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3
13화
***
이계 정책 연구 기업 OWIC.
그곳의 전략기획본부 통합분석실 1팀에서는 한창 브리핑이 진행 중이었다.
=======================
<인물 보고서>
이름: 서지아
나이: 불명
···
특이사항:
– 하운드 협회 서열 10위, 휘하의 부하 대략 열네 명(추정).
– 이계의 치안 공백을 이용해 범죄소득을 얻는 걸로 추정
···
=========================
“그러니까, 이 서지아라는 하운드가 지금 강선후를 노린다는 거지?”
“어젯밤 들어온 첩보입니다. 정확도는 확실 등급입니다.”
“왜 갑자기 하운드가 그 사람을 노리는 거지?”
주임 정지훈은 미리 준비해둔 사건 보고서를 화면에 올렸다.
“서지아의 휘하 하운드 둘이 AS(Another Species) 개체 하나를 무단 반입 하려다 입건되었습니다. 그 이유가 강선후 때문입니다. 보복이 목적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강선후 때문이라고?”
“하운드들은 여관 주인과 사주하여 건물 지하에 AS를 숨겼습니다. 어떻게든 게이트를 넘어와야 하니 방법을 찾는 중이었을 텐데, 강선후가 그걸 찾아냈다고 합니다.”
“어쩌다가?”
“경비대장의 증언으로는···.”
정지훈은 조금 주저했다. 다음에 할 내용이 본인 생각에도 어처구니가 없기 때문이었다.
“냄새를 맡았다고 합니다.”
“냄새? 단서를 찾았다는 뜻인가?”
“아닙니다.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냄새를 맡았다고 합니다.”
“···이계에서 나오는 변칙 물품을 소지하고 있는 건 아니었나?”
정지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강선후는 귀환 즉시 우리 회사에서 케어했습니다. 소지품 검사도 바로 했고, 특기할 만한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압류 근거가 없어서 전부 돌려줬었고요.”
그나마 도끼가 있었으나, 그건 재질이 조금 의문일 뿐 도끼 자체에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니었다.
“···조사부서 선임이 강선후를 꼭 스카웃해야 한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이계에서 최소 2년 동안은 활동한 인물이니까요. 조사부에서 욕심을 내는 게 이상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통합분석실에 필요한 인재인가?”
요즘 들어 OWIC 내에서 강선후란 인물 이야기가 꽤 나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지훈은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R&D본부의 한 연구원은 강선후의 조난 기간이 7년 이상이라고 주장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럼 확정된 시간 2년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고, 그 시간도 대단하긴 하나 거창하게 스카웃까지 생각할 건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렇군···.”
고성탁 책임은 정지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계에서 좀 살아봤다고 전부가 아니니까.”
“그렇습니다.”
“그래도 이용 가치는 조금이나마 있겠지? 떨거지 하운드들보단 나을 수 있으니까.”
“무슨 생각이 있으십니까?”
고성탁 책임은 미리 생각해놓은 아이디어를 죽 읊었다.
“빚을 지어놓는 거야. 명분은 생각보다 사람을 많이 옥죄거든.”
그렇게 말하며 다시 화면을 가리켰다.
“저 서지아라는 하운드가 이번에 강선후를 덮칠 생각이다. 맞나?”
“그렇습니다.”
“우리 요원들 데리고 가서 한 번 보호해줘. 아주 극적으로, 습격당하기 직전에. 할 수 있지?”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명함만 건네고 와. 우선 처음에는 그걸로도 충분할 거야. 그렇게 조금씩, 신경 쓰게 만들다 보면 우리 입맛대로 움직이게 될 테니까.”
“조속히 준비하겠습니다.”
“서지아한테 죽어버리기 전에 서둘러.”
정지훈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
차소희와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열심히 숟가락을 놀리는 뱀파이어를 빤히 바라보았다. 물론 우리도 각자 밥을 먹고 있었다.
“···잘 먹네.”
이건 내 감상이었다. 그리고.
“···K-선지해장국의 이계 진출! 개척주의자 미국인이 온건한 문화 전파에 놀라고 일본이 안절부절! 한류 열풍 어디까지?”
이건 차소희의 호들갑이었다.
“···라고 유튜브 하면 잘 될 거 같지 않아? 이거 대박 아냐?”
굉장히 원망스러운 사실 하나는, 저 헛소리가 마냥 헛소리로만 들리진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결론은 명확했다.
“안 해.”
“그럴 거 같았어.”
“유튜브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 처음 몇 번 이슈 잘 끌더라도, 아마 나중 가면 영상 제작에 치여서 내가 끌려다닐걸.”
영상은 단순하게 찍기만 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말솜씨도 있어야 하고, 톡톡 튀는 콘텐츠 아이디어도 매일매일 나와야 했다.
내가 재능이 있다 치더라도 온 시간을 거기에 꼬라박아야 할 게 뻔했다.
그건 주객전도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있었으니, 그렇게 시간 많이 때려 박는 일은 사절이었다.
“흐음······.”
그런데, 차소희는 아닌 모양이었다. 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아서 주제를 돌렸다.
뱀파이어는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었다. 며칠을 굶은 걸까? 잡혀 있었을 때도 잘 먹었을 리가 없겠지.
놀라운 건, 저렇게 될 때까지 허기에 이성을 잃지 않았다는 거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무언가 품위가 느껴졌다.
“······.”
정신없이 냄비를 통째로 다 비운 뱀파이어는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는 무릎을 꿇은 자세 그대로 초조하게 눈치를 보고 있었다.
거칠게 살아온 것 치곤 윤기를 유지하는 길다란 흑발, 그리고 인간이 아님을 상징하는 적안과 엄청나게 하얀 피부.
입고 있는 검붉은 드레스는 조금 해져 있었지만, 꽤 고급스러운 마감이 느껴졌다.
나이는 겉보기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이 표현이 얼마나 애매한지는 나도 잘 알고 있었다. 뱀파이어가 어떻게 나이를 먹는지는 잘 모르기도 하고.
내가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뱀파이어는 살짝 반응했다. 하지만 확실히 예전보다는 경계심이 누그러져 있었다.
이계에서 살던 첫 1년, 도시에서 어떻게든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려고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국경을 떠나, 다른 세계선에서도 통하는 게 있지.
나는 조심스럽게 내 가슴에 손을 얹었다.
“강선후.”
“···?”
“강. 선. 후.”
“간···서누?”
뒤에서 가만히 듣고 있었던 차소희가 깔깔대었다.
“간서누. 아하하! 간서누!”
“조용히 해.”
복잡한 표정으로 우리를 번갈아 바라보던 리리는 다리를 털며 일어나, 정 자세로 선 뒤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조금 숙였다.
“리리.”
오오—
뒤에서 차소희가 관심을 가지며 다가왔다. 나는 별다른 반응 없이 그저 지켜만 보았다.
“리리 신카.”
“리리··· 신카?”
본인을 리리라고 소개한 뱀파이어는 긍정의 의미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신카’라는 성이 있다면 귀족일 가능성이 있었다. 제스쳐나, 굶주림을 버티는 의지나, 입고 있는 옷이나 모두 그 사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왜 귀족 신분이 여기까지 와서 생고생을 하고 있었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찰나.
“···!”
리리가 갑자기 마을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후다닥 오두막 안쪽으로 달려들어 갔다.
“갑자기 왜 저러지?”
열심히 숟가락질하던 차소희가 놀라 의문을 품었지만, 나는 금방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마을 쪽에서 인기척 하나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꼈으니까.
후드를 뒤집어쓴 어떤 남자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남자는 후드를 벗으며 활기차게 말했다. 투블럭컷 머리, 조금은 흔한 스타일이었다.
말투가 손님은 아닌 거 같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좀 멋쩍었는지 먼저 용건을 꺼냈다.
“저는 베이스캠프 잡화점 직원입니다. 이쪽에 가게를 차렸다고 해서 왔는데요.”
“어? 안녕하세요.”
차소희가 마치 제 일인 것처럼 반겼다.
“베이스캠프 바깥에 이렇게 가게 차리는 분이 계실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 위험하지 않으신가요? 그, 혹시···.”
차소희와 눈을 마주치며 방긋 웃던 그는 힐끗 내 쪽을 바라보았다.
“···이계 생물들이 막 방문하고, 그러지 않던가요?”
이 순간, 남자의 웃는 표정 뒤편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구경하는 척하면서 여기저기를 훑고 있는 듯 여유로운 표정이었으나, 내가 보기에는 무언가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듯한 시선처럼 느껴졌다.
예를 들어보자면, 무기가 있는지, 구조는 어떤지, 아니면 자신들이 찾고 있는 것의 흔적은 있는지.
이런 것들 말이다.
“무슨 용무로 오셨어요?”
내가 질문을 던지자마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종이 가방을 건넸다.
열어보니, 안에는 꽃이 심겨 있는 화분이 들어 있었다.
“개업 선물 겸 가져왔습니다. 조심해서 다뤄주세요. 아주 예민한 꽃이거든요.”
“···이게 뭐죠? 처음 보는데.”
“이계에서 자생하는 관상용 꽃입니다. 요즘 조금씩 유행 타고 있어요. 낮에는 살짝 고개를 숙인 하얀 꽃인데, 해가 지면 고개를 들고 희미하게 빛을 발합니다.”
“그래요?”
“그게 진짜 예쁘거든요. 오늘 밤 꼭 한 번 확인해보세요. 한창 이제 꽃을 피울 시기예요.”
“오, 진짜 예쁘다! 감사합니다!”
차소희가 꾸벅 인사를 했고, 남자는 거기에 화답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한 번 더 인사 드릴게요.”
차소희는 신기하다는 듯한 눈으로 화분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멀어져가는 남자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
이계의 하루는 현실보다 길었다.
그래서, 밤에 움직이려는 자들은 이계에서 대낮부터 대기해야 했다. 현실과 이계가 동시에 밤이 아닌 경우가 많았으니까.
검은색 재킷을 입은 남자 셋이 마을 외곽으로 몰래 빠져나갔다. 원래 마을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관리 사무소에 신고해야 했으나, 이들은 신고하면 안 되는 일을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 근처 어디였는데···. 아 씨, 모르겠네.”
“쉿!”
괴한은 자기 앞에서 중얼거리는 사람의 뒤통수를 툭 쳤다.
“다 들키면 어쩌려고 그러냐. 목소리 안 낮춰?”
“아 씨, 아직 한참 남았잖아요!”
“그 새끼, 보통 아니라는 소문이 돌아. 베이스캠프 여관에서 사람들 하는 말 못 들었냐?”
“보통 아니어봤자 지금쯤 침 질질 흘리고 자고 있지 않겠습니까?”
맨 뒤에서 실실 쪼개는 남자는 점심때 강선후에게 화분을 건넨 그 사람이었다.
“아까 낮에 방문했을 때, 뱀파이어가 오두막으로 숨어 들어가는 걸 봤습니다.”
“씨발. 꼬셨나? 개 부럽다. 시팔새끼!”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안 그래도 콧대 높은 뱀파이어인데다가, 귀족입니다. 그년 아마 지금쯤 어디 가고 없을 겁니다.”
“그럼 어떻게 찾아?”
“팔다리 한두 개 부러뜨리고 물어보면 다 부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거 버틸 사람 없어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이전의 그 숲으로 도착했다.
이들은 각자 몽둥이와 멍키스패너 등을 꺼내 들었다.
“죽이면 안 됩니까?”
“안 돼. 사장 년이 죽이지 말라 했다. 죽이면 상황 복잡해져. 여기가 완전히 마을이랑 관련 없는 곳도 아니니까.”
“참, 자리 오묘하게도 잡아놨네.”
문 앞에 도달하며 이들은 완전히 말을 멈췄다. 지구로 복귀하지 않았다는 건 미리 차원문에 보초를 새워서 확인한 뒤였다. 여기에 있을 게 분명할 터.
달빛에만 의지한 채, 서로 눈빛을 한 번씩 교환한 뒤.
끼이익—
문을 조금씩 열었다.
안쪽에는 희미한 기름 등이 켜져 있었다. 새벽이 되도록 잠자리에 들지 않은 게 아니었다.
“···흐흐.”
정리가 되지 않은 방 세 개짜리 작은 오두막.
한 선반에 올려져 있는 하얀 꽃은 희미한 초록색 빛을 내뿜고 있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끔찍한 악몽을 불러와,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잃게 하는 빛.
남자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서둘러 고개를 돌려 꽃을 외면했다.
그들이 보고 있는 건 꽃 바로 앞에 쓰러져 있는 검은 머리의 여자였다.
그게 자신들의 상품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미소를 지었다.
***
[보고, 하운드들 움직입니다.]테이저건과 경찰용 곤봉, 그리고 경방어구로 무장한 네 명의 남자. 그리고 OWIC의 전략기획본부 소속 주임 정지훈은 상황을 보고받자마자 바로 투입했다.
“다들 잘 알지. 강선후를 공격하는 하운드들을 제압한다. 우리가 그를 도와준다는 느낌을 확 줘야 한다.”
“알겠습니다.”
이들은 일부러 강선후가 ‘공격받기 직전’에 투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너무 미리 움직이다 하운드가 도망쳐버리면 도와준다는 느낌을 줄 수 없을 테니까.
그래서, 하운드들이 오두막 안으로 진입하자마자 바로 작전을 시작했다.
OWIC의 요원들은 숙련된 움직임으로 오두막에 접근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한창 안쪽에서 시끄러워야 할 오두막은, 바짝 다가갔을 때조차 아무런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으니까.
벌써 상황 종료일 리는 없었다. 만에 하나 정지훈이 늦었더라도, 뒤처리하는 하운드들의 말소리 정도는 들리는 게 정상이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정지훈이 문고리를 부여잡은 순간.
“···내가 돌아오고 나서 부터 이제까지 지내면서 느낀 게 하나 있어.”
안쪽에서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싸움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너무나 평온하고, 조금은 나긋나긋하다고까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조금씩 신음이 섞여 있는 느낌도 들었다.
정지훈은 정지 수신호를 한 뒤, 조용히 문에 귀를 가져다 댔다.
“세상이 내 생각보다도 더 개판이라는 거야.”
정지훈이 듣기에, 이건 하운드의 목소리가 절대로 아니었다.
“이계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르고 시험은 거의 가라로 치고 있지. 나라에서는 부담하기 싫다고 관리 권한을 사기업에 위임하질 않나, 그렇다고 관리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양아치 새끼들이 사고나 치고 다니고···.”
그렇다면···.
방금 머릿속에 떠오른 가정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거 말고는 다른 ‘현실’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내가 여기 온 지 한 달이 아직 안 된 거 같은데, 너희 새끼들을 벌써 세 번째 패고 있어. 내가 무슨 데드풀이야? 니들 사이에서는 소문도 안 돌아? 어쨌든 나는 할 일이 있고, 어린애 소꿉놀이에 끼어들 생각이 전혀 없거든. 그러니까···. 바크vakk.”
콰앙—!
“으윽···!”
귀를 바짝 대고 있었던 문에서 격한 진동이 느껴졌고, 정지훈은 갑작스러운 통증에 인상을 쓰며 뒷걸음질 쳤다.
“밖에 있는 새끼들도 얘기 좀 하게 얌전히 들어와. 뒤지기 싫으면.”
이 순간, 정지훈은 오해를 서둘러 풀어야 한다는 다급함으로 가득 차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사라졌다.
────────────────────────────────────
ep6. 이계가 어떤 곳인지 알려줄 필요가 있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