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18
118화
ep37. 남부 접경지대 (4)
텔라테리는 짐을 정리하기 시작하는 인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인간과 뱀파이어, 그리고 별의 자손이라니.
아무리 봐도 너무나 특이한 조합이었다. 뱀파이어와 별의 자손은 딱히 반목하는 종족이 아니었지만, 최소한 인간은 배타적인 성격을 타고 났다고 들었으니까.
‘모든 게 잘못된 소문이었을까?’
인간은 오래전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동방으로 떠났다고 들었다. 지금 이 근방에 남아 있는 인간은 소수 종족이라 여겨지고 있었다.
딱히 그 탓은 아니더라도, 텔라테리는 이곳에서 오랜 기간 머물었기에 평생 인간을 마주한 적이 없었다. 책이나 소문에만 의지할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직접 겪어 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구나.
“텔라테리.”
“아, 응.”
뱀파이어와 머리를 맞대고 한창 토론하던 인간이 문뜩 그녀를 불렀다.
“혹시, 이 근방에서 일어나는 특이한 현상 같은 거 있어요? 이런 지형은 처음 만나 봐서.”
“특이 현상…… 글쎄. 밤이 되면 조금 조심해야 한다는 거?”
“아무래도 좀 위험할까요?”
텔라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낮에는 태양이 비추고, 밤에는 달이 비춰야 하는데…… 이곳은 낮에는 태양의 광채가 비추지만, 밤에는 달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그래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자주 일어나.”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
인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결론은 빠르게 나왔다.
“그럼 아침까지 기다리자. 짐은 지금 미리 싸 두고 해가 뜨면 바로 출발할 거야.”
“응.”
인간과 뱀파이어는 아침까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텔라테리는 이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했다.
“우리 신입생은 이름이 뭘까?”
“강선후.”
“간…… 서누?”
“내 이름이 이계 사람들이 발음하기 좀 그런가?”
“힘들긴 해.”
“우리 뱀파이어 친구는?”
“리리.”
“리리?”
리리, 리리…….
어디에서 들어 본 듯한 이름인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에 지나가듯 들은 이름 같은데, 흔하지 않은 이름이라 익숙하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 기억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었으니까.
“교수님은요?”
“아직 바쁘시네.”
마탑의 모든 걸 텔라테리가 관리하는 듯한 모습에 인간은 약간 의문을 품었지만, 딱히 짚고 넘어가진 않았다. 타인의 삶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게 느껴졌다.
다음 날 아침, 이들은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 침낭을 접었다. 마침 지하 연구실에서 올라오던 텔라테리가 이들을 배웅했다. 이들은 말과 무거운 짐을 두고 가기로 했다.
“그러니까, 죽음의 협곡이 어디 있는지는 알지만, 그 안에 고성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고 있는 상황인 거죠?”
텔라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고성에 우리 연구를 진행시킬 무언가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중이고.”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데요?”
“고대 언젠가 엘드리치께서 만들어 낸 강령술의 비밀. 그리고 우리 나크샤론의 구체적인 역사.”
엘드리치가 부활시킨 두 명의 언데드를 조상으로 두고 태어난 종족, 나크샤론.
전승에 따르면 이랬지만, 그 구체적인 역사는 아무도 몰랐다.
그렇기에 나크샤론들은 자신의 선조와 엘드리치의 관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기를 바랐다. 그 역사 속에 강령술의 비밀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인간은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게 거기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성은 반드시 찾을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위험하지 않겠어?”
“이 사람한테 위험이란 단어는 그냥 들리지도 않아요. 포기하는 게 좋을걸요.”
옆에 서 있는 뱀파이어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텔라테리는 인간의 눈빛에 담긴 확신을 보고 더 이상 말릴 수가 없었다.
“아, 그리고.”
인간은 밤사이에 무언가를 빼곡하게 적어 둔 종이를 내밀었다.
“어제 보여 주신 룬 문자 보고 나름대로 분석해 봤는데요. 도움이 될진 모르겠는데 우선 받아 둬요.”
텔라테리는 인간이 건넨 종이를 받아 들었다.
나크샤론들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말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며, 명계의 사냥마…….”
그러고는 인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들의 최고 선배인 텔라테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떠나는 뱀파이어와 인간, 성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저, 선배님?”
“응.”
“저 인간, 정말로 신입생 맞나요?”
“글쎄.”
“……하지만 신입생이 아니라는 것도 말이 안 되잖아요. 이 마탑은…….”
“엘드리치의 표식을 지니고 있어야만 볼 수 있는 탑이지.”
후배 나크샤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텔라테리는 그런 인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녀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저 인간이 신입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니, 확실히 아니었다.
텔라테리의 머릿속에서는 자신이 믿고 따랐던 선지자 엘드리치의 전설이 떠나가지 않았다.
엘드리치께서 이 세상에 아직 존재하실까?
존재하신다고 가정을 해 본다면…….
텔라테리는 다시금 가슴 깊은 곳에서 흥분감이 올라옴을 느꼈다.
“샤리.”
“아, 네?”
“우리 서재에 아직 해석 안 된 구전 신화 정리본 있지 않았어?”
“그렇죠? 여기에서 하는 연구랑은 별로 상관이 없어서 그냥 놔둔 거긴 한데.”
“그거, 지금 해 보자.”
“네? 오늘 연구는 어쩌고요? 할 거 많은데?”
“……우리한테는 남는 게 시간이잖아.”
“그거…… 굉장히 잔인한 말인데요.”
텔라테리는 지하 연구실을 등진 채 후배들과 함께 2층 서재로 올라갔다.
* * *
조금 걷다가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 멀리 떨어지지 않은 마탑이 여전히 한눈에 들어왔다.
마탑 꼭대기에서 여전히 붉게 타오르는 마법 눈은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대체 저게 뭐야?”
“마탑 감시 초소 같은 거 아닐까? 아무리 마법사들이 학자에 가깝다곤 하지만, 이런 곳은 공격을 받기 쉬우니까.”
“거기까지는 알겠는데…… 저런 눈을 만들 수 있다고?”
룬으로 만들어 낸 게 아닌 건가? 마법에 대한 고정관념과는 달리 룬은 마력을 사용해서 작동하는 마법이 아니었다. 나는 마나나 마력과는 거리가 먼 보통 인간이니까.
이계의 법칙상 룬과 마력은 서로 별 상관이 없는 존재다. 그러니까 비유하자면 이렇다. 이 세상을 거대한 컴퓨터라고 치면 룬은 그 컴퓨터에 명령을 내리는 일종의 프로그램인 셈, 그리고 마력은 그 컴퓨터가 작동하면서 내뿜은 빛이나 소리에 가깝다.
그러니까 룬은 명령어, 마력은 대자연이 활동하면서 만들어지는 부산물인데, 힘을 품고 있는 부산물인 거지.
이게 정답인지는 모른다. 최소한 내가 느끼기에 그렇다는 것뿐.
물론 이런 비유를 리리나 이계 사람들이 알아들을 리 없으니 나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 사람들도 대략적인 원리는 알고 있지 않겠냐는 생각은 들었다.
걷다 보면 이런 식으로 잡생각이 많이 들기 마련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생각이 흘러가게 두는 걸 즐기는 편이기도 하고.
우리는 검은 땅을 밟으면서 나아갔다. 렐릭시나가 바닥을 밟을 때마다 뽀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단순한 흙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말해 주고 있었다.
내 옆에서 나란히 고삐를 잡고 있던 리리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첫 번째 태양이 한창 천공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고, 이제 막 두 번째 태양이 떠오른 시점이었다.
리리는 조금 불안해 보였다. 그 감정을 느꼈는지, 성녀는 뒤에서 리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리리는 그런 성녀를 힐끗 바라보다가,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불안하면 솔직하게 이야기해. 굳이 감출 필요 없으니까.”
“고성을 가는 것 때문에 불안한 게 아니야.”
리리는 고개를 내려 나를 바라보았다.
“뱀파이어는 운데라의 가호를 받는 종족이야.”
“지난번에 얘기했었지?”
“……그런데 이곳은 운데라의 가호가 제대로 닿지 않는 곳이고.”
고개를 돌려 리리를 바라보았다.
혹시 내가 모르는 큰 문제가 있는 건가?
나는 이계에서 살던 시절 대부분 혼자였던 터라, 사람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았다.
“문제 있는 거면 지금 말해. 혼자 고민하지 말고.”
“문제가 있는 건 아니야. 대신에…….”
찰나의 순간 우물쭈물하는 게 느껴졌다.
“놀라지만 말아줘.”
“……?”
무슨 의미인지는 몰랐지만, 리리가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거 같아서 넘겼다.
그날 밤, 우리는 야영을 일찍 시작하기로 했다.
* * *
성녀, 비바치시모는 이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야영 준비를 도왔다. 이들과 몇 주 동안 같이 다니면서 가장 빨리 야영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밤에는 이상 현상이 일어난다고 했지?”
그게 뭔지 모르는 이상 조심하게 움직이는 게 좋겠다고, 강선후가 말했다. 시간적으로 급한 것도 아니니 신중하게 움직이는 걸 택한 셈이었다. 몸을 감출 수 있는 바위틈을 찾아내어 그 안쪽에서 야영을 하기로 했다.
모닥불을 피우고, 텐트를 치고, 물을 끓이고, 식사를 마쳤다.
리리는 무릎을 감싸 안은 자세로 앉아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바치시모는 그런 리리 옆에 앉아, 잠시 리리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사이에, 바위틈을 뒤지고 있었다.
“……오! 찾았다!”
비바치시모는 고개를 들어 강선후를 바라보았고, 그와 동시에 강선후가 이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으아아!”
모닥불에 거의 현혹되다시피 있었던 리리가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났다.
“뭐야? 벌레?”
“리리, 오랜만에 그 나이다웠어.”
“갑자기 눈앞에 벌레가 튀어나오는데 멀쩡한 사람이 어디 있어!”
“성녀님은 괜찮은데?”
비바치시모는 꿈틀거리는 딱정벌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세히 바라보니, 배 쪽이 수정처럼 각지고 단단한 형태의 벌레였다.
“이건 바위틈이면 어디든 사는 벌레야. 보통 습한 곳을 찾아다니는 녀석인데, 먹을 만하다?”
“그런 걸 먹었어? 으엑.”
“리리가 배가 불렀네.”
“……배가 고파도 그런 건 안 먹어.”
“진짜 고파지면 이야기가 달라질걸? 아, 뱀파이어는 어차피 먹어도 소용이 없으려나?”
리리는 툴툴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비바치시모는 그가 내미는 벌레를 조용히 손으로 받아 들었다.
모닥불을 반사해서, 영롱한 빛을 내는 그것은 벌레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흔한 벌레인데, 모르시나 봐요?”
비바치시모는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교회 안에서 평생을 산 나는, 흔한 벌레를 처음 볼 정도로 세상을 몰랐구나.
강선후는 그런 성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 벌레가 산다는 건, 이곳이 마냥 죽음의 땅은 아니란 뜻이에요. 신기한 게 뭔지 알아요? 그 벌레 원래 노란색이에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파란색이잖아요? 이유가 뭘까요?”
그러면서 땅을 팠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습기가 찬 흙이 만져졌다.
“이 아래에 수맥이 흐르는 거 같아요. 보통 수맥에는 소량의 마력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곳의 수맥의 마력을 흡수할 수 있도록 진화한 모양이에요. 신기하지 않아요?”
비바치시모는 고개를 들어 강선후를 바라보았다.
그걸 설명하는 모습은 즐거워 보였다.
“이 땅이 마냥 죽음만 가득한 곳은 아니란 뜻이 되잖아요.”
예전에 이 남자를 만났을 때를 떠올려 봤다. 그때, 비바치시모는 강선후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어째서 이 모든 고행을 감당하는가?’
강선후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 대답에서 비바치시모는 이질감을 느꼈다.
고행이란 수도자에게 있어서 뗄 수 없는 삶의 일부였다. 성녀는 그것에 익숙한 종교인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고행은 전부 신을 찬양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녀는 태어났을 때부터 그 틈 속에서 살았기에 이유조차 생각해 본 적 없었으나, 그 사실을 이 인간을 만나고 나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인간에게 고행은 자유를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었다.
고행 자체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으며, 심지어 거기에서 일말의 즐거움을 찾기까지 했다.
비바치시모는 이 여정의 끝에서 죽고자 다짐했다.
하지만 이 남자를 따라다니는 이 주간의 여정 속에서, 삶에 대한 일련의 미련이 생김을 느꼈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 순간.
“어?”
하늘이 밝게 빛나며 별이 떨어졌다.
쿠우우웅—
그 별은 저 멀리, 산꼭대기를 감싸고 있는 검은 폭풍 안에 떨어지며 땅을 흔들었다.
강렬한 섬광과 함께 그 안에 있는 것의 실루엣이 비춰 보였다.
악마, 자살한 용이었다.
비바치시모는 예언자였고, 그녀가 내린 마지막 예언은 이것이었다.
제 아비를 따라 자살한 용이 지상에 미련을 갖는다.
그는 세상을 죽음의 기운으로 덮기 위해, 입김을 뿜으리라.
성녀는 느꼈다. 조금씩, 그 악마의 불결한 영혼이 눈을 뜨기 시작하는 것을.
성녀는 다시 한번 다짐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강선후를 바라보았다.
강선후는 성녀의 눈빛을 읽기 위해 노력했다.
“떠나시게요?”
비바치시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리는 성녀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느낌이 드는데.”
리리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강선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애초에 저 사람도 여기에 볼일이 있어서 온 거잖아. 원래 탐험을 하다 보면 이런 경우는 많아. 행선지가 같으면 잠시 동행하다가, 각자 목적지로 흩어지는 거지. 거기까지 신경 쓰는 건 오지랖이지 않을까.”
“……그래도 저렇게 보내도 괜찮은 거야?”
“이제 두 번째지? 성녀랑 마주친 거.”
“……응.”
“탐험하면서 느꼈는데, 두 번 만났으면 세 번째도 있기 마련이더라고. 읏차!”
그러면서 강선후는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쉬자. 아침에 해 뜨면 바로 출발할 거야.”
그런 그를, 리리는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응.”
딱히 할 말은 없었다.
* * *
텔라테리는 생각했다. 지식을 추종하는 건 굉장히 모순적인 일이다.
수십 년을 한 발자국씩 간신히 전진하여, 그렇게 고지로 오르는 것.
그게 세계의 비밀을 푸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이 주장은 대체로 옳았다.
하지만 간혹, 이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건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어떨 때는 간단한 수식이 수십 년 동안 늪 속에 헤매던 연구를 순식간에 하늘까지 끌어 올리는 단서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이걸 왜 몰랐지이이이!”
옆에서 지켜보던 후배들이 그 외침을 듣고 화들짝 놀랬다. 가끔 호흡도 버거워하던 이 선배가 이 정도의 목청을 가지고 있다니.
텔라테리는 완전히 완성된 룬 방정식을 바라보며 손을 덜덜 떨었다.
강선후가 해석한 탈레talle의 어떤 법칙.
“수많은 탈레talle 파생어가 가지고 있는 불특정성 사이에 일련의 규칙이 있었어…… 이걸 왜 몰랐지? 아니, 이건 모를 수밖에 없었잖아!”
“저, 그, 선배님?”
“이건 아직 증명되지 않은 고대 룬 공식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어야 증명할 수 있는 전제야! 뭐지? 샤비!”
“네! 저 여기 있어요!”
텔라테리는 샤비의 멱살을 잡았다. 그 앙상하고 항상 떨리던 손에서 이런 힘이 나온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 신입생…… 아니, 그분께서는 그냥 신입생이 아니야!”
“저…….”
“그분이 바로 엘드리치라고!”
“네?”
“잘 봐!”
텔라테리는 완성된 룬 방정식에 손을 얹고 말했다.
“탈레카눈tallekanuan.”
처음 듣는 탈레 언어에 샤비는 깜짝 놀랐다. 이건 들어본 적도 없는 탈레의 언어였다.
텔라테리는 그 인간이 건네준 어떤 쪽지에서 영감을 얻자마자, 순식간에 몇 단계나 그 지식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방정식을 형성한 룬 언어가 빛을 발했고, 그 위에 어떤 홀로그램 형상을 띄웠다.
그건, 모든 탈레가 가리키고 있는 좌표의 정체였다.
그 좌표는 고성을 가리키고 있는 게 아니었다. 이건 텔라테리의 착각일 뿐이었다.
그 좌표는 고성 안에 있을 어떤 지팡이를 가리키고 있었다.
엘드리치가 두 명의 인간을 되살릴 때 썼다고 적혀 있었다.
최초의 부활자, 아다마와 하바.
엘드리치의 역사는 엘드리치가 남긴 게 아니라, 그 덕분에 되살아난 언데드가 그를 기리기 위해 기록한 것이었다.
말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언젠가, 엘드리치께서 돌아오신다는 예언은 실현되리라.”
고인물은 이계가 너무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