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81
81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4권(6화)
2. 당신을 지구의 영웅으로 인정합니다(2)
그냥 나를 믿어요.
위에 줄줄이 언급한 당신에 관한 것들, 당신이 원하는 것들이 성취되길 원한다면.
그럼, 뒷일을 부탁드려요.
추신 같은 느낌으로 마지막에 붙어 있는 이야기.
절대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데브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죽은 반려가 살아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죽은 자가 돌아온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라도 만들 수 없는 기적.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단 0. 무한대 1퍼센트라도 존재할 수 없는 것. 그럼에도 데브는 편지에 관한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바보 같은 이야기. 하지만 완전 미래 예지 능력 보유자의 말이었다. 정확히는 앞에 추정되는 이라는 말이 붙어야겠지만.
하여튼.
데브는 가이르디슈와 천일의 팀이 돌아왔을 때, 지시대로 천일에게 먼저 완전 미래 예지 능력 보유자의 편지를 주었고, 그런 다음 마왕을 찾아가 편지를 건네주었다. 하지만 말이 달랐다.
천일에게는 다른 편지가 있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마왕에게는 자신과 천일에게 편지가 있었다는 말을 했다.
사소한 차이였지만, 완전 미래 예지 보유자는 그것이 매우 중요하니 지켜 달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무엇을 위한 것일까?
어쨌든.
천일은 편지 봉투를 개봉하였다.
푸하하하.
호쾌한 느낌.
천일은 웃음소리로 시작하는 편지에 매우 껄끄러운 느낌을 받았다. 무엇 때문에 시작부터 이리 웃는 것일까?
아아. 미안. 놀랐어? 놀랐지? 큭큭큭.
장난기가 가득했다.
나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나는 분명 너의 연인이 되는 미래를 보았어. 하지만 내가 너를 사랑해서 그렇게 되었을까? 진지해지지 마. 사실은 너와 연인이 된 상태에서 모든 것을 구하는 길이 있었어.
하지만 귀찮아. 싫어. 내가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지구를 구해야 해?
애초부터 네가 좋아서 너를 선택해서 발생하는 미래가 아닌걸.
하는 과정에서 그래, 나는 분명 너에게 감동을 받고 너를 사랑하게 되겠지.
하지만 나에게 있어 너만이 정답은 아니야. 물론 나에게 있어서도.
이런 건 어때?
내가 진정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성녀 로이나플레어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마지막의 그 말을 이용한 최후의 계략을 사용할 수 있었다, 라고 하는 것 말이야. 나는 성녀 로이나플레어가 아니야. 그러니 그녀의 진심이 어땠는지는 몰라. 하지만…… 푸하하하. 아무리 생각해도 바보 같아.
나는 연맹의 손이 닿지 않고, 어떤 위험도 없는 안전한 은하의 어떤 행성으로 갈 거야. 거기서 새롭게 사람들과 함께 새 문명을 시작할 생각이지.
…….
정말 웃겨. 아아, 완전 미래 예지 능력은 불가능하다? 전례가 없다? 풉.
하여간 외계인들도 멍청해. 온갖 기술을 다 가지고 있고, 다할 수 있다고 뻐기면서 말이야.
나 같은 존재가 그렇게 쉽게 자신을 드러낼까?
드러낼 이유가 있겠어?
모든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야. 이런 거 사실 알려 주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편지를 남기는 이유는 네가 불쌍해서야. 내 머릿속에서나마 존재했던 사랑 이야기의 남자가 너잖아.
그러니까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그에 대한 의리.
단지 그뿐.
잘 생각하란 소리야. 허상에 휘둘리지 말란 말이지. 알았어?
…….
꾸깃꾸깃.
편지를 전부 읽은 천일은 몹시도 불쾌해져서 편지를 구겨서는 휴지통에 넣었다. 연맹 함선의 휴지통에는 분쇄 장치 같은 것이 들어 있어서 쓰레기가 들어오면 1분 후 자동 처리했다.
‘만나게 되면 엉덩이를 그냥 찰싹.’
천일은 슬쩍 이를 갈았다.
하지만 편지의 내용으로 보아 만나게 될 일은 없을 터였다.
분명 그렇겠지.
그리고 마왕.
편지를 다 읽고는 무덤덤하게, 혹은 무심하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편지를 휴지통에 넣었다.
도발, 협박, 염장, 비꼼.
사이사이 미성년자 관람불가 딱지가 붙은 표현들도 제법 있었다. 이유가 뭘까? 목적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생각할 가치도 없었다. 그녀는 스스로 지구를 떠났으니까 말이다.
천일은 지구 출신 영웅이자 지구를 대표하는 영웅으로서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 정식으로 등록되었다.
어디까지나 행정 절차에 관한 이야기.
사실을 공표하고 아틀란티스 월드의 종료를 선언하는 것은 미루어지게 되었다.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은 ‘지구의 일은 지구인들이 알아서’라며 그 문제점들의 해결을 천일에게 맡겨 버렸다.
한숨.
알아서. 슬기롭게. 잘. 원활히. 해결해 주십시오.
‘다 없애 버릴 수만 있다면 진짜.’
천일은 인상을 구기면서 귀걸이를 만져 보았다. 천일의 전투 능력을 999만 9999갤런으로 제한하기 위한 봉인 도구였다. 수십 개 이상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다른 영웅들과는 달리 천일의 경우 하나면 되었다.
전투 능력이 낮아서 이기도 하지만, 능력의 특이성 때문이기도 했다.
“잠깐, 나 좀 보자.”
아세란이 어깨를 치며 말을 걸어왔다.
막 회의를 마치고 나온 참이다. 회의랄 것도 없다. 거의 대부분이 지시 사항 같은 것이어서 천일은 입도 뻥끗할 수 없었다.
이유를 모르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기분이 좋지 않을 뿐이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규칙이니, 룰이니, 명분이니 하는 것들을 준수해야 하니 마니 하는 이야기.
돌아 버리겠다, 진짜.
천일은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 지구를 대표하는 영웅으로 등록이 되었지만, 지구인들에게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얼굴 없는 영웅이며, 아는 사람 없는 영웅이었다.
“응.”
대답을 마친 천일은 아세란의 뒤를 쫓았다.
아틀란티스 월드 관리함선, 영웅 아세란 호.
함선에 관한 문제.
노바 스페이스 연맹은 필요 기술의 전수를 약속했지만, 함선을 만들어 준다고는 하지 않았다. 지구의 영웅이 사용할 함선이니 지구인이 만들란다.
“듣느라 수고했어. 영웅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야. 그렇게 인상 구기지 마.”
아세란이 말했다.
“웃을 만한 일도 아니지.”
소심한 천일의 반박.
“지구가 소유한 영역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질 같은 것은 조금 손을 써 줄 테니까, 그렇게 퉁퉁거리지 마.”
어떻게든 천일의 기분을 풀어 주고 싶은 아세란.
“장난하냐? 지구가 소유한 영역? 반지름 50광년의 구체, 그거? 화성도 마음대로 못 다니는 상황에서 그게 의미가 있냐?”
천일이 말했다.
“열심히 해 봐. 지구잖아. 너는 지구인이고.”
아세란의 책임 회피.
“에라이.”
천일은 투덜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삐익.
아세란의 서재.
“일단 앉아. 마실 거 가져올게.”
아세란이 말하고는 잠깐 자리를 비웠다.
“…….”
천일은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이놈이고 저놈이고. 후우. 다 때려치울까 보다.’라고 중얼거렸다.
지구인 이천일, 당신은 영웅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제부터 지구는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 속한 행성입니다.
하지만 누구에게 기술을 전수해 주면 좋은지, 우리는 판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우리들은 대개 1행성 1문명 1국가 1종족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는 그렇지 않습니다. 문명도 여러 개, 국가도 여러 개, 종족도 여러 개입니다. 당신은 지구를 대표하는 영웅으로서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관리할 의무를 가집니다.
더욱이 지구에는 당신 말고도 영웅이라 불리기에 합당한 존재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CHONSP 유기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행성을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지구를 떠나기 싫어합니다. 지구에 속한 존재가 되는 것도 싫어합니다. 우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태어난 행성을 소중히 하고 아끼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것입니다. 우리들은…… 등등.
그리고 등등.
그리고 등등.
회의라는 이름의 훈계였고, 설교였다.
‘어떻게든 하라…… 후우.’
천일은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탁.
“자.”
아세란의 목소리가 울렸다.
“응.”
천일이 눈을 떴다.
“연맹 최고 의회와 우리들은 지구에 거는 기대가 커.”
뜬금없는 아세란의 발언.
“기대?”
천일이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1행성 1문명 1국가 1종족. 듣기에는 그럴싸해 보이지. 하지만 간단한 이야기다. 하나의 종족, 하나의 국가가 다른 종족, 다른 국가를 전부 없애버린 거란 소리.”
아세란이 말했다.
“…….”
천일은 말문이 막혔다.
“같은 인간끼리도 국가가 다르면 나 몰라라 하고, 종족이 달라도 국가가 같으면 서로 돕고 힘을 합치는 모양새는 우리에게 있어 굉장히 독특한 거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뭐가 무슨 소리?”
“종족이 달라도 국가가 같으면 서로 돕는다는 거 말이다.”
“그런 예는 많이 있어. 진영을 초월한 사랑이야기 같은 거. 흡혈귀와 인간, 인간과 요괴.”
“아아.”
“그 반응은 뭐냐?”
아세란이야 말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이야기가 없지는 않겠지만 그건 일부잖아. 그걸 일반화시키는 것이 이상해서.”
천일의 의문.
“공유하고 있는 것이 많으면 친밀도가 올라간다. 그건 당연한 이야기지. 그런 자들끼리 더 가까워지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당연한 거지. 그것을 벗어난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있어서는 대단한 이야기라는 소리다. 이상하게 듣지 마.”
아세란은 진심이었다.
“헤.”
살짝 놀라는 천일.
“그건 그렇고, 네가 이끄는 팀 말이다. 해체해야 해. 작별 인사는 해라. 일단 로셀라가 너에게 부관으로 붙을 거야. 네가 지휘할 함선의 사령관이 될 녀석이기도 하고. 지구인 중에 부관으로 뽑고 싶은 사람 있으면 한두 명 정도는 괜찮아. 어느 정도의 잡음은 내 쪽에서 차단해 주지. 그리고 청애라는 아이 말인데. 그 녀석 소속은 지구인이지만 지구인이 아니야. 라스펠로스 행성의 주민이야. 모행성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아.”
“외계인이란 소리냐?”
“하지만 태어나기는 지구에서 태어났다. 그러니 지구인이라고 할 수도 있지. 이민 같은 거라고 보면 돼.”
가벼이 말하는 아세란.
“이민이냐. 스케일 한번 크다.”
어이없는 천일.
“그래서 그 녀석은 일단 네 애완동물로 등록해 놨다.”
아세란의 폭탄 발언.
“뭐? 농담이지?”
천일이 물었다.
“농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청애라는 아이의 본모습은 말이다.”
아세란은 그런 말을 하며 반지를 조작하였다.
지잉.
영상이 떴다.
“자, 봐. 이게 뭘까?”
아세란이 만들어 낸 영상에는 용이 있었다. 동양풍의 것으로, 푸른 비늘이 멋들어진 청룡이었다.
신수 청룡.
청룡은 청룡처럼 생겼으니까 청룡인 거다.
“너는?”
천일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세란을 바라보았다.
“우주에는 말이다. 언제나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있는가 하면, 계기에 의해 주체성을 잃는 존재가 있다. 라스펠로스 행성인처럼. 때문에 연맹에서도 말이 많았어. 이걸 종족으로 인정해야 하는지, 동물로 생각해야 하는지. 하지만 녀석들은 반듯한 이성을 가지고 있고. 주인 된 자와 감정을 교감한다고는 해도 그게. 후, 어쨌든 종족이다. 하지만 다른 종족과 같은 취급을 할 수는 없다. 이런 뜻이지. 네가 죽을 때까지 책임지란 소리다. 네가 죽어야, 그 아이는 주박에서 벗어날 테니까. 그리고 이건 널 위한 길이기도 해. 편법을 써서라도 인재는 옆에 두는 것이 오래 사는 길이다. 알아들었으면 그쯤에서 이해하고 닥쳐.”
아세란은 끝에 가서 으르렁거렸다.
“아, 그래. 그건 그렇다 치자.”
천일이 한발 물러났다.
“진짜 용건은.”
아세란이 말을 멈추었다.
“용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