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56
56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3권(6화)
2. 마왕의 자격(4)
―아냐! 수몰 안 시켜! 물바다 안 만들어! 엄마랑 다르다고 했잖아. 왜 자꾸 비교해! 비교 하지 마! 날 욕하지 마! 이 못된 놈아.―
그런 외침이 울리고 빈센은 해태마냥 이쪽저쪽을 뛰어 다니며 무언가를 피해 다녔다. 간간이 ‘크헉.’, ‘흐갹.’ 등의 신음도 토했다.
“…….”
천일은 물론이고 재운과 레드 로즈마저 말문이 막힌 얼굴로 빈센이 날뛰는 풍경을 불쌍한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어쨌든.
빛은 빛대로 어둠과의 전쟁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부대를 정비하였다.
그렇게 하여 헤븐 시티와 다크 시티의 중간 지점 요새 도시 블란티를 놓고 한바탕 전쟁을 시작하였다. 현 블란티의 주인은 다크 시티로 헤븐 시티 쪽이 공략하는 쪽이었다.
천일이 이끄는 헤븐 시티 진영 30만.
마왕이 이끄는 다크 시티 진영 7천.
숫자로 보면 게임이 되는 싸움이 아니다. 하지만 다크 시티 쪽은 요새 도시 블란티의 방어 시설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싸움은 그 앞마당에서 전개되었다.
철저한 단판 승부.
절대 강자는 헤븐 시티 쪽에 있지만, 그 외 강자의 수는 다크 시티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인정한 전투 능력 100만 갤런 이상이 100명이 넘었으니까 말이다. 때문에 헤븐 시티 쪽 대장 천일은 인간다운 싸움을 선택하였다.
인간다운 싸움, 머리를 사용하여 적의 약점을 철저하게 파고드는 비열한 수단.
마왕이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자들, 레드 로즈와 혜미, 명진 등이 이끄는 별동대가 요새 도시 블란티 배후로 돌아가서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헤븐 시티 대장은 들어라. 앞으로 나와 이 마왕을 쓰러뜨려라. 그러지 아니할 것이면 물러가라!”
위풍당당한 마왕의 도전장.
“이거야, 원.”
천일은 난감했다. 하지만 모두가 보는 중이기에 도전을 물리칠 수는 없었다. 다른 자에게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척.
결국 천일이 나섰다.
와아! 사방에서 터지는 인간들의 함성 소리.
―적당히 상대해 주거라. 그녀의 고집이니라.―
베베의 목소리가 천일의 귀를 파고들었다.
‘고집이라.’
천일은 한숨이 나왔다. 자신의 강함은 누구보다 마왕이 잘 알고 있을 터였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하고 싶은 건지, 당해 주길 원하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천일 역시 헤븐 시티 편에선 모두를 대표하고 있기에 패배할 수는 없었다.
우웅.
진(眞) 빛살검.
천일의 검이 울음을 토했다. 그에 따라 마왕 역시 검을 뽑았다. 천일의 검보다 훨씬 크고 웅장한 모습의 어둠이었다.
이런 것을 운명이라고 말하면 우습겠지만.
헤븐 시티를 대표하는 천일의 검은 빛이었고, 다크 시티를 대표하는 마왕의 검은 어둠이었다.
“나의 검에는 어둠의 의지가 담겨 있다. 진왕 이천일, 그대가 나의 반려가 될 자라고는 하나 빛을 대표하게 된 것도 사실. 나의 무례를 용서하길 바란다.”
마왕이 그런 말을 하며 땅을 박찼다.
“어둠의 의지라. 나의 검에는 빛의 의지 따위 담겨 있지 않지만. 그래도…… 뭐.”
천일은 말을 하려다 그만두고 땅을 박찼다.
쾅.
굉음이 울렸다. 천일의 진(眞) 빛살검과 마왕의 검이 부딪히면서 강력한 충격파를 만들어 냈다.
“자자, 거기까지. 둘 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없어.”
불쑥.
정말로 불쑥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영웅 아세란이 등장하여 천일과 마왕의 팔을 잡았다.
“……!”
“……!”
천일과 마왕 둘 다 놀랐다.
“하고 싶은 말은 많겠지만 일단 참아. 이쪽도 여러 가지로 사정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거기 둘.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 팀에 속한 둘. 보고만 있지 말고 빨리 튀어 와. 빨리!”
영웅 아세란이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베베와 재운이 나는 듯 뛰쳐나왔고, 그리고 하늘에서 청애가 모습을 드러냈다.
번쩍.
섬광이 그녀를 감싸고 아름드리나무 기둥보다 더 굵은 번개 다발이 쏟았다. 청애는 영웅 아세란에 대해 모르기에 결투를 방해하는 방해꾼으로 인식하여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스륵.
하지만 영웅 아세란과 팀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에 속한 자들이 사라지고 난 후였다. 때문에 번개 다발은 주변의 땅을 폐허로 만들며 매우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덤으로 순간적이지만 시력을 잃게 만들 정도의 강렬한 빛무리가 생겨났다.
직후 청애 역시 천일의 뒤를 쫓아 모습을 감추었다.
…….
잠시 후, 시력을 잃었던 빛과 어둠에 속한 자들이 시력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들의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명확하게 아는 자는 없지만 알만한 자들은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관여되어 있음을 알았다. 때문에 전투는 중단되지 않고 형태를 바꾸어 계속되었다.
3. 충격!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SOS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의 팀 저택.
아세란과 함께 천일들이 도착하고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청애가 다짜고짜 아세란을 향해 번개 공격을 퍼부은 것이다. 덕분에 팀 저택에 구멍이 뻥 뚫렸고, 청애는 아세란에게 한 방 얻어맞아 그대로 뻗어 버렸다.
“정말 가지가지 하는구나. 모니터링하는 애한테 대충 이야기는 들었다. 시간이 없으니 3분 주지. 저걸 팀으로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거절 의사를 말해. 뒤처리는 내가 한다.”
아세란이 말했다.
“저건…… 어떻게 보아도 신수의 냄새가 나는구나.”
베베가 물었다.
“응. 신수 청룡. 빛의 전설이라며?”
천일이 답했다.
“본녀 역시 그리 알고 있느니라. 하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구나.”
베베는 난처하다는 얼굴을 하며 슬쩍 시선을 돌려 마왕을 바라보았다. 여자인데 괜찮겠느냐는 의미였다.
“…….”
마왕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귀엽다! 나이스 천일!”
재운이 소리쳤다.
“팀이 어둠에 치중되어 있는 것 같아서, 빛에서도 몇 명 받아들여야 이치가 맞을 것 같아. 그래서 팀에 받아들이기로 했어.”
천일이 말했다.
“언젠가는 그런 말이 나올 줄 알고 있었느니라. 지구를 대표하기 위해서는 그래야 마땅하겠지. 하지만 그런 생각이라면 요정의 피를 이어받은 자들 가운데서도 한 명 골라야 하느니라. 쉽지 않을 것이야.”
베베가 조언을 했다.
“아, 그것도 사실은…… 반은 강제지만. 한 명 생각해 둔 사람이 있어. 생각해 두었다기보다는 반드시 받아야 한다, 라고 보면 돼. 어길 수 없는 약속 같은 거랄까.”
천일이 떨떠름한 태도를 보였다.
“헤븐 시티에서 일이 있었던 모양이구나.”
베베가 말했다.
“응. 여신 가이아, 아니 영웅 가이르디슈와 한판 했어.”
천일의 말에 잠자코 있던 마왕의 안색이 굳어졌다.
베베 역시 내키지 않는다는 얼굴로 ‘설마하니 생각해 두었다는 사람이 더 홀리 나이트인 것이냐?’라고 물었다.
끄덕.
긍정.
빠직.
마왕이 소리 없이 분노했다. 천일의 판단에 문제는 없고 사정이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그를 팀에 받아들이겠다고 하니 기분이 상하고 말았던 것이다.
빛의 톱과 어둠의 톱이 사이가 좋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이야기였다.
“자자, 거기까지. 잡담은 그만. 바쁘니까 해야 할 일에 집중, 집중.”
아세란이 끼어들었다.
그에 천일은 청애를 깨운 다음 정식 절차를 밟아 그녀를 팀에 받아들였다. 이것으로 팀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에 속하는 다섯 번째 멤버가 정해졌다.
“그럼 지금부터 본론에 들어가지.”
아세란이 그런 말을 한 다음 호흡을 가다듬었다.
동시에.
쾅.
“이번에는 또 뭐냐!”
아세란이 소리쳤다.
“찾았다. 바보 딸내미.”
벽 한쪽이 부서지며 청애와 닮은 여성이 나타났다. 그녀는 누가 봐도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있었다.
“하아.”
아세란이 한숨을 쉬었다.
“히끅.”
청애가 딸꾹질을 시작했다.
“납치까지 당했다며? 해태에게 이야기…… 대에충 듣기는 했단다. 멋대로 세상에 나가더니 그런 일이나 당하고. 돌아가자.”
청애의 엄마로 보이는 여성은 그런 말을 하고는 청애에게 손을 뻗었다.
도리도리.
청애가 거절 의사를 보였다.
“……!”
청애의 모친이 분노하는 가운데 아세란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쯤 해. 저 아이는 스스로의 의지로 지구를 택했어. 노바 스페이스 연맹법에 따라 저 아이는 지구인이다. 라스펠로스 행성인이 아냐. 엄마라고 해도 이 이상 간섭을 했다가는 글쎄.”
아세란이 그런 말을 했다.
명백한 경고.
빠직.
청애의 모친은 분노가 극에 달했는지 어금니를 깨물며 청애를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이 바보 딸내미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래서 주인이라는 놈이…….’라고 말한 뒤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천일에게 시선 고정.
“네. 접니다.”
천일이 한 발 나서며 말했다.
“네놈. 킁킁. 희귀한 냄새가 나는 녀석이네. 바보 딸내미치고는 좋은 선택이랄 수 있겠지만 네가 그 의미를 아는 것 같지는 않아. 모르는 것이 당연하겠지. 하아. 이것도 업보려나. 딸내미를 오냐오냐 하면서 싸고돌기만 한 결과일지도. 하아. 좋다. 약속은 약속. 지킬 건 지키지. 하지만 이대로 딸아이를 방치할 수도 없으니 잠시 빌려 가마. 괜찮겠지? 딸의 주인.”
청애의 모친이 불쑥 천일에게 물었다.
“아, 네. 그러세요.”
천일이 답했다.
“히끅. 주, 주인 바보!”
청애의 외침이 울렸다. 끌려가기 싫다는 절규였다. 하지만 천일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청애의 모친은 청애의 뒷덜미를 잡아서는 그대로 사라졌다.
“그럼 이야기를 계속하지. 모두 주목.”
영웅 아세란이 화제를 돌렸다. 그러고는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를 쏟아 냈다. 천일과 마왕, 베베의 안색이 하얗게 질릴 만한 내용이었다.
대수로운 일은 아니다.
그저.
프로페스를 막아 내고 있던 노바 스페이스 연맹 함대가 궤멸당해 여섯 명의 영웅이 죽고, 한 명의 영웅이 사로잡히고, 일곱 척의 함선과 그에 탑승한 승무원들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예상했던 일이야. 소란 떨지 마. 이 정도 일은 각오하고 지구인에게 기회를 주기로 한 거야. 그만한 각오도 없이 아틀란티스 월드를 구축하고 함대를 쪼개 움직이지는 않아. 어쨌든 이런 이야기는 일단 접자. 지금은 그런 사사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니.”
아세란은 거기에서 말을 끊고는 잠시 묵념하듯 호흡을 가다듬었다. 말하고 싶은 무언가를 억지로 삼키고 있는 모습이었다.
천일들은 숙연해지는 기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아세란가 입을 열었다.
“대신 영웅 가이르디슈가 복귀하였고, 이천일 너를 영웅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지원도 요청했고. 달에 하이 스페이스 텔레포트 장치를 설치해도 좋다는 허가도 떨어졌다. 영웅 등급이 추가로 배치되지는 않겠지만 함선과 승무원이라면 어느 정도 지원될 거다. 상황은 이전에 비해 좋아진 편이지. 그럼에도 문제는 약 3가지. 그중 하나는 프로페스에 사로잡힌 영웅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천일 네가 불완전한 영웅이라는 점이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 상층부는 이천일 네가 프로페스에 잠입하여 사로잡힌 영웅을 구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너에게 거부권은 있다. 하지만 거부하게 될 경우 인정받은 영웅 등급을 박탈당한다. 다시 영웅 등급을 얻을 수는 없겠지. 이 말 무슨 의미인지 아나?”
아세란이 물었다.
끄덕.
천일은 이해했다. 이해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자신의 특이성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노바 스페이스 연맹 상층부가 여러 가지로 의심한다고 해도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때문에 시험하겠다고 하는 것도 말이다.
“이해한다니 역시 말이 통해. 그리고 3번째 문제점 말인데. 그것을 말하기 전에 네 선택을 들어야겠다. 참고로 나는 지금의 네가 그녀를 구할 확률을 1퍼센트 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세란은 진심이었다.
“성공 확률 1퍼센트 미만? 하기는 할 건데. 그것은 좀 너무하지 않아?”
천일은 딴죽을 걸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기는 한다? 받아들인다는 뜻이냐? 확실히 말해.”
아세란이 물었다.
“…….”
천일은 잠시 입을 꾹 다물고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영웅 아세란이 말한 성공 확률 1퍼센트라는 부분이 마음에 걸린 탓이다.
영웅 등급으로 인정받는 것과 목숨.
천일 자신 혼자만이라면 목숨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성공 가능성 1퍼센트 미만에 모든 것을 걸 수 있었다.
하지만 천일은 혼자가 아니었다. 팀원들을 생각한다면 물러나야 마땅했다.
그러나.
끼리끼리 논다고 해야 하나? 천일의 발목을 잡는 일은 죽어도 싫은 마왕, 자신은 절대 죽을 리 없다는 베베, 천일에게 배려를 받아 목숨을 건지느니 접시 물에 코 박고 죽겠다는 재운.
일동 진지하고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여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결정.
“한다. 지위 박탈은 곤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