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66
66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3권(16화)
5. 진실은 언제나 하늘 너머 저편에(2)
“……?”
천일은 의아해하며 반지를 슥 어루만졌다. 그러자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 등장하였다. 여신 가이아, 아니 영웅 가이르디슈.
“오랜만입니다. 후후. 여러 가지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을 줄 알아요. 하지만 시간이 없어요. 지금은 참아 주세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어요. 영혼의 힘, 끌어내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나요?”
“응. 이제 괜찮아. 우주 공간에서도 끌어낼 수 있게 됐어. 기계로 측정하면 여전히 1갤런이겠지만.”
“후후.”
“그래서?”
“자세한 이야기는 이쪽에서 하도록 해요. 그럼.”
우웅.
천일은 강제로 이동되었다. 앞에는 가이르디슈가 있고, 옆에는 아세란이 있었다. 천일은 이게 또 무슨 일인가 싶어서 눈을 가늘게 뜨고 가이르디슈와 아세란을 노려보았다.
“잃어버린 함선 크사크노사르의 관리 함선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가이르디슈가 능청을 떨었다.
“그래서 용건은?”
천일이 물었다.
“우주 공간에서 한판 붙자.”
아세란이 말했다.
“뭐? 자, 잠깐. 못 들었어. 다시 말해 봐.”
천일이 급히 물었다.
“싸우자. 지구의 영웅 이천일.”
“어이.”
“승리 조건은 천일 님이 아세란에게 한 방 먹이는 것. 어비스 사용 가능. 무대는 한 변의 길이가 1l/min인 정육면체 우주 공간. 시간이 없으니 지금 바로 만들겠어요.”
천일의 반론 따위는 용납 않겠다는 기세로 가이르디슈가 멋대로 말을 쏟아 내고는 사라졌다. 그리고 아세란은 주먹을 만지며 전의를 불태웠다.
“갑자기 뭔 짓이야!”
천일이 소리쳤다.
“테스트.”
아세란이 답했다.
“테스트?”
“시간 없어. 우주에서의 싸움이 어떤 건지 체험시켜 주마. 살살 할게. 가이르디슈가 보고 있으니 죽지는 않아.”
“그게 무슨.”
“설명은 나중에.”
아세란이 그렇게 말하고는 사라졌다.
직후.
스륵.
천일 역시 우주 공간으로 이동하였다. 숨조차 쉴 수 없는 어둠의 공간. 주변을 둘러봐도 멀리서 흘러 들어오는 별빛 뿐, 항성은 보이지 않았다.
‘돌겠네, 진짜.’
짜증을 토한 천일은 즉시 어비스 마나 화이트홀 소드를 꺼냈다. 어비스를 중심으로 반경 3m 정도의 공간이 지구 위에 있는 것처럼 재탄생되었다.
“하아.”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어요. 무대는 한 변의 길이가 1l/m인 정육면체 우주 공간. 이탈하는 순간 패배로 간주됩니다.―
영웅 가이르디슈의 목소리가 뇌리를 직접 파고들었다.
1l/m, 빛이 1분 동안 갈 수 있는 거리를 뜻하는 단위였다. 그걸 한 변으로 삼은 정육면체의 부피란, 지구가 들어가고도 하―안참 남을 용적이었다.
…….
어이없다, 정말로.
―천일 님, 어서 진(眞) 오색무상 빛살검이라는 것을 시전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당하고 말아요.―
가이르디슈가 천일에게 조언을 했다.
“알았다. 알았어.”
천일이 귀찮다는 듯 대꾸하고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어비스 마나 화이트홀 소드에서 한껏 마나를 끌어 올린 후, 진(眞) 오색무상 빛살검을 최대 길이, 최대 출력으로 시전하였다.
길이는 무려 100km.
2m도 안 되는 인간이 휘두르는 검치고는 있을 수 없는 수준의 무지막지한 길이였지만, 행성이나 위성에 비하면 초라한 모습이었다.
콰아앙.
굉음이 울렸다.
우주에서 소리가 전달된다? 웃기는 이야기였지만 천일의 시야에는 아세란으로 추측되는 거체의 마룡이 브레스를 뿜어내고 있었다.
“망할. 상식을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왜 이따위야!”
천일이 소리치며 진(眞) 오색무상 빛살검에 새롭게 얻은 에너지 전환 시스템을 가동하여 얻은 에너지를 더했다.
고오오.
저쪽이 상식을 무시하고 굉음이 울리는 브레스를 날린다면, 이쪽도 상식 따윈 깡그리 무시하는 기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진(眞) 햇무리 천하빛살.
간단한 상식.
같은 힘으로 같은 검술을 펼쳐도 검이 다르면 위력도 달라진다는 명제.
하지만.
“이게 뭐야!”
천일은 기염을 토했다. 아세란이 뿜어낸 브레스의 크기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다. 직경 1만km짜리 빔 형태의 브레스니까, 멀리 있을 때는 조금 커 보여도 가까이 오면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인 것이다.
하지만.
천일도 우주 공간이라면 사용할 수 있겠다 싶은 기술을 몇 개 만들어 두었다. 지금까지는 시험해 볼 기회가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상관없었다.
“하아아압!”
기합을 토하며 마나 화이트홀 소드에 들어 있는 마나가 천일의 몸으로 끌려 들어왔다. 그 양이 1천만 갤런 전투 능력에 이르자 콰직 하는 소리가 울리며 중력이 발생하였다.
1천만 갤런을 기준으로 영웅이냐 아니냐가 갈리는 이유.
생명체가 중력장을 형성하여 공간을 찢을 수 있느냐 하는 것.
그리고 중력장은 공간을 왜곡시켜 마나를 만들어 냈다. 마나라고 하는 것은 공간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파편 같은 것. 때문에 중력을 가진 전체 위에서는 마나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력장이 생겨 공간이 늘어나게 되면 마나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빛과 어둠이 생긴다.
모드 변환, 양손에 진(眞) 오색무상 빛살검.
오른손에는 빛―햇무리 천하빛살.
왼손에는 어둠―달무리 지옥빛살.
빛과 어둠을 하나로.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 무엇이라도 삼켜 버리는 혼돈의 검.
검과 내가 하나가 된다, 검의 카오스 랜스 형성!
나이트 차지, 준비!
우주 끝까지 행성이건 항성이건 모든 것을 꿰뚫어라!
콰콰콰콰.
천일은 우주 공간을 찢어 내는 빛과 어둠의 소용돌이가 되었다. 직경 1만km에 달하는 빔 형태 브레스의 중심부를 관통하며 전진했다.
―무식한 놈. 결국 그거냐!―
분노에 찬 아세란의 외침.
아주 옛날, 자신을 쓰러뜨린 천일의 전생으로 추정되는 검사가 쓰던 기술과 규모만 다를 뿐 판박이였다.
“그런 말을 하는 너는 뭐 다르냐. 규모만 다르지.”
천일이 화답하듯 중얼거렸다.
―두 번은 안 당한다. 멍청한 놈.―
아세란이 사라졌다. 천일의 기술은 강력하지만 궤도 수정이 어려웠다. 때문에 아세란은 장거리 순간이동을 사용하여 자리를 벗어나면 그만이었다.
“미안, 그거 무리.”
천일의 중얼거림이 끝나기가 무섭게 궤도가 홱 하고 바뀌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궤도가 바뀐 것이 아니었다. 천일은 여전히 일직선이었다. 바뀐 것은 공간이었다. 장거리 순간이동처럼, 공간을 찢어서 규칙을 바꾸어 버린 것이다. 그곳을 지나면 지나는 쪽은 직선이어도 결과는 달라졌다.
이른바 공간 왜곡이라는 거다.
―흥.―
콧방귀를 뀐 아세란이 연속 장거리 순간 이동을 이용하여 분신을 만들었다. 구축된 분신은 12개, 그 전부가 실체를 가지고 있었다.
“……!”
천일의 안색이 변했다. 이래서야 뭘 노리면 좋은 지 알 수가 없었다.
―죽어라!―
뿜어지는 12개의 빔 형태 브레스.
“이 돌대가리가! 날 죽일 셈이냐!”
천일은 즉시 기술을 해제하고, 공간을 갈라 다른 공간으로 살짝 이동한 다음 벗어났다. 하지만 아세란의 빔 형태 브레스 12개가 한 점에 집중되어 만든 폭발은 행성을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공간을 넘어간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크헉.”
천일은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고 피했지만 폭발의 여파에 휘말리고 말았다. 덕분에 낭패한 꼴로 모습을 드러냈다.
―미안. 지나쳤다.―
아세란이 사과했다.
“사과로 끝날 일이냐! 이게!”
천일이 벌컥 화를 내고는 다시 기술을 전개하여 아세란을 향했다. 한 방 먹이지 않으면 속이 풀리질 않았다.
―여기까지입니다. 실력은 잘 보았어요.―
툭, 가이르디슈가 끼어들었다. 그녀는 손가락 하나로 천일이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기술을 막아섰다.
“……!”
천일의 안색이 바뀌었다.
―영웅 등급이라고는 해도 그대는 아직 햇병아리. 우주 공간에서의 전투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 당연. 지상에서의 싸움법을 활용하는 정도로는 우주 공간에서 제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워요. 우주 공간에서의 전투법은 하루아침에 터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부끄러워할 필요 없답니다.―
가이르디슈는 그런 말을 하며 손가락을 툭 하고 튕겼다. 그러자 천일이 구축했던 최강의 기술이 산산이 부서져 흩어졌다.
“……!”
천일은 충격을 받았다.
―자, 그럼. 돌아가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할까요. 아세란, 당신은 영상을 가지고 본부로 돌아가도록 하세요. 그들에게 지구인의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데에는 충분할 겁니다.―
가이르디슈가 멋대로 상황을 정리했다.
본부? 그들? 지구인의 필요성을 인식시켜?
의미심장한 단어들의 나열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의문은 달아오른 천일의 머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는 영웅과 대등한 관계로 PDC라는 존재가 있었다.
플래닛 디렉트 크리에이터의 약자로, 생물이 거주할 수 있는 행성을 구축하는 자들이라는 의미다.
평균 전투 능력은 1억 5천만에서 2억 갤런 사이로, 영웅들에 비해 결코 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싸움에 나서는 일은 없었다. 그들의 죽음은 행성의 죽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보유하고 있는 전투 능력만큼 실제 전투 수행 능력이 좋지도 않았다.
치명적인 약점도 있었고.
좌우간.
PDC들이 모여서 만든 회의 기구 원로원에서 노바 스페이스 연맹 플랑드 말론 방면 수비 함대에 책임을 물었다. 원래 작전대로 하지 않은 탓에 함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잃어버리지 않았냐는 것이다.
플랑드 말론 방면 수비 함대 총 책임자, 영웅 데브는 지구는 지적 생명체의 자연 발생 행성으로서, 그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 가입하여 다섯 번째 종족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말했다.
그 증거로써 영웅 가이르디슈가 출석했다.
원로원에 속한 PDC들 가운데는 가이르디슈에게 약점을 잡힌 자들도 꽤나 있었기에 그녀의 출현은 그들 모두에게 의외의 것이었다. 하지만 가이르디슈는 오랜 시간 동안 연맹을 떠나 있었고, 지구에 강한 애착을 가진 인물이었다. 원로원은 가이르디슈의 판단이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동의를 표했다.
그렇게 해서 증거가 필요해졌고, 천일이 아세란과 싸우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가이르디슈의 설명.
“잠깐, 그 말 뭐야. 내 전투 데이터가 필요했다 이거야?”
천일이 질문을 했다.
“이랬든 저랬든 현재 지구인들 중 가장 강한 것은 당신이랍니다. 그러니 당신의 우주 전투 데이터가 필요했어요.”
가이르디슈가 대답했다.
“내가 지구인들 중에 가장 강해? 거짓말 마. 그럴 리가 없잖아.”
천일은 믿을 수 없었다. 가이르디슈야 지구인이 아니라고 하니 아닌 것이겠지만, 자유 진영 일곱 신비라는 것은 지구에 속한 자들일 터이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래요. 그렇게 알아줘요. 더 묻지 마세요. 아셨죠? 정말, 이런 것 본의가 아니니까.”
가이르디슈는 살짝 신경질을 냈다.
“…….”
천일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좀 어때요?”
가이르디슈 멋대로 화제 전환.
“뭐가?”
천일이 물었다.
“다른 팀 말입니다. 아세란이 전하지 않았던가요? 팀 영웅과 마왕과 지구인이 임무를 받아 떠나게 되면 그를 대신해서 활동할 팀을 정해야 한다고. 분명 전했을 텐데 말이죠.”
가이르디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 그거. 그런데 그거 뭐야. 녀석들…… 합체를 하질 않나 해킹을 하질 않나. 오토로봇을 소환하거나 해킹을 하거나 그건 위험한 거 아냐? 게다가 군단장이라니.”
천일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지구의 컴퓨터는 우리들 입장에서 보면 농기구 레벨입니다. 낫이나 호미 같은 거죠. 그걸 사용하던 자가 노바 스페이스 연맹 시스템에 간섭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재주예요. 물론 그것으로 우리들의 적을 상대할 수는 없어요. 차원이 다른 문제니까요. 하지만 엔지니어는 언제나 부족하답니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전투 요원뿐이 아니에요. 전투 요원에 한정시킨 것은 다른 쪽으로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가이르디슈의 차분한 설명.
“그래서 군단장은?”
천일이 물었다.
“이상한 걸 묻는군요.”
“뭐가?”
“영웅이 되었다는 것은 함선을 소유할 자격을 가졌다는 말이랍니다. 우주선을 비롯한 기타 장비는 연맹에서 지급해 주겠지만, 그것을 운행하고 탑승할 자들은 영웅의 몫이죠. 후보생들 가운데서 뽑든 지구인에서 뽑든 그것은 당신 자유. 하지만 자격은 필요하죠. 군단장은 그것을 위한 전제 조건 같은 거예요.”
“그게 다냐?”
“아니면요?”
“웃기지 마. 눈에 빤히 보이는 이유 때문만이 아닐 거 아냐.”
“흠.”
“말해 줘. 지구는 너에게도 소중하잖아.”
“그러고 보니 빈센을 팀에 넣지 않았더군요.”
움찔.
천일은 찔리는 곳이 있었다.
“어째서일까요? 저는 분명 당신에게 확답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아니, 그게 갑자기 끌려와서.”
“변명은 그게 전부인가요?”
가이르디슈가 웃으며 압박감을 주었다. 물론 눈은 절대 웃고 있지 않았다.
“대체 왜? 어째서야? 그렇게 빈센을 내 팀에 넣고 싶어? 영문을 알 수가 없어.”
“당신을 위해서입니다. 지구를 위해서기도 하고요.”
“그게 다냐.”
천일은 맥이 풀렸다.
“궁극적으로는요.”
“궁극적으로라고?”
“네. 시야를 길게 보면 그렇다는 뜻입니다.”
“에라이.”
“하지만 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팀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에는 회복과 치료를 담당하는 존재가 없으니까요.”
“응? 갑자기 무슨 소리야. 빈센 성기사잖아. 타인의 상처를 치료하거나 피로를 없애는 일은 못하는 걸로 아는데.”
“말이 많았군요. 화제를 돌리죠.”
은근슬쩍 빠져나가는 가이르디슈.
“야.”
천일은 버럭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구인이 벌이는 위법적인 일은 우리들이 손댈 수 없어요. 규칙상 그렇게 되어 있어요. 지구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합니다. 지구인 스스로가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그러니 팀을 선정하는 데 신중을 기해 주세요. 그게 아니면 당신이 직접 그들을 응징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일 해결이 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노바 스페이스 연맹은 지구를 식민 행성으로 삼거나 혹은 떠나야 해요. 우리들이 지구의 일에 직접 개입하지 않게 해 주세요. 지구인에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흥미를 가진 자들이 많이 있어요.”
가이르디슈가 갑자기 무거운 화제를 꺼냈다.
“…….”
천일은 말문이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