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83
83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4권(8화)
2. 당신을 지구의 영웅으로 인정합니다(4)
팀 저택으로 돌아온 천일은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팀의 해체를 말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천일.”
마왕이 말했다.
“응?”
살짝 놀라는 천일.
“잠깐 저를 따라와 주셨으면 합니다.”
마왕은 평소와 조금 달라 보였다. 결의라는 것을 했기 때문일까. 천일은 잠시 하려던 이야기를 한쪽에 놓아두고 입을 열었다.
“잠깐, 모두 이대로 있어 줘. 다녀올게.”
라고.
마왕이 사용하는 방은 언제나 그렇듯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책상 하나와 의자 하나, 그리고 침대, 스탠드 끝.
베베의 거처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달칵.
문을 닫으며 들어선 천일이 ‘무슨 일이야?’라고 물었다.
“당신은 이제 영웅이 되었습니다. 맞습니까?”
마왕이 물었다.
“일단 이야기는 그렇게 돼 있어.”
천일은 약간 퉁명스러웠다.
“마왕 가문의 초대 가주 아르비슈는 인간이 아닙니다. 그는 검입니다. 만들어질 때부터 조금 특별한 일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악의에 물든 사람들을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그러던 끝에 마음을 얻었습니다. 악의를 향한 증오심. 인간의 모습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세상에 넘치는 슬픔을 어떻게든 해 보자며 가이아와 손을 잡게 됩니다. 덕분에 그는 후손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마왕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무척이나 은밀한 내용이었다.
“…….”
천일은 입을 꾹 다물고 귀를 기울였다.
“우리들에게 있어 갑옷은 갑옷이 아닙니다. 검집입니다. 우리들은 어둠에 속한 많은 생명체와 맺어져 자손을 낳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담금질하여 육체를 변화시켜 검이 됩니다. 그렇게 되어야만 비로소 마신의 의지를 제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마왕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입고 있는 갑옷을 벗기 시작했다.
움찔.
“뭐하는 거야?”
천일이 놀라며 질문을 건넸다.
“진왕이라는 것은 우리들을 맡길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 이제는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의 반은 인간입니다. 때문에 본모습은 이러합니다.”
마왕은 천일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았다.
후두둑.
갑옷 조각들이 마왕의 몸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마왕의 발이 없어지고, 손이 없어지고, 등에서 엑스 자 형태의 검은 날개가 돋아났다.
빠득.
마왕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몸을 뒤로 젖히자, 심장 부근에서 검의 손잡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
천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제 반을 드리겠습니다. 이름을 주길 원합니다.―
마왕의 음성이 공기를 통하지 않고 천일의 머리를 파고들었다.
“반을 나에게? 그래도 되는 거야?”
천일은 묻는다.
봉긋이 솟아 오른 가슴이라든가, 손을 대면 미끄러질 것 같은 복부 라인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진작 이랬어야 합니다. 나는 당신이 저의 모든 것을 소유하길 원합니다. 뺏는다는 형식이라도 좋습니다. 나는.―
잠깐의 공백.
“…….”
그저 바라보는 천일.
―그저 무서웠던 건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사랑을 고백해 올 때까지, 말뿐이라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만 되면, 그렇게만 되면, 그렇기 때문에 당신에게만은 경어를 사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절반은 인간이기에 때로는 머뭇거리는 당신의 모습이 싫어서 반말을 사용할 때도 있었습니다.―
“…….”
―하지만 결단코 당신이 아닌 누군가를 주인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저는 무엇인가를 두려워하였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당신과 떨어지는 것이 싫습니다. 당신과 적이 되는 일은 더욱 싫습니다. 그러니 당신만을 위할 수 있도록 검을 가져 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름을, 이름을 붙여 주길 원합니다.―
“이야기는 알겠어. 알겠는데 말이야. 나는 너를 좋아하는지, 사랑하는지 몰라. 슬프게 하는 일도 있을 거야.”
―뽑아 주길 원합니다. 이 모습 부끄럽습니다.―
“하아.”
―먼 미래에 이 일을 후회하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뽑지 않는다면 저는 저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겁니다. 나는 이제부터 당신만을 위한 마왕이 되겠습니다. 그러니 검에 손을, 검에 이름을, 나의 이마에 당신이 원하는 이름을 새겨 주길 원합니다. 나는 그로써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꿈틀.
천일의 얼굴에 경직이 일었다.
―어둠에 속한 자들은 본디 인간에게 사용되기 위해, 도움이 되기 위해 나타나게 된 존재입니다. 증오와 절망을 걷어 내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절망을 주는 것은 인간입니다. 땅이 갈라지고 전염병이 돌아도 인간들이 힘을 합치면 그 마음의 강인함은 세상에서 끊을 것이 없는 무언가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정신은 닫혀 있습니다. 원한다면 그 어떤 것도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때문에 흔들립니다. 나약합니다. 그래서 인간을 멸하려는 어둠의 생명체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가 마왕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뽑아서 이름을 붙여 주면 되는 거지?”
천일이 물었다.
―네.―
마왕이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알아서 끊었다.
“알았어. 그 마음 고맙게 받겠다.”
천일은 마왕에게 성큼 다가가 심장 부근에 솟구친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뽑아냈다.
‘엘리시오 류 디오데. 어떤 밤이라도 빛은 있고, 걸을 수 있는 자는 있다라.’
천일은 그런 생각을 했다.
칼타자크 히로임 네무.
자유로운 영혼의 외침이라고 하는 마왕의 검이 엘리시오 류 디오데라는 천일의 검이 되는 순간이었다.
더해지고 혼합되어, 축약되어, 변형되어.
엘로임네무. 단어 자체는 어떤 뜻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천일과 마왕은 ‘영웅의 날개’라는 뜻이 붙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직후.
검은 빛이 천일의 몸으로 흘러 들어갔다. 무슨 짓을 해도 1갤런이었던 측정 전투 능력이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변화는 마왕 쪽에서도 일어났다. 이마에 공식 같아 보이는 문장이 마구 변하며 팔과 다리가 생겨났다.
은색의 머리가 길어졌다.
푸른빛 눈동자가 한층 더 맑아졌다.
주먹에 힘이 모인다. 마왕은 전투 능력의 하락을 예상했지만, 그것과는 달리 세계의 모든 것이 변화하며 색깔을 가지기 시작했다.
푸른 별 지구와 지각 밑에 있는 어둠의 의지.
가이르디슈의 연인 영웅 에이슈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죽었으며, 자신을 되살리려는 가이르디슈의 노력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것 따위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 일부가, 일부라고 해도 엄청난 양이 마왕의 몸을 휘감아 솟구치기 시작했다.
먼저 변화를 마친 것은 천일이었다.
삑.
반지가 울었다.
“……?”
천일은 반지를 바라보았다. 아틀란티스 관리함선에서의 연락이었다. 급한 일이라도 생긴 걸까? 하고 슬쩍 반지를 쓰다듬었다.
“거기 무슨 일이 있지? 무슨 일이냐?”
아세란이었다.
“아, 조금.”
천일이 얼버무렸다.
“조금? 조금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전투 능력 ‘갤런’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더구나 네 어비스에도 이상이 생겼고.”
“응?”
“아직까지 변화가 가능할 줄은. 일단 급한 대로 귀걸이 두 개 준비해 두마. 그리고 거기 옆에 있는 사람, 마왕이냐?”
아세란이 물었다.
“응.”
“복잡하다. 복잡해. 일부라고는 하지만 영웅 에이슈의 힘이 깃들기 시작했다. 전투 능력이 정말이지. 인간들은 왜 그런 거냐? 뭐하나 제대로 예측이 맞아 들어가질 않으니. 아,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무슨 일인데 그래?”
천일이 물었다.
“무슨 일이긴, 전투 능력이 떨어진다 싶더니 갑자기 증폭해서 계속 상승 중이다. 기세로 보면 영웅 등급에 들어갈 것 같은데, 아직 확실하진 않아.”
“뭐?”
“어비스도 진화. 그녀는 인간이 아닐 텐데, 희한하네.”
“응?”
“너도 똑같아. 어비스가 진화했어. 어떤 형식으로 변화했는지는 아직 몰라. 나중에 우주 공간에서 테스트해 봐.”
“그래.”
“그럼 얼른 일보고, 마왕하고 올라와. 할망구가 힘쓰고 있으니 당분간은 괜찮겠지만. 그럼 끊는다.”
삑.
아세란이 통신을 끊었다.
‘마왕이 영웅 등급?’
천일은 싱숭생숭했다. 그리고 수시간, 마왕의 몸에서 솟구치던 어둠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등장한 마왕은 옷을 입고 있었다. 갑옷 같은 구석도 있었다. 하지만 검은색이었다. 밤보다 까맣고, 어둠보다 검었다. 때문에 은빛 머리카락이 더욱 돋보였다. 별처럼 반짝이는 푸른색 눈동자.
그리고 날개, 아름다운 푸른색으로 물들어 있는 한 쌍.
아름다웠다.
“…….”
천일은 감탄조차 하지 못했다.
“어디, 이상합니까?”
마왕이 물었다.
도리도리.
서둘러 부정적 의미를 전달한 천일은 ‘아냐. 그냥, 그냥, 예뻐서.’라고 말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습니까.”
마왕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하여 날개를 접었다. 환영처럼 부서져 사라지는 한 쌍의 푸른 날개.
“참, 아세란이 올라오래.”
천일이 화제를 돌렸다.
“올라갑니까?”
마왕은 어디로 올라가느냐고 물었다.
“관리함선 말이야. 뭔가 변화가 있었나 봐.”
천일은 그렇게만 말했다.
“알겠습니다.”
마왕은 침착했다.
“그럼 갈까. 사람들 기다리겠다.”
또다시 천일의 화제 전환.
끄덕.
마왕이 동의를 표했다.
그리고 팀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 팀원들 앞.
천일과 마왕은 알지 못했지만, 그들은 거기에서 만 하루 동안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무슨 대화가 이리 길어? 잠깐이라며!’라고 생각했지만, 변화한 마왕의 모습을 보는 순간 불만은 전부 잊어버렸다.
“어흠. 모두 주목.”
천일이 외쳤다.
“이것 또 뜻밖이로구나. 본녀는 가슴이 두근거리느니라.”
베베가 한마디 했다. 전후 사정을 알고 있기에 마왕에게 일어난 변화가 뜻하는 바를 이해했다.
“자자, 잠깐만. 시간이 없어. 조금 급해. 용건만 말할게.”
천일이 화제를 돌렸다. 그리고 자신이 지구의 대표 영웅이 되었고, 때문에 팀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을 해체하게 되었다는 말을 했다.
이어서 말해 줘야 할 사안들에 관해 설명을 줄줄줄.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재운이 삿대질을 하며 ‘요상한 말로 꼬드길 때는 언제고 이제 와 날 버리는 거냐!’라고 소리쳤다.
“뭐?”
기가 막히다는 천일의 표정.
“부관이라고 하였느냐? 그런 거라면 본녀도 한 팔 거들어 주고 싶구나. 너희 둘의 이야기를 일등석에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야 있겠느냐.”
베베의 반응.
“용납할 수 없다. 영웅이 되었다고 했나? 그것 자체는 좋다. 인정한다. 너는 강하다! 하지만…… 그 곁에 있는 존재들은 전부 어둠에 속한 자들뿐이지 않나. 빛에 속한 자가 있어야 한다. 커다란 힘이 폭주하는 사태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그런 일 용납하지 못한다. 목숨을 걸겠다.”
분통을 터트리는 빈센.
“주인. 나는? 나는? 애완동물이니까 괜찮은 거지?”
청애도 덩달아 한마디.
지끈지끈.
천일은 머리가 아파 왔다. 베베는 처음부터 부관으로 둘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재운과 빈센에 관해서는 버려두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쩐다, 아세란은 한두 명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내 부관을 내가 뽑는 건데, 내 마음대로 뽑을 수 없다니. 후우.’
긴 한숨.
그러다 문득, 마왕도 영웅 등급 전투 능력 보유자가 될지 모른다는 아세란의 이야기를 떠올리고는 ‘그럼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한번 나가도 괜찮으려나. 마왕이 영웅 등급 전투 능력 보유자가 아니라면. 그때는.’이라며 고민.
생각 끝에 꾀를 하나 떠올려 보기도 하고.
뾰족한 수는 없었다. 부관을 뽑는 것도, 함선 건조 문제에 있어서도 아직은 모르는 것이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알았다. 알았어. 이야기는 알았어. 하지만 지금 당장 결정 내릴 수는 없어. 우선 베베하고 마왕만. 상황 봐서 때가 되면 찾아갈게. 지금은 시간이 없어.’라고 말했다.
“거짓말이다! 거짓말! 도망칠 생각이냐! 덤벼라, 천일. 가기 전에 한판 뜨자.”
재운이 방방 뛰었다.
“그 말 믿겠다.”
하지만 빈센은 물러났다.
성격의 차이일까? 신뢰의 차이일까? 어쨌든 천일은 베베와 마왕만을 데리고 아틀란티스 월드 관리함선으로 이동하였다.
그렇게 팀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이 해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