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65
65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3권(15화)
5. 진실은 언제나 하늘 너머 저편에(1)
팀 세훈과 유쾌한 친구들의 멤버가 모인 상태에서 시작된 제갈비연의 이야기는 무려 한나절이나 잡아먹었다.
“재미있는 아이로구나. 가지고 놀면 재미가 쏠쏠하겠느니라.”
천일의 서포트 시스템을 통해 제갈비연의 이야기를 듣게 된 베베의 감상이었다.
기분 자체는 천일도 비슷했다. 하지만 입장이 달랐기에 베베마냥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튀어나오는 한숨을 억지로 참아 내고는 베베에게.
“그게 끝이야?”
라고 물었다. 물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 아니더냐. 너도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을 터. 아니라고 시치미 뗄 작정이었다면 번지수가 틀렸느니라.”
베베는 뭐 하러 자신에게 묻느냐는 태도를 보였다.
“자, 잠깐, 잠깐! 번지수가 틀리긴 뭐가 틀려. 내가 군단장이면 네가 군사가 돼야 하는 거잖아. 뭘 틀리다고 도망치고 있어?”
천일이 기염을 토했다.
군단장? 군사? 갑자기 뭔 소리냐고?
잃어버린 함선 크사크노사르 필드의 클리어 보상 중에는 군단장 자격이라는 것이 있었다. 제갈비연은 쉐도우의 해킹을 통해 군단 시스템에 관한 정보를 얻어 둔 상태였다.
아틀란티스 월드의 1개 군단은 10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서 운영하는 소대의 경우 7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아틀란티스 월드에서 말하는 ‘팀’이란 ‘소대’이고, ‘군단’이란 ‘중대’라는 소리다. ‘군단장 자격이라는 보상은 천일의 팀이 승리할 거라는 것을 전제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라고 제갈비연은 생각하고 있었지만.
천일과 베베의 생각은 달랐다. 물론 제갈비연의 예측.
그러니까 잃어버린 함선 크사크노사르 필드 특성과 그 보상, 그리고 천일의 존재를 바탕으로 뽑아낸 예상.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서 지구인으로 구성된 부대를 조직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 한발 더 나아가 그래야만 하는 상황, 다시 말해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패전이라는 추측성 발언에 있어서까지.
제갈비연의 생각은 사실과 정확하게 부합하였지만 거기서부터 뽑아낸 가설은 비약이 너무 심해서 어디서부터 딴죽을 걸면 좋은지 모를 지경이었다.
제갈비연의 오류, 천일과 베베를 놀래킨 이야기를 늘어놓을 정도의 지능을 가졌으면서도 결론이 삼천포로 따지게 된 원인.
그녀는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집단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제갈비연이 자유 진영의 일곱 신비 중 하나에 속해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지구인이다. 드넓은 우주를 무대로 활동하는 존재들의 생각이나 관점은 행성에 갇혀 사는 자들이 이해하기에는 완전한 별세계의 것이었다.
“본녀에게 군사를 맡긴다 하였느냐?”
베베의 눈이 가늘어졌다.
“너 말고 또 누가 있어! 설마…… 쟤?”
천일은 그런 말을 하며 제갈비연을 바라보았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구나. 옆에 끼고 가르치면 언젠가는 쓸 만해질 것이야.”
베베는 천연덕스럽게 심술을 부렸다.
“참아 줘. 옆에 끼고 가르칠 시간 같은 거 없잖아. 잘 알면서 왜 이래.”
천일이 투덜거렸다.
“어흠! 두 분, 대화 중에 예가 아닌 줄은 알지만 저희들이 알아듣게 이야기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갈비연이 끼어들었다.
“후우.”
천일의 한숨.
“조금만 도와주겠느니라. 정말이지. 한심하다 말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바보 같은 상황이로구나. 가능만 하다면 아세란인가 하는 여자 가랑이를 걷어차 주고 싶을 정도니라.”
베베가 은연중에 분노를 표했다.
“그 녀석, 내 머릿속에서는 너덜너덜해졌어.”
천일이 한마디.
“듣거라, 인간의 여자여. 그대가 세운 가설의 전제 조건은 사실과 부합하느니라. 하지만 아틀란티스 월드가 감옥이고, 지구상에서 저항할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가두어 놓고 바깥세상을 지배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닐 것이야. 사실 본녀도 그대와 같은 의문을 가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니라. 하지만 지구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느니라. 네가 헤아리는 것 이상으로 강력한 존재들에게 보호받고 있고, 그들과 노바 스페이스 연맹 사이에는 깊은 관계가 있느니라. 그럼에도 잃어버린 함선 크사크노사르라는 필드가 만들어지고, 우리가 모이게 된 것의 첫 번째 원인은 거기 있는 우리들의 대장에게 있느니라. 두 번째 원인은 네가 말한 부분, 지구를 지키기 위해 전투에 나선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부대가 패배했기 때문이고. 세 번째는 어리석은 지구인들 때문이니라. 인간의 여자여, 그럼 묻겠다. 너는 해킹을 통해 정보를 얻었다. 그것을 활용하여 전투에 도움을 받았다. 그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느냐?”
길게 이어진 긍정과 그 끝에 달린 의문.
“……!”
제갈비연의 안색이 굳어졌다.
“야, 그 부분…….”
천일이 뭐라고 말을 하려다 입을 꾹 다물었다.
“어차피 그들도 알아야 하느니라. 지구인들 가운데는 아틀란티스 월드의 룰을 속여 이득을 취하는 무리가 있고,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지구에게 던진 시험문제의 답은 단순히 강해진다, 라는 것이 아님을 말이다.”
베베는 작심을 한 것 같았다.
“그건 그렇지만. 아, 좋아. 맡길게.”
천일은 베베에게 완전히 바턴을 넘겼다.
“그럼 안 되나요? 해킹도 엄연한 기술이에요. 마술, 마법도 그런 거잖아요.”
제갈비연이 말했다.
“해킹도 기술이라고 하였느냐?”
베베가 웃긴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래요.”
제갈비연이 긍정을 표했다.
“그것 재미있구나. 해킹을 통해 노바 스페이스 연맹도 이기지 못한 적을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냐? 그렇다면 때려치우거라. 아틀란티스 월드의 존재 의의는 놈들과 싸울 수 있는 자를 키우는 것이니라. 그것을 통해 지구는 정식으로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 가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
베베의 비웃음.
“어째서 우리가 싸워야 하죠? 그쪽이 말하는 그 잘난 분들도 처리하지 못하는 것과 못난 우리들과 싸우라구요? 참아 주세요. 질 것이 뻔해요.”
제갈비연은 베베의 비웃음이 불쾌했는지, 말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었는지 발끈하고 있었다.
“하찮구나.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라면 더는 말을 섞을 이유가 없구나. 적이 강하다고 꼬리 내리고 도망칠 궁리나 하고 있다니. 같은 지구인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구나.”
베베가 탄식조의 말을 뱉었다.
“……!”
제갈비연은 분했지만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천일, 잠깐 괜찮겠느냐?”
베베가 천일을 불렀다.
“응? 어, 괜찮아. 말해.”
“자리를 바꾸거라. 다른 사람들이 듣는 곳에서는 말하기가 싫구나.”
“알았어.”
천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두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러고는 누구도 듣지 못할 정도로 거리를 두고 베베에게 말을 걸었다.
“응. 이제 됐어.”
“내내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느니라. 아세란은 네가 진실 된 영웅 등급에 오르길 원해서 이 필드를 준비했다 했느니라. 그렇다면 그것을 시험해 줄 것이 필요하니라. 이 필드의 클리어 조건은 언뜻 생각하면 시험문제이기에 충분해 보이나, 영웅 등급의 공격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팀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니 합당치 않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조금 전 그 여자의 말대로 네가 군단장이 되어 이 필드에 존재하는 모든 지구인을 휘하에 두는 것도 하나의 답일 것이야. 하지만 뭔가 다른 것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 속한 자들로 구성된 팀이라든지 말이다. 영웅 등급의 공격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이 섞여 있는 매우 강력한 팀일 것이니라. 너는 우리들 없이 그들을 이길 수 자신이 있느냐? 대답이 궁금하구나.”
“모르겠어. 자신은 없네.”
천일은 솔직했다.
“길고 짧은 것은 대 봐야 아는 법이라는 의미더냐?”
베베가 확인차 물었다.
“이래저래 소득을 좀 얻었어. 분명 나는 우주 공간에서도 영웅 등급의 공격 기술을 펑펑 사용할 수 있게 되었어. 하지만 여기도 엄밀히 말해 우주 공간은 아니잖아. 게다가 아직은 임기응변 같은 것이니까. 그런데 그쪽은 어때?”
천일이 화제를 돌렸다.
“순조로우니라. 너무 순조로워서 불길한 기분이 드는구나. 하는 김에 네가 지금까지 만난 지구인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줄 수 있겠느냐? 생각해 봐야 할 사안이 생겼느니라.”
베베는 심각해 보였다.
“그래 봐야 팀 두 개야. 아까 본 팀 세훈과 유쾌한 친구들하고 제갈비연이 속한 팀 정파연맹.”
천일은 쓴웃음을 지었다.
“네 관점에서의 이야기를 듣고 싶구나. 나름대로 판단 내린 것이 있지 않느냐. 그걸 듣고 싶구나.”
베베는 물고 늘어졌다.
“응? 알았어. 그거라도 좋다면.”
천일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해가 되는구나. 역시 교활한 것들이야.”
모든 이야기를 들은 베베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교활?”
천일이 물었다.
“본녀가 크사크노사르 필드에 참가한 모든 지구인 팀을 아는 것은 아니어서 확답을 내리기는 어렵구나. 다만…… 문제아를 모아 놓았다는 느낌이 들긴 하는구나.”
“문제아? 해킹 같은 것? 그런데 합체는…… 아, 오토로봇 조종?”
끄덕.
“확실히 오토로봇을 불러냈을 때는 깜짝 놀랐지. 어비스를 사용했다지만 그런 짓이 가능할 줄은.”
“합체라는 것도 문제니라. 언뜻 생각하면 팀 세훈과 유쾌한 친구들의 어비스는 근육 바보와 유사해 보이지만, 의존도와 발전 방향이 다르니라. 근육 바보의 기본은 그 자신의 강함이니라. 어비스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 올바른 성장이 가능할지 본녀로서는 의문이구나. 그런 방식으로는 행성 위에서라면 몰라도 우주 공간에서의 전투는 어떨지.”
베베는 부정적인 의견을 말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라 말을 아꼈다.
“참, 재운은 뭐해? 여전해?”
천일이 물었다.
“최근에 받은 연락으로는 나름대로 성과가 있는 것 같아 보이더구나. 확실해지면 너에게 연락을 할 것이니라.”
“그렇구나. 팀 세훈과 유쾌한 친구들 좀 뭉개 두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목표를 제시하겠다는 의미더냐?”
“응. 그런 느낌.”
“나쁜 생각은 아니로구나. 가능성이 있다면 키워 줘야 하는 법. 그 부분은 내가 알아서 전해 두도록 하지.”
“맞다. 베베야.”
“듣고 있느니라. 말하거라.”
“우리 팀, 아직 다섯 명이잖아. 남은 두 자리. 필드 클리어하고 작전 투입되기 전까지 받아 두는 게 좋을까?”
천일이 물었다.
“어려운 이야기로구나. 남은 두 명 중 한 명은 반드시 회복계로 받아야 하느니라. 하지만 우리들의 위치를 생각하면 그만한 사람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게야. 도움이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배신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느니라. 우리들은 아틀란티스 월드 내에서 그냥 활동하는 팀이 아니니 말이다.”
베베는 말을 마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팀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은 영웅 등급이 이끄는 집단으로서 그에 합당한 임무가 주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합당한 임무, 예를 들면 노바 스페이스 연맹 우주 선단에 어울려 적과 싸우는 일 같은 것.
배신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겠지.”
천일은 한숨을 쉬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인연이 닿는다면 분명 좋은 팀원을 만날 수 있을 것이야. 다만.”
그리고 의미심장한 얼굴을 하는 베베.
“다만?”
천일이 베베의 의도에 말려들듯 의문을 표했다.
“미소년으로 받았으면 좋겠구나. 본녀와 비슷한 나이로, 놀려먹는 재미가 있으면 더욱 좋겠지.”
“…….”
“농담이니라. 진지하게 들으면 본녀가 부끄럽지 않느냐.”
“하아.”
“그럼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니라. 수고하거라.”
틱.
베베가 사라졌다.
‘어쩐지 머리가 아파 오는데.’
천일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제갈비연과 베베의 이야기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양쪽 다 천일에게 군단장 역할을 주문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띠링.
갑자기 반지에서 빛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