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48
48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2권(23화)
5. 해답이 없기에 나는―상(8)
아, 청룡 소녀, 그러니까 청애(淸愛)를 팀에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것이 대수로운 일이라면 대수로운 일이었다.
그 바보는 정말로 엄마가 무서웠는지, 천일에게 노예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때는 엄마를 무진장 찾던 주제에, 해태를 만나고는 천일을 주인으로 삼아 버렸다. 단지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천일도 팀에 한 명 정도는 진조와 맞먹는 빛에 속한 전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야 팀 이름에 부끄럽지 않았다. 구색 맞추기다, 구색 맞추기. 이 이야기를 청애가 들으면 마구 화내면서 천일의 머리를 따다다닥 하고 때리겠지만.
어쨌든.
천일은 혜미의 집에 머물며 잠시 요리를 대접받고 있었다. 해태에 의해 많이 부서졌지만 부엌만은 멀쩡했던 것이다. 오랜만에 먹는 한국식 가정 요리에 천일은 잠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밥에 김치, 된장찌개 등이 얼마만인지. 다음에 받을 팀원은 한국식 가정 요리에 능한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띠링띠링.
반지가 울었다. 슬쩍 보니 모르는 누군가에게 메모가 와 있었다. 천일은 잘못 온 건가 싶어 무심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메모를 확인했다.
[발신인, 노바 스페이스 연맹 상급 장교.]망할. 하필이면.
천일은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옆에서 우걱우걱 요리를 소멸시키고 있던 청애가 벌떡 일어났다. 먹는 것에 집중하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바쁜 모양이네. 가 봐. 우리 볼일은 끝났어.”
혜미가 말했다.
“그럼 나중에.”
천일은 인사를 하고 저택 밖으로 나갔다. 혜미와 명진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메모의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니, 뭔가 문제가 발생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호출을 하니, 즉시 이동되었다. 물론 청애는 아니었다. 아니었지만 구애받지 않고 따라왔다.
신수, 청룡.
동해 바다 멀리 깊은 곳에 보금자리를 가진 자들로 지구상에 딱 두 명뿐이었다. 엄마 쪽은 청주(淸主)라는 이름으로, 동해 용왕님이라 불리셨다. 청애는 용왕님의 딸인 것이다. 작지만 용궁 같은 것과 시녀들과 신녀들, 무사들을 데리고 있었다.
빛에 속한 세력들 중 하나로 중립에 가까웠지만, 별 의미는 없었다. 어차피 바닷속 깊은 곳에 감추어져 있는 탓에 신수들을 제외하면 바깥세상에 나올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용왕님께서 가끔 밖에 나와 사람들을 위해 힘 한 번 거하게 쓰고 들어가기 때문에 빛에 속해 있다 말해졌다.
가끔 남편 주작과 대판 싸우는 것이 문제긴 했지만 말이다.
그때마다 해태가 혼신의 힘을 다해 둘 사이를 중재하며 싸움을 뜯어 말렸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바다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던 신수 해태의 비애였다. 덕분에 죽은 고기 떼나 고래 떼가 어딘가의 해안가로 밀려들어 가긴 하지만, 신수들의 부부싸움임을 생각하면 가벼운 재난이었다.
그런 이유로, 그런 이유로? 신수들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돌아다니는 능력이 매우 탁월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들이 다니는 길이 따로 있었다. 천일이 공간을 베어 다른 공간을 통해 이동하는 것과는 비슷한 이치이나 전혀 다른 무언가였다.
그렇기에 청애는 천일이 만든 무자비한 폭력 속에서도 무사할 수 있었고,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하이테크로도 순간 이동시킬 수 없었다.
청룡에 관한 이 이상의 이야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고.
천일은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 의해 강제로 이동되어 레드 로즈를 만나게 되었다. 장소는 레드 로즈의 저택이었다. 어째서인지 체비트가 있고, 체비트와 외모는 달랐지만 복장은 비슷한 남자도 한명 있었다.
“또 뭔 수작을.”
천일이 생각하기도 귀찮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수작을 잘 알고 있는 탓이었다.
뭔가 주는 척하면서 실험용 쥐로 만드는 그거 말이다.
“천일 님도 갑자기 무슨 말씀을. 저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팀 저택에서 뵙겠습니다. 천일 님.”
한소리 들을까 싶었는지 체비트가 잽싸게 도망쳤다.
“하여간 도망치는 건 빨라.”
천일은 약간 어이가 없었다.
“어흠. 천일 님, 일단 먼저 사과드리겠습니다. 저는 일이 그렇게 될 줄 모르고 빈센 경에게 천일 님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레드 로즈가 천일의 앞에 와서는 허리를 90도로 숙이고 그런 말을 했다.
“…….”
천일은 말문이 막혔다.
“용서해 달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또한 제게 뭔가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으시다면 말씀만 하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렇게 천일 님을 모시게 된 것은 드리지 않으면 안 될 말이 있어서입니다.”
레드 로즈가 말했다.
‘용서해 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뭐야? 이 녀석.’
천일은 신기한 생물이라도 본 기분이 들었다.
“됐어. 괜찮아. 그런 일은 숨긴다고 숨겨질 일도 아니고, 숨기고 싶지도 않아. 그런 녀석은 어디에나 있어.”
천일이 말했다.
“그럼 이쪽으로. 용건은 간단하지만, 아니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군요.”
레드 로즈는 그런 말을 하면서 천일을 안으로 인도했다. 향긋한 기운이 감도는 홍차를 내오더니 빈센 경의 선택에 대해 말했다.
“…….”
천일은 말문이 막혔다.
단지 생각했다.
세상은 넓고, 바보는 많다고.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저 때문에 천일 님이 피해를.”
레드 로즈는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이더니 눈물을 흘렸다.
“울지 마. 별거 아니야. 피해 같은 거 없어. 울면서 사과할 일 같은 것이 아니야.”
천일은 급히 레드 로즈를 위로했다.
“동정하지 마십시오. 저같이 생각이 짧은 사람은 동정받을 가치도 없습니다.”
레드 로즈는 어째서인지 자학 모드를 전개했다.
“아니, 넌 그냥 바보야.”
천일이 불쑥 진심을 말했다.
“……!”
레드 로즈의 안색이 바뀌었다.
“칭찬이야. 놀라지 마.”
천일이 슬쩍 말을 바꾸었다.
“어리석다 욕하는 것이 칭찬입니까? 어째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감사드립니다.”
레드 로즈는 천일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아이고, 맙소사. 제발 좀 봐줘. 왜들 이러냐.’
천일은 속으로 절규를 토하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떨어뜨리며 양손을 살짝 올려 항복 표시를 했다.
“미안. 욕이었어. 그렇게 대응하면 이쪽이 곤혹스러워.”
“……!”
레드 로즈의 안색이 다시 한 번 바뀌었다.
“어쨌든 진정하고 들어. 빈센이라는 녀석, 네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녀석이 분명해. 틀림없어.”
천일이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레드 로즈가 의문을 표했다.
“네가 속았다는 거지.”
천일이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하지만 레드 로즈가 이해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였다.
“알고 있습니다.”
레드 로즈는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넌 몰라. 그 녀석은…… 진짜로 나를 사회에서 매장시키려 하겠지만, 너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는 것은 내 귀에 자신의 말이 들어가길 원했기 때문이야. 쫓아 버릴 인간에게 그냥 심심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바보가 있을 것 같아? 있다고 해도 그런 사람이 빛의 진영이라고 하는 거대 세력의 우두머리 노릇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천일은 그저 그런 의문을 던진 것뿐이었다.
“……!”
레드 로즈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닳고 닳은 녀석들이 하는 짓이란, 다 그래. 하나의 행동에 몇 가지 의미를 두고 결과를 예측하지. 어떤 결과가 나와도 비켜 갈 수 있도록 은신처나 변명거리를 준비해 두고는 말이야. 가끔은 아닌 녀석들도 있지만.”
천일이 중얼거렸다.
“…….”
레드 로즈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문제는 역시 그녀야.”
천일은 여신 가이아이자 영웅 가이르디슈를 떠올렸다. 빛의 진영에 진정으로 군림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인물이었다.
“그녀?”
레드 로즈가 의문을 표했다.
“있어, 그런 망할 존재가. 그래서 말인데 잠시 날 도와줄 수 있을까?”
천일이 물었다.
“무엇을 말입니까?”
레드 로즈는 신중한 기색을 보였다.
“우리 팀에 바보가 한 명 있어. 행동하는 것도, 사고방식도 엉망진창이지. 하지만 가끔은 매우 예리해. 중간 단계를 전부 생략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녀석이야. 그 녀석은 지금 나의 비장의 한 수가 될 것을 준비하고 있어. 나의 적은 빛의 진영도, 어둠의 진영도 아냐. 그녀지. 그리고 그녀는 나는 물론이고,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 속한 영웅들이라고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존재야. 하지만 그녀에게도 약점은 있어. 전투로는 이기지도, 비기지도 못하겠지만 설득이라면 가능해.”
천일의 눈빛이 무겁게 번뜩였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 겁니까? 전혀 모르겠습니다.”
레드 로즈는 천일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일단 그 녀석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어 봐. 그러면 보일 거야. 그 이상은 지금 말할 수 없어. 자, 그럼 나도 슬슬 움직여 볼까.”
천일은 일어났다. 그러면서 ‘어이, 거기 문밖에서 귀 대고 있는 놈. 이야기 다 들었지? 모른 척하지 말고 이리 와. 재운에게 연락은 해 둘 테니까 여기 있는 이 녀석 재운에게 데려다 줘.’라고 말했다.
달칵.
문이 열리며 노바 스페이스 소속 연구원이 웃으면서 나타났다.
“하하하. 알고 계셨군요. 역시…….”
노바 스페이스 소속 연구원은 뒷말을 삼켰다.
“얼른 움직여.”
천일은 그렇게 말하고 서포트 기능을 활성화시켜서는 재운을 호출했다. 뭔가 하는 중이었는지 바빠 보이는 얼굴이었다.
―여! 천일!―
재운이 말했다.
“뭐하냐?”
천일이 물었다.
―똑똑한 대장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중이시다. 기대하라구. 이 몸의 능력 있음에 깜짝 놀라게 될 거다.―
어째서인지 재운은 의기양양했다.
“잠시 정지. 그쪽으로 사람 한 명 보냈어. 아리따운 여성분이시다. 네가 하는 일을 도울 거야. 너를 위해서 내가 특별히 부탁했다.”
―오오.―
“좋냐?”
―짜식, 이제야 약속 지키는구나. 암, 남자라면 그래야지.―
“실례 저지르지 말고. 정숙한 분인 것 같다.”
―실례? 내가? 미쳤냐? 걱정 마. 내가 아무리 바보라도 여성분에게 오줌을 누지는 않는다. 바보 천일.―
“…….”
천일은 진심으로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재운의 아내와 자식을 위해 잠깐 동안 묵념했다.
―아니냐?―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재운이 질문을 건네왔다.
“실수하거나 예의 없게 굴지 말란 소리다. 그리고 네가 이해한 실례는 말이야. 하아, 너 때문에 내 머리가 아프다. 그럼 끊는다. 바빠.”
뚝.
천일은 연락을 끊고는 생각했다. 빛과 어둠의 전쟁을 종식시키면 재운에게 바보를 고치는 데 능숙한 선생을 모셔다 붙여 주던지 해야겠다고.
식당 밀레니엄.
천일이 사고를 친 이후 한층 더 손님이 몰리게 되었지만, 오늘은 문을 열지 않았다. 임시휴업이라고 적힌 팻말이 문에 걸려 있었다.
주방장이자 주인 가이아에게 뭔가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기 위해 밀레니엄을 찾은 사람들은 발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무슨 일로 밀레니엄의 문을 닫은 걸까? 어디에 있는 걸까?
손님은커녕 오토로봇 하나 없는 식당 내부.
테이블의 위치가 조금씩 바뀐 가운데 중앙에 테이블 하나가 있었다. 조명은 촛불이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이 두 개의 접시와 글라스, 그 외의 식기들이 양쪽을 기준으로 놓여 있었다. 누군가의 생일인 걸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서걱.
공간이 베이며 천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헤븐 시티로 돌아온 천일은 여관 리핌으로 가서 카운터 아가씨를 찾았다. 거리의 분위기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지만, 살기가 거리 전체를 감돌고 있었다. 그것들의 목적은 하나같이 천일이었다. 빛의 진영의 우두머리 더 홀리 나이트 빈센 경의 정식 명령이 하달된 탓이었다.
천일이야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게 영웅 등급이라 인정받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었지만, 천일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이야기가 달랐다. 천일이 말이라도 걸면 몰려드는 살기에 눌려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는 도망치기 바빴다.
비열한 수작이었다. 그럼에도 여관 리핌의 카운터 아가씨는 웃으면서 쪽지를 건네주었다. 발신인은 가이아로, 사람들 몰래 밀레니엄으로 오라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천일은 그동안 이것저것 한다고 시간 가는 줄 몰랐지만 오늘이 가이아가 정한 열흘 후였던 것이다.
“번거롭게 하네. 그쪽에서 찾아온다고 한 것 같은데.”
천일이 슬쩍 트집을 잡아 보았다.
“저는 연약한 일개 아낙네랍니다. 아직은 사람들 앞에 나설 때가 아니에요.”
차분한 대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