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73
73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3권(23화)
6. 벌어지는 상처(5)
그렇다 해도 데이노가르방의 전투 능력은 999만 9,999갤런이었다. 영웅 등급 고유의 힘을 사용할 수 없을 뿐이었다. 승산은 충분했던 것이다.
난데없이 공간을 열고 나타난 이상한 놈만 없었다면 말이다.
“으랴으랴! 하라찹!”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날뛰는 그놈은 데이노가르방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그를 따라온 부하들을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그가 데려온 가르몬 행성인의 평균 전투 능력은 30―50만 갤런.
낮다고 할 수 없는 전투 능력이었지만, 발치에서 검은 바람을 일으키며 이쪽에 나타났다 저쪽에 나타나는 지구인을 상대하기에는 재주가 부족했다.
그래서 데이노가르방은 녀석 먼저 처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그것을 가로막는 것들이 있었다.
일곱 빛깔의 커다란 에너지 덩어리.
팀 불사조 레인보우 어택은 재사용에 1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일격에 쓰러뜨리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팀 세훈과 유쾌한 친구들은 팀 불사조가 사용하는 종류의 기술에 대항하기 위한 특수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었다.
플래티넘 모드라는 것으로, 높은 방어력과 특별한 부가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부가 기능, 빛으로 구성된 에너지의 반사.
데이노가르방은 레인보우 어택으로 무장한 지구인들을 공략하기 위해 주변의 모든 블록을 없애버린 상태였다.
그래서 생긴 공간을 팀 세훈과 유쾌한 친구들이 돌아다니며 레인보우 어택을 반사, 반사, 반사하게 되었다.
레인보우 어택이 힘을 다해 사라지게 될 쯤에는 또 하나의 레인보우 어택이 발사되었다.
이 모든 것은 사령탑으로 군림하고 있는 제갈비연의 잔꾀였다.
하지만 문제는 있었다. 팀 불사조와 팀 세훈과 유쾌한 친구들의 연계는 길어야 10분이 고작이라는 점이었다.
때문에 팀 불사조와 팀 세훈과 유쾌한 친구들이 연계하여 데이노가르방을 몰아붙이는 사이, 재운이 데이노가르방이 데려온 자들을 쓰러뜨려야 했다.
모든 것은 작전대로.
잔머리가 쌓이면 지혜가 된다는 말대로 제갈비연의 작전은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데이노가르방의 콧대를 찍어 버렸다.
그리고 데이노가르방이 데려온 가르몬 행성인 모두를 쓰러뜨린 재운이 어비스를 사용하여 등장하였다. 동시에 팀 불사조와 팀 세훈과 유쾌한 친구들이 병원으로 향했다. 지친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서였다.
“자, 일대일이다. 덤벼, 외계인!”
재운이 소리쳤다.
“미친놈!”
데이노가르방이 어금니를 깨물며 재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시작되는 로봇과 외계인의 싸움.
재운은 레인보우 어택에게 도전을 거듭하여 한 가지 기술을 체득했다.
공간의 이동.
다른 공간으로 이동했다 등장한다는 것이 아니다. 점에서 점으로의 이동이다. 유효 거리는 대략 10m. 별것 아닌 기술일지 모르지만 재운에게는 매우 유용한 기술이었다.
“금강(金剛)!”
덤으로 어비스에 금강을 더한 재운의 몸은 다이아몬드 이상으로 단단했다. 영웅 등급이 아니라면 999만 9,999갤런의 전투 소유자라도 부딪히면 고통을 느낄 정도였다.
불행히도 데이노가르방은 체술이 특기였다.
그리고 재운은 맞으면서 때리는 것이 특기였다.
오가는 주먹, 밀리는 쪽은 재운이었지만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데이노가르방이었다.
“칠흑! 불타는 영혼이야, 내 주먹에 정열을!”
재운이 소리치자, 하얀색의 어비스가 검게 물들더니 발치에서 검은 바람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손과 발만 검었던 어비스 전체가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큭.”
데이노가르방의 안색이 굳어졌다. 한정 해제를 할 수 있다면 간단하겠지만, 관제 시스템에 한정 해제 신청 신호를 보내고 허가 신호를 받아 내는 단말기-서포트 시스템과 유사한 것이 작동하지 않았다.
팀 정파연맹 소속 해커 쉐도우의 소행이었다.
하지만.
“끝이다!”
999만 9,999갤런으로 전투 능력을 통제당하고 있다고 해도 데이노가르방은 영웅 등급의 전투 능력자였다. 마음먹고 날린 주먹 한 방으로 재운을 날려 버렸다.
위기의 상황.
재운이 무너지면 나머지는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구인들은 누구도 긴장의 빛을 보이지 않았다.
“리커버리!”
초록색의 요정 같은 생명체가 툭 하고 재운의 머리 위에 나타나 소리쳤다.
고오오.
초록색 오라가 재운을 감돌았다.
“……!”
데이노가르방의 안색이 굳어졌다. 초록색의 요정 같은 작은 존재가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치료와 회복에 특화되어 있는 종족.
노바 스페이스 연맹 1등급 우주인으로, 당당하게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일원이며 각 병원에 한 명 정도는 존재하는 지적 생명체, 그린 픽시.
어느 행성에서라도 특성이 바뀌는 일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매우 희귀한 종류의 종족이었다.
“으아아아!”
재운이 괴성을 지르며 일어났다. 초록색의 요정 같은 생명체는 그와 동시에 재운의 어비스에 스며들었다.
“2라운드다! 외계인.”
재운이 소리쳤다.
“이, 있을 수 없다. 어째서…… 어째서 그린 픽시가 네놈과. 그 도도한 종족이 무엇 때문에!”
데이노가르방이 외쳤다. 외침이라기보다는 절규였다. 능력이 제한되어 있는 상태로는 그린 픽시와 동조한 지적 생명체를 이길 확률은 용광로에 뛰어들어 살아남을 확률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무한 회복이라는 특수 능력 때문이었다.
―반했어요.―
명랑한 한마디.
정체는 그들이 지키고 있는 병원을 책임지고 있던 펠이었다. 즉, 지금 병원에는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치료 요원이 없다는 소리다.
상관없는 일이었다. 천재 해커 쉐도우가 대신해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연맹에 속하지 않은 자와 동조하는 것은 그린 픽시가 정한 규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지구인은 아직 시험을 받는 단계! 규칙을 어겼구나! 그린 픽시!”
데이노가르방이 들뜬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소식을 알려 주면 기뻐할 누군가를 떠올렸다.
―그래서요? 흠. 3등급 우주인은 역시 3등급 우주인이로군요. 당신들은 옛날부터 시야가 좁았죠. 눈은 4개나 달린 주제에.―
명백한 비아냥.
“뭣이!”
데이노가르방은 분노에 떨었다. 눈은 4개나 달린 주제에 시야가 좁다는 말은 옛날부터 가르몬 행성인이 들어오던 비웃음이었다.
“닥치고 싸울 준비나 해! 2라운드라고 말했다. 외계인.”
재운이 그런 말을 하고 땅을 박찼다.
난타전, 부활, 난타전, 부활, 난타전, 부활.
제갈비연을 비롯한 지구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같은 내용이 반복되었다. 하품이라도 할만한 상황이지만, 누구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변수란 존재하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변수라는 것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법이었다.
불쑥.
“비켜! 거기 있으면 휘말린다, 재운.”
외침이 있었다.
“……!”
모두의 시선이 재운의 등 뒤로 향했다. 거기에는 미친 듯한 속도로 달려오는 천일이 있었다. 아직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 탓인지 어비스 마나 화이트홀 소드 치켜들고 있었다. 중력파는 덤이었다.
“야! 이 미친놈아, 그런 속도로.”
재운이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돌연 벽에서 솟구친 작은 손이 천일의 마나 화이트홀 소드를 잡고 있었다.
뚜껑 열린 천일을 막아선 누군가, 영웅인 걸까?
아니었다. 벽을 통과하여 등장한 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타닥.
“추해.”
한마디를 던지며 밤딸기는 통로 안쪽으로 내려섰다. 물리적인 벽을 유령처럼 통과하여 등장하였다.
“……!”
천일의 눈이 커졌다.
“눈을 뜨게 만든 것도 모자라 특수 능력까지 발동시키게 하네. 너무한다, 그치. 산달아.”
밤딸기의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울리고, 그 옆 지면에서 툭 하고 산달이 나타났다.
“몰라요, 몰라.”
산달은 고개만 흔들 뿐이었다.
“날, 막는 거냐?”
천일이 물었다.
“사정은 알아. 나의 눈은 화염을 부르는 것뿐 아니라 삼라만상을 꿰뚫어 보기도 해. 분노를 거두길 바래.”
밤딸기는 침착했다.
언제나 그렇듯 밤딸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이었고, 싸움 구경을 무엇보다 좋아하는 도깨비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분노?”
천일이 물었다.
“아니라고 양심에 손을 얹고 말할 수 있어? 성녀 로이나플레어의 이름을 걸 수 있어?”
툭 하고 밤딸기의 입에서 밤딸기는 알 리 없는 이름이 튀어나왔다.
“크으. 오지랖도 넓어. 인간의 일은 인간에게 맡겨 두지.”
산달이 중얼거렸다.
“산달아, 산달아. 우리는 모두 지구 위에 살고 있단다. 더 이상 인간의 일을 인간에게만 맡겨 둘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우리가 마을을 나온 거. 잊고 있는 것 같으니까, 벌을 줄게. 꽃망울 아저씨가 만든 사탕이 먹고 싶어.”
밤딸기의 입에서 이상한 이름이 튀어나왔다.
“으엑.”
산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지개 막대 사탕이다. 알았지?”
밤딸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산달이 사라졌다. 산달은 싫다고 비명을 질렀지만, 소용없는 몸부림이었다.
“자, 그럼 대답해. 양심에 손을 얹고, 성녀 로이나플레어의 명예를 걸고, 분노에 휩싸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어?”
밤딸기는 천일을 바라보았다.
“나는, 나는.”
천일이 말을 더듬었다.
“어떤 미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소녀에게 부탁을 받았어.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라는 자들, 그들이 영웅 등급 능력자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 그것은……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너는 답을 알지? 지금까지 해 온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 셈이야? 그러니 진정해.”
“어째서냐.”
“…….”
“나는 인간이다!”
“도깨비 할머니가 포옹해 줄게. 그만 울어.”
밤딸기가 그런 말을 하며 천일에게 한 발 다가갔다.
스윽.
한 발 물러난 천일은 무척이나 싫다는 표정으로 가볍게 검을 휘둘러 거절 의사를 보였다. 하지만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착하구나, 그래. 넌 착한 아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네 등에 지워질 짐을 감당할 수 없어.”
“……!”
천일의 안색이 변했다.
“여러 가지를 들었어. 덕분에 바보 촌장이 걱정하는 것을 알게 되었지. 소녀도 걱정하더라.”
“무엇을 들었는데?”
“무엇을 들었을까요. 알아 맞혀 보세요. 딩동댕―”
밤딸기는 장난스럽게 말하며 한 발 물러났다.
“……!”
천일은 어비스 마나 화이트홀 소드를 치켜세워 밤딸기를 위협했다. 말하지 않으면 베어 버리겠다는 뜻이다.
“마음대로 해.”
밤딸기는 그런 말을 하며 생글 웃었다.
어떻게 된 정신 구조인 걸까? 도깨비는 진조나 흡혈귀와는 달라서 베면 베여서 피를 흘리고, 과도하게 피를 흘리면 죽는다.
“…….”
천일은 석상이 된 것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죽이지 않는 거야?”
밤딸기는 조롱하는 듯 혹은 정말 몰라서 묻는 듯했다.
“무기를 들어라. 무기를 들지 않는 자를 베지는 않아.”
천일이 말했다.
“거짓말, 거짓말.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누가 누가 나쁜 짓 하는지―”
천진난만한 얼굴로 빙글 돌고 또 한 바퀴 빙들 돌고. 심각한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명랑 발랄한 행동.
고오오.
천일의 어비스 마나 화이트홀 소드에서 검기가 흘러나와 줄기줄기 뻗어 나갔다. 주변을 전부 파괴하고 날려 버렸지만, 상처 입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불쑥.
난데없이 밤딸기의 복부를 꿰뚫고 튀어나온 주먹이 있었다. 천일의 등장과 밤딸기의 천진난만한 행동으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졌던 가르몬 행성인 데이노가르방의 것이었다.
“쿨럭.”
밤딸기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입에서는 피를 토했다.
빠직.
천일이 잡고 있었던 이성의 고삐가 끊어졌다.
“이, 이 빌어먹을 새끼가!”
천일의 목소리가 천둥이라도 되는 것마냥 주변을 흔들었다. 그리고 천일은 언제 움직였는지 데이노가르방 후위에 나타나 검을 치켜들고 있었다. 한 점 흔들림 없는 시선이었지만, 눈빛은 죽어 있었다.
“……!”
데이노가르방은 공포를 느꼈다. 능력이 제한되어 있는 상태라고는 해도 영웅 등급 전투 능력 보유자였다. 공포를 느끼는 감각은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 하지만 천일에게서 뿜어지는 살기는 너무나 압도적인 것이었다.
슥.
영웅 아세란의 등장. 그녀가 손을 뻗어 천일의 어비스 마나 화이트홀 소드를 잡아내지 않았다면 데이노가르방은 틀림없이 분쇄되었을 터였다. 밤딸기의 육체도 함께.
“위험하네. 손이 쩌릿쩌릿해.”
아세란이 중얼거렸다.
“죽인다. 놔! 용서 못해.”
천일이 소리쳤다.
“아아, 걱정 마. 일이 조금 웃기게 진행돼서 고생은 했지만, 저 지구인은 죽지 않을 거야.”
아세란은 그걸로 진정시킬 생각으로 말했다.
“닥쳐! 용서 못한다고 했다. 너라도 죽인다. 비켜!”
천일이 말했다.
아니, 말뿐이 아니었다. 분노로 인해 완전히 뚜껑이 열린 천일은 아직 깨닫지 못한 미지의 힘을 끌어 올렸다.
콰아아아.
거센 중력장이 발생하였다. 전투 능력 1,300만 갤런이 낼 수 있는 수치를 아득히 초월한 상태였다.
“크윽.”
아세란이 신음을 토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전투 능력의 보유자답게 그대로 천일을 밀어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쾅쾅쾅.
직선상의 블록들이 전부 부서져 나갔다. 그럼에도 천일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세는 줄어들지 않고 더욱 거세지기만 했다.
“야! 보고 있지. 우주 공간으로 이동시켜. 이대로는 필드 자체가 붕괴한다.”
아세란이 소리쳤다.
그리고 사라지는 두 사람.
직후.
많은 수의 노바 스페이스 연맹 사람들이 나타났고, 데이노가르방은 안색이 검게 변했다.
“크아아악!”
데이노가르방의 팔다리가 멋대로 뒤틀려 부러졌다. 그러고는 오뉴월 복날 신나게 두들겨 맞은 개꼴이 되어 몇 명의 노바 스페이스 연맹 사람들과 함께 사라졌다.
당연히 밤딸기는 부활.
하지만 안색은 좋지 않았다. 저승 문턱에 다녀와서가 아니다. 죽음 같은 것. 그녀와 같이 오래된 존재에게는 사는 것과 별다를 바 없는 무언가였다.
갑자기 나타난 유령 소녀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부탁을 수락했을 때, 이미 죽음은 각오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걱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소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제부터 벌어질 일이 지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