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67
67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3권(17화)
5. 진실은 언제나 하늘 너머 저편에(3)
“공성계라고 알아요? 플랑드 말론 방면 수비 함대는 진격해 오는 프로페스를 막을 정도로 충분히 강하지 못해요. 그렇기에 프로페스의 진로에 있는 항성계들을 희생시켜 세력을 꺾고, 틈을 보아 일격을 날린다는 작전을 세웠어요. 그 첫 번째 대상이 이 알펜스토르 항성계이고 말입니다. 그것의 발목을 잡은 것이 지구인들입니다. 시작은 마왕이었죠. 그리고 지금 플랑드 말론 방면 수비 함대의 전력은 절반 그 이하로 깎였어요. 공성계를 사용할 수도 없지요. 그렇다고 방어선을 포기할 수는 없어요. 녀석들이 이 은하계에 단 하나라도 정착하게 된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예요.”
가이르디슈는 침통한 얼굴이었다.
“공성계로 쓰려고 했는데 사람이 살고 있었다?”
천일의 중얼거림.
“참고로 그 작전은 제가 세웠습니다. 하나의 행성을 사랑하고, 그 행성에 묶여 있다고는 해도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 정도는 있어요. 하지만 프로페스를 부른 것은 제가 아닙니다. 저는 지구를 사랑해요. 이 별의 사람들이 다른 별로 이주해 간다고 해도 저는 최후까지 여기에 남을 겁니다. 당신은 지구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랑하나요? 아니면 사랑하는 지구인이 있나요? 나는 지구와 이 항성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랍니다. 수단도, 방법도 가릴 생각 없어요.”
가이르디슈의 의지는 철벽과도 같았다.
“거참, 너무 진지하네. 영토를 목숨보다 소중히 하다 개죽음당하는 인간은 많이 봤는데. 행성쯤 되면 단순히 영토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
천일은 냉소적이었다.
“그래서 뭐죠?”
가이르디슈가 답을 재촉했다.
“몰라. 알게 뭐야. 지구는 지구고 나는 나지. 지구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 미쳤냐? 그런 짓을 왜 해?”
천일은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쓴웃음을 가득 띠우고는 ‘불고기는 맛있고, 마왕은 마음에 들어. 재운은 재밌는 녀석이고, 베베는 귀엽지. 나를 무척이나 잘 따르는 여동생 연이는 말이야. TV에 등장하는 아이돌 가수만 봐도 좋아서 어쩔 줄 몰라서 호들갑을 떨어. 그런 주제에 심심하면 아이돌처럼 꾸민다 어쩐다 하면서 놀아 달라고 보채지. 그 모든 것, 전부 아무래도 좋은 일이지만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나아. 시시한 개그 프로그램도 가끔 시간 때우기로는 좋고. 그런 것들…… 떠올리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지는 것들은 지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야. 지구가 없다면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아파 오겠지.’라고 말했다.
“하아.”
가이르디슈가 한숨을 쉬었다.
“왜?”
천일이 물었다.
“한 줄 요약 모르나요?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 구구절절 늘어놓아도 대답은 되지 않아요.”
“트집 잡지 마! 대충 알아서 들어.”
“하아. 뭐, 좋아요. 딱히 좋은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고. 그럼 필드로 보내 드릴게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시간제한이 없지만, 당신에게는 시간제한이 있어요. 그래도 아직 한참 남았지만. 그렇다고 느긋하게 놀기만 하면 안 돼요. 좀 더 강해지세요. 알았죠?”
가이르디슈의 말이 끝나자 천일이 사라졌다. 잃어버린 함선 크사크노사르 필드로 이동시킨 것이다.
잃어버린 함선 크사크노사르 필드 북쪽 구역.
팀 정파연맹, 팀 세훈과 유쾌한 친구들을 쫓아낸 팀 나이트메어는 팀 최강의 7인에게 패배하여 북동 구역으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그리고 팀 최강의 7인은 팀 모난 돌에게 패배하여 북서쪽 구역으로 밀려났다.
천일이 대장으로 있는 팀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을 포함하여 현재까지 드러난 팀의 수는 모두 일곱.
아세란의 말을 믿으면 한 개 혹은 두 개의 팀이 더 있을 것이나 베베와 제갈비연의 이야기를 감안한다면 3개 이상의 팀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딸기야, 딸기야. 돌아가자, 딸기야.”
도깨비 산달이 있었다.
“혼자 가.”
딸기, 밤딸기가 답했다.
둘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었다. 아세란이 천일들을 슬쩍 납치(?)하여 팀 저택으로 이동했을 때도 밤딸기는 천일의 위치를 추정하여 따라붙었다. 청애와 비슷한 종류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세란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상관 하지 않았다.
“너는?”
산달이 물었다.
“안 가. 불구경, 싸움 구경. 라라라―”
콧노래까지 부르며 흥겨워하는 밤딸기.
“쿠헉.”
산달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오음의 문지기 밤딸기는 가만 보면 다소곳하고 귀여운 소녀에 불과했다.
인간의 귀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끝이 뾰족한 귀.
단발의 보라색 머리카락.
언제나 감겨 있는 눈.
정수리 부근에 살짝 솟아오른 앙증맞은 뿔.
밤딸기는 도깨비들 중에서도 미소녀로 손꼽히는 마을의 보배로, 싸움도 가장 잘했다. 나이도 산달이 촌장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도깨비보다 많았다.
물론 밤딸기에게 나이 이야기를 했다가는 잘못했다고 빌 때까지 얻어터진다.
그리고 전쟁 구경 같은 것을 좋아했다. 피가 튀는 풍경, 사람들이 이를 악물고 서로를 죽이려는 광경을 구경하는 것이 취미이자 특기. 그래서 싸움을 부르는 도깨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진실은 단지 그녀가 싸움 구경을 좋아한다는 것뿐이었다.
물론 하는 것도 좋아했다.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불타오르는 것이 특징. 약한 상대를 처리하는 것은 언제나 산달의 몫이었다.
“딸기야, 그러지 말고 가자. 맛있는 호박엿 만들어 줄게. 응?”
산달이 미끼를 던져 본다.
“산달아, 산달아.”
“응?”
“싸움이 더 재밌어.”
“…….”
“꺄르르.”
웃는 밤딸기. 어려 보이는 외모와는 대조적으로 요염하기 그지없었다.
“딸기야, 딸기야.”
산달이 딸기를 부른다.
“자꾸 귀찮게 하면 때린다.”
밤딸기의 엄포.
“……!”
기가 죽어 버리는 산달, 목을 움츠리고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산달은 밤딸기의 심부름꾼 같은 거니 말이다.
그런 둘이 모퉁이가 있는 삼거리에 도달할 쯤이었다. 다른 골목에서 각양각색의 복장을 한 마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빛과 어둠의 일곱 마녀라 불리는 위치 힐에 속한 자들이었다. 그녀들은 빛과 어둠에 속하는 상징을 토대로 기적을 만들어 내는 존재로,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자들이었다.
“……?”
밤딸기의 고개가 기울어진다.
“어머. 누군가 했더니 도깨비 마을 꼬맹이들이잖아.”
빛과 어둠의 일곱 마녀의 리더, 정의와 탐식의 마녀 웰시아는 무신경하게 밤딸기의 성질을 긁었다.
“우, 우왓! 무, 무슨 망언을 하는 거야. 빨리 취소해! 당장 취소해!”
산달이 나서서 소리쳤다.
척.
밤딸기가 손을 들어 산달을 조용히 시켰다. 그러고는 방긋 웃으며 ‘안녕. 마녀 아줌마. 주름 늘었네. 화장품 필요해? 좋은 거 있는데, 나에게는 필요 없어서.’라며 받아쳤다.
빠직.
밤딸기의 외모는 어딜 봐도 10대 중반, 15세 정도.
정의와 탐식의 마녀 웰시아의 외모는 어딜 봐도 20대 초반.
밤딸기는 어려 보이는 외모이지만 꼬마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고, 웰시아 역시 아줌마라 불릴 외모는 아니었다.
감겨 있는 밤딸기의 시선과 웰시아의 이글거리는 시선이 얽혔다.
산달의 눈에는 눈빛과 눈빛이 만나 스파크를 일으키는 것처럼 보였다.
“으와와와와. 안 돼. 안 돼. 안 돼.”
그래서 산달 혼자 소란을 피웠다.
“그래서 뭐야. 그쪽도 도둑 구경?”
웰시아가 화제를 돌렸다.
“정탐.”
밤딸기의 대답.
“헤에. 뭐, 그런 거겠지만. 우리도 사정은 다르지 않고. 건진 건 있어?”
웰시아가 물었다.
도리도리.
“온지 얼마 안 돼.”
밤딸기가 대답했다.
“그래서 누굴 점찍은 거야?”
웰시아가 물었다.
“아줌마는?”
밤딸기가 답했다.
“아줌마라고 하지 마. 맹랑한 계집애야. 그렇지 않아도 신경 쓰고 있는 판에. 확, 머리에 삐쭉 솟은 뿔 뽑아 버린다.”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웰시아.
“쿡쿡. 역시 재밌어. 어린것들은 이렇게 쿡쿡 찔러주면서 놀아야 제맛.”
“늙은 거 티내지 마. 노망난 할망구.”
“할망구라고 한 거야? 나에게?”
밤딸기의 눈가에 주름이 생겼다.
“대마녀 도로시 님의 특명이야. 헤븐 시티의 대장을 떠보래. 마왕 쪽이 더 마음에 드는데 말이야. 하아.”
홱 하고 바뀌는 화제.
“마왕 약해. 몸도, 마음도 그녀는 유리. 하지만 그는 호박(琥珀), 아니면 금강석(金剛石).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그게 중요.”
밤딸기가 답했다.
“짐승…… 이라든가?”
웰시아가 물었다.
“하아.”
어이없다는 밤딸기의 반응.
“……!”
돌연 밤딸기의 안색이 굳어졌다. 시선은 웰시아 너머에 있었다. 그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들 때문이었다.
“크크크. 안녕하신가. 지구 놈들.”
지구인들이 아닌 지구 놈들이다.
선두에 사내가 한 명 있고, 뒤로는 십여 명이 뒤따르고 있었다. 외모적 특징은 기본 베이스는 인간인데 눈이 4개였다.
인간으로 치면 관자놀이에 눈이 하나씩 더 달려 있었다.
가르몬 행성인.
노바 스페이스 연맹 대원칙에 의거하여 한시적 3등급 우주인 신분을 얻은 종족이었다. 지구 기준으로 10만 년간 노바 스페이스 연맹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박탈당한 상태. 가이르디슈가 살짝 언급한 식민 행성 상태에 놓인 종족을 뜻했다.
“……!”
정의와 탐식의 마녀 웰시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슥.
그사이 밤딸기는 산달의 손을 낚아채서는 사라졌다.
“빨라. 이제 어쩔 거야? 언니.”
믿음과 인색(吝嗇)의 마녀 로아가 물었다.
웰시아가 맏언니라면, 로아는 둘째 언니였다. 그리고 상관없이 가르몬 행성인들이 검을 뽑았다.
“어쩌긴 뭘 묻고 그래. 그나저나 난 지금 마력 부족해. 먹지를 못해서. 맛있는 것이 먹고 싶단 말이야! 자, 솔직하게 손들어. 마력 남은 사람!”
웰시아가 소리쳤다.
빛과 어둠의 마녀들은 모두가 칭호에 걸맞은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욕망이 충족되는 만큼 마력이 회복된다고 하면 될까?
그런 이유로 일곱 명 중 세 명은 마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였고, 2명은 그럭저럭, 남은 2명은 흘러넘쳤다.
척.
우물쭈물.
자신 있게 손든 사람은 소망과 질투의 마녀였고, 자신 없는 모양으로 손든 사람은 지혜와 나태의 마녀였다.
“빨리 처리해. 자자, 그 얍삽한 할망구 놓치면 일이 귀찮아져. 그리고 러블! 내가 말했지? 언제나 마력 채워 두라고. 자, 이거 줄 테니 맛있게 먹고 마력 채워 놔.”
슥.
웰시아는 러블, 사랑과 정욕의 마녀라는 호칭을 가진 안경 쓴 소녀에게 책 한 권을 던져 주었다.
울먹.
러블은 울고 싶은지 웰시아가 준 책을 보며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순결한 소녀에게 알거 다 아는 웰시아가 내민 책은 수위가 너무 높았던 것이다.
그래도 할 수 없었다. 빛과 어둠의 일곱 마녀들 중 가장 강한 것도, 커다란 마력통을 가진 것도, 빠르게 마력을 회복할 수 있는 것도 러블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과 초대받지 않는 손님들을 배제하려는 자들 간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잃어버린 함선 크사크노사르에 돌아온 천일은 도착하자마자 싸움에 휘말려야 했다.
팀 나이트메어와 팀 최강의 7인의 싸움판에 등장한 탓이었다. 보나마나 가이르디슈의 의도된 계산이라는 놈이 깔려 있겠지만, 항의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팀 나이트메어와 팀 최강의 7인은 서로 뒤섞여 난전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군이 아니면 적이다!’라는 식으로.
빡.
천일은 주먹을 휘둘러 가장 가까이 있는 누군가의 안면을 날려 버린 후 검을 뽑았다. 일단 전부 때려눕히고 이야기를 해도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소드 임팩트!
나이트 소드, 스톰!
연속해서 쏟아지는 검식에 팀 나이트메어와 최강의 7인에 속한 자들이 손을 멈췄다. 갑자기 등장한 난입자의 실력이 보통이 아님을 눈치채고 만 것이다.
누굴까? 팀 모난 돌의 일원일까? 아니면 다른 팀의 누군가 일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싸우던 주제에 눈빛을 통해 의사 교환을 하고 있었다.
척.
천일이 검을 아래로 늘어뜨렸다. 한 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녀석들의 하나하나의 실력을 알아본 것이다.
강한 자는 마왕 정도였고, 약한 자라고 해도 재운 이상이었다.
그런 것이 14명.
천일은 해치우는 데 얼마나 걸릴지 생각을 해 보았다. 약 10분. 실력을 숨긴 자나 비장의 카드를 가진 자가 있을 경우는 30분 혹은 1시간. 패배한다는 가정은 존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