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87
87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4권(12화)
3. 1년하고 얼마 후의 귀가(3)
“아내는 아예 인간 세계의 일에서 손을 떼길 바라지만, 이 나라와 이 민족은 나에게 추억과 정이 있는 장소다. 송사리 같은 녀석들이라면 신경 쓰지 않겠지만, 네 몸에서 느껴지는 기척은. 스스로도 알겠지만, 녀석들이 말하는 영웅 등급이지 않나. 가만둘 수 없지.”
사내는 그런 말을 했다.
“용건은 그게 답니까?”
천일이 물었다.
“인간들을 무시할 생각은 없지만, 확실히 말하지. 인간은 아직 우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무엇 하나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아. 전부 다 엉망이다.”
사내는 어쩐지 이를 가는 것처럼 보였다.
“…….”
천일은 역시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나쁜 일은 하지 마라. 나는 너를 이길 수 없겠지만, 죽일 수는 있다.”
경고.
“그러고 보니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부부 싸움을 하면 홍수가 난다면서요?”
듣다 못한 천일이 불쑥 그런 말을 했다.
“큭.”
주작은 쓴웃음을 한껏 머금고는 중절모를 고쳐 썼다. 그게 전부였다. 이러쿵저러쿵 말을 붙이지 않았다.
“인간은 전부 같은 인간이지만, 같은 덩어리로 놓고 판단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더구나 지구에는 인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천일의 반격.
“녀석들은 1행성 1국가 1종족 1문명 주의라고 한다만. 나와 집사람은 엄밀히 말해 지구에 속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들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지.”
주작이 의문을 섞어 상관없다는 말을 했다.
“우주로 나갈 수 있는 자는 제 허락을 받아야만 합니다. 저는 연맹에게 지구의 감시를 맡길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주를 어지럽힐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우주로 내보낼 생각도 없습니다.”
천일이 답했다.
“신이라도 되겠다는 이야기인가? 모든 것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주작이 안색을 굳히며 물었다.
“누군가에게 우주로 나갈 자격이 있고 없고를 판가름하는 것은 제가 아닙니다. 사람들입니다. 저는 그런 기관을 만들 생각입니다.”
천일은 정직했다.
“기관을 만들겠다? 그것 자체가 권력으로 승화되겠군.”
주작이 딴죽을 걸었다.
“바른 것에 힘이 주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틀린 것만이 승승장구 하게 되겠죠. 제가 만든 기관이 타락하여 역할을 못할 때가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때입니다. 아저씨 같은 존재들이 있는 한, 올바르지 못한 기관이라면 부수어지지 않겠습니까?”
천일이 되물었다.
“크하하하.”
주작이 웃었다.
“…….”
천일은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주작의 말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재미있는 친구로군. 요상한 녀석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진짜 걸작이야. 그 말 기억하지. 틀린 길을 걷는다면 그때는 총알을 머릿속에 심어 놓을 테니. 잊지 마라. 지구에는 지구를 소중히 생각하는 외계인이 생각 이상으로 많음을.”
주작은 그 말을 끝으로 이동을 멈추었다. 더는 쫓아가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천일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이동을 계속했다.
울릉도를 지나 독도.
89개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화산섬으로, 한국 고유의 영토이다. 그러나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자들이 있다.
국가, 민족.
크로벤은 생각한다. 우주를 누비는 자들이 보면 하찮은 이야기라고. 그런 것을 위해 역사를 조작하고 각을 세우는 행위. 모든 것이 우습고 또한 우려되는 일이었다.
영토 분쟁은 독도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쿠릴 열도, 센카쿠 열도 그 외에도 만주와 기타 등등에 이르기까지.
크로벤은 지구인이 아니다. PCD라고 불리는 자들 가운데서도 선택받았다고 말해지는 황금의 아드베리아인으로, 우주에서 벌어지는 영토 분쟁―대개는 항성계의 이동에 따른 소유권 분쟁, 같은 것에도 깊은 관여를 하고 있었다.
전쟁은 언제나 전쟁이 벌어질 만한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크로벤은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들을 흡수하였다. 뿐만 아니라 지구의 기억에도 접속하여 정보를 읽어 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구를 감시해 왔다. 가이르디슈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에 도달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 최고 의회 중 일부는 생각한다.
지구는 매력적인 행성이다. 인간도, 인간이 아닌 자들도 연구할 가치가 있다. 존재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도덕성과 윤리관을 잣대로 ‘지구인들이 우주를 누빌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라는 의문에는 답을 내릴 수 없었다. 플러스인 점도, 마이너스인 점도 같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크로벤이 파견되었다.
그래서 크로벤은 지구를 시험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독도의 파괴를 생각했다. 관련국들이 전쟁을 하느냐, 혹은 하지 않고 말로써 해결할 수 있느냐를 보겠다는 것.
지구를 향한 연맹의 시험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는 편이 낫겠지.
하지만.
크로벤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원래는 독도에 오자마자 독도를 없애버릴 생각이었지만, 자신을 감시하고 있는 시선들을 느낀 것이다.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죽는다. 황금의 아드베리아인으로 분류되는 크로벤이 느끼고 있는 감각이었다.
그것이 천일이 착지함과 동시에 사라졌다.
크로벤은 이해할 수 있었다. 시선들의 주인이 판단을 지구를 대표하는 영웅 이천일에게 맡겼다는 것을.
“여긴 뭐하러 온 거냐?”
천일이 물었다.
“없애버리려고.”
크로벤이 답했다.
“미쳤냐?”
천일이 소리쳤다.
“지구라는 행성은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티끌과 같다. 아무것도 아니지. 그 지구에서도 우리가 서 있는 바위섬은 또 작은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것을 놓고 자기 것이라고 싸우지. 지구는 풍요롭고, 사람들은 아름답고, 가치가 있다. 그럼에도 이 작은 것을 놓고 싸우지. 선을 긋고.”
크로벤은 모든 것으로부터 객관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없애서 뭐 어쩌려고?”
천일이 물었다.
“처리 방법을 본다.”
“뭐?”
“지구상에는 국가가 너무 많아. 없어질 것들이 다 없어지면 너도 편할 거다.”
“왜 없애야 하지?”
“연맹에 가입하여 우주를 항해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쁨이지 않나?”
크로벤이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행성 1국가 1문명 1종족 이야기냐?”
천일이 물었다.
“누구는 우주로 나아갈 수 있고, 누구는 우주로 나아갈 수 없고, 그건 공평하지 않은 일이지.”
크로벤은 진지했다.
“지구의 일은 지구인이 알아서 한다. 황금의 아드베리안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거기까지 참견할 수 있는 자격은 없을 거야. 아냐?”
천일이 짜증스레 말을 뱉었다.
“그러고 보니, 너는 한국이란 나라에 속해 있다고 안다. 한국이 세계를 통일하여 세계 정부를 수립하면 너와 네 후손에게는 좋은 일이지.”
크로벤이 말했다.
“너, 지금 날 얕보는 거냐? 아니면 시험하는 거냐?”
천일이 신경질을 섞어 물었다.
“연맹은 너를 인정했다. 네가 지구를 어떻게 하든 그건 네 마음이지. 그 무게를 모르지는 않을 건데.”
크로벤이 묘한 소리를 했다.
“그게 연맹의 방식이냐?”
천일이 신중하게 물음을 건넸다.
“연맹에 가맹한 대개의 행성들이 걸은 길이다. 무난한 길이지. 다른 국가, 다른 종족과 조화롭게 살아갈 이유는 없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우리는 너의 편에 설 것이다. 그렇게 정했다. 그것이 룰이다!”
크로벤이 소리쳤다.
“후우.”
한숨.
천일은 시간을 두고 ‘우리 입씨름은 그만두고 한판 싸울까? 가이르디슈에게 말하면 적당한 곳으로 이동시켜 줄 거야.’라는 말을 했다.
“말로 안 되니 싸우자는 뜻이냐? 날 이길 수 있을까? 햇병아리 영웅이?”
크로벤이 으름장을 놓았다.
“네놈을 돌려보내 주지. 너 같은 존재는 지구에 발을 디딜 자격이 없다.”
천일이 선언했다.
“호, 황금의 아드베리아인이 어떤 존재인지는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거냐? 나라면 금성과 화성 정도는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가능한데도?”
크로벤의 의문.
“미안하게도, 이간질하는 놈은 필요가 없어서 말이지. 그런 놈은 재주가 아무리 뛰어나도 가치가 없다. 분쟁만 만들 뿐이지. 지구는 분명 많은 문제가 있는 행성이다. 종족들 사이에도, 국가들 사이에도 많은 갈등이 있지. 하지만 그것이 우리다. 우리들은 우리들 자신이 100퍼센트 옳지 않음을 안다. 그렇기에 틀린 점을 지적받으면 인정하고 고쳐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지. 반대로 틀린 점이 고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되면 그대로 간다. 지구인이 되어 지구에서 살아 보지도 않은 우주인 따위에게 이러쿵저러쿵 잔소리 들을 이유가 없다.”
천일이 말했다.
“말은 번지르르하군. 좋아, 그럼 묻겠다. 지구의 영웅이여, 너는 지구인이 우주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가?”
크로벤이 물었다.
“있는 놈도 있고, 없는 놈도 있어.”
물에 물 타고, 술에 술 탄 대답.
“대답이 된다 생각하냐?”
크로벤은 어이가 없었다.
“자격이 있는 자에게는 자격을 주고, 자격이 없는 자에게는 자격을 주지 않는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천일이 말했다.
“그걸 누가 구분하지?”
크로벤이 물었다.
“나와 사람들이 정한다. 지구에 숨어 살고 있는 외계인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으면 받아야겠지.”
천일은 생각하고 있던 바를 그대로 말했다.
“크하하. 그렇군.”
크로벤이 웃었다.
‘뭐야? 이 자식 갑자기.’
천일은 놀랐다.
“그런데 말이다. 네 여동생 귀엽더라.”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
“그래서?”
천일의 안색이 급변했다.
“나하고 아이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아서. 어때? 네 동생을 나에게 주…….”
크로벤이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퍽.
천일은 가차 없이 이단 옆차기를 먹여 주었다.
“무, 무슨 짓이냐!”
저만치 밀려난 크로벤이 물었다.
“내 동생은 인간이다. 물건이 아냐! 분명히 경고하지. 내 동생에게 손가락 한 개라도 대면 넌 죽는다. 모든 것을 걸고 우주 끝까지 쫓아가 베어 주지.”
천일이 기세등등하게 선언했다.
“뭐, 이런. 네 여동생을 희생하면 나는 분명 지구에게.”
“뇌물을 바치라는 소리지? 죽을래? 이 자식이, 진짜. 해도 될 말이 있고, 안 될 말이 있지.”
“하지만 분명 지구에는 정략결혼이라는 제도가.”
“웃기지 마. 그렇게 하는 놈들도 있겠지만, 나는 절대 그 짓 못해!”
“그럼 소개라도.”
“너 같은 놈에게 내가 왜?”
“저기, 아니 그러니까.”
“길거리에 나가서 헌팅이라도 해. 네놈의 꼴을 보면 넘어올 여자도 없겠지만. 가슴 있는 남자라니. 그게 무슨…… 그리고 말이다. 사랑은 중요한 거야. 알아? 서로 마음이 통하지도 않는데, 아이를…… 이 빌어먹을 외계인 놈이!”
“이, 이봐. 그렇다고 칼을 뽑을 이유는 없잖아. PCD는 영웅과 달라서 전투 능력은 그리 높지 않다고. 어이.”
크로벤은 뒤로 물러났다.
그에 맞춰 기세등등하게 검을 뽑아 다가가는 천일.
“버릇을 고쳐 주마. 아세란이 그러더군. 여자만 보면 환장하는 별종이라고. 다른 행성에서는 그게 죄가 아니겠지만, 지구에서는 말이다.”
“자, 잠깐. 말로, 말로 하자. 말로 하자구.”
크로벤의 외침.
하지만 천일은 뚜껑이 열린데다, 분명하게 해 두어야 할 점에서 분명하게 해 두지 않으면 무슨 헛짓거리를 할지 모르니까.
크로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크악. 쿠엑.”
그것도 모자라.
“청애! 번개!”
천일이 소리쳤다.
콰르릉 쾅쾅.
푸른 뇌전 다발이 연속해서 크로벤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그에 맞추어 검기를 쏟아 내는 천일.
황금의 아드베리아인이랍시고 어깨에 힘 좀 주고 우주를 쏘다니던 크로벤은 처음으로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