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55
55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3권(5화)
2. 마왕의 자격(3)
자유로운 영혼의 외침.
칼타자크 히로임 네무(Kaltazark Hiroem Nemu).
빛과 어둠의 싸움의 기록에는 마왕 가문의 초대 가주가 여신 가이아를 속였다는 대목이 있다.
그 이야기에는 의도적으로 곡해가 이루어진 것으로, 마왕 가문의 초대 가주가 여신 가이아를 속인 것이 아니라 여신 가이아가 마왕 가문의 초대 가주를 속였다.
그의 후손이 능력을 사용하여 마신의 의지가 담긴 어둠을 벗을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서걱.
마왕의 검이 허공을 가른다. 단지 허공을 가를 뿐이지만 마왕 그란체에게 귀속되어 있던 어둠이 잘려나갔다.
자유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제 어둠에는 의미가 없기에 해방된 어둠은 어둠으로 돌아갈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마왕이 빼앗았다.
천일이 말했듯 의지가 없는 힘은 그저 힘일 뿐이고 누구라도 다룰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천일의 경우 영웅 등급의 전투 능력에 걸맞은, 아니 그 이상의 의지를 가지고 있기에 마왕 그란체가 지배하고 있는 어둠이라도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있었다.
“이 꼬마 계집애가!”
마왕 그란체가 분노를 토했다. 그러고는 어둠에 동화하여 거센 폭풍으로 변화하였다.
콰콰콰.
폭풍은 마왕을 삼켜 버렸다.
―갈기갈기 찢어지거라.―
마왕 그란체의 외침이 울렸다.
“위험해 보여.”
보고 있던 산달이 중얼거렸다.
“전혀.”
밤딸기가 고개를 흔들었다.
“잘 보거라. 이제부터가 진짜니라. 지구상의 모든 어둠을 다스릴 자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이야.”
베베도 말했다.
번쩍.
섬광이 있었다. 그란체가 낭패한 모습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맞은편에는 마왕이 검을 털어 내고 있었다.
“어, 어떻게? 그, 그런.”
그란체는 경악했다.
“그림자가 있기에 빛이 있다. 모든 어둠을 제압한다면 남는 것은 빛이지. 어둠보다 더 어둡고, 칠흑보다 더 검은 빛.”
어둠과 빛은 상반된 것으로 같은 선상에 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지만, 사실 빛 그리고 어둠이라는 것은 구분 지어 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어둠이여, 나에게 복종하라!”
마왕이 소리치며 검을 치켜들었다.
고오오.
어둠이 마왕의 검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주변 공간에서 하얀 빛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작되었다.
“어둠의 광휘(Darkness Brilliance)!”
외침이 있었다.
서걱.
하얀 도화지에 검은 선이 하나 그려지듯 마왕의 일검이 그란체를 휩쓸고 지나갔다. 직후 어둠을 빼앗겨 하얗게 빛나던 풍경은 사라졌지만, 그란체는 찢겨진 채로 조각조각 나뉘어서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물론 죽지는 않았다.
“나의 선조님, 초대 마왕은 사람들을 해하기 위해 마왕이 되기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이 사람 저 사람을 타고 넘나드는 마신의 의지를 제어하기 위해 제물이 되어 마신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마신을 제어할 수 없다면 그야말로 우스운 이야기. 지금의 너는 어둠의 힘을 악용하고 있다. 나는 너에게 귀속된 마왕의 권능을 없애겠다. 모든 어둠은 보거라. 너희들은 자유다. 그리고 내가 너희들의 왕이다!”
마왕은 당당하게 소리치고는 땅에 조각나 널브러진 그란체에게 다가가 검을 꽂았다. 그리고 능력의 발동.
쿠아아아.
그란체의 몸에서 어둠이 솟구쳤다. 이어 어둠에 속한 모든 이들의 몸에 깃들어 있던 밤의 가호 역시 어둠의 형태로 그들의 몸을 벗어났다. 그 여파로 하늘에 어둠으로 형성된 구름이 만들어졌다.
“어둠이여, 내게로 오라!”
마왕이 검을 치켜들고 소리쳤다.
콰콰쾅, 쾅쾅.
어둠이 번개가 되어 마왕의 검을 향해 몰려들었다. 대부분은 마왕의 몸을 통로로 삼아 대지로 돌아갔지만, 일부는 마왕의 몸에 남았다.
밤의 가호의 소멸, 그것은 어둠의 자식들을 한곳에 모으던 구심점이 사라졌음을 말하는 것이었다. 마왕 가문에 적극 충성하던 4대 귀족 가문의 전투 능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음을 말하는 것이었다.
빛과 마찬가지로 어둠 역시 세력 판도가 재편성되었다.
하지만 달랐다. 마왕의 권능을 빼앗아 마왕 행세를 하던 그란체가 독립을 선언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란체는 거의 모든 흡혈귀의 근원이며 그들의 수장이었다. 어둠을 다루지 못하게 되고 밤의 가호가 없다고 해도 그 전투 능력은 200만 갤런이 넘었으며, 여러 명의 강력한 흡혈귀가 충성을 맹세하고 있었다.
게다가 마왕에게 대적한 죄가 있었다. 마왕은 그의 체류를 용납하더라도 다른 자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
뒤를 이어 4대 귀족 가문에 속해 있던 다른 자들도 마왕의 휘하를 이탈했다.
밤의 가호와 그에 따른 형벌의 집행이 없다면 굳이 마왕의 밑에서 제어당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마왕이나 마왕 가문의 뜻과 의지와는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대신 현흑림(玄黑林)을 이끄는 괴왕 넨센이 충성을 맹세하였다.
원래의 의도,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정한 규칙을 어기는 자들에 대한 것.
어둠에서는 로얄위자드 가문에 속한 자들이 그 중심에 있었지만, 그들은 천일이 영웅의 힘을 사용한 그 직후부터 모습을 감추었다.
그래서 천일이 준비한 비장의 한 수, 그러니까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특별히 마련한 감시망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어쨌든.
지금 어둠은 세력을 재편성하여 다른 문제를 마왕에게 들이밀었다. 빛의 진영이 그동안 사로잡아 노예로 만든 자들에 관한 것이었다.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과학이 상식을 초월했다고 해도 그것만큼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노예가 되어 버린 어둠의 자식들에 관한 문제만 남게 되었다. 그래서 여러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론은 마왕의 판단에 달려 있었다.
베베는 좋은 게 좋다는 내용의 방법을 제안하였다.
좋은 게 좋은 것.
천일들이 회의를 통해 마련한 결론을 실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왕은 고개를 저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정한 룰을 어긴 자들, 그러니까 로얄위자드 가문 사람들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말해 어둠에는 내놓을 카드가 없이 빛에게 무언가를 내놓으라 하는 것은 이야기가 되지 않는…… 천일은 인정해도 그 밑에 있는 자들은 납득할 수 없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베베는 그렇기에 천일과의 유대감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4대 귀족 가문이 빠진 어둠이지만, 표면적으로는 빛과 어둠의 싸움을 종식시키는 편이 좋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생각이 다름에서 오는 갈등.
물러난 것은 베베였다. 아니, 베베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천일과 마왕의 사이를 그저 보기만 해야 하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다크 시티 중앙 광장.
마왕은 휘하에 들어온 모든 어둠의 자식들을 모아 놓고 선언했다.
시대가 바뀌고 그에 따라 어둠은 새로 태어났지만, 그래도 매듭지어야 할 일은 있는 법. 모든 것은 그 후에 어쩌고저쩌고.
이것이 불러올 새로운 훗날의 대립은 어쨌든.
마왕에게는 두 가지 의도가 있었다. 하나는 어둠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천일에게 패배하는 것이다.
패배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누가 진정한 강자인지 보이기 위한 것.
여기는 아틀란티스 월드.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정한 규칙을 어기지만 않는다면 누구도 죽일 수 없고, 누구도 죽지 않는 세계.
그렇기에 존재하는 영원히 반복되는 싸움. 마왕은 천일의 강함을 드러냄으로써 어둠에 속한 이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마왕 폐하 만세!”
“마왕 가문 만세!”
어둠에 속한 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사실.
빛만 어둠에 원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둠 역시 빛에는 원한이 있었다. 아니, 어둠이기에 원한의 정도는 더욱 컸다. 그것은 ‘마왕이 잊어!’라고 말한다고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마왕의 결단은 돌고 돌아 천일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농담이지? 농담일 거야. 농담이라고 말해 줘.”
천일은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왕과 검을 겨루는 것이 무서워서? 솔직히 무섭다. 전혀 다른 의미에서.
“크.”
천일은 좌절했다. 때때로 생각하지만 마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베베라도 옆에 있으면 해석을 부탁하겠지만, 베베는 마왕의 곁에 붙어 있으니 그럴 수도 없었다.
“껄끄럽다면 나에게 지위를 넘겨라. 내가 지휘봉을 잡지.”
요정기사단이 된 빈센이 말했다.
“로리 흡혈귀는 나에게 맡겨. 최선을 다해 한 방 먹여 주고 말 테다.”
재운도 의지를 불태웠다.
“아서. 네가 베베를? 어비스라도 사용하게?”
천일이 재운에게 한마디 했다.
“안 해! 하지 않고 한 방 먹여 줄 거다.”
재운이 바보라도 한도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거 무리.”
천일은 천일답게 한마디 해 주고 말았다. 팀에서 부동의 2위를 자랑하는 베베의 전투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유일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리라고 하지 마! 무리라는 건 없다! 근성으로 해치워 주마.”
재운은 때때로 이상한 곳에서 열의를 불태웠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결단을 내려 주시길.”
레드 로즈가 화제를 바꾸었다.
“어떻게 하긴. 그쪽에서 그렇게 나온다고 물러설 수 있겠어? 없잖아. 인간답게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천일은 인간답게라는 말을 사용했다.
“뜻밖이군. 반려로 삼을 자에게 검을 겨눈다? 후후.”
빈센의 입가가 기분 나쁜 모양으로 일그러졌다.
“…….”
천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슥.
돌연 허공에서 청룡의 소녀, 청애가 떨어졌다. 사뿐한 걸음으로 지면에 내려서서는 천일의 소매를 붙잡고는.
“이번에는 나도 참전! 괜찮지? 주인.”
이라고 말했다.
“응?”
천일이 의혹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청애를 바라보았다.
청애는 해태와 투닥거린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지금까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숨어 있었는지 천일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은신 능력이었다. 하지만 전투 능력은 본 적이 없었다.
“신수 청룡!”
빈센이 소리쳤다. 무척이나 떫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주인, 주인, 나도 이번에는 주인 편에서 싸울게. 괜찮지?”
청애는 무슨 바람이 분 건지 그런 말을 하며 천일의 소매를 잡았다.
“허락하지 마라! 무슨 사정이 있어 네 녀석을 주인이라고 부르며 허락을 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건 전쟁에 사용될 존재가 아니다. 전부 익사한다.”
빈센이 서둘러 소리쳤다.
“익사?”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에? 아냐. 그거 아냐. 안 해! 그렇게 안 해! 안 한다고 했어! 청애는 엄마랑 달라! 이 바보야, 험담하지 마.”
청애가 항의했다.
“…….”
천일은 단지 뭘까? 라고 생각했다.
“안 된다. 잘 생각해라. 청룡은 구름과 비, 천둥과 우박을 부른다. 울기라도 하면 태풍이 몰아친다.”
빈센이 추가로 설명했다.
“그건 엄마야. 내가 아냐. 나는 조신한 아가씨야. 그렇게는 안 해!”
청애는 못해가 아니라 안 해라고 말했다.
“그걸 누가 믿나. 납치당해서 팔리기나 한 주제에.”
빈센이 싸늘한 시선으로 청애를 바라보았다.
“우씨! 너, 적당히 하지 않으면 군고구마로 만들어 버린다!”
청애가 빈센을 향해 살의를 드러냈다. 거기까지라면 좋은데, 양손을 한데 모으자 수정구슬처럼 생긴 것이 나타났다.
용이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것, 여의주.
“윽.”
빈센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만, 그만. 거기까지.”
천일이 나서서 중재를 했다. 그리고 빈센의 태도와 청애의 발언, 그리고 청룡에게 두 발, 두 손 다 들던 해태의 모습 등을 감안한 결과였다.
“청애야, 미안한데 이번에는 괜찮아. 나서지 않아도 돼. 도움이 필요하면 그때 부를게.”
천일은 실로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
“청애도 활약하고 싶은데.”
약한 투덜거림.
“하하. 그래, 나중에 꼭 활약할 장소가 있을 거야.”
천일은 사람 좋은 얼굴을 하며 손을 뻗어 청룡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헤헤. 웅. 알았어. 나는 주인 말 잘 듣는 착한 청룡이야. 주인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청애는 그런 말을 하며 한동안 헤실거리다가 사라졌다.
“세컨드냐! 세컨드인 거지? 세컨드 만들어서 부부싸움 난 거지?”
보고 있던 재운이 기염을 토했다. 청애와 천일이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된다고 가정하면 마왕이 선전포고를 했다 해도 이해 못할 일이 아니었다.
“아니, 전혀. 마왕은 청애에 관한 것 모를 거다. 그리고 내가 너냐? 세컨드 같은 걸 만들게. 헛소리는 그쯤 해 둬.”
천일이 조용한 어조로 재운에게 반론을 폈다.
“아닙니까?”
보고 있던 레드 로즈가 물었다.
“아니라니까.”
천일이 답했다.
“아닌 것치고 고분고분하군. 거기다 주인이라니. 설마라고 생각하지만 물린 거냐?”
빈센만이 진지하게 질문을 해 왔다.
“응. 해태가 나타나서 이런저런 일이 좀 있었다.”
천일은 그렇게만 말했다. 하지만 빈센은 이해했다. 그야말로 쓴웃음을 한껏 머금으며 비 맞아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 새를 보듯 천일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먹이는 제때 줘라. 저것은 울게 되면 감당하기 힘들다. 잘못하면 모든 것이 수몰.”
빈센이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뚜다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