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99
99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4권(24화)
6. 다시 아틀란티스 월드로(6)
“혹시나 해서 묻는데 말이야. 그 존재와 비존재라는 영역 말이야. 전투 능력 1천만 갤런이라는 것과 연관이 있는 거야?”
천일의 질문.
“달라요. 육체를 가지고 살아 있는 존재가 비존재의 영역으로 승화하는 것에는 전투 능력이나 깨달음이라는 요소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DNA의 자질이 중요해요. 올라갈 수 있는 자와 올라갈 수 없는 자는 태어날 때 이미 정해져 있어요.”
“그렇군.”
“참고로 한 가지 말씀드리면, 아틀란티스 월드를 걷는 지구인은 노력 여하에 따라 모두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어요. 되지 못하는 자는 들어올 수 없지요.”
“……!”
“놀란 모양이군요. 괜찮아요. 그렇게 분류하기로 한 것을 아는 사람은 소수랍니다. 그러니 비밀은 지켜 주세요.”
새침한 가이르디슈의 반응.
“후우. 알았어. 그거면 됐어. 마왕 불러올게.”
천일이 발을 돌렸다.
“기다려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죠? 그쪽은 아직 용건을 말하지 않은 걸로 알아요.”
가이르디슈가 천일의 발목을 잡았다.
“별것 아냐. 그들이 지구와 관계없이 연맹에 묶여 있는 몸이 아니라면 이쪽으로 회유할 수도 있다는 소리잖아. 그걸로 충분해.”
“이쪽? 지구 말인가요?”
“응.”
“지구는 연맹에 속하기로 한 걸로 알아요. 우리를 배신할 생각은 아니겠죠?”
“아냐.”
“다시 말해 그들을 연맹에 속하게 만들겠다, 이런 뜻인가요?”
“아니.”
“그럼 뭐죠?”
“그들은 지구인이야. 지구의 일은 지구인이 알아서 해야지. 그게 연맹의 방침이잖아. 뭘 묻고 그래.”
천일은 미꾸라지 같았다.
“그렀네요. 좋아요. 멋대로 해 보세요.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알고 계세요. 우리들은 당신의 행동을 매우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는 것을.”
가이르디슈의 엄포.
천일은 쓴웃음을 짓고는 마왕의 거처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빈센이 가이르디슈에게 물었다.
“연맹? 연합? 무슨 꿍꿍이지? 또 누군가를 엿 먹일 작정인가?”
라고.
“하아. 말버릇이 나쁘네요. 이 할미의 손녀로서 그런 행동거지는 용납하기 어려워요. 데려다가 들들 볶으면 나아지려나요? 그대가 나를 단지 선조로 여기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나는 그대에게 유전 정보를 주었어요. 후천적인 일이고, 그대가 선택한 바가 아니라고 해도 사실은 사실. 유전 정보의 닮은꼴로 따지면 그대는 분명 나의 손녀 정도랍니다. 아, 손녀라고 해서 기분이 나빴나요? 그렇다면 손자라고 해 드리죠. 그러니 조금은 예의를 갖추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
빈센은 말없이 가이르디슈를 노려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정말이지. 언제쯤 철이 들지 걱정이에요.”
새침한 가이르디슈의 빈정거림.
“영원히 그럴 일 없다고 본다.”
감정이 듬뿍 담겨 있는 빈센의 반응.
“하아.”
가이르디슈가 한숨을 쉬었다.
“왔다.”
천일이 마왕을 데려왔다. 지금의 마왕은 갑옷 차림이 아니었다. 바깥세상에서 연이의 등쌀에 의해 구입하게 된 옷들 중 하나를 입고 있었다.
“예쁘네요. 갑옷 대신 옷을 입으니 이렇게나 빛이 나는군요. 이러니 저 아이가 이기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에요.”
가이르디슈는 그런 말을 하며 빈센을 바라보았다. 철딱서니 없는 것, 마왕에게 밀려나서 지구의 영웅인 천일을 빼앗겼구나라는 의미.
“흥.”
빈센이 홱 고개를 돌렸다. 육체야 누군가에 의해 여성으로 개조되었다지만 정신은 남자이고, 가이르디슈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지?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들었다.”
마왕이 가이르디슈에게 말했다.
“예의를 좀 갖추어 주는 것이 어떨까요? 에이슈와 접촉했죠? 그에게 힘과 권능을 얻었죠? 나는 그의 연인, 윗사람으로서 대우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가이르디슈가 그런 말을 했다.
“나의 예의를 받을 수 있는 자는 천일, 한 사람뿐이다. 에이슈라는 존재와 접촉한 것은 사실이나 내가 원해서는 아니다.”
“원해서가 아니다? 거짓말은 하지 마요. 그가 힘과 권능을 요구하지 않는 자에게 힘과 권능을 허락해 줄 리 없어요.”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용건은 그게 전부인가?”
마왕은 눈썹 한 번 꿈틀거리지 않았다.
“큭큭큭.”
숨죽여 웃는 빈센.
“하여간 요즘 젊은 것들은 예의를 모르네요.”
기분 나빠 하는 가이르디슈.
“에이슈? 그게 누구야?”
천일의 의문.
“에이슈는 죽어 버린 나의 연인이랍니다. 나는 그를 살리기 위해 그의 시체를 가지고 지구에 왔지요.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뿐이에요. 나는 아직 그를 사랑해요. 그렇기에 지구를 사랑하죠.”
가이르디슈는 슬픈 것처럼 보였다.
“의지는 분명 나에게 힘을 원하냐고 물었다. 그리고 나를 딸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가이르디슈 당신을 어머니로 섬기라고 하거나, 당신을 사랑한다거나, 연인으로 생각한다거나 하는 말은 없었다. 그것은 우리 마왕 가문이 초대부터 섬기던 마신의 목소리였다.”
마왕의 항의.
“그런가요. 뭐, 좋아요. 나도 마왕에게 어머니라고 불리고 싶은 마음은 없답니다. 그냥 해 본 말이에요.”
슬쩍 꼬리를 마는 가이르디슈.
“그래서 뭐야? 용건이 그게 전부야?”
천일이 끼어들었다.
“절반은 그래요. 나는 그가 비존재가 되었는지 확인해야 했어요. 답을 들었으니 그건 됐어요. 남은 용건은 그렀군요. ‘지옥’이라는 세계에 관한 것이에요.”
가이르디슈는 그런 말을 하며 마왕을 바라보았다.
“지옥?”
천일의 의문.
“지옥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천일.”
가이르디슈가 물었다.
“영원히 타오르는 불길? 악인들을 언제까지라도 벌주는 그런 거?”
천일이 사실을 확인하듯 말했다.
“그래요. 그것이에요. 그럼 묻겠어요. 세상 어디에 영원히 타오르는 불길 같은 것이 있을까요?”
가이르디슈는 알아 맞춰 보라는 태도를 보였다.
“…….”
천일은 말문이 막혔다. 영원히 타오르는 불길이라니,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영원히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였다.
“태양. 하지만 의지가 구축한 세계는 거기가 아니다. 지구의 내핵에 구축된 이세계를 말한다.”
마왕이 답했다.
“거기에 있었나요? 후후.”
가이르디슈가 난처하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뜻이지?”
마왕이 물었다.
“실로 나는 몹쓸 짓을 했네요. 그의 마음이 어둠으로 변해 버린 것도, 마신의 의지가 태어난 것도, 전부 당연한 것이었군요. 이걸로 나의 용건은 끝났어요. 하지만 별개로 마왕에게 묻고 싶은 것이 생겼어요. 그대는 지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군요.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가이르디슈의 의문.
“그는 나에게 지옥을 맡겼다. 지구상에 있는 누구라도 내가 원한다면 그곳으로 보낼 수 있다. 거기는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 영원히 타오르는 불의 바다에서 죄 값을 치르는 곳이다.”
마왕이 답했다.
“누굴 거기로 보냈죠? 다크 임페리얼 동맹의 수뇌들이 가진 서포트 시스템 신호가 완전히 사라진 걸 알아요.”
“알면 묻지 마라.”
“긍정이라고 해석해도 되나요?”
“그렇다.”
“그들을 언제까지 거기에 둘 생각인가요? 정말 알고 싶네요.”
“그건 나도 모른다.”
“보낼 수 있는 사람도, 꺼낼 수 있는 사람도 마왕 당신 하나뿐일 텐데. 모르나요?”
“이번에는 내 독단으로 결정하였지만, 본래 그것에 관련된 일은 나 혼자서 결정해서는 안 되는 것. 그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런가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요?”
“그렇다.”
“정말로 독단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거죠?”
“그렇다고 했다.”
“그럼 누가 결정할 수 있는 건가요?”
가이르디슈는 정말로 알고 싶었다.
후우.
마왕은 한숨을 내쉬며 천일을 힐끔 바라보고, 빈센을 힐끔 바라보고, 그러더니 호흡을 가다듬었다.
생각 중.
“사람들, 분명 사람들이다. 나는 나의 영웅을 믿는다.”
마왕의 대답.
“…….”
어이없다는 가이르디슈의 눈초리.
“크흠.”
천일의 헛기침.
“사람들에게 그런 중요한 것을 맡긴다? 미쳤군.”
빈센의 차가운 반응.
잠깐의 침묵을 두고 가이르디슈가 입을 열었다.
“좋아요. 60점 드리겠어요. 당분간은 맡겨 두겠어요. 하지만 잊지 마세요. 나는 언제나 당신을 지켜보고 있을 거예요. 사실 권능을 빼앗아 버릴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의 의지, 의도. 그리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당신의 생각을 듣기로 했어요. 신중을 기하고 싶었을 뿐이죠.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게 해 주세요.”
라고.
가이르디슈는 마왕에게서 시선을 떼어 천일을 바라보았다. 모든 것은 너에게 달려 있다는 의미.
“…….”
천일은 침묵으로 답했다. 할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7. 홍길동을 만나다―상(1)
지옥이란 뭘까?
마왕은 천일과 빈센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설명을 해야 했다. 빈센은 싱글 웃을 뿐으로, 나쁜 놈은 지옥에 가서 영원토록 고통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천일은 조금 다르게 선과 악을 자로 재서 누군가에게 영원한 고통을 주어도 되는 걸까? 라고 고민했다.
빈센은 천일을 무르다며 맹비난.
그래도 할 수 없는 이야기다. 업보와 형벌이라는 부분은 천일에게도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었다.
이전의 삶에서 천일은 정의의 용사 같은 것이 아니었다.
영웅이라고 떠받드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았고, 그들의 이야기에서 천일은 정의의 용사였지만, 천일 자신은 그게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막판에는 많은 사람들을 제물 삼아 영웅 등급 전투 능력을 가진 에인션트 드래곤에게 덤빈 것이겠지.
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
대화의 끝에서 천일은 빈센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어떤 조직의 간부가 되어 줄 것을 제안했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제안이군. 확실히 그런 일이라면 나보다 적합한 자가 없지. 염려 마라. 악인의 죄과 선인의 덕을 들춰내어 판가름하는 일이라면 옛날부터 해 왔던 일. 실수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빈센은 자신 만만했다.
‘말이나 못하면, 후우. 문제는 그들을 설득하는 일이려나. 그 조직에 그들을 집어넣을 수만 있으면 나머지는 자연적으로 해결이 되겠지. 그래도 문제는 있겠지만. 음. 그 부분에 관한 것은 외계인들에게 부탁하면. 그러고 보면 지구에 몰래 기어 들어와 정착한 외계인들에 대해서도 파악을 해두어야겠지. 아, 골치 아파. 이전의 삶에서는 그냥 검이나 휘두르면 되었는데.’
천일은 만사가 귀찮아졌다.
“그럼, 율도국 필드로 이동하실 겁니까?”
마왕이 질문을 해 왔다.
“응, 그게 좋겠지. 아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말하면 레드 로즈를 통해 로얄 가든의 수장을 만나 보는 것도 좋지만, 그쪽은 글쎄.”
천일은 거기까지만 말했다. 로얄 가든 수장 잔 다르크에 대해서는 배경 지식이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편하다, 라는 소리다.
그렇게 하여 천일과 마왕은 율도국 필드로 이동했다.
아틀란티스 월드에 새롭게 추가된 7개 필드 중 하나인 율도국 입구.
낮은 담, 기와로 덮여 있는 지붕들. 정문은 4차선 도로 정도의 넓이였고, 높이는 5m 정도 되었다.
율도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이 안으로 들어오는 자.
율도국 율법을 준수하라. 홍길동은 쌀알에 적힌 글씨를 천 리 밖에서 알아볼 수 있는 존재. 그 능력을 시험치 마라.
이런 내용의 푯말이 대문 앞에 꽂혀 있었다.
“천 리 밖에 있는 쌀알의 글씨를 읽을 수 있다? 거, 대단하네.”
천일이 말했다.
“천일은 못합니까?”
마왕의 물음.
“난 못해. 천 리 밖에 있는 쌀알의 글씨와 나의 시선 사이에 뭐가 있을 줄 알고. 내 능력은 사물의 위치나 상념 같은 것을 읽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이야. 글씨는 무리지.”
천일은 솔직했다.
“웰 컴 투 율도국!”
휘리릭, 뿅.
하고 등장한 누군가. 천일도, 마왕도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