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ep32. 바다의 도시, 해적의 꿈 (5)
강선후가 거대한 모래 골렘을 처음 소환한 날, 리리는 놀랐다. 룬의 명령어가 세상을 조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최소한 저 정도의 강렬한 영향을 줄 수는 없다는 게 통념이었으니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강선후는 그게 온전히 룬만의 힘은 아니며, 이 사막을 벗어나면 아마 사용하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이 땅에 흐르는 거대한 마력을 보고 얻은 아이디어였는데, 룬 언어로 만들어지는 골렘에 이 땅의 마력을 흐르게 만들면 어떨까 했거든.”
“그게 모래 골렘의 정체였던 거야?”
“모래 골렘 하반신이 땅에 고정되어 있었지? 안쪽에 땅이랑 연결된 마력 채널을 하나 만들어 봤어. 마력 채널은 결계 룬에 있었던 걸 베껴 봤고.”
“아…….”
말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됐다.
이 땅에는 거대한 마력이 흐르고 있었다.
모래를 파도치고 흐르게 만들려면, 아주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거대한 모래 골렘은 그 마력의 도움을 받은 결과였다.
즉, 강선후는 이 이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런 의심 없이, 숲의 씨앗이 이 도시를 들어 올릴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강선후는 항상 그랬다. 그 확신은 과감했고 때론 성급했으나, 항상 믿을 구석 하나를 남겨 놓고 움직였다.
이 도시가 고래의 몸을 빌려 만들어 낸 룬 언어는 끝까지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그걸 유일하게 이해한 강선후가 말을 하지 않았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리리는 그것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순하고도 명확했다.
지금 보고 있는 이 장면이 너무나 아름다웠으니까.
해저에서 시작된 거대한 나무는 꼬챙이처럼 이 도시의 중앙을 꿰뚫고 올라왔다. 그 나무는 바닷물을 끌어올리는 관 역할을 했다.
나무 꼭대기에서 막대한 양의 바닷물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바닷물은 세 줄기로 갈라져 도시의 폐허 사이사이를 흘렀다. 그렇게 가장자리로 이동한 뒤 다시 나락 아래로 떨어졌다.
강선후는 도시 외곽으로 이동했다. 난간이 없었고, 저 아래는 까마득한 낭떠러지였으나 그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락 아래로 끊임없이 떨어지는 폭포를 바라보았다. 리리도 그 옆에 섰다. 너무 높아서 아찔한 기분마저 들었다.
강선후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내가 사는 세상에는 나이아가라 폭포라는 게 있거든? 우리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대. 나는 직접 가 본 적 있어.”
“응.”
“거기보다 이게 더 크네.”
리리는 강선후가 말한 폭포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폭포의 크기를 이해하는 데에 별로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다.
이 폭포는 그 자체로 살아생전 볼 수 없었던 거대한 장관이었다. 이제까지 보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풍경이 만들어졌다. 물안개가 자욱하게 올라왔으며, 천둥과도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디오네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밟은 곳은 나무에서 뿜어져 나온 물이 고여 작은 바다가 형성되어 있었다. 작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하나의 바다로 기능할 만큼 물이 많고 깊었다.
그곳에는 여전히 고래가 헤엄쳤다. 고래들은 거대한 줄기 안쪽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며, 지저 바다와 이 도시를 왕래했다.
디오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두 개의 태양이 이곳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을 감아 봤다. 모래가 섞인 바람이 흠뻑 젖은 그 금발의 틈새를 파고들었다. 젖은 물이 증발하며 시원함이 느껴졌다.
바닷물이 말라가며 피부에 말라붙는 소금기마저 싫지 않았다.
눈을 떴다. 여전히 두 개의 신이 광채를 발하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해저의 신비로운 보랏빛이 아니라, 찬란하게 빛나는 신의 광채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황금의 영광이 사라진 시대가 이어졌음에도 신은 여전히 이 시대를 비추고 있었다.
고개를 내려다보았다. 나락을 사이로 두고 양쪽으로 펼쳐진 사막이 지평선 저 끝까지 나아가고 있었다. 파도치는 그 모습을 디오네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북쪽으로는 먼지에 가려져 희미한 실루엣만 남아 있는 산맥이 보였다. 아마도, 저곳은 눈으로 뒤덮여 있으리라.
이 모든 게 디오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세상 그대로였다.
디오네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 모든 풍경을 만끽했다. 터져 나오는 눈물이 눈가에 조금씩 맺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태양빛 아래에서 하얗게 빛나는 도시를 바라보았다. 셀 수 없는 시간 동안 해류의 침식을 피할 수 없었던 도시였다. 여기저기 부서지고, 칠이 벗겨져 본래의 모습은 그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참지 못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오래, 참아 왔구나.」
미안해. 미안해. 디오네는 이 말 말고는 할 수 없었다.
도시가 자신의 의지에 보답하기 위해, 잠들어 있는 그 오랜 시간 동안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는 사실을 깨닫자 죄책감은 더욱 심해졌다.
자신은 고작 잠에 들어 있었을 뿐인데, 그동안 도시는 그런 고생을 해 왔구나.
“디오네.”
강선후가 거인을 불렀다. 거인은 고개를 들어 애써 인간을 바라보았다.
“저는 움직이는 갑옷을 만난 적 있어요. 심지어 얼마 안 됐지? 리리?”
리리는 천공의 기사를 기억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갑옷도 이 도시랑 비슷했을 거예요. 어떤 의지가 모여 그 물건의 의미가 되었고, 그 의미는 영혼이 되어 갑옷에 깃들었어요.”
천공의 기사는 정의를 지키고자 함이 그 영혼의 의미였다.
“그거랑 마찬가지로, 이 도시의 영혼은 당신의 의지에 보답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거예요.”
삐이이—
헤엄지던 고래가 뛰어오르며 노래를 불렀다. 강선후는 그렇게 줄기 안쪽으로 들어가는 고래를 잠시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이 도시가 그것 때문에 힘들었을까요?”
디오네는 대답할 수 없었다. 강선후는 주저하는 디오네를 탓하지 않았다.
“아니었을 걸요.”
삐이이이이—
거기에 화답하듯, 고래가 노래했다.
디오네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강선후는 그녀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기다려 줬다.
벅차오르는 감정이 차분해지기 시작하자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디오네의 머릿속에서 처음으로 ‘미래’라는 단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도시에는 이제 사는 이들이 없습니다. 도시는 누군가 살고 있을 때 그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이 도시의 수호신으로 남아 있으나, 도시를 위해서는 진정한 의미를 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선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와요.”
디오네를 데리고 도시의 외곽으로 이동했다. 거대한 폭포와 낭떠러지가 있는 서쪽.
이제까지 강선후가 항해하던 그 사막이 있는 방향이었다.
이곳에서는 사막의 모든 부분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곳저곳에 있는 베두헨의 거대한 주둔지가 모래 먼지에 반쯤 가려져 보였다.
강선후가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 디오네는 조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 도시 바로 아래, 막대한 규모 나락 근처.
그 근처에 수십의 배가 산개하여 맴돌고 있었다.
“저게 뭘까요?”
「사람…….」
“이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이에요. 황금의 시대가 끝났는데도, 악착같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던 인간들.”
강선후는 저 아래를 바라보았다.
“나는 저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요. 조금 거칠고 충동적인 일면이 있는 뱃사람들이지만, 순수하고 열정적이거든요.”
강선후는 디오네를 바라보았다.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잖아요?”
「하지만, 나는 거인입니다. 그리고 불멸자입니다.」
강선후는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대가 특별할 뿐, 불멸자와 필멸자가 한 자리에 있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필멸자는 태생적으로 불멸자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리고…….」
디오네는 조금 슬픈 표정을 지었다.
「거인은 대부분 필멸자의 적입니다. 실제로 거인들은 포악한 습성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저들이 나를 받아들여 주겠습니까?」
강선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입을 열었다.
“에드워드.”
「그래! 언제까지 그 지루한 이야기를 계속하나 싶었다! 나를 잊지 않았나 보구만!」
에드워드가 램프에서 튀어나왔다. 역정을 내고 있었지만, 강선후는 알고 있었다. 이 정령이 우리를 배려하기 위해 숨을 죽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뿔피리 좀 줄래요?”
사막의 배끼리 신호를 보내는 데 사용하는 거대한 뿔피리를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슬쩍, 디오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뿔피리를 불었다.
뿌우우—
모두가 이 소리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었다. 크라켄과 싸울 때, 이 신호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믿었으니까.
약간의 정적.
그리고.
뿌우우우—
뿌우우—
약간의 격차를 두고 저 아래의 배들에게서 뿔피리 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강선후의 뿔피리 소리에 화답하고 있었다.
이걸로 대화는 끝났다.
베두헨들은 인간을 믿었으며, 인간 역시 베두헨들을 믿고 있었다.
배들이 반짝이는 빛을 이쪽으로 보내왔다. 거울 신호였다. 거기에는 호의와 신뢰가 담겨 있었다.
“말했잖아요.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이라고. 이 사람들한테 그런 차별은 없을 거예요.”
디오네는 이 언어 없는 대화를 가만히 바라보았을 뿐이었다.
「……저들을 이곳까지 통행하게 만드는 방법을 모릅니다.」
“생각하고, 고민해 봐요. 하다보면 이 시대의 사람들과 갈등도 있을 거고…… 그러다가 화합도 할 거고…….”
강선후는 잠시 어떤 상상에 빠졌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거 재밌지 않겠어요?”
디오네는 이로써 강선후의 의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황금의 시대가 끝나며 잠들었던 잊힌 고대의 거인에게, 이 인간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 시대의 일원이 되어라.
그게 오래 기다린 도시를 위해서, 또 거인 자기 자신을 위해서 택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행보이니.
디오네는 이로써 답을 내렸다.
미래는 그려지지 않았다. 이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아마 많은 노력이 필요할 터였다.
하지만 디오네는 더 이상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게 무엇인지부터 생각해 보기로 했다.
과거 언젠가, 황금의 시대를 살았던 한 인간이 그랬던 것처럼.
디오네는 그 인간을 떠올렸다.
「……한 인간이 있었습니다. 그는 항상 고통에 몸부림 쳤습니다. 정신을 차린다 싶다가도, 때로는 자해를 했습니다.」
강선후는 그저 듣기만 했다.
「모두가 그 인간이 미쳤다고만 생각했을 겁니다. 아무도 그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나는, 본 적이 있습니다」
디오네는 떠오르지 않는 과거를 억지로 떠올리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그렇게 떠오른 하나의 기억 조각을 더듬었다.
「……그 인간이 장미 한 송이를 구하기 위해 산사태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나는 보았습니다.」
“구했던가요?”
디오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 인간이 디오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로크 벨라의 종소리에서 불멸자의 기억은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무사히 구했을 거라 믿습니다.」
강선후는 그 대답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러고는 잠시 주저앉았던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럼 우리는 이제 슬슬 내려갈 방법을 찾아볼까?”
「떠나는 건가요?」
디오네는 당황했다. 어쩌면 당연한 이별이었는데도 이 순간을 예상하지 못했다. 순간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했다.
“그럼, 계속 여기 있을 순 없잖아요?”
「당신은, 당신은 누구십니까?」
“탐험가? 그냥 구경 다니는 사람이에요.”
디오네는 인간이 자신에 대한 소개를 피하기 위해 이렇게 대답했다고 생각했다. 그게 합리적인 판단이었으니까.
「……이런 이별은 원하지 않지만, 그대가 선택한다면 나는 존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냥 보낼 순 없습니다. 혹시 원하는 게 있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그대의 부탁을 하나 들어드리고 싶습니다. 이건 빚이니까요.」
“부탁? 음…….”
강선후는 잠시 디오네를 바라보다가, 사막을 한 번 둘러보았다.
“이게 영원한 이별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디오네는 잠시 주춤했다.
어쩌면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이미 영원할 것 같았던 이별을 경험했기에, 그게 익숙한 탓이었다.
“언젠가 저는 다시 이 사막을 들를 거예요. 그때, 이곳이 아름다운 곳으로 바뀌어 있으면 좋겠어요.”
「…….」
“저 아래에서 여기까지 올라오는 이동 수단이 만들어져야겠죠? 디오네의 도시는 이 사막의 수도가 될 수도 있어요. 내가 상상하지 못한 이런저런 건물이나 구조물이 만들어질 거예요.”
강선후는 잠시, 그렇게 발전된 이 도시를 상상해 보다가 말을 이었다.
“훌륭하게 완성된 그 모습을 기대할게요.”
「……그게 전부입니까?」
“뭐가 더 중요한데요?”
디오네는 이 인간을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그저 받아들였다. 저 말을 듣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으니까.
「…….」
디오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손을 올렸다. 자신의 이마에 붙어 있는 마름모 모양의 붉은 보석을 검지와 엄지로 붙잡았다.
그리고.
빠각—
이건 강선후마저도 놀란 상황이었다. 디오네는 손톱 끝으로 심장 조각을 조금 긁어냈다. 아주 조금이었지만, 그 얼굴은 고통에 일그러졌다.
디오네는 무릎을 굽혀, 조심스럽게 그 조각을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나의 심장 조각입니다. 이걸 몸에 지니고 있으면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항상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강선후는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그것을 바라보았다.
거인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는데도 본래의 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도움이 필요할 때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습니다.」
강선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디오네는 이곳의 수호신이에요. 여길 벗어나면 안 되죠.”
「그 말은 존중하겠습니다. 하지만.」
디오네는 왼손을 허공에 뻗었다.
강선후는 순간적으로 공기의 움직임이 달라지는 걸 느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용돌이가 그곳에 만들어졌다.
바닥에 룬 언어가 새겨졌다.
그리고.
콰아아아앙—!
구름 뒤편에서부터 시작된 거대한 창이 낙하했다. 디오네의 손이 잡히는 곳으로 정확하게.
강선후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창이, 그대를 가로막는 벽을 부술 겁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고마워요.”
「감사를 표하지 마세요. 마땅히 그대를 위해 해야 할 일이니.」
그러고는 디오네는 몸을 일으켰다.
귀족과 같은 분위기를 풍기던 그녀였다.
하지만 이 순간, 리리도 강선후도 느꼈다. 이 거인은 한 도시를 보호하던 당당한 수호신이었다는 사실을.
군림하는 자가 아니라, 전사였다는 사실을.
디오네는 거인의 목소리로 외쳤다. 하늘을 빌려 온 세상에 말했다.
— 세계의 모든 동족들은 들어라.
— 나, 거인왕 아틀라스의 딸 디오네가 말한다.
— 내 심장을 소유한 검은 머리의 인간을 마주한다면, 그를 위해 길을 낼지어다.
— 나, 그를 위해 기꺼이 거인왕의 창을 다시 들리라 맹세했으니.
디오네의 목소리가 온 세상에 울려 퍼졌다.
“……또 베이스캠프에서 난리가 났겠네.”
강선후는 그저 그 모습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여유로운 모습이지만, 강선후는 지금 디오네의 모습을 보며 굉장히 신이 나 있었다.
리리는 이제 그걸 알 것 같았다.
강선후는 다시 뒤를 돌았다.
이곳에서 내려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고민할 때.
갑자기 에드워드가 빽 역정을 냈다.
「내 볼일은 아직 다 안 끝났다! 이 무자식아!」
“……아.”
「아? 아라고 했냐? 이몸이 인내심을 발휘해서 램프 안에 처박혀 있었는데, 너는 그걸 까먹었다고! 네놈을 지금 당장 이 폭포 아래로 집어던지겠다!」
그렇게 말하며 에드워드는 씩씩댔다. 강선후가 난처한 미소를 짓자, 에드워드는 몸을 획 돌려 디오네를 바라보며 말했다.
「거인! 네가 이 도시의 책임자인 모양인데! 나는 에드워드다! 이 사막에서 가장 용맹하고, 전설 속에 이름을 남길 대해적이지!」
램프의 정령은 불멸의 거인 앞에서도 기세가 죽지 않았다.
「나! 선언한다! 이 도시에서 내가 원하는 걸 약탈하기로!」
강선후는 소리 죽여 웃었고, 리리 역시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디오네는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강선후와 리리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친우의 친우 역시 나의 친우입니다. 그대는 뭘 원합니까?」
「받는 게 아니라 뺏는 거다! 나는 해적이니깐!」
「……뭘 원합니까?」
「땅이다!」
땅?
예상치 못한 조건에 강선후도 웃음을 멈추고 에드워드를 바라보았다.
에드워드는 품속에서 획 하고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그곳에 들어 있는 건 뼛가루였다.
「이 꼬마놈을 위한 땅이다!」
강선후는 그 병에 들어 있는 뼛가루가 누군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입을 연 건 강선후였다.
“……그게, 당신에게 소원을 빌었던 그 꼬마인가요?”
「그래! 이 도시는 이놈의 소원이었다! 바위와 비린내 나는 이끼투성이여도 상관없다! 이 꼬마놈의 소원이니까! 나는 네녀석에게 땅을 뺏겠다!」
사정을 모를 디오네조차 에드워드의 목소리에 담겨 있는 열정, 그리고 열망을 느꼈다.
「술과 음식으로 가득찬 큰 배를 건조하라! 그리고 그곳에 이놈을 살게 하라! 이 도시에! 가장 비옥하고 넓은 땅을 이놈을 위해 바쳐라!」
선장은 오른손의 곡도를 휘두르며, 거인에게 유리 병을 내밀었다.
「그게 이 에드워드라는 꼬마의 소원이었으니까!」
디오네는 강선후를 바라보았다.
영문을 몰랐지만, 이 말을 들은 강선후의 눈빛에 동경이 담겨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걸로 충분했다.
디오네는 고개를 끄덕였고, 돌고래 한 마리가 다가와 그 유리병에 묶인 손잡이 줄을 조심스럽게 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