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98
98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4권(23화)
6. 다시 아틀란티스 월드로(5)
마신이 요구하는 마왕의 말.
마왕은 이해했다. 자신이 저 말을 입에 담으면 마신의 의지는 적들이 믿고 의지하는 서포트 기능을 파괴하고, 적들을 마그마에 담궈 버릴 것임을.
그러니까 명령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마왕은.
“마왕에게 대적하는 어리석은 모든 자들에게 말한다. 영웅을 대적하고 나를 대적한 너희들에게 지구 위를 걸을 자격은 없으나, 기회를 주겠다. 어둠이 주는 절망과 고통으로 죄 값을 치르고 참회하라!”
마왕의 결정.
그르릉.
마그마가 솟구치는 대지의 틈이 원상태로 복구되며 휘말린 모든 적들이 빛이 되어 사라졌다.
이어.
지면에서 어둠이 솟구쳐 마왕의 검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아아아!”
마왕이 기합성을 토했다. 어둠의 파동이 대기를 흔들며 주변으로 쏘아졌다. 마왕을 중심으로 반경 1km 이내의 모든 적이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멋지게 시험을 통과했구나, 나의 딸이여. 마왕으로서 나의 의지를 이을 자격이 있느니. 나의 힘을 헛되이 사용하지 말아 다오. 이제부터 지옥은 너의 것이다. 네가 원한다면 지구상에 있는 누구라도 그곳으로 인도하겠다.―
목소리는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탁.
천일이 마왕의 곁에 섰다.
“어떻게 된 거야?”
천일이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마왕은 솔직하게 답했다.
“응?”
천일의 반문.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천일.”
마왕이 화제를 돌렸다.
“전투? 글쎄. 끝난 것 같은데.”
천일이 답했다.
“정말입니까?”
마왕은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인지한 적의 포위망은 반경 10km 이상이었다. 수는 천만이 넘었다.
“지원군 왔어. 녀석들도 바보는 아니라는 거지.”
천일이 답했다.
마왕이 어둠의 의지와 소통하여 힘과 권능을 얻은 시점에 천일은 하늘에 떠 있었다. 그리고 보았다. 지평선 끝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친근한 두 사람의 모습과 펄럭이는 화이트 연합의 깃발.
허세였던 천일의 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리고 반경 1km 밖에서 부하들을 독려하며 기회를 보던 그란체와 다크 임페리얼 동맹 수뇌들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화이트 연합의 공격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일이라 그러려니 하고 있었지만, 마왕의 변화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전투를 계속해야 할까? 아니면 물러나서 재정비 후 다시 덤벼야 할까?
우왕좌왕이다.
“천일. 잠깐, 할 일이 있습니다.”
마왕은 그란체를 비롯한 수뇌들을 바라보며 그런 말을 했다.
“무슨 할 일?”
천일이 물었다.
“지옥에 보내 두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뭐?”
“괜찮습니다. 녀석들을 죽이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영원히 타오르는 불길에서 천 년 정도 태울 뿐입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마왕의 발언.
“그게 무슨 말이야? 지옥?”
천일은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마왕을 제지하지 못했고, 그 틈을 타서 마왕이 뛰쳐나갔다.
번쩍.
“열려라, 지옥의 문! 마왕이 명령한다. 내가 지목하는 자들을 하나도 빼놓지 말고 삼켜 버려라.”
검은 섬광이 그란체를 비롯한 다크 임페리얼 동맹 수뇌들을 덮쳤다. 직후 녀석들은 사라졌고, 그들의 부하들은 크게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응?’
덕분에 천일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영문을 알지 못하니 불길하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지휘관들을 잃은 다크 임페리얼 동맹은 얼마 가지 않아 혼란에 빠졌다. 밖에서는 화이트 연합에 속한 자들이 파도처럼 밀려들고, 안에서는 천일과 마왕이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한나절 만에 전투는 끝이 났다.
화이트 연합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천일의 이름을 불렀다. 천일은 껄끄러운 마음에 마왕을 바라보았다. 마왕에게 일어난 변화가 신경 쓰였기 때문이었다.
끄덕, 보일 듯 말 듯 한 작은 긍정과 부드러운 마왕의 미소.
천일은 약간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마왕을 데리고 자리를 피한 뒤, 자초지종을 물어볼까 생각했다.
“언제 왔냐! 왔으면 왔다고 말을 해야 할 거 아냐!”
소리치며 달려드는 재운이 있었다.
“그 점은 나도 동감이다. 금방 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건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는군.”
빈센도 한마디 했다.
“뭐? 아냐 아냐. 그게 아니라.”
천일은 일단 부정을 표했지만 그들의 존재를 잊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음으로 강하게 나갈 수가 없었다.
“이천일 만세!”
“천일 만세!”
“지구의 영웅 만세!”
“만세!”
사람들의 함성 소리.
“일단 자리를 옮기는 것이 좋겠군. 우리들의 팀 저택, 아직 남아 있다.”
빈센이 말했다.
“그래? 그럼 그게 좋겠네. 알았어.”
천일이 대답을 하고는 마왕에게 갔다. 그러고는 근처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아는 사람들, 그러니까 샤를, 레드 로즈 등에게 ‘나중에 보자. 일단 돌아갈게. 우리끼리 할 이야기가 조금 있어.’라고 말하고는 서포트 기능을 사용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뒤처리는 저희가 알아서.”
샤를의 대답.
스슥.
팀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에 속했던 사람들이 모습을 감췄다. 이에 사람들은 약간의 섭섭함을 표현하였지만 그뿐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천일들은 구름 위의 존재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팀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 저택.
팀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은 해체되었지만, 그들의 팀 저택이나 관련 시설들은 팀원들이었던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되고 있었다. 연맹 측의 배려? 아니, 꼼수였다.
“후우. 힘들다.”
천일이 중얼거렸다.
“피곤합니까? 그렇다면 일단 쉬는 편이 좋습니다. 저도 조금 피곤합니다.”
마왕이 말을 받았다.
“그럴까?”
천일의 대답.
“야, 뭐냐. 이야기는 해 주고 자야지. 왜 거기에 가 있던 거냐?”
재운의 항의.
“그쯤 해라. 저들은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고 녀석들과 싸웠다. 피곤할 만하지.”
빈센이 천일과 마왕의 편을 들었다.
“……!”
재운이 말없이 빈센을 노려보았다.
“깨어나면 변명을 듣겠다. 우리 둘은 부관으로 임명하는 건에 관한 이야기. 이쪽으로 오지 않고 엉뚱한 곳에서 멋대로 싸우고 있던 것에 관한 이야기. 무슨 말로 빠져나갈 셈인지, 궁금해지는군. 변명 따위 하지 않고 몰래 도망간다는 선택지도 있겠지만. 믿겠다. 내 믿음을 배신하지 마라. 천일.”
빈센이 으름장을 놓았다.
“하하.”
웃고 마는 천일.
이후 천일과 마왕은 각자의 거처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가이르디슈가 왔다.
“……!”
빈센의 안색이 굳어졌다.
“인사가 없군요. 어른을 봤으면 안녕하세요. 모르나요? 그렇게 꽁하니,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건가요. 남자라면 그만 화를 풀 때도 되었다고 생각해요.”
가이르디슈가 말했다.
홱.
빈센은 고개를 돌렸다.
“아, 여자가 되었던가요? 그렇다면 남자 취급한 거 사과할게요. 그러고 나서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대화를 나누어 보도록 해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여신 가이아.”
뜬금없는 이야기가 가이르디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신 가이아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상징이다. 실존해서는 안 되는 것. 그리고 나는 남자다. 여자 취급하지 마라. 불쾌하다.”
빈센의 가시 돋친 답변.
“아직도 꽁하니. 하아, 좋아요. 지금은 참겠어요. 언젠가 이 할미의 뜻을 이해할 때가 오겠지요.”
할미? 가이르디슈는 이상한 소리를 했다. 그래서 빈센은 눈을 질끈 감았다. 할미라는 가이르디슈의 말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반박하지 못한 것은 빈센은 가이르디슈의 직계 후손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래로 5대, 딸의 딸의 딸의 딸의 아들.
“그래서 그와 그녀는 어디에 있나요?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가이르디슈가 화제를 돌렸다.
“잔다.”
빈센의 대답.
“깨워서 데려와 줄래요? 이 할머니는 바쁜 사람이라, 깨어나기만을 느긋하게 기다리기는 그렀네요.”
가이르디슈의 주장.
“그냥 기다려라. 여기는 그들의 집, 너는 손님이다.”
빈센의 말.
“그럼 그동안 사랑스러운 손녀가 이 할미의 말상대라도 되어 줄 건가요?”
“거절한다.”
“거절? 누가 그런 권한을 주었죠? 차라도 가져오도록 해요. 여성스럽고 나긋나긋한 걸음걸이로.”
“거절한다고 했다.”
“차 끓이는 법을 배우지 않은 건가요? 에이레네에게 분명 가르침을 받았을 거예요. 아니면…… 그렀네요. 남자여서 가르침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겠네요.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죠.”
“못한다고 하지 않았다. 싫다고 했다.”
“명령이에요. 아니면 옛날이야기라도 할까요?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을 거예요.”
가이르디슈가 그런 말을 하며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크. 젠장.”
빈센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이르디슈는 느긋하게 거실 소파에 앉아서는 살짝 눈을 감았다.
재운은 뒤뜰에서 ‘천일 타도!’라는 기치를 높이 들고 수련 중이었다.
30분 후.
빈센이 차와 다과를 내왔다. 그에 가이르디슈는 흐뭇한 얼굴을 하고는 ‘역시 쓸 만한 솜씨네요. 제법인걸요. 어때요? 이 할미의 부관, 아직도 제안은 유효하답니다.’라고 말했다.
“거절한다. 네 녀석의 부관을 할 바에야 접시 물에 코 박고 죽겠다.”
격한 빈센의 반응.
“어머. 꼭 접시 물이어야 하나요? 찻물도 괜찮아요. 자신이 내온 차에 코를 박고 죽은 여신 가이아. 좋네요.”
가이르디슈의 빈정거림.
“……!”
성난 황소처럼 콧김을 뿜으며 얼굴을 붉히는 빈센.
여신 가이아.
가이르디슈가 그것을 칭했다고는 하지만, 그 칭호가 생겨나게 된 이유는 가이르디슈의 딸에게 있었다.
가이아는 본래 가이르디슈의 딸이 인간들 사이에서 활동하며 사용하던 이름이었다. 그리고 가이르디슈의 손녀가 이름을 이어받았다.
대대로 요정족의 여왕이 물려받던 이름, 가이아.
가이르디슈는 빈센이 그 이름을 물려받길 원했다. 혈육이니까 그럴 자격이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빈센은 남자였고, 가이르디슈의 딸이 사용하던 여신 가이아라는 호칭을 물려받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가이르디슈의 피는 세대를 거듭하며 희석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가이르디슈는 자신의 피를, 그러니까 유전 정보를 빈센에게 심어 주었다. 그렇기에 빈센은 여성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가이르디슈가 여신 가이아라는 칭호를 물려받으라며 권하는 것도 그래서였고, 가이르디슈가 할미라며 치근거리는 것도 그래서였다.
“끝끝내 이 할미와 대립하겠다. 이런 뜻인가요?”
가이르디슈의 물음.
“대립? 그런 것을 하게 놔둘 존재였던가? 당신이? 나는 그저 당신을 용서할 수 없을 뿐이다. 나의 어머니도, 내가 사랑했던 여자도, 친애하던 동료들도 전부 비참한 최후를 맞아 세상에서 사라졌지. 당신이, 당신만 정체를 드러내 손을 뻗었다면 결코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빈센의 분노.
“모든 것에는 그럴 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어요. 그런 것들을 간과하고 감정을 앞세우면 일만 그르치게 돼요. 그런 일은 하지 말아야 해요.”
“흥. 말은 잘하는군.”
빈센은 그렇게 말하며 가이르디슈를 노려보았다.
오가는 눈빛 속에 피어오르는 살기.
“뭐가 이렇게 살벌해.”
천일이 등장했다. 피곤해서 더 자고 싶었지만, 가이르디슈와 빈센의 불꽃 튀는 살기가 신경에 거슬렸다.
“왔나요? 앉아요. 그런데 옆에 붙어 다니던 마왕은 어디에 있죠?”
가이르디슈가 말했다.
“마왕? 자고 있을걸. 마왕에게 볼일이 있어?”
천일이 물었다.
“알면 불러오세요. 그녀에게는 묻지 않으면 안 될 것이 있어요.”
“그전에 잠깐, 괜찮을까?”
“나에게 용건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렇게 해도 좋아요. 시간은 없지만 지구의 영웅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데, 거절할 수도 없지요.”
“대수로운 일은 아니야. 자유 진영 일곱 수장들에 관한 거야.”
“아, 그들이요. 그들에 대해 뭐죠?”
가이르디슈는 약간 귀찮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그 녀석을 전투 능력이 영웅 등급이라고 했지?”
천일이 물었다.
“그래요. 하지만 약간 달라요. 존재와 비존재의 사이에 있는 애들이니. 어느 쪽에 설지는 그들의 마음이에요.”
가이르디슈는 묘한 소리를 했다.
“존재와 비존재?”
천일의 의문.
“모르나요? 이상하네요. 그쪽 부관에게 알려 줄 만큼 알려 주었는데 말이죠. 듣지 못했다면 이야기가 길어지겠네요.”
가이르디슈의 대답.
“부관이라면 베베? 설마 존재와 비존재라는 게 연맹과 연합의 일이야?”
천일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알고 있군요. 그럼 이야기가 빠르죠. 그들은 아직 선택하지 않았어요. 원한다면 이쪽에 남을 수도, 저쪽으로 올라갈 수도 있죠. 그래서 우리도 뭐라고 강력하게 말하지 못해요.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지만.”
가이르디슈는 난처하다는 기색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