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76
76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4권(1화)
*드러나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는 이야기, 그 첫 번째―소녀의 사정(1)
백발백중 미래를 알 수 있고, 그 흐름에 개입함으로써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소녀가 보통의 아이와 같았을 무렵에는 ‘매우 좋다.’라고 생각했다.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주식을 사서 돈을 아주 많이 버는 일도 가능할 테고, 죽을 사람을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구라는 행성의 파멸이라면 어떨까?
모든 것은 괴담 같은 인터넷 소문에서 시작되었다. 행성X라든가 나바루라든가 하는 이야기. 매우 긴 주기로 태양을 도는 거대 행성에 관한 이야기. 헐리우드 상술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의 허무맹랑한 이야기.
진실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소녀는 그저 무서웠다. 자신의 삶이 무너질 것을 두려워했다. 기르고 있는 고양이 엔젤을 사랑했다.
미래가 알고 싶다, 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진실을 알려 주기를 바랐다.
그리고 알게 된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거대 UFO, 영웅, 마왕, 빛과 어둠의 싸움, 인간들의 이기심.
모든 자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올바르게 혹은 지혜롭게 행동했고, 그 결과 마왕에게 검을 겨누었다.
파멸하는 마왕, 분노하는 영웅, 그리고 지구의 임종.
소녀는 그러한 것들을 환상, 개꿈 정도로 치부하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것이 현실이라면 자신에게 예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무의식은 의식이 던지는 질문에 호응하여 예지 능력을 해방하였다. 그렇게 하여 완전 미래 예지 능력이라는 것을 얻게 되었다.
소녀는 생각한다. 영웅의 곁에 있는 것이 마왕이 아는 다른 여자, 아니 자신이었다면 하고. 무수한 환상을 보고 그 속에 파묻혀 지냈지만 답은 언제나 같았다.
지구의 죽음.
소녀는 인류가 쌓은 문명의 역사를 공부했다. 전쟁과 이기주의, 탐욕, 그리고 위인들이라고 불리는 자들의 어두운 부분들을 알게 되었다.
결론.
인간은 악하다. 전부 없어지는 편이 좋다. 그렇기에 방황하였다. 완전 미래 예지 능력을 사용하여 주식의 폭락을 예견해도, 부동산의 폭등을 예견해도 부모님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그러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만 14세의 나이로 가출.
그녀는 세상의 각박함과 허울 좋은 이기심을 알게 되었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었다. 거기에서 그녀를 끌어내 준 것은 평범한 아저씨였다.
몸을 원하는 걸까? 아니면 다른 뭔가에 써먹으려는 것일까? 소녀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답은 오직 하나였다.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자신은 구원받지 못했으니까.
소녀와 사정은 다르지만 불우한 청소년 시절을 보냈던 남자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 목 놓아 울부짖던 따뜻한 누군가의 손길을 만나지 못했다. 철의 마음과 칼날 같은 잔혹함을 무기 삼아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 같은 사람들이 무심코 행하는 칼질이 따뜻함을 베어 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남자는 개심했다? 그런 것은 아니다. 남자는 아직도 세상에 따뜻함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바보는 사람들을 타락시킬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바보는 세상의 날카로움에 베어져 숨이 끊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그는.
구해 주기를 바라는, 따뜻함을 바라는 누군가의 앙상한 손길을 외면하지 못했다. 모순되고 이상한 이야기. 인터넷을 떠도는 괴담보다 더욱 괴상한 현실.
때문에 소녀 역시 그의 곁을 떠나기로 했다. 소녀뿐만이 아니다. 그는 버려진 동물을 그냥 보고만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그의 곁에는 그의 사소한 손길에 구원받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구원하기 위한 것도, 밥을 먹이기 위한 것도, 입혀 주기 위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입버릇처럼
그 말대로 잔심부름이나 기묘한 작업을 지시하고, 못하면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싫은 소리를 해 댔다.
나중에야 알게 된 것.
애정은 없고 너희들은 그저 노예 혹은 일꾼이라며 툴툴대던 그의 본심은 따뜻함으로 가득하여 세상에 흐르는 피눈물을 조금이라도 닦아 내고 싶어 했다는 것.
그 본심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 아니, 드러낼 수 없었던 것은 소녀와 같이 옆에 둔 사람들을 영원히 보살피는 일은 가능하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사소한 계기, 남자의 돈을 훔쳐 달아났던 친구의 실패와 그 후일담.
남자는 자신의 돈을 훔쳐 달아났던 소녀의 친구를 쫓지 않았으며, 소녀의 친구가 실패하고 그 남자에게 몸을 의탁했을 때, 실패한 이유를 분석하여 싫은 소리를 늘어놓고 다시 해 보라며 돈을 빌려 주었다.
빌려 주었다? 돈을 훔쳐 간 놈이 잘못했다며, 무엇이든 하겠다며, 먹여 주기만 하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찾아온 사람에게 선뜻 돈 빌려 줄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알 수 없다.
다만.
소녀는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는 역사책에 실리지 않겠지, 라고. 실릴 리가 없는 것이다. 남자는 컴퓨터가 아닌 주판으로 돈 계산하는 구닥다리 도매상이었고, 10원에 목숨 거는 쫀쫀한 인간이었다. 더구나 돈주머니는 데려온 아이들이라면 언제나 훔쳐 달아날 수 있도록 허술하게 관리하였다.
역사라고 하는 거창한 이야기에 이름을 올릴 정도의 부도 가지지 못했고, 기술도 없다. 가능한 경우가 있다면 ‘어떤 사람’ 정도로 등장하여 조롱거리가 되거나 미담의 주인공이 되는 정도겠지.
그는 죽을 때까지 모를 터였다.
자신의 그러한 행동이 소녀로 하여금 지구를 구해 보자, 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음을. 때문에 소녀가 가져야 했을 행복, 가질 수 있는 분홍빛 미래가 전혀 다른 무언가로 바뀌었음을.
알았다면, 그도 소녀와 같은 능력을 가져서 소녀가 선택할 미래를 알았다면…… 그는 소녀를 절대 구하지 않았을 거고, 웃으면서 지구의 끝을 기다렸을 터였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모든 사람의 안녕이 지켜진다는 일만큼 역겨운 이야기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1. 어쨌든 가자, 그녀 같은 사람의 거짓말은 속아 주는 것이 남는 거야(1)
팀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 저택.
천일이 돌아왔다. 마왕은 상황을 알고 있지만 천일의 무사함이 기뻤고, 재운은 상황의 심각함을 몰랐기에 평소와 같이 천일을 반겼다.
“무사한 것을 보니 다행이구나. 신경 쓰지 마라. 겉치레니라. 잠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니라. 따라올 수 있느냐?”
베베가 물음을 건네 왔다.
끄덕.
천일은 마왕과 재운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베베의 뒤를 따랐다.
베베의 거처.
엔티크라고 불리는 가구들. 중세 유럽의, 그것도 르네상스 시대의 귀족들이 사랑하고 아끼던 디자인이 사방에 놓여 있어 화려한 분위기를 뽐내고 있었다.
그에 천일은 머쓱해했다.
천일이 처음으로 베베의 방에 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잠시 기다리거라.”
베베는 그렇게 말하고는 방의 네 귀퉁이에 도형 같은 것을 그리고, 룬문자 같은 것을 새기고 수인을 맺었다.
대화를 엿듣는 자가 없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되었느니라. 앉거라.”
베베가 자리를 권했다.
“응.”
천일이 대답을 했다.
“우리가 이제부터 할 일에 관한 것이니라. 이야기 들었느냐?”
베베가 물었다.
“응, 들었어.”
천일의 긍정.
“성공할 확률이 10퍼센트 정도라 하더구나. 90퍼센트는 실패라는 것이겠지. 확률이 낮다 생각되는구나.”
베베의 불만은 당연히 제기되어야 할 부분이었다.
“알아. 하지만 반드시 성공할 거야.”
천일이 답했다.
“근거를 들어야겠구나.”
베베는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
침묵, 고민.
천일은 전생에 있었던 불쾌한 기억과 잃어버린 함선 크사크노사르 필드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되었지만, 결국은 말하기로 했다. 베베를 설득시키지 않으면 협조를 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훼방이나 놓지 않으면 다행이다.
“…….”
이야기를 전부 들은 베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문 채 천일을 노려보았다.
“나는 확신해. 절대로 성공할 거야.”
천일이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이제야 알겠구나. 내내 느껴지던 위화감들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베베가 입술을 비틀었다. 확신은 없고 확인이 필요한 이야기지만, 입 밖에 낼 수 없는 어둡고 칙칙한 진실을 알게 되었다.
“무슨 말이야?”
천일은 물을 수밖에 없었다.
“내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느니라. 마왕을 부인으로 삼겠다고 했지만 일정선 이상은 접근하지 않는 너의 태도 같은 것들 말이니라.”
베베는 그렇게만 말했다.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진실로 추정되는 것들.
전투 능력 ‘갤런’, 아틀란티스 월드, 영웅, 노바 스페이스 연맹, 그리고 인간에 관한 이야기들.
이 모든 것에.
그녀가 지구인으로서 배웠던 것들을 조합하면 아주 멋지고 황당한 결말이 튀어나왔다. 알려진 모든 것들을 뒤엎는 파괴적인 진실.
하지만 그것들을 말하는 것이 좋은 것일까? 라는 부분을 생각하면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는 ‘몰라도 되는’을 넘어 ‘몰라야 하는’ 지식도 있는 법이었다.
“확실히 그랬지.”
천일이 중얼거렸다. 흘려 넘길 의도로 말한 베베의 말을 곧이곧대로 해석한 결과였다.
“‘확실히 그랬지.’라고 했느냐?”
베베는 생각을 원점으로 돌려 천일의 발언을 해석한 후, 확인하는 듯 물음을 건넸다.
“응.”
천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묻겠느니라, 인간이여. 네 발언으로 보면 너는 마왕을 좋아하고 있지 않다고 보이느니라. 본녀의 해석이 사실인 것이냐? 답해 보거라.”
엄중한 베베의 추궁.
끄덕.
천일의 긍정.
“개자식이구나.”
베베가 욕설을 했다.
“나는…… 마왕을 정말로 좋은 여자라고 생각해. 인간이라면 결혼을 해야 하고, 나는 전생을 기억하고 있어. 나에게는 아마, 너에게만 말해 줄게. 나에게서 전생을 빼면 남는 것이 없어. 힘도 깨달음도. 그렇기 때문에 괴로운 추억도 함께야. 결혼을 해야 한다면 좋은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는 것이 보통이지. 좋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는 얼간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의 움직임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천일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마왕을 아내로 삼기로 했다는 것이냐?”
베베의 질문.
“응.”
천일의 긍정.
“그런 것이로구나. 이해했다. 본녀야말로 어리석었음을.”
이번에는 베베가 쓴웃음을 지었다.
“뭐가?”
천일이 물었다.
“본녀는 마왕과 너를 끈적끈적한 사이로 만들고 싶었느니라. 그렇기에 마왕에게 괜한 참견을 하였지. 하지만 마왕은 자신이 사랑받고 있지 못함을 알고 있었을 것이야. 언제나 네 곁에 있지 않았느냐. 아는 것이 당연하겠지. 그러나 너를 좋아하기에, 너와 함께 있고 싶어 하기에 자신은 마왕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겠지.”
베베는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빗나간 억측이었지만.
“그녀가 나를?”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그래 보이느니라.”
슬쩍 한발 물러서는 베베.
“…….”
천일은 말문이 막혔다. 마왕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하니, 얼어붙은 마음이 괜히 들썩이고 있었다.
베베는 한눈에 천일의 변화를 알아보았다. 그렇기에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늘어놓는 대신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되겠느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