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93
93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4권(18화)
5. 첫 데이트는 총탄이 빗발치는 레스토랑에서(3)
펄럭.
마왕은 영혼의 날개를 꺼냈다. 2쌍의 검은 날개를 힘차게 펼친 후 손을 뻗었다. 검이 나타나 손에 쥐어졌다.
짙은 청색, 천일이 마왕을 소유하여 ‘영웅의 날개’라는 엘로임네무를 손에 쥔 그때.
마왕 역시 검을 얻었다. 검이 되었다.
영웅의 의지, 별의 약속, 블루 링.
전력질주.
약간 진공파가 발생하였다. 지상의 사람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반사적으로 하늘을 보았다. 솟구치는 푸른 섬광. 목적은 단 하나, 천일의 곁에 서는 것. 하지만 마왕이 천일이 있던 자리에 도착했을 때, 천일은 거기에 없었다.
우뚝.
마왕은 멈춰 서서 생각했다. ‘그는 어디에?’라고. 주변을 둘러보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그런 후에야 반지의 기능을 사용하여 천일의 위치를 추적했다.
반응 없음.
“……!”
마왕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어디에 있는 걸까? 죽어 버린 걸까?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서 지급한 장비에 문제가 생긴 걸까? 마왕은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로 귀를 닫고 절규를 토했다.
“으아아아악!”
하늘을 찢어버릴 기세.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대기가 운다. 마왕은 영웅 등급 전투 능력 보유자가 아직은 아니기에 그 힘이 여과 없이 외부로 드러났다.
대기가 요동을 쳤다. 폭풍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검은 기운이 마왕의 몸에서 피어올랐다.
삑.
반지가 천일의 위치를 알려왔다. 어째서 알아내는 데 시간이 걸린 건지 마왕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천일의 위치가 드러났다는 것이 기뻤다.
검은 기운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만들어지던 폭풍이 가라앉았다.
“천일. 천일.”
마왕이 중얼거렸다.
사랑일까? 집착일까? 알 수 없지만 마왕은 ‘천일’ 말고는 필요가 없었다. 세상의 그 어떤 영화도 천일의 있음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착.
그랬기에 마왕은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다녀올게.’라는 천일의 말을 떠올린 것이리라.
그리고 천일이 왔을 때.
“다녀오셨습니까?”
라고 말했다. 온갖 감정이 순간 교차했다.
“응. 데이트인데, 후우.”
천일은 말의 끝에 한숨을 붙였다.
“천일의 잘못이 아닙니다.”
마왕이 말했다.
쓴웃음.
천일은 복잡한 얼굴을 하더니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고는 ‘계속할까?’라고 물었다. 이에 마왕은 수줍은, 혹은 쑥스러운 얼굴로 ‘네.’라고 답했다.
그렇게 둘은 다시 거리에 섰다. 하지만 말은 오가지 않았다. 조금 전에 있었던 사건들 때문이었다.
‘죽겠군. 데이트 중인데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고. 후우.’
천일은 어떻게든 머릿속을 비울 생각을 했다.
“있잖아.”
천일이 일단 말을 꺼냈다.
“네, 천일.”
마왕이 답했다.
“지구 독립 만세가 뭘까?”
천일이 물었다. 데이트와는 전혀 상관없는 주제. 마왕은 순간 몸을 움찔거렸지만, 자신의 소망은 살짝 접어 두고.
“모르겠습니다. 지구는 식민지 같은 것이 아닙니다.”
라고 답했다.
“그래, 식민지 같은 것이 아니야. 그런데 그들은 그런 말을 하며 산산조각이 났어.”
천일이 말했다.
“네?”
마왕이 의문을 표했다. 그녀는 모르고 있었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천일은 아차 싶었다. 그래서 화제를 바꿀까 생각했다.
“음. 뭐, 먹을까?”
억지스러운 전환.
“천일에게 맡기겠습니다.”
마왕은 답변은 한결 같았다.
“하하. 그래.”
천일은 웃으며 대답했지만 마음은 울고 있었다. 그런 일을 겪은 지금, 어디를 데려가면 좋은 걸까. 그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
무거운 침묵.
“천일,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불쑥 마왕이 말했다.
“응?”
천일의 응답.
“사람들이 서서 먹는 저것은 무엇입니까?”
마왕이 손가락을 들어서 거리 귀퉁이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붕어빵 장수가 있었다. 천일은 쓴웃음을 짓고는 생각했다.
‘붕어빵을 몰라?’
그래서.
“잠깐 기다려. 사 올게.”
천일이 그런 말을 하고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마왕은 기다리는 일 없이 천일을 쫓았다. 붕어빵 장수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그사이에 뭐가 또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그냥 기다려도 되는데.”
때문에 천일이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같이 가도 됩니다.”
마왕이 소심한 반발을 했다.
“응? 맞아. 하하.”
천일은 웃고 만다.
그렇게 구매한 붕어빵은 각별한 맛이 있었다. 특히 바삭하게 구워진 가장자리와 내부를 가득 메운 팥고물, 그리고 밤공기의 조합. 무엇보다 천일과 함께, 마왕과 함께라는 조미료가 있었다.
이후는 한강 공원에서 가벼운 산책.
붕어빵을 맛있게 먹는 마왕의 모습이 천일의 어깨를 가볍게 한 것일까? 둘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가끔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나 아틀란티스 월드와 관련된 이야기가 튀어나와 분위기가 흐려지긴 했지만. 그런 일들이 사소하다 생각될 정도로 좋은 시간이었다.
베베는 연이를 통해 천일을 OO레스토랑에 인도한 후, 마음 놓고 크로벤을 상대하고 있었다. 연이는 일이 있어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고.
전화 한 통.
30분도 지나지 않아 크로벤의 방에는 최신 컴퓨터가 등장했다. 인터넷도 설치되었고. 기존에 있던 것은 천일이 부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베베는 크로벤에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게임들 중 하나를 골라 붙여 주었다. 온라인 게임과 현실은 별개의 것이었지만, 지구인들의 행동 방식을 배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끼는 아이들 중 몇을 골라, 게임 내에서 크로벤의 캐릭을 감시 및 보조 하도록 지시를 내려두었다.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TV를 켰다. OO레스토랑 붕괴 현장과 그에 관련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베베의 안색이 굳어졌다. 천일과 마왕이 어떻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우연의 일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도청?
베베는 데리고 온 하녀들에게 도청 장치를 찾으라고 지시를 내리는 한편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베베가 자신이 데리고 있던 아이들.
그러니까 흡혈귀 메이드 부대를 데리고 온 가장 큰 이유는 보안이었다. 때문에 흡혈귀 메이드 부대가 천일의 집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도청 장치나 그와 유사한 것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덕분에 많은 것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더 나올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천일과 마왕의 위치가 노출되었다는 것은, 그것도 하필이면 자신이 선택한 장소를 노렸다고 하는 것은, 자신이 생각지 못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사건은 안티 연맹 조직 지구 독립 위원회 소행이라고 추정되고 있습니다만. 어째서 그들이 OO레스토랑을 테러 대상으로 삼았는지는 미지수입니다.”
문득 베베의 귀를 파고드는 아나운서의 발언.
‘안티 연맹 조직, 지구 독립 위원회?’
베베는 우습다는 생각을 한 뒤, 전용 노트북을 꺼냈다. 자신이 직접 개발한 보조 장치에 연결 후, 거기에 다시 연맹에서 받은 반지를 연결하였다. 심심해서 익혀 둔 프로그래밍 지식과 기술을 사용하여 만든 독자적인 보안 프로그램을 실행시킨 후, 인터넷에 접속하였다.
검색, 안티 연맹 지구 독립 위원회.
주르륵.
검색 결과는 만 단위를 넘어갔다. 베베는 반지에 탑재된 기능 중 하나인 완전 번역 능력을 사용하여 검색 결과에 표시된 것들을 라틴어로 번역하였다.
라틴어는 근세를 거쳐 언어의 역할을 잃어버렸지만, 베베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중세 유럽에 태어난 그녀의 사정이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구나.’
몇 개의 페이지를 훑어본 베베가 중얼거렸다.
안티 연맹, 지구 독립 위원회.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등장 이후, 어떤 사람들은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은하 연합과 대립하는 사이로 지구를 지배하기 위해 등장한 악의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말하는 은하 연합은 지구인의 조상 같은 존재로, 때가 되면 지구에 등장하여 모든 악을 처단하고 천국을 건설한다는 조직이었다.
타타타닥.
베베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이번에는 노바 스페이스 연맹 데이터 베이스였다. 베베는 지구의 영웅 천일의 부관으로서 연맹의 이슈, 역사 등과 관련되는 사안에 접근할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검색, 은하 연합.
베베는 내심 검색 결과 0이길 바랐다. 하지만 있었다. 은하 연합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것들 중 하나가 백조 연합.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진짜 이름, CHONSP 유기생명체 동맹의 탄생과 연관 있는 조직이었다.
‘과연 우주는 넓구나.’
베베는 쓴웃음을 지었다.
백조 연합과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대립하는 이유라든가 활동 영역이라든가, 하는 것들. 그들의 적들. 지금의 관계. 그런 것들을 살펴보니 정말로 ‘쓴웃음’ 외의 반응은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미묘한 점은.
둘 간의 직접적인 충돌은 연맹이 탄생 직후 얼마 동안만 있었고, 그 후에는 서로 견제할 뿐 대화와 협상을 통해 다툼은 피해 왔다는 것이다. 때문에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파고들고 싶은 생각에 손을 움직였다.
삑.
돌연 반지에서 영상이 떴다. 가이르디슈였다. 베베는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는 영상을 바라보았다.
“하아, 쓸데없는 지식을 알려고 하는군요. 이유가 뭔가요?”
가이르디슈가 물었다.
“놀랍구나. 설마 그대가 이런 타이밍에 등장할 줄은 예상치 못한 일이다.”
베베가 답했다.
“이유나 말해요.”
날카로운 가이르디슈의 반응.
“안티 연맹 조직. 지구 독립 위원회에 관한 정보를 찾고 있었느니라.”
베베는 그렇게만 말했다.
“그런가요? 뭔가 일이 터진 모양이군요. 무슨 일이 일어났죠?”
가이르디슈가 물었다. 베베는 간략하게 사고 발생에 관한 일을 설명하고는 ‘이 이상 알고 싶거든 직접 움직이거라.’ 하고 말을 덧붙였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정보를 찾았군요. 좋아요. 어디까지 알죠? 연맹이 어째서 탄생했는지 이해했나요? 조금은 설명해 드리겠어요.”
가이르디슈가 물었다.
“육체가 있더구나. 육체를 현상이나 에너지로 완전히 바꾸어 새로운 존재가 된 이들. 우주에는 그렇게 되지 못하는 자들과 그렇게 될 수 없는 자들이 있지. 삶과 죽음. 때문에 연맹이 탄생하였다 생각하느니라.”
베베가 답했다.
“정답이에요. 연맹과 연합은 많은 부분에서 대립하고 있어요. 하지만 어느 정도는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지요. 때문에 우리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대화와 협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요. 그리고 이번에 벌어지고 있는 핵심 논쟁에는 지구가 있습니다. 연합은 지구인들 가운데 얼마는 그들과 함께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나머지는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죠. 그리고 우리는 ‘소수’의 구원을 위한 ‘다수’의 희생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수’가 진화를 하지 않고 육체를 가진 상태로 머물러 ‘다수’를 위해 희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보고 있어요. 이 말, 무슨 의미인지 알겠죠? 그대는 총명하니까요.”
가이르디슈가 그런 말을 하고 베베의 반응을 바라보았다.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리라. 베베는 잠시 생각하는 얼굴을 했다. ‘천일이나 마왕, 나 같은 존재는 그들과 함께할 자격이 있다는 뜻이더냐?’라고 물었다.
“글쎄요. 그건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해요. 그들 중 일부와 우리들 중 일부는 지구를 좋아하지 않아요. 반대로 그들 중 일부와 우리들 중 일부는 지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죠. 양쪽의 대립 사이에 중립을 지키는 자들이 있어요. 천일이 지구의 영웅으로 인정받은 이유는, 그라면 중립에 서고 있는 자들에게 지구와 지구인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연맹이 적으로 삼고 있는 존재들과의 전투에서도 활약해 주길 바라고 있죠. 그리고 그들의 일부는 연맹이 적으로 삼고 있는 존재들로부터 탄생하였어요. 지구가 없어지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죠. 지구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들은 CHONSP를 중심으로 구성된 모든 유기생명체가 없어지길 바라고 있어요.”
가이르디슈가 복잡한 얼굴로 말을 끝냈다.
“우주라고 하는 것은 단지 스케일이 커졌을 뿐이라는 이야기로 들리는구나.”
냉소가 담긴 베베의 말.
“다 그런 거죠.”
새침한 가이르디슈의 대답.
“정보가 필요하구나. 내가 알아서 정보를 찾을 수 있게 허락해 줄 수 있겠느냐?”
베베가 말했다.
“하아. 꼭 그래야 하나요? 몰라도 되는 것은 몰라도 되는 거예요.”
가이르디슈가 난색을 표했다.
“상관없지 않느냐. 나는 현상이 되어 새로운 존재가 되는 것을 포기하였느니라. 그것은 천일 역시 마찬가지. 마왕도 같지. 우리들에게는 알 권리가 있느니라.”
베베의 주장.
“좋아요. 임시로 권한을 부여하죠. 대신 한 가지만 약속해요.”
“약속? 무엇을 말이더냐.”
“기술 관련 분야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약속이 필요해요. 예민하게 구는 것들이 꽤 많답니다.”
“기술? 아아, 그런 것이더냐. 알겠느니라. 그 점은 약속하지.”
“믿겠어요. 그리고 기억해 두길 바라요. 제가 그대를 믿는 것은 그대 역시 지구와 지금의 삶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임을. 지구를 위해서죠. 나는 지구에게 패널티가 가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답니다. 알아들었나요?”
“알았다 하지 않았느냐. 걱정 말거라. 기술 관련 부분은 건들지 않을 것이야. 타인이 일구어 둔 것을 훔쳐서 발생하는 일은 도덕적 타락과 그로 인한 파멸뿐이니라. 본녀는 어둠의 자식이나 생각이 없지는 않지.”
“지구인이 전부 그대 같다면 좋겠네요. 그럼, 말이 길었어요. 이만 제 일을 하러 가겠어요. 멍청한 인간 해커들을 혼내 주지 않으면.”
그렇게 말하는 가이르디슈는 무척이나 지쳐 보였다.
“해커? 해킹을 시도하는 자들이 있는 것이더냐?”
베베가 물었다.
“많아요.”
가이르디슈는 한마디로 답했다.
“내가 개발한 프로그램이 하나 있는데, 사용해 보겠느냐? 독자적으로 개발한 시스템이니 한동안은 버틸 수 있을 것이야.”
베베의 제안.
“좋아요. 도움을 받도록 하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에요.”
가이르디슈가 말했다. 이에 베베는 자신이 사용하고 전용 노트북에 담겨 있는 보안 시스템 및 보복 프로그램을 가이르디슈에게 넘겨주었다.
“이, 이건! 이런…… 기가 막히네요.”
파일을 한 번 살펴본 가이르디슈의 반응.
“옛날에 만났던 어떤 프로그래머가 2진법이야말로 컴퓨터 언어라며 큰소리치기에 한 번 만들어 보았느니라. 전류의 흐름과 흐르지 않음을 기호로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효율적이지 않고 느리다만. 그렇기에 간단히 뚫리지 않는 시스템인 것이니라.”
베베가 어깨에 살짝 힘을 주었다.
“이건 획기적인 방법이에요. 당장 특허를 신청해 두겠어요. 전류가 흐르는 강도를 조절하여 만들어지는 파장의 변화를 구분하는 방식이라니. 이런 것은 하드웨어를 새로 구성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죠. 설마…… 그런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건가요?”
가이르디슈가 물었다.
끄덕.
“당연한 이야기하지 말거라. 뻔한 것 아니겠느냐. 어렵지 않았느니라. 덕분에 진공관을 사용한 구닥다리 보조 장치와 연결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만. 연맹의 기술이라면 어렵지 않은 일일 터. 대단하다 생각되진 않는구나.”
베베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죠? 이건 정말. 진공관의 진짜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면 나올 수 없는 기술이에요. 좋아요. 어쨌든 그 컴퓨터하고 보조 장치, 나중에 연맹에 제출할 수 있겠죠?”
가이르디슈는 어째서인지 흥분을 하고 있었다.
“문제없느니라. 설계도는 머릿속에 있고, 재료를 구하는 일도 어려운 것은 아니니라.”
베베가 답했다.
“좋아요. 그럼 이만 가 보겠어요. 흡혈귀 중에 이 정도의 기술을 가진 존재가 있을 줄은.”
그리고 가이르디슈는 사라졌다. 베베는 이후 한동안 노바 스페이스 연맹 데이터 베이스를 들락날락거리며 정보를 얻었다.
천일과 마왕의 귀가.
마왕은 지쳤는지 곧장 침실로 향했다. 천일은 크로벤의 일이 걱정되어 청애에게 보고를 받았다.
‘온라인 게임? 괜찮을까?’
천일은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음에 안심했다. 베베라면 여자 흡혈귀들을 데리고 있으니까, 그녀들 중 하나를 붙여서 일을 벌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우라면 기우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