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77
77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4권(2화)
1. 어쨌든 가자, 그녀 같은 사람의 거짓말은 속아 주는 것이 남는 거야(2)
“부탁?”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너는 특이하게도 전생을 기억하고 있느니라.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터. 포기하기 말거라. 거짓이라도 좋으니, 너의 번뜩이는 눈빛을 보고 싶구나. 지금의 네 눈빛은 썩은 동태 눈깔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느니라.”
베베는 이상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
천일의 안색이 굳어졌다.
“잊지 말거라. 너는 우리들을 구했느니라. 너 자신은 인정하지 않을지도 모르나, 틀림없는 사실이니라. 또한 너는 우리들의 대장이니라. 네가 그런 눈빛을 하면 너를 바라보는 우리 기분이 어떻겠느냐.”
베베는 진심이었다.
“아.”
이해했다는 천일의 탄성.
“들어줄 수 있겠느냐?”
베베가 물었다.
“노력할게. 자신은 없어.”
천일의 대답은 그랬지만 눈빛은 바뀌었다. 깊은 곳에는 허무가 맴돌았지만, 베베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것이었다.
“그럼, 준비하자꾸나. 본녀는 마왕에게 네 사정을 말해 두겠느니라. 말하지 않으면 납득하지 않을 것이야. 그녀만 네 편을 들어주면 다른 팀원들은 어떻게든 될 것이고.”
베베가 중얼거렸다.
“다른 팀원이라고 해도 재운이잖아. 마왕에게 이야기할 필요 있는 거야?”
천일의 질문.
“모르는 것이냐? 아세란이라는 여자가 멋대로 팀원 두 명을 추가하였느니라. 둘 다 네가 아느니라.”
베베의 답.
“그게 뭐야? 그런 말 못 들었어.”
천일이 물었다.
“보면 알 것이야.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외계 놈들의 생각이니라. 네가 슬쩍 언급한 미래를 예지하는 소녀와 관련 있는 부분일 테지.”
베베는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외계 놈?’
짧은 의문.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베베가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 속한 자들을 놈으로 부르든 년으로 부르든 베베의 자유였다.
그래서 천일은 의문을 묻는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웅 네아 구출 작전 준비라는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틀란티스 월드, 관리함선.
아세란은 모처럼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속 썩이지 않는 것이 없었다. 위에 있는 것들은 위에 있는 것대로, 아래에 있는 것은 아래에 있는 것대로, 위나 아래와 관계없는 것들 역시 그들 나름대로.
이대로라면 정신적 피로에 묻혀 질식사해 버릴 것 같은 기분.
영웅은 영웅답게 전장에서 숨을 거두어야 하는 법.
“제발, 제발 쉽게 가자. 쉽게 가자구. 이 바보 녀석들아!”
힘없이 흘러나오다 ‘바보’라는 부분에서 힘이 솟구쳤다. 나쁜 일은 나쁜 일을 부른다고, 속 터지는 일이 연속해서 발생하고 있었다.
침대 옆에 놓여 있는 탁자 위에는 서류 더미가 수북했다. 보통의 서류 작업은 부관들의 몫이고 영웅은 도장만 찍으면 그만이지만, 탁자 위에 놓여 있는 것들은 조금 성질이 달랐다.
‘확 다 엎어 버려?’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라는 조직은 언제나 그랬듯, 머리는 하나인데 생각은 많고 뜻도 여러 가지라 때때로 수습하기 어려운 뒷공작을 벌였다.
삑.
호출이 왔다. 네아 구출 작전에 투입되는 천일과 그 일당의 준비가 끝났다는 것이다. 협조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 완전 미래 예지라는 능력을 가진 소녀가 장담을 하고, 천일이 그에 수긍한다고 해도 아세란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절반 정도는 있는 그대로 보고서를 올린 자신에게 잘못이 있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납득하기 어려운 일을 납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아세란은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라고 하는 초거대 조직의 일원이었다. 영웅이라 불리는 우두머리들 중 하나다. 조직 전체의 뜻이라고 하는 놈을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 음흉한 놈들이 꾸미는 개수작 따위 밟아 버리면 그만인 이야기였다. 문제는 그에 동조하는 지구인들이다.
될 대로 되겠지.
아세란은 최악의 경우―알펜스토르 항성계가 있는 로일락시아 은하를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개수작을 부리는 것들도, 그에 동조하는 것들도 얼굴색이 변할 터였다.
“아세란 님, 아세란 님, 어서 일어나세요. 일하셔야죠.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부관들 중 하나인 오나가 우는소리를 했다.
일반적으로 영웅에게 붙은 부관은 여섯.
“알아. 알아. 보채지 마. 때린다.”
아세란의 신경질적인 중얼거림.
“때리실 거면 저 말고 로단으로 해 주세요, 아세란 님.”
뻔뻔한 오나의 한마디.
빠직.
아세란은 신경질이 머리끝까지 뻗쳤지만 오나는 잘못이 없었다. 그럼에도 분노하게 되는 것은 얄미운 주둥아리와 그녀의 입장 때문일 터였다.
통칭 로도니엘.
모르멘탈 행성 왕족을 뜻하는 단어로, 뿌리부터가 거만한 녀석들이었다. 노력하면 영웅이 될 수 있지만, 영웅보다는 사령관 및 영웅의 부관을 선호하였다. 그래서일까? 뒷공작, 개수작하면 로도니엘 중 누군가 반드시 뒤에 있었다. 챠논 행성인처럼 어른스럽게 굴어 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다.
‘이번 일만 정리되면 부관들 좀 갈아 버려? 밤딸기라는 애가 빠릿빠릿하고 괜찮던데. 눈치가 귀신같은 베베라는 애도 괜찮고. 제일 괜찮은 것은 천일이겠지만 그 녀석은…… 뭐. 후우. 제갈비연이라는 애는 가이르디슈가 찜했으니. 그러고 보니 밤딸기라는 애도 조만간 영웅 등급으로 격상시켜야 할 것 같은데 말이야. 어쨌든 이번 작전에서 살아 돌아오면인가? 연맹은 청운이라는 여자에게도 영웅 자리를 권하는 모양이더만. 어렵겠지. 라스펠로스 행성인은 연맹을 혐오하니까. 그나저나 그 여자 자기 딸이 네아 영웅 구출 작전에 투입된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하려나. 그만그만. 아, 몰라. 생각은 여기까지.’
아세란의 머릿속은 잠깐 사이에 연맹의 일로 가득 채워졌다. 원하던 바가 아니다. 그럼에도 하고 마는 것은 연맹의 인간이기 때문이리라.
직업병.
사회에 찌든 지구의 인간들이라면 틀림없이 그리 말할 터였다.
슥.
아세란은 팀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 저택으로 이동했다. 몹시 지친 얼굴로 천일들을 불러 모았다.
남자는 둘, 여자는 다섯, 그리고 요정 같은 것 하나.
지그시 일행들을 둘러보던 아세란은 잊고 있었다는 듯이 재운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린 픽시의 존재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리라.
“어이, 거기 너. 너 말이다, 너. 녹색 곤충.”
녹색 곤충, 그린 픽시 일족을 얕잡아 부를 때 쓰는 표현이었다.
“…….”
침묵.
재운과 하나가 되어 있는 그린 픽시 펠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들켜도 상관없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막상 대답하기에는 껄끄러운 일이다.
“그래, 나오지 않아도 뭐. 어쨌든 너희들 살아서 돌아와. 작전 꼭 성공하지 않아도 돼. 할망구를 잃는 것은 뼈아픈 일이지만, 너희들 전부를 잃는 것보다는 낫다. 질문 있는 사람?”
아세란이 말했다.
“말이 다른 것 같구나. 이전에는 반드시 성공할 테니 걱정 말고 임무를 반드시 성공시라고 한 것 같다만.”
베베가 태클을 걸었다.
“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 또 질문?”
아세란은 능구렁이 같았다.
“야. 팀원 둘 너희들 맘대로 추가했다며? 그것에 대한 합리적인 답변을 요구한다.”
이번엔 천일이었다.
“뻔한 거 묻지 마. 알 만큼 아는 놈이.”
아세란은 능구렁이.
“나중에 이탈시킬 수 있는 거냐?”
지나가듯 묻는 천일.
“임무에나 신경 써. 완전 미래 예지 능력을 가진 소녀의 의견은 어쨌든, 내 눈에는 성공 확률이 매우 낮으니까. 너희들 전부는 아니라도 몇 명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작전이야. 거기서는 서포트 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까. 그럼 또 질문!”
아세란이 말을 돌렸다.
이쯤 되면 노골적이다. 대답해 주기 싫은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는 태도. 절로 쓴웃음이 나는 상황이었다.
으쓱.
천일이 할 수 없다는 듯이 물러났다. 돌아와서 캐물으면 된다는 식이었다. 아세란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완전 미래 예지 능력의 소녀를 천일은 신뢰하고 있었다.
“…….”
팀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 일동 침묵.
천일의 질문이 무시당한 마당에 자신들이 질문해서 답을 얻을 수 있겠느냐는 태도였다. 이에 아세란은.
“일단 다녀와. 작전을 성공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아남는 것도 중요해. 나도 놀고만 있지는 않을 테니까.”
라고 뼈가 담긴 발언을 했다.
‘뭔가 있긴 있군.’
천일은 확신했다.
“그럼 지금부터 너희들 모두에게 도구를 나누어 주겠다.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도록. 반지와 귀걸이가 한 개씩. 식량을 대신할 알약이 다섯 개, 하나당 한 달을 버틸 수 있다. 긴급 탈출용 랜덤 스페이스 텔레포트 송신기. 어비스를 비롯한 기타 도구는 알아서들 준비했을 테니 생략. 서포트 시스템 반지는 지금 즉시 반납하고, 새롭게 지급된 반지와 귀걸이를 착용하도록.”
아세란이 말했다.
끄덕.
천일은 아세란의 지시에 따랐다. 그러자 시야의 상단에 ‘지금부터 동기화를 시작합니다.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 소대 대장 이천일 님 맞으십니까?’라는 문구가 떴다.
“맞아.”
천일이 대답.
[본인 확인용 유전자 배열 및 생체리듬 코드를 검색합니다.검색 완료.
노바 스페이스 연맹 본부로 정보 송신.
확인이 되었습니다.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도움말 및 매뉴얼을 참고하여 주십시오. 작전의 성공을 빕니다.
Good Luck!]
시야를 어지럽히던 녹색 글자들이 스르륵하고 사라졌다.
“사용법은 서포트 시스템과 같다. 이제 와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지만, 서포트 시스템은 연맹 소속 전투원에게 지급되는 장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다른 점은 대장의 권위다. 소대장은 팀원의 생사여탈권을 가지며, 구속 및 징벌에 대한 권리도 함께 가진다. 그러니 대장 말 잘 들어라. 거기에 예외는 용납하지 않는다. 모두 이해했겠지?”
아세란이 질문을 했다.
끄덕.
이제 와 고개를 저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불만 가득한 빈센마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상황.
그리고 이동이 시작되었다.
아틀란티스 월드 관리함선을 거쳐 잃어버린 함선 크사크노사르 관리함선으로. 대기하고 있던 가이르디슈는 관리함선을 잃어버린 함선 크사크노사르에 붙였다.
잃어버린 함선 크사크노사르는 가이르디슈가 지구로 올 때 사용했던 우주선을 개조한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천일은 한동안 가이르디슈의 불평을 들어 주어야 했다. 지금에 와서는 고철이나 다름없는 것이라도 아꼈던 모양이었다.
완전 미래 예지 소녀는 살아 있는 당시 천일에게.
“……무조건 노란색이야. 빨간색도, 파란색도, 분홍색도 아냐. 무조건 노란색이야. 명심해.”
라는 말을 했었다. 천일은 그 말을 잊고 있었다. 프로페스 모함 내부에 발을 디디기 전까지는 말이다.
길은 가이르디슈가 열어 주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 역사상 첫 시도.
프로페스 모함―항성은 우선 항성 자체의 중력장을 레이더 및 감시 장치로 삼고 있었다. 항성의 인력권이라 하면 항성계 전체를 아우르는 영역이었다. 그것을 피하고 모함 근처에 도달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
하지만 가이르디슈는 할 수 있었다. 원래부터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구에서 오랜 세월 생활하면서 체득한 것들이었다.
“야, 야. 색깔이 전부 다르다. 뭐냐? 이거.”
재운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함부로 움직이지 말거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느니라.”
베베가 서둘러 재운을 말렸고.
“숨, 숨이 막힌다.”
빈센의 감상.
“우웅.”
그저 고개만 갸웃거리는 청애.
“모두 노란색 외에는 만지지 마. 빨간색이든 파란색이든 분홍색이든 안 돼.”
천일이 지시를 내렸다.
그들은 통로 같은 곳에 있었다. 지면은 노란색, 좌측 벽은 빨간색, 우측 벽은 파란색, 천장은 분홍색이었다.
모양은 정사각형으로 너비는 100m쯤 되는 것 같았다.
함선 내부 통로치고는 무척이나 넓었다.
‘그나저나 몸이 무겁다. 마나의 밀도가 장난이 아니다. 그만큼 중력이 강하다는 뜻이겠지. 걷는 것만으로도 큰일이겠어.’
천일은 그런 생각을 하며 발을 옮겼다.
“야, 노란색 외에는 가지 말라고?”
재운이 천일에게 질문을 해 왔다.
“너, 어째 팔팔해 보인다. 몸 안 무겁냐?”
천일의 질문.
“응? 왜?”
모르겠다는 재운의 반응.
“좋겠다. 부럽다.”
천일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재운은 걸음을 살짝 멈췄다. 펠이 말을 건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