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2
12화
경비대원들이 도착하고, 하운드와 여관 주인을 연행했다.
솔직히 나도 문제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여기는 야생이 아니고, 단순히 살아남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곳이었으니까. 사회라는 게 그런 곳이었다.
그렇다고 걱정을 하는 건 아니었다. 이계에서 살다 보니 어느새 사소한 부분에서는 감정적인 동요를 느끼지 않게 되었으니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동요하지 않는 멘탈은 생존에 큰 도움이 되니 좋은 게 좋은 거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경비대장이 지나가듯 이야기했다.
“저는 경찰이 아니고, 경찰처럼 행동할 의무도 없습니다.”
노골적인 대화를 나눌 필요는 없었기에 나도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경비대장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왠지 모를 신뢰가 있었다.
지하실의 뱀파이어에 관해서는 경비대에서는 어떤 권한이 없다고 했다. 상부에 보고를 올려야 했다지.
“보통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되나요?
“만약에 이 뱀파이어가 차원문이나 지구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처분됩니다.”
“처분이라. 얄짤 없네요.”
“하지만 그런 정황이 없다는 게 확실하다면, 그냥 추방하게 됩니다. 의외로 지구에 관한 내용은 이계인 입장에서 이해하하기 힘들거든요. 알아도 그저 미신 취급 하기도 하고요.”
나름대로 인도주의적인 절차가 있는 듯했다.
“인권단체에서 시위를 한 끝에 만들어진 절차입니다.”
“······.”
역시 세상은, 바뀌었어도 그대로였다.
“어쨌거나 저도 그편이 마음에 듭니다. 이계인들도 어쨌거나 사람이지 않습니까?”
확실히, 경비대장은 어떤 신념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싫지 않았던 거지.
***
차원문과 지구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
지구의 물품을 소지하고 있는지.
보복하기 위해 이 마을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
조사가 끝난 뒤 뱀파이어의 추방 소식이 들려왔다. 처분이 아니라 다행인 걸까? 나랑은 상관없지만, 웬만하면 잘 해결되는 쪽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지금 나의 온 신경은 완성된 집에 있었으니까.
“···흐흐.”
마을과 조금 떨어져 있는 작은 숲 속, 숲의 심장이 발생하기에는 규모가 좀 작은 곳에서 주변이 풍경에 잘 녹아드는 오두막을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한적한 자연 속에 내 오두막 하나 짓고 유유자적하게 살기.
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나는 역시 도심보다는 이런 환경을 선호했으니까.
한국에는 이렇게 살만한 곳이 없어서 망상 선에서 끝냈었는데, 이런 식으로 꿈을 이루게 될 줄은 정말로 몰랐다.
건물은 만들어졌지만, 아직 장사를 시작하지는 않았다.
이유야 간단했다. 아직 기본적인 가구조차 없기도 했고, 차소희에게 받은 돈에 경비대장의 의뢰비를 얹으면 마음 급할 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오두막을 짓는데 들어갈 비용을 아낀 게 컸다.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경비대장의 권한이란 게 생각보다는 강한 듯했다.
어쨌거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왜 벌써 세 명이나?”
점심 때가 되기도 전에 의뢰인이 셋이나 왔다 갔다. 물론 아직 문 안 열었다고 돌려보내긴 했지만, 중요한 건 왜 벌써냐는 거다. 나는 전단지도 안 돌렸는데?
애초에 여긴 마을 밖인 데다가 거리도 제법 되었다. 내 탐험 연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일부러 그렇게 선택했다.
그러니 지나가다가 들리는 건 불가능했다.
“···대체 왜?”
“그 의문을 이 몸이 해소해주겠도다. 나와 계약을 하자. 인간.”
하던 일을 멈추고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빤히 바라보았다.
“무슨 계약.”
“나 좀 풀어줘.”
나무와 나무 사이에 설치한 해먹에 둘둘 감긴 채 고개만 내밀고 있는 차소희가 찡찡거리기 시작했다. 참고로 저건 내 작품이었다. 작작 좀 깝쳐야지. 정신 사납게.
“풀어주어어어!”
“내가 내려오라 했지? 벌이야.”
“아아아아! 세상 사람들! 고대신이시여! 경비대장님! 얘가 사람 친다!”
“언제 쳤다고?”
“사람 친다아아악! 너 누명 씌울 거야!”
“···누명 쓰지 않는 방법 중 하나가 뭔지 알아?”
“뭔데?”
“진짜 혐의로 만들면 돼.”
옆에 세워뒀던 몽둥이를 들고 다가가자 고개를 푹 숙이는 차소희.
“죄송합니다. 넵. 제성.”
차소희는 비즈니스 업무를 맡은 듯했다. 계약한 물건을 확인하고 챙겨온다든가, 아니면 거래처 비위 맞추는 작업을 친다든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런 느낌이었다.
직업 특성상 이계를 자주 왕래할 수밖에 없었고, 올 때마다 내 오두막을 들르는 건 이제 슬슬 고정 스케줄이 되어가고 있었다.
해먹에 묶여 매달려있던 차소희는 나름대로 편해졌는지, 그 상태로 몸을 좌우로 흔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강선후, 네 일터 너무 좋은 거 아냐? 휴양지같애. 산림원”
“남의 일터가 그렇게 보인다고?”
“애초에 대놓고 노린 거 같은데? 그게 아니면 해먹을 왜 설치해?”
틀린 말은 아니긴 했다. 이곳은 그야말로 내 로망이 거름망 없이 발휘되고 있었으니까.
차소희는 그런 풍경이 꽤나 맘에 드는 듯, 계속해서 칭찬을 이어나갔다.
“나도 여기에서 살고 싶어. 맘만 먹으면 서울로 갈 수도 있잖아. 이렇게 생각하니까 입지가 진짜 좋은데? 서울 인프라의 녹지 주택? 미쳤다. 진짜 천국이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대체 왜 사람들이 이계에서 지낼 생각을 안 해? 아무리 위험해도 결국 양의 논리 아냐? 마을을 만들고 경비를 잘하면 영역도 넓어지는 거잖아.”
여기까지 생각하니까, 조금 더 생각이 넓어지면서 다른 이유가 보였다.
“···아닌가?”
생각해보니까 아닐 것 같긴 하다. 규모가 커지면 결국 왕국 단위에게 들킬 염려가 있고, 그렇게 되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었다.
높은 확률로 전쟁이 일어날 거고, 그 전쟁은 생각보다 큰 피해를 일으킬 거다. 이곳으로 전투기를 끌고 오는 건 꽤 힘든 일일 테니까.
이렇게 생각했는데,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차소희는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너 여기 온 지 얼마나 됐어?”
“나? 일주일. 이주일인가? 지구 시간으로는 모르겠어.”
“그동안 집에 안 갔어?”
고개를 끄덕였다. 위생이나 식사는 여관에서 해결했다. 조금 비쌌지만, 차원문 통행료를 생각하면 이쪽이 덜 귀찮고 싸게 먹히는 듯했다.
그리고, 이 점이 차소희에게는 꽤 특별하게 보인 듯했다.
“그거 안 되는 사람도 많아.”
안 되는 사람이 많다니? 나는 영문을 몰라서 하던 일을 멈추고 차소희를 바라보았다.
“뭐가 안 되는데?”
“이계에서 일주일도 못 지내는 사람 많다고. 나 같은 경우에는 사흘이 최대. 지구에서 하루 정도 쉬어줘야 해. 안 그럼 병나거든.”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 같았다.
이계의 독기를 견딜 수 있는 사람 사이에서도 차이가 있는 모양이었다.
“아마 베이스캠프 종사자 중 가장 잘 버티는 사람이 경비대장님. 그 사람이 지금 두 달 째랬나? 그랬어. 들리는 이야기로는 일 년도 될 거 같다는데. 아직 확인이 안 된 거고.”
“······.”
“너는 최소 6년. 맞지?”
순서가 잘못되긴 했다.
나는 그 모든 고통을 견뎌내고 나서야 이렇게 변한 거였으니까.
차소희는 이 참에 이야기를 더 해줬다. 이계 허가증은 10등급부터 1등급까지 있고, 탐사를 허가받을 수 있는 정도가 등급마다 달라진다고 했다.
지갑을 꺼내서 허가증에 쓰여 있는 숫자를 다시 확인해봤다.
“나는··· 8등급이네.”
차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통행 허가증이 10등급. 근데 넌 탐사 허가 시험 봤으니까 9등급인데, 만점 받아서 수석으로 8등급.”
“오.”
“근데, 이제 여기에서 독기 적응력이 발목을 잡는 거야. 아무리 역량이 높아봤자 나처럼 독기 적응 시간이 사흘 이러면 어차피 멀리 못 가거든.”
“그렇겠네.”
사람들이 이계에 제대로 진출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어렵고 말고를 떠나서 밀어버리겠다고 마음먹으면 저지를 수 있는 게 21세기의 인류다. 고작 이계 왕국이나 괴물 따위가 무서워서 몸을 사린다는 건 말이 안 됐다.
실제로 무서운 면모는 있지만, 그걸 지금 사람들이 알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근데 이거 등급은 어떻게 올리나? 실적 같은 걸 쌓으면 되려나?”
어련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잡담이나 하면서 식사를 준비했다.
“밥? 메뉴 뭐예요? 셰프님?”
“짬뽕라면밥. 발열팩 쓰는거.”
“어? 나 그거 좋아함.”
찬물만으로도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최근에 애용 중이었지. 물론 심부름은 차소희에게 부탁했다.
아직 정리가 덜 되어 여기저기 쌓여 있는 짐들을 바라보았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사무소도 열고, 무엇보다 ‘황금의 왕국’을 찾기 위한 걸음마가 시작되지만, 그전에는 여유롭게 준비하면서 숨을 돌려둘 생각이었다.
“차소희?”
어느 순간 차소희의 말소리가 사라졌다는 걸 깨닫고는 허리를 펴며 해먹 쪽을 바라보았다.
“······.”
차소희는 흔들흔들하는 해먹에 그대로 묶인 채 입을 살짝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이 닿는 곳에 있는 사람은···.
“뱀파이어네?”
뱀파이어와 차소희. 둘은 각자의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흡혈귀! 흡혈귀! 으아아! 선후야! 선후야!”
차소희가 몸부림치길래 진짜 다치겠다 싶어서 풀어줬다. 그러자 쏙 하고 내 등 뒤로 숨어 들어가는 차소희.
“왜에? 흡혈귀가 왜 여기 있어? 히이익!”
뱀파이어가 뭔지는 최소한 알고 있는 눈치였다. 사실 낮에도 돌아다니고, 송곳니도 없고, 보편적으로 아는 뱀파이어와는 차이가 좀 있는데도 바로 알아봤으니까.
“선후야! 뱀파이어! 뱀파이어라니까?”
“나도 알아.”
“뭐?”
“알고 있었어. 근처에 있는 거.”
사실 신경을 쓰지 않았다뿐이지 며칠 전부터 알고 있었다. 뱀파이어는 계속해서 내 주변을 맴돌고 있었으니까. 가끔은 나무 뒤에서 눈만 빼꼼 내밀고 나를 지켜보기도 했다.
나름대로 숨어있으려고 한 모양인데, 너무 엉성해서 오히려 긴장이 풀릴 지경이었다.
방해되는 건 아니었고 공격할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위험해 보이는 구석이 하나도 없어서 그냥 내버려 뒀었지.
차소희의 비명에 뱀파이어도 깜짝 놀랐는지, 나무 뒤에 몸을 반쯤 가리고는 이쪽을 바라보았다. 눈을 게슴츠레 뜬 게 꽤 놀란 듯했다.
“노베르스novers······.”
무슨 의미지? 발음은 룬 언어가 맞는 듯한데, 뭔가 귀에 익은 듯한 느낌은 있었지만 의미는 알 수 없었다.
어쨌거나 뱀파이어와 차소희가 고개만 내밀고 서로를 쳐다보는 꼴이 꽤 우스웠다,
저 뱀파이어가 숨는 걸 그만둔 이유가 뭘까?
꼬르륵——
순식간에 긴장이 풀린 차소희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이 애, 배고픈가 봐.”
“······.”
정리나 마저 해야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둘을 내버려 두고 오두막 안쪽으로 들어갔다.
***
아무래도 뱀파이어가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정말로 배고파서가 맞는 듯했다. 김을 뿜고 음식 냄새가 나기 시작한 전식 봉투를 아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이계의 뱀파이어는 그저 인종 중 하나일 뿐, 호전적인 종족이 아니라고 설명하니 차소희는 금방 받아들였다.
“어차피 그··· 지구 인류에 관한 이야기만 안 하면 마주쳐도 별문제 없긴 해. 실제로 문화 연구한다고 교류하는 사람도 있고.”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이미 세상 사람들은 룬 언어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잖아? 이 사실은 교류가 아예 없지는 않다는 방증이었다.
“···뱀파이어면, 피를 먹겠지?”
여기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피’만’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소금이나 허브가 우리의 주식이 될 수 없듯, 뱀파이어에게 피 외의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음···. 어?”
차소희가 뭔가 아이디어를 낸 듯 손뼉을 딱! 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마을 좀 다녀올게!”
오래 지나지 않아 돌아온 차소희는 한동안 무릎을 짚고 헉헉댔다.
그런데, 그 손에 들려 있는 건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거였다.
“선지해장국?”
레토르트 선지해장국. 마트 할인 진열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그거였다.
“어디에서 얻은 거야?”
“허억, 허억, 여관 식사 메뉴야. 후우··· 이거 만오천 원이다? 미친 거 아냐?”
“커피보다 오천 원 싸네. 뭐 하려고?”
“피, 이거 피잖아?”
다시 고개를 든 차소희가 나를 보더니 살짝 눈치를 봤다.
“피··· 맞지? 선지 피 맞지?”
진짜 미쳤나?
“너답다. 피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선지해장국을 떠올렸다고? 그리고 그걸 진짜로 사 와?”
“헤, 맘에 안 들어? 내가 쫌 오바했나?”
나는 나무 뒤에서 영문도 모르고 지켜보는 뱀파이어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차소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당장 하자.”
난 지금 매우 진지했다.
***
하운드 협회는 결속력 있는 조직이 아니었다. 개개인의 하운드들이 이익을 위해서 모인 단체에 가까웠다.
자신들의 이득에 반하는 정책이 추진되면 시위를 해서 무마시켰고, 협회에 가입해야만 공유할 수 있도록 이계의 정보를 통제하고 담합했다.
그렇기에, 이계 탐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하운드 협회에 가입하거나, 패스파인더 회사에 취직하는 방법 말고는 거의 없었다.
협회는 애초에 끈끈한 단체가 아니었기에, 하운드들은 뜻이 맞는 이들끼리 모여 점조직을 이루고는 했다.
이계의 치안은 좋을 리가 없었고, 그렇기에 범죄에 몸을 담그는 이들이 생겨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으며, 그들 중에서는 야망이 비대한 리더가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서지아는 이 모든 사항에 해당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그래서, 뱀파이어를 잃었다고요?”
“그··· 경비대에서 발견한 뒤 외부로 추방했다고 합니다.”
“그래요?”
스릉—
보고하는 부하 하운드에게 등을 보인 채, 독서등을 켜고 자신의 무기를 들어서 날을 유심히 살펴보는 서지아.
그저 평소처럼 장비를 점검하는 것뿐이었으나, 그 행동에 부하들은 식은땀을 애써 훔쳐야만 했다.
하운드 협회의 실적 10위. 해외에서 청부업을 하다가 차원문이 열리고 밀입국했다는 섬찟한 소문이 도는 하운드. 서지아는 협회 내의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입지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 키 큰 분.”
“네, 네.”
“관등성명 안 해요?”
“죄, 죄송합니다. 7등급 하운드 지태호입니다.”
“그 뱀파이어가 귀족인 건 알고 있었죠? 어깨에 룬 문신이 있었다는 건요? 한두 푼 하는 상품이 아니었겠죠?”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당신에게 밀수 과정을 전부 맡긴 것도, 당신을 전적으로 믿었기 때문이라는 건 알고 계셨어요?”
“···알고 있었습니다.”
스릉—
“그런데, 어떻게 하룻밤 만에 상품하고 부하 둘을 잃을 수 있어요? 믿은 제가 병신이었나요?”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하지 말고, 이유를 말하세요.”
“···어떤 남자 하나가 난데없이 쳐들어와서 바닥을 부쉈다고 합니다. 뱀파이어를 숨겨둔 지하실 천장을요.”
나이프의 검날을 천으로 문지르던 서지아는 손을 멈추고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하운드가 아니라요? 다른 조직 놈들이 끼어들었던 게 아니었어요?”
“그렇습니다. 확인했는데 협회에 등록된 놈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다른 부하 하나가 들어왔다.
“사장님!”
“네.”
“그, 그 드라큘라인지 뭐시기인지···.”
“뱀파이어.”
“아, 네. 그게 베이스캠프 외부의 작은 숲에서 다시 발견되었답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서지아가 고개를 돌리자, 부하는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숲에 이상한 오두막을 지은 놈이 하나 있습니다. 그 근처에서 서성인다고 하더군요. 우리 애가 몰래 갔다가 목격했다고 합니다.”
“오두막?”
“어? 사장님! 거기 산다는 놈이 여관에서 우리 물건 건드린 그놈입니다!”
부우욱—!
장비 정리를 마친 서지아는 가방 속에 다시금 물건을 넣은 뒤, 지퍼를 잠갔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상품 회수해야죠. 우리 부하님들께 기회를 한 번 더 드릴게요.”
“그, 떠도는 소문이지만 그 녀석은 이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장담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이계에 대해 저보다 잘 아는 사람은 협회장 뿐이에요.”
서지아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꽃을 하나 꺼내들었다.
“이계가 어떤 곳인지 알게 해 줄 필요가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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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이계가 어떤 곳인지 알려줄 필요가 있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