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5
15화
차소희는 순간적으로 멍해진 정신을 부여잡기 위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방금 본 장면을 돌이켜보았다.
강선후는 입에 궐련을 물었다. 그 뒤, 불꽃을 만들어내서 담뱃불을 붙였다.
‘불꽃을 어떻게 만들었지?’
강선후 입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짧은 단어가 튀어나왔다.
들어도 어떻게 발음하는지조차 상상할 수 없는 단어였다. 인간의 성대와 혀, 입술로 그런 발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이 뒤로, 하얀 연기가 스며 나오며 강선후의 모습이 사라졌다.
연막탄 같은 것이 아니었다. 연기는 그 몸을 가릴 정도로 충분히 짙지 않았다. 그저 조금 진한 담배 연기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강선후의 모습은 분명 허공에서 갑작스럽게, 아무런 징조도 없이 사라졌다.
어지러움 같은 게 느껴졌으나 기분 탓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차소희.”
그때,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꿈의 저편에서 들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차소희.”
어느 순간 강선후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기 직전 그 위치에서 그 자세 그대로 선 채 차소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 차렸어?”
“아, 응. 뭐야? 뭐지? 내가 헛것을 봤나? 귀신에 홀렸나?”
그러더니 헉! 하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흡혈귀한테 홀렸나!”
하고 뒤를 바라봤는데, 똑같이 놀란 표정인 건 리리도 마찬가지였다.
“···아닌가?”
“어땠어?”
차소희는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 네가 안 보였어.”
“갑자기 사라졌어?”
“응. 그리고 뭔가 어지러웠어. 꿈속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몽유병에 걸려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신기한 기분이었어.”
“어디 아프거나 그러진 않았고?”
차소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쾌하거나 그러진 않았어. 그냥 멍한 느낌?”
“좋았어.”
강선후는 생각했던 대로 되었다는 듯 좋아했지만, 여전히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뭔지 알려줘!”
“저 꽃의 씨방 부분에서 추출한 수액을 이파리 말린 거에 적신 거야. 수액에는 부작용이 심한 환각 효과가 있는데, 말린 잎이 타들어 가면서 중화되어서 부작용이 사라져.”
“환각?”
강선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꽃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 만들어내는 효과야. 남들이 자신을 보지 못하게 하고, 거기에 더 나아가 온갖 환각에 시달리게 하는 거지.”
“그래서 내가 널 못 본 거라고?”
“어. 그걸 응용해서 날 못 보게 할 수 있어. 실제로 투명해지는 건 아니지만.”
“연기 마시는 건 똑같은데 너는 환각에 안 시달려?”
“엉.”
“어떻게?”
“영업 비밀.”
“저 연기가 왜 너만 딱 가려주는 거야?”
“영업 비밀.”
“···네 C 드라이브 새 폴더(2)에 들어있는 세 번째 영상은 무슨 생각으로 받은 거야?”
“그걸 봤냐?”
“어? 진짜 있어? 미친. 나도 보여줘.”
차소희의 유체이탈 헛소리가 시작될 거 같다는 생각에 강선후는 말을 돌렸다.
“이거라면 위험한 순간에 꽤 도움이 될 거야.”
강선후의 모든 사고방식은 탐험을 위한 준비에 귀결되어 있었다.
그는 정말로 새로운 세상이 주는 두근거림에 미쳐 있었다.
차소희는 저 설레는 표정이 부러웠다.
사회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것에 의심 없이 매진하는 모습에 동경심을 품었다.
“너 혹시 담배 같다고 이거 막 물면 안 된다? 이거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사용하면 큰일 나.”
“나 원래 담배 안 피우거든. 관심도 없네요. 근데 왜 너 아니면 큰일 나?”
차소희는 강선후가 궐련을 입에 문 순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와 원인불명의 불꽃을 보았던 걸 기억했다.
“영업 비밀.”
“다 비밀이네!”
“내 영업장 직원 되면 알 수 있을지도.”
“퇴사하면 생각해볼게요~.”
강선후는 자신의 오두막을 다시금 올려다보았다.
아직은 1층짜리, 작은 방만 세 개 있는 좀 큰 컨테이너나 다름없었고 최소한의 집 역할을 하는 정도로만 지어져 엉성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선에는 뿌듯함이 서려 있었다.
“준비가 슬슬 끝나가니, 이제 시작하자.”
강선후는 벽에 걸려 있는 팻말을 돌렸다.
<탐험가 길드 사무소>
<영업 중>
***
소화 가루와 물, 그리고 젖은 재 투성이가 된 사무실을 청소해야 했기에 서지아는 사무실 옆에 딸린 작은 방에서 며칠을 보냈다.
종잇조각을 보냈다는 부하 직원은 다시 데려올 수 없었다. 그 녀석을 잡아갔던 OWIC에서 인도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OWIC은 서지아 정도 되는 하운드여도 함부로 건들 수 없었다.
지금 가장 큰 의문은 원래는 서지아와 OWIC의 관계는 우호적인 편이었다는 데에 있었다.
“대체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거지?”
OWIC은 여론에게 들키면 공분을 살만한 행동을 꽤 많이 했고, 그 수단으로 서지아를 이용하고는 했다.
서지아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었기에 나름대로 OWIC을 이용했다.
윈윈 관계였다고 생각했다. 범국가적인 규모의 이계 연구 회사를 백으로 둔다면 나쁠 게 전혀 없었으니까.
“···근데 왜?”
갑자기 OWIC이 그녀에게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한동안 이계에서 허튼짓을 하면 유감을 표할 수 있다는 정중한 ‘경고’까지 전달받았다.
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에는 강선후에 대해 생각했다.
서지아는 강선후에게 악감정이 없었다. 아니, 아예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쪽이 더 옳았다.
그녀가 신경 쓰는 건 그저 뱀파이어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시점까지 되자 그녀의 시선은 오히려 뱀파이어보다 강선후에게 더 쏠리기 시작했다.
뱀파이어는 어차피 상품이었다. 잃어봤자 돈을 조금 덜 벌 뿐이었다. 운이 안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강선후는 달랐다. 그에 대해서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이상한 정보만이 들어왔다.
스캐븐 울프의 무리 앞에서 전혀 기세를 잃지 않았다고 했다. 소문으로는 눈빛만으로 쫓아냈다지.
그리고 하운드 협회 소속 유튜버가 우연히 얻은 열매로 개짓거리를 하는 걸 미리 포착했고.
뱀파이어가 갇혀 있는 여관에서 하운드 둘을 한 번에 처리했다. 서지아 본인의 부하였기에 만만한 놈들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도, 강선후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밤에 기습한 세 명을 상처 하나 없이 제압하고, 그 와중에 OWIC의 정보팀 엘리트들이 그 사람한테 쩔쩔맨다는 이야기까지···.”
물론 후자는 그저 소문일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걸 배제하고 보더라도 범상치가 않았다.
강선후에 대한 서지아의 시선은, 귀찮은 방해꾼에서 호기심이 동하는 남자로 변해 있었다. 강한 남자일까?
강한 남자라면, 내 곁에 두는 쪽이 맞지 않을까?
“···돈은 좋아하려나?”
왠지 모를 욕심이 생기는 걸 느끼며 서지아는 미소를 지었다.
***
“막상 영업 중 딱지가 붙으니까 여유롭네.”
어젯밤에는 룬 언어에 관한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사실 연구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냥 오랜만에 책장에 꽂힌 일지를 꺼냈을 뿐이었다.
그 첫 페이지에 있는 내용은 도시에서 적은 것들이었고, 내가 기억했던 것보다 더 많은 내용의 룬 언어가 있었다.
“언제 한 번 시간 내서 공부해야겠어.”
지금은 따로 할 일이 있었다.
문에 잠금장치도 설치해야 하고, 손전등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려면 건전지도 필요했지.
최근에는 차소희에게 심부름을 좀 시켰고 차소희도 별 말 없이 따라줬으나, 오랜만에 서울 구경 좀 할 겸 직접 나가기로 했다.
“어디 좀 갔다 올게.”
간이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던 리리는 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했다.
알아들었을 리가 없는데···.
요즘에는 알짱거리는 걸 넘어서서 거리감이 아예 사라진 수준까지 되어버렸다.
가끔씩 사라지다가, 어느 순간 아무렇지 않게 근처에 있는 게 꼭 시골의 길고양이 같았다.
대놓고 내 일을 거들어주기까지 하니 나도 리리를 길거리 고양이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길고양이는 너무 취급이 심한가?”
그래도 사람인데.
괜히 헛웃음이 나와서 그냥 고개를 가로젔고는 마을로 출발했다.
평소와 같은 마을이었다. 외곽 쪽에 건물 두 채가 더 올라가는 걸 보니 조금씩 인구가 증가하고 있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은 다른 지역보다 독기가 옅은 편에 속했다. 같은 이계여도 독기의 농도는 위치마다 달랐다. 허가증 시험 장소로 사용된 곳은 마을 바로 남쪽 부근, 인간이 점령한 곳 중에서 가장 독기가 낮은 곳이라고 했다.
듣자 하니 한국은 굉장히 특이 케이스라고 했다. 이 정도로 이계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나라가 없다지?
한국은 차원문이 도심 한가운데에 열린 세계 유일의 국가였다.
바로 연결되는 이계 지역마저 평탄하고 조용해서 대규모 베이스캠프를 빠르게 건설할 수 있었단다.
몇 년 만에 균열을 생성, 제어하는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나올 만한 나라였다. 듣자 하니 이계의 기술을 조금 훔쳤다는 소문도 돌더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마을 중앙부로 진입했다. 가로지르는 큰길 끝으로 쭉 가면 차원문에 도착하는데.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이전에 하운드의 추파를 감당했던 단발머리의 여관 종업원 윤민지 씨와 소모품을 웃돈 받고 파는 잡화상 아저씨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런 아날로그한 곳에서는 입소문이 굉장히 중요했기에, 나는 저 대화를 기회라 여기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아, 선후 씨. 안녕하세요.”
윤민지가 꾸벅 인사를 했다. 화장기가 거의 없는 수수한 얼굴이 뭔가 이 시대의 종업원 이미지와 걸맞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대화 중이셨어요?”
“아, OWIC의 대규모 군부대가 이번에 차원문으로 진입해서··· 흔하지 않은 일이거든요.”
옆에서 아저씨가 거들었다.
“우리 선후는 아직 모르것네. 보통 그짝 회사에서 군인 파견하는 건 징조가 좋지 않은 일이거든.”
“제가 이제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대규모예요. 게다가 이렇게 급하게 움직이는 건··· 무슨 일이 일어나서 수습하려는 때가 많았어요. 안 그래도 최근에 안 좋은 소문이 퍼져 있었거든요.”
“그거, 좀 들어봐도 될까요?”
“버뮤다 숲 아시죠?”
윤민지의 입에서는 버뮤다 숲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다음 목적지로 그곳을 정했기에, 귀담아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요즘 밤마다 이상한 더운 바람이 버뮤다 숲 쪽에서 불어온다고 사람들이 난리여!”
“아이, 버뮤다 숲 방향에서는 원래 바람 불어오잖아요.”
“더운 바람이라니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최근에 OWIC에서 열 명 정도 되는 군부대 하나를 버뮤다 숲 방향으로 파견했어요. 그런데···.”
윤민지의 표정은 소문에 비해서 조금 심각해 보였다.
“그 사람들, 전부 안 돌아오고 있어요.”
“······.”
그 뒤의 설명은 이랬다. 누가 봐도 실종 혹은 사망인데 OWIC에서는 공식적인 발표도 없고, 심지어 외부에서는 여론이 이 사실을 알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무언가 커다란 걸 숨기려고 하는 느낌이라는 것.
생각에 잠겨 있었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오랜만이네요?”
익숙한 목소리였다.
“저 기억하세요?”
“어··· 진서연, 진서연 씨 맞죠?”
“서운할 뻔했네요. 큰맘 먹고 번호도 드렸는데 연락 한 통 없어서 이미 살짝 서운하지만.”
내가 지구로 돌아오고 처음 만난 OWIC의 연구원이었다.
이전의 그 차분한 모습과는 살짝 맞지 않는 표정과 말투였다.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어차피 통화권 이탈이라 쓸모없는 핸드폰을 들어 연락처를 확인해봤다.
[R&D본부 연구원 진서연♥]“···차분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뭐라고요?”
“아니에요.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다고요.”
“저도 반가워요.”
그러면서 진서연은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선후 씨 사무소에 방문하려고 온 건데. 이렇게 보네요.”
“방문이요?”
“의뢰받으신다죠? 탐험가 길드요.”
“소문이 거기까지 났나 보네.”
“제가 첫 번째인가요?”
왜 의뢰를 맡기려는 사람들은 다 자기가 첫 번째라고 생각하는 걸까?
진서연과 함께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
“버뮤다 숲에서 본부 대응실 소속 특임부대 하나가 통째로 실종됐어요.”
충격적인 사실을 아무렇게나 전달하는 걸 보니, 어린 나이에 그 치열하다는 OWIC의 선입 연구원 자리까지 올라간 그릇은 역시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공식적으로는 버뮤다 숲 내부는 단 한 번도 탐사에 성공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우리도 당장은 포기하고 외곽 조사만 진행 중이었는데···. 외곽 조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건 처음이에요.”
“그래서, 맡길 일은?”
“그곳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만 알아내 주세요. 그 뒤로는 회사 사정이고, 회사가 수습할 일이지만···. 조사 단계에서 윗선에서의 의견 충돌이 심해서요.”
“회사의 의뢰입니까? 개인적인 의뢰입니까?”
“개인적일 수도, 회사의 의뢰가 될 수도 있어요.”
“의뢰 결과에 따라서 어떤 식으로 포장할지를 정한다는 말이네요.”
“눈치가 엄청 좋으시네요. 탐나네.”
탐난다는 말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던지다니.
사실, 이 시점에서 나는 의뢰에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왜 거짓말하세요?”
“네?”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은 채 나를 빤히 바라보는 진서연의 표정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특임부대가 뭐 하는 사람들인진 모르겠는데, 엘리트 열 명으로 이루어진 부대가 버뮤다 숲으로 난데없이 출동했다는 건 딱 봐도 이상하게 들리지 않나요?”
“그냥 회사 사정인데 이상하게 생각할 것도 없지 않나요? 그냥 윗선에서 삽질을 좀 한 거예요. 원래 자주 그러거든요.”
“고치, 금속 부패, 독기 확장, 대규모 정신 파장, 급속 성장, 종교 집단 발생.”
“······.”
“이 중에서 이번 사건에 해당하는 키워드가 뭐예요?”
진서연의 표정이 굳은 건 그 시점부터였다.
대답이 나오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고치, 금속 부패.”
“숲에 기생체가 발생했네요. 나이가 어린 숲에서는 간혹 일어나는 일이에요.”
“···역시 제가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에요. 회사 윗대가리는 다 멍청이들뿐이야.”
“속일 생각이었던 건가요?”
“저는 월급쟁이예요. 회사에서 허락하는 말밖에 할 수 없어요. 하지만, 들켜버린 거면 제 입으로 직접 말한 게 아니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계의 숲은 그 자체로 단일 생명체고, 오래 살아남을수록 나이를 먹으며 강해진다.
버뮤다 숲은 이제까지 들어본 이야기로 미루어보아 ‘유년기’에 속하는 숲이었다.
그리고 유년기에 속하는 녀석들에게는 숲에 기생하는 마물이 자리를 잡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인간의 어린아이가 그렇듯 숲도 어린 시절에는 면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최근에 징조가 이상해서 레이더로 조사를 해봤는데 거대한 생명 반응이 감지됐어요. 관찰 결과 고치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발견됐고요. 사흘 뒤면 생물이 부화할 거라 예상하는데··· 우리는 그게 뭔지 하나도 몰라요. 고치 상태에서 특임부대가 전멸할 정도로 강하고, 부화한 뒤 바로 베이스캠프로 온다면······.”
물론 막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마을은 현대 화기를 드러내지 않은 것뿐, 마음만 먹으면 온갖 화력을 투사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인명 피해는 분명 발생할 거다. 물론 진서연은 그렇게 되기 전에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이 베이스캠프로 오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시민 단체에서 빌미를 잡아 물어뜯기 시작하면, 이계 연구가 세 발자국은 후퇴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 시점에서 나는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사실 저희는 지금 그 존재의 정보 하나라도 굉장히 절실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강선후 님의 정보가 필요한······.”
평소에 쓰던 도끼와 이계 도시에서 얻은 특제 정글 나이프를 챙겨 들었다. 이건 정말로 오랜만에 사용하네.
“제가 사냥합니다.”
“···네?”
이제까지의 지적인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살짝 흘러내린 안경 너머의 눈빛은 그야말로 어벙해져 있었다.
“잠시만요. 혼자서요? 지원군이 필요하면 그것부터 논의를···.”
나이프의 날을 확인해봤다.
이전에 사용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사냥용 나이프를 드는 건 귀환하고 나서 처음이었다.
“의뢰 할지 말지, 그것만 정하세요.”
다른 건 전혀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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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버뮤다 숲, 사냥.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