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97
97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4권(22화)
6. 다시 아틀란티스 월드로(4)
콰콰콰콰.
블루 아이즈는 적들의 파상적인 공격, 그 전부를 막아 냈다. 그리고 생긴 틈에 마왕이 검을 휘둘렀다.
퍼걱.
누군가가 맞아 빛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적들이 무기를 치켜들고 달려들었다.
척.
마왕은 블루 아이즈를 치켜들 뿐이다. 그때였다. 블루 아이즈의 중심부에 위치한 푸른색의 구체가 붉게 변했다.
슥.
하늘에서 천일이 나타났다.
“어비스 해제!”
마왕이 소리쳤다.
블루 아이즈가 사라지고, 그에 맞추어 천일이 손을 뻗었다. 마왕의 배후에서 한 자루의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어떤 공간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으로 사라지더니, 형태를 바꾸어 천일의 손에 쥐어졌다.
영웅의 날개라는 엘로임네무 등장.
“이것들이 진짜!”
천일이 소리쳤다. 그리고 한 번 검을 휘둘렀다. 단지 그뿐인데, 마왕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적들 모두가 빛이 되어 사라졌다.
“오셨습니까?”
마왕이 물었다.
“아아. 여러 가지로 골치 아픈 일들이 있지만 괜찮아. 문제없어. 그런데 무슨 일이야? 낯익은 녀석들도 있는 것 같은데. 도와줄까?”
천일이 답했다.
“네, 부탁드립니다. 혼자서는 벅찹니다.”
마왕이 그런 말을 하며 블루 링을 치켜들었다.
“그럼 같이?”
천일의 말.
“네!”
마왕의 힘찬 대답.
그렇게 시작한 전투는 30분도 지나지 않아 다크 임페리얼 동맹 세력의 주요 본거지 중 하나인 글루미 나인 캐슬(Gloomy Nine Castle)을 없애 버렸다. 그럼에도 전투는 계속되었다. 다크 임페리얼 동맹은 본거지가 없어져도 물러서는 일 없이, 오히려 기세를 올렸다.
그들은 늘 생각했다. 천일과 마왕이 존재하는 한 자신들에게 권좌가 오는 일은 없을 거라고. 그래서 화이트 연합을 몰아세우는 한편 수단을 강구하여 준비해 두었다. 천일과 마왕을 한 번만 빛으로 만들 수 있다면 승리는 자신들의 것이라 생각했다.
화이트 연합에 속한 자들이 도시를 만들어 본거지로 삼은 것처럼.
다크 임페리얼 동맹도 그에 준하는 시설들을 만들었다. 그것들 중에는 영웅 등급 전투 능력을 보유했다고 말해지는 천일도 봉인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영원히 타오르는 불길이 있는 그곳, 킹 더 헬(King The Hell).
지옥 중의 지옥이라는 뜻으로, 그곳의 존재는 그란체를 비롯한 다크 임페리얼 동맹 수뇌 몇몇만 알 뿐이다.
천일과 마왕을 한 번만 빛으로 만들어 그곳으로 보내면, 그다음부터는 화이트 연합을 공격하여 수뇌들을 그곳으로 보낼 터였다.
그러고 진짜 마신, 진정한 마신을 이 땅에 불러들여 연맹과 전투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완전 미래 예지 능력 보유자가 알고 있는 어떤 미래에서 마왕은 그 시설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되었다.
그란체들이 불러들인 마신은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제공하는 것들보다 더욱 좋아 보이는 것들을 지구에 제공했다.
그 결과, 지구와 노바 스페이스 연맹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고. 지구인들은 천일의 소중한 것들을 차례로 없애 버렸다. 그것을 막고자 노력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그란체들이 불러들인 마신, 은하 연합에 속해 있는 어떤 존재 앞에서는 별 의미가 없었다. 천일은 마신의 존재를 알지 못한 상황에서 지구를 파괴한다.
대충 이런 시나리오.
때문에 완전 미래 예지 능력 보유자는 마왕이 그란체들에게 패배하여 그 시설에 가는 일을 바꾸어야만 했다.
여기까지는 모든 것이 그녀의 생각대로였다.
하지만 이후의 상황은 알지 못했다. 보지 않았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정해 버린 것이다.
더 이상의 어떤 절망도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정도의 이야기.
그리고 마왕은 전투를 수행하며 완전 미래 예지 능력 보유자의 의도를 이해하게 되었다. 끝없는 적들의 공세는 마왕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자신이 천일을 주인으로 인정하여 검을 맡기지 않았다면, 천일은 여기에 나타나지 못했을 테니까. 패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진(眞) 빛살검.
소드 임팩트.
없는 빛살 기둥.
천일은 어둠의 자식들이나 인간들을 한꺼번에 날려 버릴 수 있는 달무리 지옥빛살, 햇무리 천하빛살을 사용하지 않은 채 잔기술들만 사용하여 적들을 상대했다. 마왕의 존재를 의식한 탓이었다.
“하아압!”
천일의 기합성이 울렸다.
한 번 검을 휘두르면 수십, 수백, 수천의 적들이 빛으로 변했다. 마왕 역시 기술을 사용하여 적들을 빛으로 만들었다. 그 수는 많아야 100여 명 정도. 천일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마저도 천일이 이리저리 검을 휘둘러 틈을 만든 덕이다.
‘나는, 나는.’
마왕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상관없이 천일은 검을 휘두른다. 마왕이 곁에 있기에 광역 기술을 시전하기 어렵다는 것은 천일에게 있어 페널티였다. 그럼에도 상관없었다. 자신의 등을 지켜 주는 마왕이 있으니까, 자신에게 검을 맡긴 마왕이 있으니까,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다.
“쉴 틈을 주지 마라. 놈은 고작 인간이다. 최후의 승자는 우리들이다!”
“공격!”
“와아아아!”
적 지휘관의 명령과 적들의 함성.
죽음이 없는 세계 아틀란티스 월드가 아니었다면 진작 끝났을 전투. 천일은 그 속에서 ‘자, 얼마든지 와라. 언제까지라도 밟아 주마.’라며 투지를 불태웠다.
하루, 이틀, 삼 일.
시간이 흘러도 전투의 양상은 처음과 같았다. 아니, 천일의 기세가 처음에 비하면 아주 약간이지만 떨어져 있었다. 마음은 아직도 처음처럼 기세가 높았지만, 몸이 살짝 지쳐 버리고 만 것이다. 반면 적들은 처음보다 수가 늘어나 있었다. 쉴 것 쉬면서 전투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렇게 가면 천일과 마왕은 질 수밖에 없다.
마왕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래서 천일에게 ‘일단 후퇴’라는 카드를 물었다.
“어려워. 서포트 시스템 기능만 살아 있었어도 간단한 일인데.”
천일이 답했다.
초감각, 초지각을 100퍼센트 활용하고 있기에 적의 포위망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었다. 섣불리 뚫으려고 하다가는 함정에 걸릴 위험이 있었다.
“…….”
마왕은 걱정이 되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걱정 마. 이러고 있다 보면 말이야. 누군가 구하러 올 거야.”
천일이 말했다.
“지원군 부르셨습니까?”
마왕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아니. 하지만 난 녀석들을 믿어. 올 거야.”
천일은 기세 좋게 그런 말을 했지만 확신은 없었다.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티다, 정 안 되면 봉인 도구를 하나 해제하면 되는 일이다. 그것이 지구라는 행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지만, 아세란에게 자신의 상황을 전달하는 것에는 충분할 터였다.
즉.
천일도 뾰족한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마왕에게 우는소리를 할 수는 없었다. 자신은 지구의 영웅이기 이전에 마왕의 영웅이기 때문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는소리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멋있는 남자로 보이고 싶다, 라는 소리.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마왕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세를 바꾸었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전의를 불태웠다.
이틀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천일의 기세는 처음에 비해 눈에 띄게 둔화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검세는 죽지 않았다.
한 번 검을 휘두르면 수백, 수천의 적들이 빛이 되었다.
“지원군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마왕이 어두운 목소리로 그런 말을 했다. 그녀는 많이 지쳐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한 번 죽어서 빛이 되어 부활하여 최상의 컨디션으로 전장에 서고 싶었다.
“괜찮아. 날 믿어.”
천일이 말했다.
마왕과 달리 천일은 빛이 될 생각이 없었다. 빛이 된다는 것. 죽음이 없는 아틀란티스 월드라지만 마왕에게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고집, 마왕에게 만큼은 영웅으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는 마음.
마왕은 그런 천일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천일의 포기하지 않겠다는 발언에서 힘을 얻었다.
뭉클.
심장이 달아오른다. 피로가 사라졌다. 눈빛에 활기가 돌았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는 천일을 향한 미안함과 자신에 대한 절망과 분노라는 감정이 생겨났다.
왜 이리도 약한 것인가.
천일에게 자신은 짐덩이일 뿐인가.
천일 혼자라면 이 녀석들 전부를 따돌리고 ‘일단 후퇴’라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지는 않을까.
부정적인 마음들.
그리고.
그가 가겠다면 나는 끝까지 그의 뒤를 쫓겠다.
마음가짐.
―힘이 필요한가?―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
‘……!’
마왕은 놀랐다. 목소리의 정체를 몰라서가 아니다. 들릴 리 없는 목소리였기 때문에 놀랐다.
―원한다면 주지. 나의 딸이여.―
‘딸? 내가 당신의?’
마왕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둠에 근원을 둔 자들은 전부 나의 자식들이다. 나는 너희들이 마신이라고 불렀던 존재의 진정한 자아. 영웅 에이슈라고 불렸던 자. 딸이여, 힘을 원하느냐?―
그렇다. 목소리는 마왕이 언제나 억눌러야만 했던 마신의 의지였다. 그것은 분명 천일의 애검 소울 이터에 봉인되었을 테지만.
어떻게 된 일일까? 마왕은 의문을 답을 찾는 것 대신.
‘원한다. 나에게 힘을!’
마왕이 갈구했다.
―주겠다. 너의 삶. 너의 마음. 나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것을 언제나 지켜보았다. 나의 힘을 받아들일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이런 모습이 되어 깨닫고, 소유하게 된 힘의 일부를 나누어 주마.―
그리고.
쿠르릉.
지면이 떨리기 시작했다. 천일은 놀라서 마왕에게 다가갔다. 그녀를 앉아서 하늘로 날아오를 생각이었다.
“괜찮습니다. 물러나 주십시오.”
마왕이 소리쳤다.
‘괜찮아? 물러나?’
천일은 의아했지만 마왕의 말을 거스르지 않았다. 그녀가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혼자서 날아올랐다.
번뜩.
마왕의 푸른색 눈동자에 어둠이 깃들기 시작했다. 지면이 갈라지며 마그마가 분출되었다. 콰아아! 하고 솟구치는 어둠의 장막.
마왕이 검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지면의 균열이 심해지며 달려드는 적을 삼켰다. 어둠이 적들의 몸을 감쌌다.
“우, 우아아앗.”
“으아아아악.”
사방을 흔드는 적들의 괴성들.
죽음이 없는 세계, 아틀란티스 월드의 룰. 죽음에 이르기 전에 빛으로 변환하여 병원으로 이송한다는 서포트 시스템 기능.
―외쳐라. 너의 의지를. 너와 네 영웅에게 대적하는 자들에게 마땅한 형벌을.―
목소리가 마왕에게 속삭였다.
‘……!’
마왕은 깜짝 놀랐다. 목소리가 말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너는 내가 인정한 마왕이다. 괜찮다. 뜻대로 하라.―
목소리가 말했다.
‘…….’
잠깐의 생각.
마왕은 목소리가 원하는 문구를 알 수 없었다. 시선을 들어 하늘로 솟구친 천일을 한 번 바라보았다.
마왕에게 대적하는 어리석은 자들이여.
너희들에게 지구 위를 걸을 자격 따위 없나니.
영겁의 지옥에서 죄를 참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