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95
95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4권(20화)
6. 다시 아틀란티스 월드로(2)
“뭔데?”
천일은 불길한 느낌을 받았지만 일단 대꾸는 했다.
“아틀란티스 월드 말이야. 거기서 잘하면 늙지 않는 육체를 얻을 수 있다는 거, 진짜야?”
“…….”
“진짜구나. 그럼 나도 가 볼까.”
“안 돼.”
“왜?”
연이가 새침하게 물었다.
“안 돼. 위험해.”
천일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불노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천일은 그게 어떤 것인지 알기에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위험? 오빠 동생인 내가?”
연이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야. 그거랑그거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거기는 말이야 수련하는 장소야. 죽을 둥 말 둥 노력해서…… 칼 휘두르고 그런 곳이라고.”
천일이 설명을 보탰다.
“오빠가 도와주면 되잖아.”
“웃기지 마.”
“오빠아.”
“안 돼. 절대 안 돼.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
“어차피 여기에 있어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잖아. 오빠하고 마왕 언니가 갔던 OO레스토랑 테러당해서 건물 자체가 붕괴되었다는 거 안단 말이야.”
연이가 새침한 얼굴로 의문을 표했다. 답변할 말 있으면 해 보라는 듯이.
“한동안은 괜찮아. 베베를 두고 갈 거야.”
천일이 답했다.
“베베면, 그 하녀들 줄줄 데리고 온 작고 귀여운 금발 흡혈귀?”
연이는 베베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 그러니 괜찮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너와 부모님은 지킬 수 있을 거다.”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
“내 친구나, 생길지도 모르는 남자친구나, 그런 사람들 말이야.”
“거기까지는…… 글쎄.”
천일은 말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오빠, 있잖아. 나, 오빠 동생이지?”
연이가 묘한 것을 물었다.
“응, 그런데?”
천일의 반문.
“나도 오빠처럼 강해질 수 있겠지? 고생은 하겠지만, 그래도 오빠와 비슷한 DNA를 가지고 있을 테고.”
연이는 포기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뭐? 하아.”
천일에게는 한숨이 나오는 이야기. 천일이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DNA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DNA 때문이었다면 연이는 물론 부모님도 뭔가 능력 같은 것을 가지고 있을 터였다.
“오빠, 그러지 말고. 가르쳐 주라. 매일 커피 타 줄게. 응?”
우습지도 않은 연이의 제안.
“야, 그게 말이 되냐. 고작 커피를 조건으로.”
천일의 반응.
“오빠, 내가 알고 있는 오빠의 부끄러운 과거들을 전부 마왕 언니에게 말해도 돼?”
연이는 가족만이 꺼낼 수 있는 필살기를 발동했다.
“……!”
천일의 안색이 굳어졌다. 연이가 말하는 오빠의 부끄러운 과거가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는지는 모르지만, 짚이는 것들이 없지 않았다. 매우 많다고 해야 맞겠지.
“그러니 오빠, 그러지 말고. 좀 가르쳐 주라. 나도 검기 같은 거 사용하고 싶단 말이야. 하늘도 날고 싶어.”
연이의 투정.
‘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천일은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신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오빠, 그러지 말고. 오빠가 특별히 잘난 것은 알지만, 난 동생이잖아. 나도 할 수 있을 거야. 응? 응?”
연이의 조름은 계속되고.
“크.”
신음을 삼킨 천일은 저항을 시도하지만, 여동생의 떼를 무시할 만큼 매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기초적인 것부터 가르쳐 주기로 하고 강의를 시작하였다.
저녁 무렵.
마왕과 베베는 베베의 방에서 나오지 않는 중에 천일의 반지가 소리를 냈다. 아세란에게서의 호출이었다.
“이 자식아! 뭘 놀고 있는 거냐! 빨리 안 와!”
시작부터 고함.
“……!”
덕분에 천일은 깜짝 놀랐다.
“크로벤 돌보는 것이 문제냐? 문제가 되면 데려와. 아니면 이쪽에서 한 명 파견할까? 아니지. 로셀라 있잖아. 걔는 뒀다 국 끓여 먹을 거냐? 붙여 놔. 그러니까 10분 내로 준비해서 돌아와. 너하고 마왕, 둘만 있어도 돼. 급해!”
아세란이 난리다.
“무슨 일인데 그래?”
천일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와서 들어, 와서! 급한 일 아니면 내가 연락 같은 걸 하겠냐? 아주 그냥 돌아 버리겠으니까, 나 미쳐서 날뛰기 전에 날아와. 이상!”
뚝.
아세란이 사라졌다.
“오빠, 누구야? 저 여자.”
연이가 새침하게 묻는다.
“아아. 있어. 성질 나쁜 노처녀 드래곤.”
천일은 대충 그렇게 대꾸하고는 연이에게 수업 끝을 외쳤다. 이후, 연이가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청애와 베베를 놓고 가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다.
“자, 잠깐, 잠깐. 오빠, 아직 궁금한 거 있단 말이야.”
연이가 외쳤다.
“미안하지만 여기까지야.”
천일은 그렇게 말하고는 별 생각 없이 연이의 뒷덜미를 잡아서는 들어 올렸다.
“꺄악! 오빠! 무슨 짓이야. 내가 몇 살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다 큰 숙녀를 이렇게 대우해도 되는 거야?”
연이의 저항. 하지만 의미 없이 연이는 자신의 방으로 강제 추방되었다. 그리고 천일은 일행 전부를 거실에 모이게 했다. 아세란의 호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베베와 청애에게 크로벤과 연이, 부모님에 관한 일을 맡겼다.
아세란은 영웅이다. 영웅은 대개의 경우 늙지 않고 일반적인 사정으로는 죽지 않는다. 삼사 일 정도는 밤을 새워도 조금도 티가 나지 않는 존재. 그럼에도 영웅을 낡아지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다름 아닌 ‘고뇌’다.
“너, 아세란 맞냐?”
천일이 아세란을 보자마자 던진 물음이었다.
눈가에는 잔주름이 한 움큼,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한 움큼, 피부도 많이 삭아 있었다. 천일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게 전부 저 아래서 멋대로 활개 치는 지구인들 때문이다. 이 자식아!”
아세란이 소리쳤다.
“무슨 일인데 그래?”
“무슨 일?”
“응. 무슨 일인지 알아야 돕지.”
“몰라서 묻는 거냐? 진짜 몰라서 묻는 거냐?”
“억지 부리지 마. 내가 어떻게 알아. 밖에 있다 지금 온 거 알면서 이러네.”
천일이 투덜거렸다.
“가 봐.”
아세란이 말했다.
“어딜?”
당연한 천일의 질문.
“너에게 구구절절 설명할 기운도 없고, 입씨름할 기운도 없어. 직접 네가 아틀란티스 월드에 내려가서 확인하면 돼. 그러면 안다. 그러고 나서 싸우든지 이야기를 하든지 하자.”
아세란의 그 말을 끝으로 천일과 마왕은 아틀란티스 월드 어딘가로 전송시켰다. 질문도, 항의도 받기 싫었던 것이다.
여기는 어디? 아틀란티스 월드?
천일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지금 서 있는 곳이 아틀란티스 월드 어딘가가 맞을 텐데,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먼저 마왕이 곁에 없었다. 아세란이 따로따로 보낸 거라고 생각하면 될 문제로. 아세란에게 통신을 넣어 물어보면 답이 나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어째서인지 반지의 기능이 제한되어 있었다. 거기에 풍경도 미묘했다.
도시의 한복판.
그렇게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풍경이 거기에 있었다. 아틀란티스 월드에는 도시라는 이름의 전투 필드나 노바 스페이스 연맹 사람들이 운영하는 안전 구역 같은 것은 있어도, 인간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도시나 마을은 존재하지 않았다. 헤븐 시티와 다크 시티의 경우는 약간 예외적인 것으로, 엄밀히 말해 거기도 필드의 일부였다.
“진짜, 어떻게 된 거지?”
천일이 의문을 표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층 빌딩, 8차선 도로, 가벼운 차림새를 하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동차.
천일은 지금 도로 근처의 빌딩 옥상에 있었다.
‘돌겠다.’
솔직한 감상.
‘그런데 왜 통신 기능이 작동을 하지 않는 거야?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 같고.’
생각하면 한숨만 나오는 이야기.
천일은 툭 하고 옥상 위에서 몸을 날렸다. 높이는 10여 층. 보통 사람이라면 생각지도 못할 이야기지만 천일에게는 아무래도 좋았다.
“비켜!”
천일이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밑에 있는 사람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럼에도 천일이 착지하는 지점만은 사람이 없었다.
태연한 반응. 이곳이 일반적인 도심지라면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콰아아아.
어디선가 무언가 날아왔다.
“……!”
천일이 시선을 돌려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자동차같이 생겼지만 바퀴가 없는 놈이었다.
“거기, 움직이지 마!”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고함.
“나?”
천일이 중얼거렸다. 그사이 공중을 날아온 무언가가 천일의 앞에 당도했다. 부웅 하고 천일의 앞에 떠서는 ‘반지 내밀어. 정체를 확인한다.’라고 말했다.
바퀴 없이 허공을 나는 자동차같이 생긴 뭔가에서 사람이 내린 것이 아니다. 사람은 여전히 그 안에 있고, 외부 스피커 같은 것을 통해 말이 전해질 뿐이다.
“무슨 이야기지? 여기는 또 뭐야?”
천일의 의문.
“뭐? 헛소리 말고 반지나 내밀어. 오르엔젤리스 시티는 인간들의 도시다. 연맹에 속한 존재가 아닌 한, 인간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거절한다.”
허무맹랑한 이야기.
‘뭔지 모르겠다. 일단 맞춰 주며 상황을 보는 게 좋겠어.’
천일은 일단 반지를 내밀었다.
삑.
짧은 기계음이 울리고 10초 정도 침묵이 감돌았다. 그리고 좌측 문이 열리며 사람이 나왔다. 푸른색 제복 상의에 검은 바지, 경찰관 같은 느낌이었다.
“타, 타십시오.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사내가 허리를 숙이며 예의를 보였다.
“뭐가? 뭘 몰라봤다는 거야?”
천일이 물었다.
“일단 타시죠. 시장님께 안내하겠습니다.”
“시, 시장님?”
“네. 천일 님께서 아틀란티스 월드를 떠나 계신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내는 천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처럼 굴었다.
“……!”
천일은 놀랐다.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은 채 고개만 살짝 까딱이고는 사내의 제안에 따랐다.
부웅.
문이 닫히고 자동차 같은 것이 공중을 떠올랐다.
“출발. 엘비스.”
―네.―
사내의 음성과 기계음.
“뭐야?”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제, 어비스 엘비스라고 합니다. B급 어비스를 부화시킨 거라 성능도 꽤 좋습니다.”
“…….”
“소리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습죠. 오르엔젤리스 시티 경비대원 어비스들 가운데 3번째로 빠릅니다. 실드 기능까지 있다고요.”
“그래?”
“그럼요. 럭스는 자기가 3번째라고 뿌득뿌득 우기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그녀석의 콜벤보다 제 엘비스가 더 빨라요. 그리고 날씬하기까지. 옛날에야 덩치 좋고 내구력 좋은 것이 잘 먹혔지만, 요즘은 아니라고요. 스마트하고, 일격필살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 그게 최고죠.”
“하하.”
천일은 웃어넘겼지만 속마음은 아니었다. 혼돈이랄까. 천일이 아틀란티스 월드를 벗어나서 생활했던 시간은 8개월 정도다.
한 달을 30일로 잡으면 240일이고, 아틀란티스 월드 시간으로 환산하면 2,400일.
6년하고 6개월 정도.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지만, 현대판 도시가 생겨날 정도의 시간은 아니었다. 생겨나는 의문. 그래서 슬쩍 물었다.
“내가 아틀란티스 월드를 떠나 있다 와서 그런데 말이야. 언제 이런 것이 생긴 거야? 건물 짓고 도로 까는 것만 해도 오래 걸릴 것 같아.”
라고.
“오래요? 천만에요. 어비스 있잖습니까. 오토로봇도 있고. 게다가 마술사하고 마법사, 과학자가 힘을 보탰죠. 오르엔젤리스 시티 짓는 데 걸린 시간은 딱 3개월이었습니다.”
럭스의 대답.
“……!”
천일은 그저 놀랄 뿐이었다.
“그래도 모자라요. 사람들 계속 들어오잖습니까. 계산을 해 보니 바깥세상 하루를 기준으로 아틀란티스 월드에 들어오는 사람의 숫자가 1만이 넘어요. 필드가 추가되면서 합류한 사람들의 수가 억 단위니까 말 다했죠. 그래도 동맹 녀석들만 없으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동맹?”
“네. 다크 임페리얼 동맹 말입니다. 그 새끼들 때문에. 어휴.”
“그게 뭔데?”
“모르십니까? 이상하다. 헤븐 시티의 사령관을 맡은 적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아아. 그건 했었지.”
“그런데 몰라요? 흠. 그때 천일 님께서 지휘하셨던 헤븐 시티의 중역들이 지금의 화이트 연합의 핵심 멤버인데요?”
“……!”
“그 사람들이 있었으니 망정이죠. 없었으면 어휴. 그란체하고 네벨을 막을 수 없었을 겁니다.”
“…….”
천일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
끼익.
럭스의 어비스 엘비스가 멈췄다.
“제가 먼저 연락을 넣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럭스가 그런 말을 하고는 어비스에 장착되어 있는 통신 시스템을 활용했다. 그리고 천일의 등장을 알리자, 30초도 되지 않아 남자 하나가 뛰어왔다.
‘누구야? 본 적이 있는 얼굴이긴 한데.’
천일은 그런 생각을 했다.
“천일 사령관님이 맞으시군요. 접니다. 엘도바티의 검, 샤를.”
남자가 자신을 소개했다.
“아.”
천일이 탄성을 토했다. 기억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네. 이쪽으로 오시죠. 다른 분들께도 연락을 넣겠습니다. 천일 님이 오셨으니, 모두들 모일 겁니다.”
샤를은 들뜬 얼굴이었다.
‘뭐지? 약간 불길한데.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할까.’
천일은 그런 생각을 하며 샤를의 뒤를 쫓았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둘 다 아세란의 골치를 아프게 만드는 일인 것이 틀림없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