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82
82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4권(7화)
2. 당신을 지구의 영웅으로 인정합니다(3)
“베베를 나에게 줘.”
“뭐?”
“그 녀석 제법 똘똘하니까 부관으로 삼고 싶다.”
“무슨 헛소리냐?”
천일은 기가 막혔다.
“네가 영웅이 된 이상 지구인을 스카웃하기 위해서는 네 결재가 필요하거든.”
“그런데 베베를 달라고?”
“응.”
“진담이냐?”
“물론 공짜로 달라는 건 아니다. 대가는 있지. 빔소드 관련 기술하고 엔지니어 오토로봇 100대 주마.”
“…….”
“좋은 거야. 응? 그, 네가 몰라서 그렇지, 아세란 호 빔소드 기술은 연맹 내 최고거든. 그리고 엔지니어 오토로봇 100대 추가. 그거 화성에 던져두면 함선 금방 만들 거다.”
“거절.”
“뭐?”
“베베는 내가 부관으로 삼을 거야. 안 돼.”
“자, 그럼 밤딸기.”
“뭐?”
“밤딸기 줘.”
“미쳤냐?”
“뭐가?”
“아니,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다.”
“치. 부족하다 이거냐.”
“…….”
“조, 좋아. A급 대형 순양함 3척도 얹어 주마. 청색 철갑기병 100대도 같이.”
“저기 말이다. 일단 그런 것은 밤딸기 본인과 대화를 해 봐야 하는 거 아냐?”
“그건 네가 허락한 후에.”
“밤딸기라.”
천일은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렇게만 중얼거렸다.
“부, 부족하면, 좋아. 인심 썼다. 행성 간 텔레포트 기술 및 소형 게이트 3문에다 소규모 핵융합 공간 접합 기술도 주지.”
아세란은 급했는지, 눈을 부릅뜨며 천일을 노려보았다.
“그런데 체비트는 어떻게 되는 거야?”
천일이 화제를 바꾸었다.
“으. 응? 그, 그건…… 아마도 프리. 소속 함선이 없어졌으니까. 뭣하면 그 녀석도 넣어 줄게. 내가 한번 주먹 불끈 쥐면 끝나.”
아세란은 밤딸기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밤딸기 본인에게 허락받을 자신은 있고?”
천일이 물었다.
“그럼. 그것이 규칙인걸.”
아세란이 답했다.
“규칙이냐. 그렇다면 네 제안을 받아들이는 걸로 하고, 한 가지 조건을 달자.”
“조건?”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 거냐? 뭔가 이상한 느낌인데. 난 이제 막 영웅이 된 거라, 뭐가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어. 가르쳐 줄 수 있지?”
“아.”
“떫은 얼굴인데, 싫어?”
“아, 아니. 좋아. 가르쳐 주지. 그럼, 가르쳐 줘야지. 당연히 가르쳐 줘야지.”
고개만 연신 끄덕이는 아세란.
‘당황했나. 이 녀석, 가끔 보면 나사가 하나 풀린 것 같단 말이야.’
천일은 느긋하게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세란에게서 그녀가 그러는 이유에 관한 이야기를 전부 들은 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 내부의 사정.
기술의 소유권이라든지, 함선과 영웅, 그리고 행성에 얽힌 문제라든지 하는 것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은 연합체일 뿐이다. 공개된 기술은 지구로 치면 자전거 설계도, 라면 맛있게 끓이는 법, 핫케이크 만드는 법 같은 수준으로. 사실 그것만으로도 지구의 입장에서는 감지덕지한 이야기지만, 본격적으로 우주를 걷는 자들이 보기에는 같잖은 수준일 뿐이었다. 알짜배기는 그에 합당한 거래 조건이 있을 때에만 얻어 낼 수 있었다. 초광속 우주 통신망이라거나, 퍼스널 하이퍼 엔진, 초장거리 텔레포트 테크놀로지 같은 것들 말이다.
행성을 대표하는 영웅은 해당 행성의 모든 생명체를 관리할 의무가 있다.
다른 말로.
행성을 대표하는 영웅이 허락이 없으면 해당 행성의 생명체는 우주에 나올 수 없다.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아직은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천일이 이끄는 팀 영웅과 마왕과 지구인이 아틀란티스 월드를 벗어난 시간은 바깥세상 기준으로 6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이었다.
따지면 180일, 아틀란티스 월드 시간으로 1,800일.
대략 5년이라는 시간.
그동안 아틀란티스 월드에는 7개의 특별한 필드가 추가되었다.
자유 진영의 일곱 신비를 대표하는 영웅 등급 전투 능력 보유자들이 노바 스페이스 연맹 상층부에 요구하였던 사안이었다. 천일이 지구의 영웅이 되기 전에 결정되었고, 시행되었다. 여기에는 지구를 노바 스페이스 연맹 일원으로 받아들이기를 꺼려하는 자들의 입김이 많이 작용되었다.
어쨌든.
천일을 제외한 팀 영웅과 마왕과 지구인 사람들은 아직 그 사실을 몰랐다. 그 사실이 아틀란티스 월드 시스템과 사람들 인식, 관계 등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는 것도.
그래서는 아닐 테지만, 그런 것과는 상관없을 테지만.
마왕은 베베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했다. 베베는 천일과 마왕, 완전 미래 예지 능력 보유자 사이에 있었던 ‘편지’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랬기에 곤란했다. 그 ‘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알았다면 다른 조언을 했겠지만, 그것은 완전 미래 예지 능력 보유자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다른 남자를 만나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본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느니라. 마왕인 너와 그는 사랑을 하여 부부의 연을 맺기로 한 것이 아니니라. 네가 그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다 하더라도 그의 마음은 알 수 없느니라.”
베베의 조언은 날카로웠다.
“상관없다.”
마왕이 답했다.
“상관없다?”
“상관없다.”
“무엇이 말이더냐.”
“상관없다.”
고집스럽게 내용을 말하지 않으려 하는 마왕.
“무엇을 상관없다 말하는지 묻고 있느니라.”
굳이 듣고야 말겠다는 베베.
“…….”
약간의 침묵.
그것을 깨듯 등장하는 낭랑한 목소리.
“싸워라! 싸워라! 이기는 편 우리 편!”
천진난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밤딸기였다.
“노망난 소리는 그쯤 하거라. 얼굴만 어리면 소녀라고 할 수 있더냐?”
베베가 불쑥 등장한 밤딸기를 바라보았다.
“응, 그냥 재밌어.”
밤딸기는 쾌활해 보였다.
“무엇이 말이더냐. 그 얌전해 보이는 얼굴 뒤에 숨어 있는 시커먼 마음을 꺼내 보거라.”
베베가 물었다.
“별로. 그냥 나는. 음. 너희들이 웃기달까. 인간들이 웃기달까. 역시 어려. 응응. 틀림없어.”
밤딸기는 태연자약하게 그런 말을 하며 빙글 돌아보였다.
빙글, 또다시 빙글.
가벼운 발놀림, 장난기 가득한 얼굴.
“무슨 뜻이지?”
마왕은 분한 기색으로 밤딸기를 노려보며 질문을 들이대었다.
“옛날에는 일부다처, 지금은 일부일처, 지구상의 어딘가엔 일부다처, 지구상의 어딘가엔 일처다부. 외계인들은 외계인. 지구인은 지구인. 사랑과 평화는 우주 공통.”
의도를 알 수 없는 문장들의 나열.
밤딸기가 내뱉는 문구들에는 가락이 있었다. 노래라도 흥얼거리고 있는 느낌. 노래인 걸까? 그런 것은 아닐 터였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더냐? 아니면, 그런 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더냐.”
베베가 날카로운 눈으로 밤딸기를 바라보았다.
“자업자득.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고.”
밤딸기의 알 수 없는 행동은 거기에서 뚝 끊어졌다. 하지만 말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밤딸기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굳히면서 베베에게 다가갔다.
“넌 100년 살다 죽을 거니? 그는 100년 살다 죽을까? 까불지 말렴. 이 할머니 화나면 조―오금 무서워진단다.”
살기가 넘실거렸다. 눈을 감고 있는 상태인데도 베베는 어깨가 떨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척.
마왕이 검을 뽑아 밤딸기의 목에 들이대었다.
“참견하지 마라.”
마왕이 말했다.
툭.
밤딸기는 어느새 뒤로 물러나서 느긋한 얼굴로 기지개를 켰다. 그러고는 ‘건방이 하늘을 찌르네, 정말. 마왕이란 녀석의 체면을 봐서 넘어가 줘도 상관없지만, 그러면 분명 후회할걸.’이라며 진지함을 보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더냐? 본론만 말하거라.”
베베가 언성을 높였다.
“별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시침 뚝 떼는 밤딸기. 하지만 곧 나른한 얼굴로 ‘그런 시시한 것에 신경 쓰지 말라는 거야. 무언가가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은 이상한 이야기. 눈을 크게 뜨고 멀리 시선을 돌리면 산이 있지. 거기에 그대로 언제나 늘 위치를 바꾸지 않고. 그렇기에 칭송을 받는단다.’라고 말하고는 베베의 귓가에 다가가서 슬쩍, 마왕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너, 사실은 그 사람 좋아하지? 질투? 시시한 짓거리 하면 할머니 참견할지도 몰라.’라고 중얼거렸다.
슥.
멀어지는 밤딸기.
“헛소리에도 정도가 있느니라. 그는 매력적인 남자이긴 하다만, 아쉽게도 본녀의 취향은 아니니라.”
베베는 밤딸기의 배려를 무시하는 듯이 언성을 높여 대답했다.
“으―응. 으―응. 알았어. 알았어. 마음대로 하렴. 어린 흡혈귀씨.”
밤딸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고는 슬쩍 사라졌다. 더 있어서 좋을 일은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베리도넬 경.”
마왕이 베베를 불렀다.
“듣고 있느니라.”
시큰둥한 베베의 반응.
“다시 한 번 허리 숙여 부탁하겠다. 나는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 그의 품에 안기고 싶다. 자연스럽게 입술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싶다. 조언을 부탁한다.”
마왕은 그렇게 말하며 허리를 숙였다.
“후후.”
쓰게 웃는 베베.
이전과는 입장이 바뀌어 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잠시 생각을 하다가 눈을 깜빡이고, 탐스러운 금색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힘들 것이니라. 마왕이라는 것을 포기하게 될지도 모르지. 그래도 좋겠느냐?”
베베가 물었다.
“……!”
경직되는 마왕의 몸.
잠깐의 생각.
“각오는 되어 있다.”
마왕이 답을 냈다. 하지만 마왕을 포기한다는 것은 아니다. 마왕이라는 것과 천일의 여자가 되는 것,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주저 않고 마왕을 포기하겠다는 이야기에 불과했다.
이러한 결의는 어제 오늘에 탄생한 것이 아니다.
도화선이 된 것은 완전 미래 예지 능력 보유자의 편지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도화선에 불과했다.
마왕도 나름대로 고민이 담긴 결론.
하지만 완전 미래 예지 능력 보유자의 편지가 없었더라도 도달할 결론이었다. 그럼에도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시간’이었다.
“각오가 되어 있다 했느냐?”
베베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끄덕.
마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에게 고백을 하고 이름을 받아야 하느니라. 그것은 네가 마왕 가문을 버리겠다는 의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아낌없이 조언을 해 주겠느니라.”
베베가 말했다.
“알겠다.”
마왕이 답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더냐?”
베베가 놀라고 말았다.
“이제와 미련은 없다. 빛과 어둠의 진영은 해체되었고, 마왕 가문의 존재 의미도 사라졌다. 마왕이란 모든 마를 다스리고 통치하는 존재. 하지만 우리들은 하나도 빼 놓지 않고 전부 지구인이다. 마왕에 집착하면 영웅을 향해 무기를 겨누게 될 수 있다고. 네가 했던 말, 나는 기억한다.”
마왕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끄덕.
베베가 긍정을 표했다.
“그렇다면 영웅의 적을 멸하는 마왕이 되어도 상관없는 일이다.”
반전. 반전일까? 미묘한 이야기. 하지만 마왕의 눈빛은 의미로 번뜩이고 있었다.
“호호호. 그것 걸작이로구나. 멋진 대답이니라.”
베베는 당황한 듯, 혹은 기쁜 듯 웃으며 감탄을 쏟아 냈다.
“나는 모든 이름을 버릴 것이다. 그로부터 새 이름을 받을 것이다. 너도, 어둠에 속한 누구도, 더 이상 나에게 경의를 바칠 필요가 없다. 나는 영웅을 대적하는 모든 이들을 공포로써 눌러 버릴 마왕이 될 것이다. 기다려라. 그에게 이름을 받아 네 앞에 서서 조언을 구하겠다.”
척.
마왕이 발을 돌렸다.
121대 마왕 로즈 마이벨, 그리고 뒤에 붙는 아르비슈, 다크임페리얼, 그리고 여러 별칭. 그녀가 마왕으로서 부여받은 칭호와 명칭들.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들. 마왕은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천일에게 이름을 받기로 결정하였다.
사람들은 부모가 지어 준 이름을 소중히 여기지만, 마왕의 반쪽은 인간이 아니고.
반쪽 인간을 물려준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게 만든 나쁜 사람이었다.
그 안에 숨어 있는 사정은 어찌 되었든,
마왕은 주저 않고 완전 미래 예지 능력 보유자의 편지를 휴지통에 넣은 것처럼, 한 치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