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86
86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4권(11화)
3. 1년하고 얼마 후의 귀가(2)
그리고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재운, 이 녀석 제법 멋있네. 별로 포장된 것도 없어 보이는데. 이렇게나 달라 보일 수 있는 건가?’
라고.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운 이야기에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 있으니 연이가 왔다.
“오빠, 오빠.”
“응?”
천일이 답했다.
“친구가 사인 받고 싶데.”
“사인?”
“응!”
“친구 누구?”
“고등학교 친구.”
“고등학교. 아, 그렇지. 그런데 너 오늘 학교는?”
“안 갔어.”
“뭐?”
“한 달에 한 번 정도 얼굴만 비치면 돼.”
“그게 뭐야? 어째서?”
천일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위험하대.”
잘 모르겠다는 연이의 반응.
“위험?”
천일의 눈이 가늘어졌다.
“오빠, 인상 쓴다.”
연이의 지적.
“응? 아,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린가 해서.”
“나만 그런 거 아냐. 아빠하고 엄마도 그래. 그래서 집도 이렇게 옮긴 거고. 사실은 군 기지 같은 곳으로 가야 한대.”
“동생아, 오빠가 잠깐만 실례할게. 네 말만 들어서는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으니, 아버지하고 잠깐. 알았지? 그러니 네 질문에 대한 것은 조금 있다 답해 줄게.”
천일은 다정하게 그런 말을 하더니 일어났다. 그러고는 아버지를 찾았다. 연이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사정을 물었다.
“천일아, 나는 네 아빠고, 연이는 네 동생이잖냐. 우리는 가족. 그렇지?”
아버지는 그렇게만 말했다.
하지만 천일은 이해할 수 있었다. 가족을 납치하여 천일을 협박한다는 간단한 이야기를.
“알겠습니다. 이 일은 저에게 맡겨 주세요. 이사를 가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안전할 겁니다. 그곳이 어디든지.”
천일이 말했다.
“어디로? 인마. 군 기지도 가기 싫어서 여기서 이러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사 가지 않는 한도 내에서 처리하면 되겠죠?”
“너무 거창하게는 하지 마라.”
“하하. 알겠습니다, 아버지.”
천일은 일단 대답했다. 그러고는 드라마를 끄고 아세란에게 통신을 넣었다. 사정을 말하고 도움을 청하니, ‘지구인의 일은 지구인이 알아서. 몰라?’라는 답이 날아왔다.
“알고 있어. 알고 있는데, 뭔가 좋은 생각이 없을까 해서.”
천일이 화제를 슬쩍 바꿨다.
“근데 조금 웃긴다. 돈이면 다 되잖아. 땅이고 뭐고 잔뜩 사서 지어 버리면 되지. 뭐가 걱정이야.”
“그럴 돈이 있으면 내가 연락을 하겠냐? 게다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보호를 맡아야지.”
“기술 팔면 되지. 걱정도 많다. 경호는 애완동물에게 맡기면 될 테고.”
“기술을 팔아?”
“지구인들 가운데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기술을 얻어 갈 수 있는 건 너 하나뿐이야. 그걸 어떻게 사용하든 네가 책임만 질 수 있으면 되지.”
“하긴.”
“이제 됐냐? 나 바쁘다.”
“잠깐, 경호 역할 말이다. 오토로봇 좀 보내 주면 안 되냐?”
“100대 주기로 한 거? 그거 그쪽으로 보내 줄까? 체비트도 보내 주면 되지?”
“잠깐.”
“응?”
“체비트라. 그 녀석 외계인이고. 오토로봇 관리할 엔지니어나 기타 등등. 후우. 야, 일단 땅부터 확보하자. 모든 건 그다음이야.”
“땅? 이상한 소리를 하네. 순양함 있잖아. A급 대형 순양함 3척 주기로 한 거니까, 한 대에 지구인 천 명 정도는 살 수 있어. 운영은 로셀라가 해 줄 거고, 관리는 체비트가 해 주겠지. 정 뭣하면 달에 정착시켜서 기지로 삼아. 텔레포트 게이트 설치해. 그럼 돼.”
가면 갈수록 거창해지는 이야기.
‘머, 머리가 아프다.’
천일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세란에게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하고는 일단 통신을 끊었다.
자,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답이 없는 고민을 놓고 천일은 머리를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했다. 그러고 있는데, 마왕과 베베가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마왕의 경우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고.
베베의 경우 메이드복을 입은 하녀들이고.
“……!”
천일은 그저 놀랐다.
“이 나라의 정부는 생각보다 말이 잘 통하는구나. 어렵지 않게 문제를 해결하였느니라.”
베베가 그런 말을 했다.
“뭐?”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그렇게 보지 마라. 다 너를 위해서니라. 나를 위한 길이기도 하겠지. 우선 반경 500m 내의 모든 집을 철거하기로 했느니라.”
베베가 말했다.
“…….”
천일은 그저 말문이 막혔다.
“이쪽에 있는 메이드는 내가 데리고 있던 아이들이니라. 기사들은 마왕의 것이고. 부담 가질 필요 없느니라. 나와 마왕은 너의 부관 아니더냐.”
베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말을 늘어놓기는 했지만, 천일의 눈치를 슬쩍 보고 있었다.
“그냥 달에 기지를 세우는 편이 낫겠다. 반경 500m 철거라니. 너무 과해. 대신 경호 부분은 맡길게. 맡겨도 되겠지?”
“달에 기지를 세운다고 했느냐? 무슨 이야기인지 듣고 싶구나.”
“아, 그게 말이야.”
천일은 아세란과 맺은 계약 건을 말했다. 그러자 베베는 신중한 얼굴로 한동안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나쁜 생각은 아니로구나. 하지만 급히 서둘러 진행할 일도 아닌 듯 보이는구나. 우선 이 주변을 본거지로 만드는 것이 먼저니라. 그 후에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일을 진행하는 편이 좋겠지.”
라고 조언을 했다.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서?”
천일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걱정 말거라. 다리를 놓거나 하는 일은 본녀가 맡도록 하겠느니라. 너는 그자에 관한 일이나 신경 쓰거라. 그게 좋아 보이는구나.”
베베가 의견을 냈다.
“…….”
천일은 잠시 생각하는 기색을 보였다.
“걱정 말거라. 네 가족들과 상의해서 일을 처리할 것이니라. 내 마음 같아서는 적어도 반경 1km는 밀어 버리고 성을 지어도 시원찮음이야. 옮겨 오는 것도 좋겠지.”
베베는 불만이 많은 모양이었다.
“하하.”
천일은 웃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고.
그리고 마왕은 베베와 바턴을 터치하듯 와서는.
“당분간, 어흠. 아가씨의 경호를 맡겠습니다.”
라며 허락을 구했다.
“아가씨면 누구? 설마 연이?”
천일이 확인차 물었다.
끄덕.
마왕이 긍정을 표했다.
“갑자기 왜? 부탁이라도 받았어?”
천일이 물었다.
“밖에서 돌아다니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혼자서는 편의점 가는 것도 불안하다고.”
마왕은 연이와 친해지고 싶었다. 장수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말부터 공략하라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대충 그런 이야기.
“아아, 나도 조금 들었지. 좋아, 알았어. 나는 그동안 크로벤이라는 자를 맡을게. 그동안 동생하고 부모님을 부탁해.”
천일이 말했다.
그렇게 역할을 분담한 천일의 팀은 2개로 나뉘었다. 천일과 청애, 마왕과 베베. 용건이 있으면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기로 했다.
―주인, 이쪽이야, 이쪽. 반지에 위치 보냈어.―
청애가 텔레파시를 보내 왔다.
“알았다.”
천일이 대답을 하고 반지와 귀걸이의 기능을 활성화하여 청애의 위치를 시야에 표시하게 했다.
한반도 주변의 지도가 뜨고, 빨간 점으로 청애가 있는 지점이 표시되었다.
‘위치가 대체. 저기가 어디야? 섬? 독도잖아. 저긴 대체 뭐하러 간 거야?’
천일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청애에게 물었다.
“걔, 거기서 뭐해?”
―우웅. 모르겠어. 주인, 미안해.―
청애가 사과를 했다.
“아냐. 최대한 빨리 갈 테니, 이상한 짓 하면 알려 줘.”
천일은 그렇게 말하고는 지면을 박찼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니,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요구한 것.
1행성, 1국가, 1종족, 1문명.
아세란이 말한 것처럼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하나의 종족을 선택하여 나라를 건설하고, 그 외의 것을 모두 없애는 것이었다. 절대적인 무력을 보임으로써 모두를 발아래 두는 방법. 하지만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하의 하책이라고 할까. 더구나 성공 가능성도 낮았다. 가이르디슈가 보고만 있을 리 없었다. 때문에 천일은 전혀 다른 방식을 생각했다.
회사를 세우고.
회사라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편의상 그렇다는 이야기다. 자격증 발급 기관이라고 불러야 마땅했다. 아틀란티스 월드를 교육기관으로 활용하여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에 한해서 자격증을 발급한다는 논리.
자격을 가진 자는 우주선을 소유할 수 있고, 지구의 영역 내의 어딘가에 기지나 콜로니를 세울 수 있고.
다시 생각을 해 봐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머리가 아파 오는 이야기임은 확실했다.
‘회사를 세우는 것도 좋지만, 협력자들을 모으는 것이 우선이려나. 지구의 일은 지구인의 힘으로. 연맹의 힘을 빌리는 것은 무리다. 빌린다고 해도 소소한 정도에 불과하겠지. 협력자들의 배신 여부가 문제긴 한데. 이쪽에는 압도적인 힘이 있으니 괜찮으려나. 척살대 같은 것도 조직해야 할 테고. 척살대라는 명칭은 듣기 거북하니 기사단 정도로 할까. 전투 능력은 10만 정도로. 유사시에는 지구를 공격하는 적들과 싸울 수도 있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각 국가들이 가진 무기 체계도 문제가 되겠지. 끙. 일단은 각 나라의 협조부터 받아야 할 텐데 말이야.’
생각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무심코 달리는 사이 추적자들이 생겨났다. 꼴을 보아하니 보통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았다. 움직임이 꽤 은밀하였다.
척.
걸음을 멈추는 천일. 주변을 둘러보고는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래서는 ‘나와. 누군지는 몰라도 내가 가서 끌어내기 전에 스스로 나오는 편이 좋을 거다.’라고 말했다.
스윽.
지면에서 솟구치듯 중절모에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사내가 등장했다. 얼굴은 20대 청년 같은데, 입에는 시거를 물고 있었다.
“잠깐, 서로 가지.”
사내가 말했다.
“서?”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경.찰.서. 특별히 혐의가 있어 쫓은 것은 아니다. 내가 모르는 기척이라서 확인차.”
사내가 말했다.
“왜 혼자 나와? 열 명쯤 되잖아. 다른 사람들은?”
천일이 물었다.
“흠.”
그러고는 사내는 턱을 한번 쓰다듬었다.
띠리리리.
마침 사내의 핸드폰이 울렸다. 사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얼굴로 전화를 받더니 ‘뭐? 이놈이 그놈이라고? 응? 몰라. 끊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라고 말하고는 끊었다.
고압적이어서 거슬리는 태도.
천일은 기색을 살피고는 초감각, 초지각을 해방하여 자신을 감시하고 있는 존재들을 파악해 보았다.
열 명쯤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십 명 정도로 증가했다.
‘조금 놀라운데. 아틀란티스 월드도 아닌 바깥세상에 이 정도 실력의 사람들이. 은거기인 같은 자들인가.’
천일이 그런 생각을 할 때쯤이었다.
“전원, 퇴각.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 녀석은 괜찮아.”
사내가 말했다.
“……?”
천일은 알 수가 없었다.
“청애의 아버지, 주작이다. 애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사내가 말했다.
‘주, 주작이라고?’
천일은 놀랐다.
“잠깐 이야기 좀 할까? 내가 뒤를 따라가지. 어딜 가는지는 모르겠다만 가 봐. 출발.”
주작은 거침이 없었다.
끄덕.
천일은 일단 지면을 박찼다. 그와 동시에 자신을 주작이라고 말한 사내가 뒤를 쫓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이 나라만 무사하면 그만이다. 다른 나라는 관심 없다.”
다짜고짜 그런 이야기.
“…….”
천일은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