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94
94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4권(19화)
5. 첫 데이트는 총탄이 빗발치는 레스토랑에서(4)
어쨌든.
샤워를 하고 베베의 방으로 갔다. 크로벤에 관한 것, 지구 독립 만세라는 문구, 잠시 만나서 말을 나눈 노인에 관한 일을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똑똑.
“천일이더냐? 들어오너라.”
베베의 목소리가 울렸다.
달칵.
천일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잠깐 멈칫했다. 베베의 방이라고 하면 고풍스러운 가구들과 화려한 장식물들이 놓여 있는 풍경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방 왼편에 천일의 키만 한 장치 같은 것이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굵은 선이 있었다. 그 선의 끝은 베베의 책상 위에 놓여진 묘한 장치와 연결되어 있었고, 그 장치는 다시 노트북과 연결되어 있었다.
“뭘 하고 있느냐. 이리 오너라. 할 이야기가 많구나.”
베베가 말했다.
“할 이야기가 많아?”
천일이 의문을 표하며 걸음을 옮겼다.
“OO레스토랑에 관한 것을 보았느니라. 그곳은 본녀가 네 여동생을 통해 너에게 소개시켜 준 곳. 그래서 잠깐 조사를 하였고,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느니라.”
베베는 천일에게 말은 하고 있지만 노트북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아, 응.”
천일이 대답을 했다.
“의자를 하나 가져와서 이쪽에 앉거라. 네가 알아둬야 할 정보가 많구나.”
베베가 말했다.
“그래? 알았어.”
베베의 말대로 의자를 하나 가져다 베베의 옆에 앉은 천일.
“데이트는 즐거웠느냐?”
불쑥, 예상치 못한 질문이 베베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응? 괜찮았어. 중간에 사건이 생겨서 마왕이 어떻게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천일의 대답.
“사건이면 OO레스토랑 일 말이더냐?”
“그 외에도 조금.”
“그 외에 뭔가 더 있었더냐?”
“응.”
“듣고 싶구나. 말해 주겠느냐?”
베베가 물었다. 이에 천일은 호흡을 가다듬고 OO레스토랑에서 있었던 사건과 그 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설명했다.
“그들이 관련된 모양이로구나.”
베베가 중얼거렸다.
“그들?”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이것부터 읽어 보거라.”
베베는 슬쩍 의자를 한쪽으로 옮겼다. 그 자리에 천일이 의자를 옮겼고, 그동안 베베는 안티 연맹 조직, 지구 독립 위원회라는 것에 관한 정보를 모니터에 띠웠다.
표시 문자를 한글로 바꾸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천일의 안색이 굳어졌다.
“이야기는 지금까지 모은 정보를 네가 습득한 후에 하는 것이 좋겠지. 본녀는 잠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해야겠느니라.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알았더니 어질어질하구나.”
의자에 등을 편히 기대며 눈을 감는 베베.
천일은 눈을 반짝이며 문서를 읽기 시작했다.
6. 다시 아틀란티스 월드로(1)
마왕이 눈을 떴다. 아침일 것이 분명하지만, 두터운 커튼이 창문을 가리고 있어 아침 햇살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스윽.
상체를 일으킨 마왕의 입가에 웃음이 그려졌다.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 중에서 어제가 가장 만족스럽고 자신에게 충실했던 하루라는 생각을 하고 만 것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 온기가 솟아 나와 심장을 적셨다.
그러나 괜히 넓기만 한 침대는 쓸쓸했다.
그녀는 일반 사회의 상식과는 약간 다른 상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존재가 절반은 인간이 아니기에, 어둠을 지배하고 그 위에 군림하기 위해, 진왕을 섬기기 위해. 지금은 그런 모든 것들에서 해방된 상태지만, 일반 사회의 여성들과 같은 길을 걸어도 되지만. 머릿속 한쪽에는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런 아침이면 문득 떠올리고는 한다. 천일이 옆에 있고, 그 가슴에 머리를 묻은 자신이 부스스 눈을 뜨는 풍경.
그런 나날의 아침 햇살은 눈부시게 아름다울 터.
의미 없는 생각들. 마왕은 호흡을 가다듬고는 침대를 빠져나왔다.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다 연이가 평소에 입으라는 옷에 손을 댔다.
평범한 긴 소매 티셔츠와 무릎까지 내려오는 반바지.
갑옷으로 모든 것을 대처하던 마왕에게 있어서는 커다란 모험이었다. 이상하게 보이지나 않을까 하여 거울 앞에 서본다.
‘어색하다. 어울리지 않는다.’
마왕은 진심으로 그런 생각들을 했지만 그녀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은 아니었다.
은빛 머리카락, 푸른 눈동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쇄골을 지나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내려가는 보디라인.
키가 너무 크다는 것이 단점일까? 하지만 기품이라는 것이 더해지니 위풍당당한 느낌이 들었다.
검을 들고 폼을 잡으면 그림이 될 것 같은 풍경.
살짝 기운을 일으키니 귀기(鬼氣)가 흘렀다. 멋진 이야기.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아니, 원하게 되어 버린 그림과는 달랐다.
‘난 귀여워질 수 없는 건가?’
그녀만의 고민.
“하아.”
탄식이 섞인 한숨.
곧 얼굴을 고친 마왕이 발을 돌렸다. 자신에게 없는 무엇을 바란다고 해도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달칵.
밖으로 나간 마왕은 펼쳐진 거실의 풍경에 굳어 버렸다. 천일과 베베가 소파를 하나씩 차지하고는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 있었나?’
마왕은 경직된 얼굴로 소파를 향했다. 천일과 베베는 마왕의 출현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흔들흔들.
마왕은 먼저 베베를 흔들었다. 천일을 깨워 상황을 물어보는 것은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베베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고.
“후아암. 일어난 모양이구나. 잠은 잘 잤느냐?”
베베가 물었다.
끄덕.
“무슨 상황이지?”
마왕이 긍정을 표하며 물었다.
“상황? 아아, 그거 말이더냐. 별일이 아닐 수도 있고, 별일일 수도 있느니라. 어쨌든 저건 일단 깨우지 말거라.”
베베는 그런 말을 하고는 일어났다.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걸음을 옮겼다. 마왕은 그 뒤를 쫓았다.
“알고 싶다.”
라고 말하면서.
“그 마음 알고 있느니라. 내 방으로 가자꾸나. 이야기는 거기에서 하는 것이 좋으니라.”
베베가 답했다.
그렇게 마왕과 베베가 사라지고, 2시간 정도.
천일이 소파 의자에 뻗어 있는 가운데 연이가 등장했다. 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천일을 바라보더니 성큼 그 옆으로 다가왔다.
“오빠, 오빠.”
연이가 천일을 깨웠다.
“응? 연이냐.”
천일의 대답.
“밤샜어? 오빠, 지금 해가 중천이다.”
연이가 답했다.
“아, 그래. 후아암. 생각 좀 하다 보니 피곤해서. 차라리 검을 휘두르는 게 낫지. 이게 무슨.”
천일이 투덜거렸다.
“무슨 일 있어? 얼굴이 안 좋아.”
연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응, 조금.”
새침한 천일의 대답.
“커피 마실래?”
연이의 제안.
“커피?”
천일이 반사적으로 물었다.
“나도 이제는 가끔 마셔. 고등학생 되면서 마셔도 된다고 허락받았지롱. 오빠는 이제 어른이니까. 그러고 보니 불공평해. 오빠 먼저 어른이 돼 버리고. 흥.”
살짝 코웃음 치는 연이.
“하하.”
웃어넘기는 천일.
잠시 후, 연이가 커피를 가져왔다. 천일은 그것을 받아서 살짝 입에 대고는 생각했다.
‘달다. 설탕을 얼마나 넣은 거야.’
하지만 잠자코 마신다. 그게 귀찮음을 더는 길이었다.
“오빠, 어제 어땠어?”
연이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아아. 참, 크로벤 녀석 어때? 부탁했더니 먼저 잤다더라.”
천일이 화제를 돌렸다.
“그 바보는 됐고. 마왕 언니 말이야. 오빠 무지 좋아하는 것 같더라. 근데 정말 뭐야. 드라마보다 더 심하잖아. 여자 친구한테 좀 잘해 줘. 마왕 언니 같은 사람 드물어. 진짜 희귀종이야. 천연기념물 수준이야.”
연이는 그런 말을 하며 천일을 노려보았다.
“그거야 그렇지.”
천일은 대충 받아넘겼다. 두루뭉실 넘어가고 싶었다.
“오빠도 참. 어휴.”
연이는 그저 한숨을 쉬고 말았다. 천일이 입에 자물쇠를 채우면 여간해서는 열리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바보라니? 크로벤이 너에게도 찝쩍여?”
천일의 화제 전환 시도.
“아니, 그렇지는 않아. 오빠가 어떻게 했는지 나에게는 그런 기색 전혀 없더라. 존댓말 꼬박꼬박 쓰면서 부들부들 떨던데. 귀엽더라.”
숨김없는 연이의 평가.
“푸훕.”
반사적인 천일의 거친 반응.
“오빠? 왜 그래? 내가 뭐 이상한 말 했어?”
연이가 물었다.
“아, 아니. 전혀, 전혀 그렇지 않아.”
천일이 답했다.
“오빠, 그런데 나 궁금한 거 있어.”
연이가 그런 말을 하고는 천일의 눈치를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