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54
54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3권(4화)
2. 마왕의 자격(2)
그리고 시작되는 전투.
천일은 어둠의 선봉인 괴왕 넨센을 맡았고, 어비스를 사용한 실력자들이 어둠에 속한 강자들을 상대했다.
그란체는 높은 곳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며 승리를 확신했다. 천일과 인간의 실력자들이 괴왕 넨센을 비롯한 어둠의 실력자들과 비등한 실력으로 겨루는 것에게는 조금 놀랐지만 시간이 흐르면 인간은 지치고 어둠이 강성해질 것은 뻔한 일.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면 더 홀리 나이트 빈센과 팔라딘을 비롯한 빛의 진영의 주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릇이 작은 자가 우두머리가 되면 신하 역시 바뀌는 법이다. 빛의 진영의 핵심 세력인 더 홀리 나이트 빈센과 팔라딘은 인간이 아니니까, 인간이 우두머리가 된 지금,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뭐랄까. 그란체는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 없었다. 어떻게 봐도 헤븐 시티 쪽이 열세이고, 그 모습에서 논리적인 모순을 발견하지 못했는데도 함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일까.
고민하던 그란체는 서둘러 헤븐 시티의 주력을 궤멸시켜 두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휙.
낮과 밤이 존재하지 않는 아틀란티스 월드 하늘에 어둠의 장막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든 빛을 차단하고, 완벽한 밤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였다.
“저것은 마왕의 몫이라 내가 직접 손대기가 껄끄러운데 말이야.”
천일이 중얼거렸다.
―어딜 보는 것이냐! 인간. 나, 괴왕 넨센을 무시하다니 배짱이 좋구나.―
천일의 상대인 괴왕 넨센이 소리쳤다.
황금색 투구 사이로 보이는 두 개의 붉은 구멍이 빛을 더했다. 치켜든 배틀 엑스가 거센 떨림을 보이며 요사함을 뿜어냈다.
“무시? 하아.”
살짝 한숨을 쉰 천일의 눈빛이 바뀌었다.
―……!―
괴왕 넨센이 몸을 움찔거렸다. 지금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감각이 그의 본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요괴도 두려움이 있구나. 흥미 있는 사실이야. 그렇다면 알겠지? 지금까지 적당히 놀아 주고 있었다는 거.”
천일이 그런 말을 하며 검을 검집으로 회수하였다. 그러고는 성큼 걸음을 옮겨 손을 하늘로 뻗었다.
팟.
태양이 떴다.
진(眞) 햇무리 천하빛살 출력은 미니멈 범위는 최대, 전개.
“으아아악.”
“크아아악.”
태양 아래를 걸을 수 없는 어둠의 자식들이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달무리 지옥빛살과 마찬가지로 햇무리 천하빛살 역시 천일에 의해 재해석되어 진보하였다.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진(眞) 햇무리 천하빛살은 어둠에 속한 모든 이들에게는 천벌을, 그에 대적하는 자들에게는 힘을 주는 기술로 변화하였다.
―너, 너는…… 신인 것이냐.―
괴왕 넨센이 고통스러워하며 천일에게 물었다.
“신? 설마. 나는 지구인이다. 너와 같아.”
천일은 그리 답하며 걸음을 옮겼다.
―네 이놈!―
천지가 소란스럽게 울렸다. 마왕 그란체가 분노를 쏟아 내고 있는 것이다. 시시각각 넓어지는 빛의 영역은 모든 어둠을 잠식하며 어둠의 자식들을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툭.
천일이 땅을 박차 날아올라 마왕 그란체를 향했다.
―여전히 대단한 잔재주구나. 하지만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마왕 그란체가 그런 말을 하더니 괴성을 토했다. 그러자 지면 곳곳에서 어둠이 피어올랐다. 사방을 가득 메운 빛을 없애며 어둠에 속한 자들에게 힘을 더하고, 어둠에 속하지 않은 모든 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수, 숨이.”
“크윽.”
때문에 인간들이 신음을 흘렸다.
“생각대로네. 이렇게까지 순조로우면 솔직히 조금 불안한데 말이야.”
천일이 중얼거렸다.
―뭣이! 잘도 지껄이는구나. 인간, 마왕의 힘을 보여 주지.―
그란체가 하늘로 손을 치켜들었다.
쿠르릉.
대지가 떨리며 지진이 시작되었다.
“자, 그럼 나도 시작해 볼까.”
천일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마왕 그란체의 몸에서 흘러나와 하늘을 메우고, 지면에서 피어올라 솟구치는 어둠이, 스스로 의지가 있는 것처럼 천일의 손앞으로 모여들었다.
마왕 그란체의 의지를 거부하는 것 같은 움직임.
―……!―
마왕 그란체의 안색이 바뀌었다.
“힘에 의지가 없다는 것은 누구라도 조건만 갖추면 다룰 수 있다는 뜻이지. 마신의 의지가 소울 이터에 갇힌 순간 어둠은 자유가 되었다. 물론 지각 밑에 있는 힘을 끌어 올리는 것은 어렵지만, 위로 흘러나온 힘이라면 이렇게.”
고오오.
천일의 손끝에 어둠이 회전과 응축을 반복하여 구체 모양의 덩어리가 되었다.
“말이다. 쉬운 일이지. 너는 이걸 받을 수 있을까? 어둠이라고 해서 어둠의 힘에 완전히 면역이 있는 건 아닐 거야.”
천일은 그 말을 끝으로 어둠의 구체를 던졌다. 마왕 그란체는 서둘러 자신의 몸을 안개의 형상으로 바꾸었다.
“그게 네 선택이냐? 축하해. 딱 걸렸어.”
천일은 오른손을 치켜들었다가 내리그었다. 그러자 하늘에서 빛살이 내리꽂히고, 지면에서 빛살이 솟구쳤다.
안개라 해도 피할 수 없는 상황.
거기에 천일을 뽑았다.
정오햇살 임팩트!
한여름 정오 태양을 맨눈으로 바라보는 것 이상의 빛줄기가 모였다가 폭발하여 마왕 그란체를 날려 버렸다.
빛이 되어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전개.
하지만 마왕의 권능을 강탈한 그란체는 얼마라도 어둠의 힘을 뽑아서 사용할 수 있기에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다. 게임으로 따지면 Hp만큼은 무한대라는 소리다.
“아직 병원 안 갔냐? 거참, 끈질기구나.”
천일이 기가 막힐 정도였다.
―네 이놈!―
마왕 그란체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서는 분노했다.
“더 할래?”
천일이 물었다.
―다음에는…… 다음에는 용서하지 않는다. 인간.―
그란체는 현명하게도 퇴각을 선택했다. 천일을 상대로 승리 할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전투가 시작됨과 동시에 재운, 빈센, 레드 로즈를 주축으로 구성된 별동대가 다크 시티에 점령당한 3개 마을을 공격하여 함락시켰다. 천일이 적당한 힘으로 괴왕 넨센을 상대하며 시간을 끈 이유였다.
그런 이유로 다크 시티 측에 몸을 담고 있는 어둠의 자식들은 아주 멀리 있는 마을의 병원에서 부활하였다.
시간에 맞춰 그란체를 도와줄 수 없다는 의미다.
이로써 헤븐 시티와 다크 시티의 세력 판도는 5:5로 바뀌었다. 헤븐 시티 쪽에 속한 다섯 개의 마을 가운데 2개는 재건축 중이었지만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
필연이라고 말해지는 우연이라는 것이 있을까? 없다면 없는 거고, 있다면 있는 것이겠지만.
그란체의 패배에 맞추어 마왕과 베베가 다크 시티에 깃발을 꽂았다.
괴이도시와 오음의 지원군들과 그란체의 패배가 마왕 그란체를 따르던 자들에게 영향을 준 것이다.
마왕의 패배는 실시간으로 어둠에 속한 모든 존재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일까? 중립을 지키고 있던 소소한 어둠의 세력들이 마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로써 마왕은 다크 시티의 사령관으로 취임하게 되었다.
수는 전부 합해도 500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뛰어난 자들이었다. 거기에 자유의 7대 신비 중 하나인 위치 힐(Witch Hill)에서도 사람이 나와 마왕의 편에 서겠다고 했다.
위치 힐(Witch Hill).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에 관한 이야기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로얄 가든의 수장 잔 다르크도 마녀 재판을 통해 화형에 처해졌으니까 말이다.
위치 힐은 마녀들의 언덕이라는 뜻으로, 진짜 마녀들의 은신처이자 이상향이었다.
마녀라고 지명되어 죽임을 당한 사람들.
아이를 납치하여 삶아 먹고 역병을 퍼뜨리고 악마를 소환하고.
당시 사람들이 멋대로 정의 내린 마녀는…… 분명 있었다. 하지만 마녀들 모두가 그랬냐고 물으면 고개를 흔들어야 마땅했다.
마녀들 중의 일부. 마음의 균형이 깨어져 타락했다고 말해지는 그들.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역병과 기근의 원흉이었던 마녀는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매우 소수였다. 100명의 마녀가 있다면 1명이 있을까 말까 했다.
대개의 마녀들.
기근과 역병으로 고생하는 마을에 강림하여 병을 고치고, 대지를 풍요롭게 하고, 외적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처리하는 마을의 숨은 파수꾼이었다. 그런데 그녀들 중 잘못된 길을 걷는 자들 때문에 그녀들 전체가 적으로 규정당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그녀들은 외부와 격리되는 것을 선택하고, 누구도 세상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관리하였다.
그래도 아이를 가지고 싶으면 남자를 사냥(?)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곤 했지만.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피해를 끼치지는 않았고 하룻밤 불장난을 즐기는 남자는 세상에 차고 넘쳤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출현으로 세계가 바뀌었다. 율도국에 찾아든 위기는 위치 힐에게도 같은 종류의 위기로 찾아왔다.
그것 외에도 소소한 그녀들만의 사정이라는 것이 있었다.
빛과 어둠의 일곱 마녀.
7명이 전부였지만, 그들 개인은 오음이나 괴이도시에서 파견된 자들 수준으로 뛰어난 전투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크 시티에 속한 모든 어둠의 자식들에게 전해지는 메시지.
―내가 돌아왔다. 마왕의 권능을 찬탈한 역적에게 충성을 다하는 자들이여.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고 있던 곳으로 돌아오라. 용서를 빌어라. 그리하면 용서해 주마. 3일이라는 시간을 주겠다.―
라고.
이에 마왕 그란체는 메시지를 비웃으며 조롱했다.
권능을 잃어버린 마왕 따위가 마왕 운운하다니 가당치도 않았다. 동시에 다크 시티를 쳐서 마왕을 사로잡겠다는 생각을 했다. 천일이 이끄는 헤븐 시티 세력에 패배하여 실추된 권위와 사령관 직함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물론 천일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비장의 한 수로써 마왕을 사로잡자는 의도도 있었다.
결전의 날, 다크 시티 앞마당.
마왕 그란체와 마왕이 중앙에 있고, 그 외의 자들은 그들이 지지하는 마왕 배후에 서 있었다.
“크크크. 마왕의 권능을 잃어버린 꼬마 계집이 마왕을 자처하는가? 우습다 생각하지 않느냐?”
그란체가 의문을 표했다.
“나는 태어나기 전부터 마왕이었다. 네놈이야말로 간악한 지혜로 찬탈한 권능을 포기해라. 너는 마왕의 그릇이 아니다.”
마왕이 응수했다.
“흥. 같잖은 소리. 밤의 가호를 내려 줄 수 있는 자가 마왕이거늘. 그렇지 않다면 마왕 가문을 우리들이 따를 이유가 있었겠느냐. 꼬마 계집.”
“마왕이란 어둠에 속한 모든 자들을 다스리고 통치하는 존재. 밤의 가호는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뚫린 입이라고 말을 막하는구나. 그동안 우리 어둠은 밤의 가호를 받느냐 받지 않느냐를 기준으로 어둠에 속해 있는지, 아닌지를 분간하였지 않느냐. 그것마저 부정할 셈이더냐. 꼬마 계집.”
“시대는 바뀌었다. 어둠에 깃들어 있던 의지는 누군가에 의해 봉인당했다. 나의 안에도, 어둠의 안에도 그것은 없다. 우리들은 자유다. 나는 자유로운 어둠의 위에 군림하여 통치할 것이다.”
“자유로운 어둠? 크크크. 건방떨지 마라, 꼬마 계집. 분수를 알아야 오래 사는 법. 지금이라도 엎드려 용서를 빌어라. 용서해 주마.”
“분수를 알아야 하는 것은 네놈이다. 그란체.”
“인간과의 혼혈 주제에 감히. 그렇게도 아픈 것이 좋다면 보여 주도록 하지. 나의 어둠을.”
마왕 그란체가 그런 말을 하며 손을 들었다.
대지에서 어둠이 피어올라 하늘을 감싸고, 그것은 곧 세상의 어둠이 되었다. 칠흑 같은 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네놈에게는 어째서 우리들이 어둠의 중심에서 어둠을 제어해 올 수 있었는지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좋다. 보여 주마. 어둠의 의지에서 해방된 우리 마왕 가문의 진정한 힘을.”
마왕이 소리쳤다.
펄럭.
마왕의 등에 4장의 날개가 생겨났다. 두 개는 하늘로, 두 개는 땅을 향하고 있었다. 엑스 자 형태였다.
그것들은 마왕의 등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다. 마왕의 영혼, 정신에 붙어 있는 것이다.
“……!”
마왕 그란체가 놀랐다. 마왕의 모습은 전설에 등장하는 마왕 가문의 초대 가주와 똑같았던 것이다.
척.
마왕이 검을 뽑았다. 언뜻 보면 그냥 금속 막대기다. 하지만 마왕이 기합성을 발하자, 커다란 어둠이 검에서 피어올라 대검이 되었다.
“설마!”
마왕 그란체는 순간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란체는 마왕의 권능을 빼앗기 위해 마신의 의지를 어둠에게서 분리해야만 했다. 마신의 의지가 깃든 어둠은 다룰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왕 가문은 마신의 의지를 가진 어둠을 제어하였다.
마신의 의지가 깃든 어둠을 제어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마왕 가문과 그란체 사이의 격차였기도 했다.
마왕 가문에는 핏줄로만 이어지는 특수한 종류의 능력이 있었다. 그동안은 마신의 의지가 깃든 어둠을 제압하는 데만 쓰였기에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