 보일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따뜻한 무언가가 손을 잡더니 공중으로 떠올랐다.
“……!”
해태의 안색이 구겨졌다.
“큭!”
천일이 신음을 터트렸다.
“이, 이, 이 멍청이야. 지금! 야, 너 무슨 짓을!”
해태가 경악을 했다.
꿀꺽.
누군가가 무언가를 마시는 소리. 그리고 천일은 그 소리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베베에게 가끔 당하고 있으니까 모를 리 없었다.
‘피를 마셨다?’
천일은 순간적으로 ‘신수가 사실은 진조였나?’라는 생각을 했다.
“야! 너, 단순히 집에 끌려가기 싫어서 주인을 정한 거냐? 그런 거냐? 이 바보 머저리가아!”
해태가 벌떡 일어서며 힘껏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들썩하고 목조 건물이 흔들리더니, 천장과 2층과 기타 등등이 파괴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
천일은 놀랐다. 단순히 소리를 지른 것뿐인데 하늘이 보였다. 위에 아무것도 없었다. 위력이 있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는데,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끄아악!”
해태가 귀를 틀어막으며 창백한 얼굴이 되어 한쪽으로 기울어지더니 쓰러졌다.
“내가 자중하랬지? 바보 똥개 주제에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빠득.
혜미가 어금니를 깨물었다.
‘무, 무서워.’
천일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괴성 한 번으로 지붕과 2층을 날려 버린 해태를 쓰러뜨린 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법 목소리의 주인 임혜미, 자칭 소유 전투 능력 1천 갤런 이하.
하지만.
천일이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그녀의 마법은 강력했다. 그러니까 마법이겠지. 천일의 마법은 마나를 사용하여 기적을 일으킨다는 의미에서의 마법이고, 혜미의 마법은 상식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기적을 부린다는 뜻에서의 마법이었다.
“헤헤. 이제 주인이 진짜 주인 됐다. 집에 안 가도 된다! 만세!”
허공을 낭랑하게 울리는 목소리.
“으. 그, 그 마음은 나도 알지만. 그래서야 나도 돌아갈 수 없어. 가면 누나한테 죽을 거야. 크흑. 크로스 그램블이여, 안녕. 크흐윽.”
바닥에 쓰러진 해태가 그런 말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크로스 그램블? 설마 그거?’
천일도 알고 있는 제목의 만화였다.
빠직.
“아하하. 바보 똥개, 날 버리고 갈 셈이었어? 그래, 그런 거였어. 볼일만 끝내면 나 따윈 아무래도 좋다, 이거지.”
혜미는 혜미대로 열이 올랐는지 말에 힘을 주었다. 아수라장의 도가니탕 강림 신호였다. 이에 명진이 천일의 어깨를 툭 건드리고는 따라오라는 신호를 주었다. 그들이 천일을 부른 이유. 즉, 제대로 된 대화를 위해서는 자리를 옮기는 게 좋다는 의미였다.
끄덕.
천일도 일어났다. 여기에 끌려오게 된 이유는 청룡과 해태, 혜미가 벌이는 만담쇼를 특등석에서 관람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바쁜 몸이란 소리다.
헤븐 시티는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의도를 가지고 마련해 둔 빛과 어둠의 싸움터였다. 그랬기에 헤븐 시티와 다크 시티의 중앙에는 관청과 함께 사령관을 위한 저택이 존재했다.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 팀 저택보다 훨씬 화려하고 웅장했으며, 다양한 종류의 오토로봇이 저택을 관리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사령관에게는 노바 스페이스 연맹 상급 지휘관 2명이 붙어 있었다.
서재.
“어떻게 그런 말씀을! 실망입니다. 그래선 안 됩니다. 빈센 경, 당신은 틀렸습니다.”
레드 로즈의 목소리가 울렸다.
“할 말은 끝났나? 그럼 가 주게. 알다시피 나는 바쁜 몸이다.”
빈센 경은 레드 로즈와는 반대로 차분했다. 이 정도의 항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식이었다. 덕분에 레드 로즈는 인내심의 한계가 살짝 허물어지고 말았다.
어금니를 깨물고 주먹을 움켜쥐고.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녀의 전투 능력은 30만 갤런도 되지 않았고, 반대로 더 홀리 나이트 빈센 경은 100만이 넘었다.
아틀란티스 월드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빈센 경은 노바 스페이스 연맹으로부터 최강의 지구인 12명 중 하나로 꼽혀 있었다.
즉, 순도 100퍼센트의 인간은 아닌 것이다. 빛의 진영에 속한 자들 중 대부분은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도 있었다. 그들은 대개 요정과의 혼혈이었다. 그렇기에 빛을 흡수하여 자신의 힘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취소하십시오. 그냥은 넘어갈 수 없습니다. 그런 사고방식으로 빛을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레드 로즈는 물러날 수 없었다.
“피곤하다. 인간들 가운데는 자네와 같이 모든 것을 올바르게, 순서대로 절차를 밟으려는 자들이 가끔 있지. 그들의 최후가 무엇인 줄 아나?”
“모릅니다.”
“어둠에게 먹혀 타락하고 말지.”
“……!”
“너무 강한 것은 존재하지 아니함 못하다. 없애지 않으면 안 돼. 우리들이 비위를 맞출 때에는 정직하고 선하게 보여도, 그게 틀어지는 순간 상황은 바뀐다. 대개의 인간은 오래 살아도 100년을 넘지 못하고, 인간의 한계를 넘었다고 해도 수백 년이 고작이다. 수천 년을 살아오며 인간들을 관찰한 요정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들은 언제나 하찮은 일을 가지고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의 각국은 핵무기를 없애려고 하는 것 아닌가.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보여 준 강함은 나라고 해도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너무나 절대적이고 너무나 강력하지. 그런 자는 지구에서 쫓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들은 언젠가 그에게 멸망한다.”
빈센 경은 천일을 핵에 비유하고 있었다.
“당신들이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들이…….”
레드 로즈는 잔 다르크나 자유 진영의 일곱 신비를 다스리는 수장들이 가진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일곱 신비에 속한 자들에게만 허락된 비밀이며, 말한다고 빈센 경의 생각이 달라질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빈센 경이 의문을 표했다.
빠득.
“알겠습니다. 제가 틀렸던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다른 길을 걷겠습니다.”
레드 로즈는 최후의 통첩을 날렸다. 잡아 준다면 늘어놓을 이야기를 떠올리며 발을 돌렸다. 하지만 빈센 경은 되레 ‘현명한 판단이다. 뜻이 다르면 할 수 없는 일이지. 안타깝군.’이라며 등을 떠밀었다.
“……!”
레드 로즈는 분노했다. 그래서 화풀이로 서재의 문을 거칠게 닫았다.
‘빌어먹을 자식. 저런 자가 빛을 다스리고 있다니, 미쳤다. 세상이 미쳤다.’
눈물을 왈칵 쏟아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힘으로 천일을 제압하지 못한 빈센 경이 꺼낸 카드는 빛에 속한 자들을 총동원하여 천일이 발붙일 장소를 없애버린다는 것이었다.
대상과 주변 사람들을 이간질하고, 먹을 것, 입을 것을 제공하지 못하게 하고, 휴식처를 빼앗고. 아틀란티스 월드가 아니었다면 매우 간단하게 이루어졌을 일이었다.
‘이 사실을 그에게 알려 줘야 한다. 그가 세상을 등지면 또 하나의 신비가 생겨날 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레드 로즈는 그런 생각을 하며 저택을 나섰다. 천일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는 알고 있었기에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쉽게 천일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등장했다.
“저기요.”
빈센 경의 태도에 분노한 것은 레드 로즈뿐이 아니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 사람들 중에는 천일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헤븐 시티의 총대장을 위해 봉사하는 노바 스페이스 연맹 상급 장교들도 그들 중 하나였다.
“……?”
레드 로즈가 발길을 멈췄다.
“천일 님은 지금, 아니군요. 자리를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반지를 내밀어 주세요.”
노바 스페이스 연맹 상급 장교는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말해선 안 되는 내용임을 깨닫고 즉시 말을 바꾸었다.
“이유는?”
레드 로즈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저희들은 빈센 경과는 생각이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지는 아직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 점은 조금 이해해 주세요.”
노바 스페이스 연맹 상급 장교는 그렇게만 말했다.
끄덕.
레드 로즈는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알기에 믿기로 했다. 그리고 레드 로즈의 모습이 사라졌다.
언뜻 생각하면 세상에는 바보들만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빈센 경의 명령에 따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천일을 향해 덤벼든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하지만 그것은 겉보기뿐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인재는 존재하는 법이었다.
빛과 어둠의 싸움.
표면적으로는 밤의 가호와 여신의 숨결을 놓고 누가 지구의 패권을 손에 쥘 것이냐를 겨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파고 들어가면 매우 복잡한 문제들과 이해관계가 엮여 있었다.
그것들 중 하나는 흡혈귀와 인간, 마법이나 마술을 사용할 수 있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에 관한 것이 존재했다.
인간의 범주에 관한 문제로 파고 들어가면 골치 아프니 살짝 넘겨 두기로 하고.
명진은 천일에게 구심점이 되어 달라는 말을 했다. 빛에 속한 자들 가운데서도, 어둠에 속한 자들 가운데서도, 빌어먹을 다툼은 그만 끝났으면 하고 바라는 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자유 진영에 속한 자들을 중개역으로 삼아 남몰래 교류하였다. 이 사실은 그들에게 있어 최대 비밀이었다.
빛의 경우 대표적으로 마법사 길드, 런던 시계탑 마술 거리 등이 그랬고.
어둠의 경우 괴이도시, 오음 등이 그랬고.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등장을 시작으로 그들의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하지만 각 진영에서 적을 물리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중심 세력의 힘이 너무 강했다. 게다가 고질적인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것도 문제였다.
도깨비, 흡혈귀, 요괴의 존재가 과연 일반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냐? 라는 점 같은 것 말이다.
과학도 한때는 악마의 것이라며 사냥당하던 시절이 있었다. 전쟁은 그만두고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해도 풀어 낼 수 있는 문제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중심축에 설 만한 존재가 없었다.
중심에 설 사람은 치우침이 없어야 하고, 모범이 되어야 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존재여야 했다. 그러니까 왕 같은 존재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왕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싫었다. 그렇기에 빛과 어둠의 싸움을 종식시키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에 천일이 나타난 것이다.
먼저 움직인 것은 마법사 길드와 런던 시계탑 마술 거리였다. 그들은 천일의 힘을 인지하는 즉시 지금까지 얻은 많은 종류의 정보를 규합하여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혜미와 명진의 팀이 파견되었다.
마법 진실, 모든 거짓을 꿰뚫어 보고 진실의 여부를 판단하는 힘.
마법이라는 것은 인간의 최대 무기로, 천일은 물론이고 노바 스페이스 연맹조차 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힘이었다. 전투 능력이 높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그런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마법 진실이라는 것은 패널티는 많지만 적에게는 번거롭고, 아군에게는 유용한 능력이었다.
즉.
명진은 빛의 진영에 속한 온건파의 사신이라는 거다. 명진이 천일의 말과 행동을 통해 그 진실 됨을 판단하여 일을 맡기게 되면, 어둠의 온건 세력도 움직이기로 되어 있었다. 천일은 이러한 결과를 의도하여 무력시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의도한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하지만 그냥은 아니었다. 그들은 빛과 어둠의 상층부를 완전히 굴복시키기 위해서는 빛과 어둠, 자유에 속하지 않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언제나 보통 사람에 의해 굴러간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천일의 대답은 당연히 긍정이었다. 이렇게 좋은 제안을 거절할 리가 없었다. 상대가 속이려고 하는 것일지도 몰랐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조건이 붙어 있었고, 해태의 개인적인 부탁, 혜미의 조언 같은 것이 있었지만 대수로운 일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