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ep48. 꽃 위, 외로운 여행자 (2)
리리는 전방에 외롭게 서 있는 교회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입이 살짝 벌어진 게 상상의 나래 속에 빠져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엘신 역시 즐거움을 숨기지 않았다. 나조차도 감정을 읽기 힘든 그 깊은 눈동자에 처음으로 호기심이 드러나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가관인 건 서지아였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고 꽤 잘 숨기고 있는 듯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
나는 차분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렇게 높은 곳이라면 평소에 보지 못했던 풍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은 반만 맞았다. 아마 볼 수 있는 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너무 넓었다. 아래를 내려다보기 위해서는 이 꽃의 가장자리로 갈 필요가 있었다.
식물을 만져 보았다. 이계의 동식물 중 내가 모르는 건 그렇게 많지 않을 텐데.
“……아무리 봐도 처음 보는 것들인데.”
생전 처음 생물들뿐이었다. 지구의 특징도 이계의 특징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 굳이 감상이 있다면 인공적인 느낌이 드는 생물들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분명 해가 떠 있는 대낮임에도 거무스름한 풍경이다. 지구에서 저고도까지 올라가면 보이는 현상. 태양 빛은 여전히 강렬하여 별들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별처럼 반짝이는 무언가가 하늘에서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지구에서 인공위성을 봤을 때처럼.
“……저건 뭐지?”
내 질문에 리리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서지아와 엘신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답은 엘신이 알고 있었다.
“고래들이에요.”
“……고래?”
엘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주를 유영하면서 성운을 먹고 성좌의 빛을 받으며 자라는 고래들. 섬만 한 것부터 대륙만큼 거대한 것까지 다양해요. 저들은 수명이 없으니 죽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자라나거든요. 위험한 공간을 제집으로 삼는 이들이니 무리 지어서 다니는 경향이 있어요.”
“…….”
우주를 헤엄치는 고래라.
이계의 생태계는 이 땅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쩌면, 이곳 역시 우리 세상처럼 광활한 우주의 티끌일 뿐일지도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동안 검은 우주를 바라보면서 망상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러다가 무심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하늘이 검게 보일 정도의 저고도 우주. 지구라면 산소가 부족해서 숨을 쉴 수 없는 높이지만, 여기는 그러지 않았다.
숨을 들이켜 보니 이곳 역시 호흡하기 힘든 곳이라는 걸 그제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왜 힘들지 않은 걸까?
나를 빤히 바라보던 리리도 나를 따라서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달콤한 향기.”
주변을 둘러보자 여기저기서 간헐천처럼 솟아오르는 분수들이 보였다. 반짝거리는 그것들은 순수한 정기가 눈에 보일 정도로 압축되어 있는 물질이었다.
정기는 생명을 유지시키는 정순한 에너지.
그것이 이곳에 사는 생물들의 호흡을 보조해 주고 있던 것이었다.
이곳의 풍경이 꽤 마음에 들었다. 지구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것이니까. 그때, 가슴 쪽에서 반짝거리는 불빛이 느껴져 고개를 내려다보았다.
“……아.”
차소희의 부탁으로 항상 매달고 다니던 체스트캠의 알림등이 붉게 점멸하고 있었다. 배터리가 부족하니 갈라는 뜻이다. 이게 언제부터 켜져 있었더라? 중간중간 껐다 켰다 했지만, 본격적으로 켜져 있었던 건 아마 기생체와의 전투부터였다.
잠시 가방을 풀어 체스트캠의 배터리를 간 뒤 출발했다. 조금 경사졌지만 평평한 꽃밭을 가로질렀다. 빽빽하게 자란 식물들 사이를 이동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속도는 나지 않았지만 조급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기, 이건 세계수의 씨앗이었잖아? 우리가 걷는 이 꽃 말이야.”
잠시 정적이 있은 뒤 리리가 입을 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 안에 저런 건축물이 있는 걸까?”
리리의 말에 다시 한번 정면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화원에 온 듯한 풍경 가운데, 홀로 외롭게 서 있는 교회인지 뭔지 모를 건물.
“저건 아무리 봐도 사람이 지은 거잖아.”
“그렇지.”
리리의 의문은 나 역시 가지고 있는 거였다. 생각해 보면 엘신의 영혼 나무였던 세계수의 씨앗을 신이 외계에서 다시 가지고 온 것도 이상한 부분이었다.
이 씨앗은 분명 지상에서 태어났을 텐데, 어느 순간 외계로 나가게 된 건가?
혹시 황금의 시대 사람들은 우주에까지 진출했던 걸까?
온갖 의문이 흘러넘쳤지만 이런 것들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 세상에 의문이었던 점이 이거 하나뿐은 아닐 테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건물은 가까워져 있었다. 뾰족한 지붕 세 개가 인상적인 건물이었다. 높이는 대충 3~4층 정도. 생각보다 규모가 꽤 있는 건물이었다. 전형적인 황금 시대의 유적 양식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었다.
나는 다시 황금 지침을 꺼내서 바라보았다. 지침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유물이 가까워졌다는 증거였다.
우리는 다가가 건물 앞에 섰다. 이 건물은 멀리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기묘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문이 이상해. 창문도 완전히 밀폐되어 있네.”
이건 리리의 감상이었다. 그리고 서지아는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을 말할 수 있었다.
“무슨 방공호 같은데.”
그 감상이 내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창문은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었으나 열리지 않는 형태였다. 빛의 반사 때문에 안쪽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손으로 두드려 보니 그 단단함이 피부를 타고 느껴졌다. 투명한 재질일 뿐 우리가 아는 그런 유리가 아니었다.
중요한 건 문이었는데, 회전하는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서지아의 말대로 방공호의 두꺼운 강철 문에나 달려 있을 것 같은 그런 손잡이.
SF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우주선에 달려 있을 것 같은 그런 개폐 방식.
내가 나서서 손잡이를 붙잡고 돌렸다. 끼릭— 끼릭— 하는 소리가 나며 철 가루가 후드득 떨어졌다.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었다는 반증이었다. 일행들은 뒤에 선 채 가만히 내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세 바퀴 정도 돌렸을까? 생각보다 많이 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가 깊고 길게 울려 퍼졌다.
우리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황금 유적이 원래 평범한 편은 아니지만 지금 건 유독 범상치 않은 모습이었다.
문을 열었다. 금속 경첩에서 끼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안쪽이 드러난다. 안쪽에는 바로 앞에 문이 하나 더 있었다.
“이렇게 짧은 복도가 왜 필요하지?”
리리가 그렇게 말했지만 나, 그리고 서지아도 알고 있었다. 외부와 완벽하게 분리하기 위한 중간 공간이라는 사실을.
그 안쪽 문도 역시 돌리는 손잡이가 달려 있었고, 마찬가지로 열어젖히고 나서야 안쪽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직선으로 내려와 공기를 물들였다. 그 외에는 어떤 조명도 없는지라 대체로 분위기는 어두웠다.
안쪽에는 여러 물건들이 있었는데, 대체로 실험실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리리가 제일 먼저 감상을 말했다.
“이거, 당신이 집에 있는 그…….”
“연금술 실험실.”
“맞아! 그 연금술 실험실이잖아. 거의 똑같아!”
리리의 말대로였다. 이곳은 연금술사의 실험실이었다. 왜 세계수의 씨앗 안에 연금술 실험대가?
고개를 휙 돌려 주변을 바라보았다. 이상하게 견고하게 지어진 내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게 만들어진 설계. 그리고.
“……조작대?”
증기 기관을 조작할 것 같은 투박한 레버, 그리고 용광로에 바람을 불어넣는 용도처럼 생긴 풀무는 알 수 없는 통 안쪽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언뜻 보면 산업시대 초입부에 엉망으로 만들어진 시험용 기계 같은 느낌마저 들었지만, 세세한 부분에서는 완전히 달랐다. 지구의 물건이 아니니 당연했다.
“……대체 왜 이런 게 씨앗 안에?”
나는 참지 못하고 엘신을 바라보았다.
엘신의 나무가 세계수가 된 건 엘신이 성좌가 된 직후.
세계수는 그 뒤 계속해서 지상에 남아 씨앗을 맺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엘신은 세계수의 씨앗에 일어난 일들을 모두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엘신은 내 기대와는 달리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승천 후에 최근까지 지상을 지켜본 적이 없어요. 생각보다 많은 성좌들이 그래요. 이유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렇다면 엘신도 모른다는 뜻이다. 나는 작정하고 이곳을 뒤져 보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그 순간.
“……으윽!”
갑자기 서지아가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렸다. 리리와 내가 그녀에게 다가가려는 때, 서지아가 손을 들어 올려 우리를 제지했다.
“괜찮아. 괜찮아…….”
엘신만이 당황하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서지아를 바라보았다.
“이 아이가 목소리를 내었나 보네요.”
“네, 네…… 처음이라 당황했을 뿐입니다. 들을 수, 들을 수 있어요…….”
서지아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세계수가 서지아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우리 대화를 듣고 있었을 이 아이가.
서지아는 진정을 되찾은 뒤 세계수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말을 신중하게 읊조렸다.
“왕의 명령을 받은 이가 나와 함께 떠났었다.”
그러고는 당황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떠올렸다.
“……맞아. 이 숲에 왕의 언어가 있었어.”
그 말에 제일 격하게 반응한 건 리리였다. 리리는 저도 모르게 서지아에게 두 발자국이나 다가가며 되물었다.
“왕의 언어라고? 어디에? 언제 봤는데?”
“대수림 어딘가에 떠돌아다니다가 왕의 언어가 적혀 있는 제단을 발견했었어.”
“뭐라고 적혀 있었는데?”
리리는 말을 끝내고 나서야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질문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다. 서지아는 당연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연히 못 읽었어. 그게 어디 있는지는 대충 기억이 나니까 안내해 달라면 해 줄 수 있는데, 어떻게 할래?”
나는 이곳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은 많았다.
* * *
서지아는 나를 대수림 어딘가에 있는 제단으로 인도했다. 그곳으로 가면서 이상한 소리를 했는데.
“풍선이 날 여기로 인도해 줬어.”
“……풍선이?”
“바보 같게 들리는 건 알아. 근데 정말 말 그대로야.”
나는 잠깐 윌슨을 떠올렸다.
……대체 그 녀석은 뭐가 되어 버린 거지? 갑자기 누군가의 시야가 느껴져서 뒤를 돌아봤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제단에 도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숲 한복판 작게 솟아난 언덕 위, 단단한 석재를 깎아 만든 제단이 있었다.
그곳으로 다가갔다. 서지아는 조금 떨어진 뒤쪽에서 우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고, 호기롭게 먼저 올라가 제단을 바라본 리리는.
“읏! 우읍……!”
입을 틀어막으며 고개를 돌리고 뒷걸음질 쳤다. 그 과정에서 휘청거리기까지 했다. 나를 리리를 살짝 부축하면서 제단으로 다가갔다.
왕의 언어가 적혀 있다는 제단 앞.
그곳을 바라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건 엘신과 나뿐이었다.
엘신이 그럴 수 있는 이유야 그냥 성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지금 엘신은 성좌의 자리에서 자진해서 내려온 그저 평범한 한 명의 엘프일 뿐이었다. 수행을 조금 쌓았을 뿐이지.
엘신 역시 왕의 언어를 읽을 수 있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이상하네요. 내가 살던 시절에는 이런 언어가 없었는데요.”
“……역시 엘신께서는 황금의 시대 이전 분이신 거죠.”
뒤에서 리리가 말했다.
“황금의 시대요?”
엘신은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이었다.
……근데 엘신이 황금의 시대 이전 사람이면 말이 좀 이상해지지 않나? 나랑 엘신이랑 만났던 그때는 그럼 뭐가 되는 건데?
리리는 온갖 감정이 담긴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 대체.”
“…….”
나는 우선 생각하지 않고 제단으로 다가갔다. 제단에는 서지아의 말대로 왕의 언어였다.
딱 봐도 명령어가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 수 있었다.
아니, 이것 자체가 룬처럼 세상을 움직이는 명령어일지도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왕의 언어도 결국 ‘길을 내어라.’라는 단순한 뜻일 뿐이었으니까.
룬이라는 게 그렇다. 단순히 말일 뿐인데도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제단에 적혀 있는 문장을 읽었다.
네 줄의 문장 중 왕의 언어로 이루어져 있는 건 마지막 줄 뿐이었다.
“——.”
뒤에서 사람들이 동요하는 게 느껴졌다. 오직 엘신만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건 오히려 엘신이 황금의 시대와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기에 가능했다. 엘신은 그 이전의 사람이었으니까.
“뭐라고 적혀 있어?”
리리가 물었다. 나는 가만히 제단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병 걸린 세계수의 씨앗을 치유할 수 있는 건 주신뿐이다. 이게 내 연구의 결론이었다.”
“우리 같은 필멸자가 신에게 닿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건 분명히 실패하겠지.”
“하지만 왕은 말했다. 지금은 실패하지 않는 시대가 아니라, 실패할 자유가 있는 시대라고. 그렇기에.”
여기까지는 사실 왕의 언어가 아니었다. 룬을 읽을 줄 모르는 서지아가 그저 착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마지막 줄은 확실히 왕의 언어였다.
이 문장을 쓴 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정을 떠난다.」
하늘에서 빛이 번쩍였다. 우리 넷 다 위를 올려다보았다.
저 멀리 있는 세계수의 꽃잎 위에 반투명한 에너지로 이루어진 돛이 펼쳐졌다. 그리고, 꽃을 둘러싸 길쭉하게 돋아난 저것들은.
“……노?”
큰 배를 움직일 때 쓰는 거대한 노가 수십 개 달려 있었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세계수의 씨앗은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정기를 가지고 있었겠죠?”
“그것만으로 대수림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였겠지요.”
엘신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잘 사용하면 좋은 연료가 될 수 있었겠지.”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연료 말이야?”
서지아가 대답했다.
“누군가 병에 걸린 세계수의 씨앗을 구하기 위해, 그것을 통째로 배로 만들어 우주로 출발한 거야.”
“……그게 가능하다고?”
“우리 눈앞에 그 증거가 있잖아?”
리리 역시 황금빛 에너지로 이루어진 돛과 노, 그리고 닻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수의 꽃은 지금 꽃 모양의 배 같은 모습이었다.
과거에는 동그란 몸통에 돛과 노가 달린 좀 웃긴 모양이었겠지.
얼마나 오래 항해를 했는지, 가면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녹화 기록 같은 속 편한 기능이 있었을 것 같진 않으니까.
“……성공했을까?”
리리가 넌지시 그렇게 말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생각이 떠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내가 그래서 리리의 생각을 바로잡아 주기로 했다.
“세계수의 씨앗을 가지고 온 게 누구지?”
“……아.”
리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살짝 벌렸다. 놀란 눈에는 약간의 기쁨도 분명히 서려 있었다.
“……주신께서는 그럼, 그 사람의 소망을 이루어 주기 위해서.”
“직접 손수 씨앗을 이곳까지 가져온 거야.”
끝없는 어둠 너머의 매가 어느 순간 천 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이유.
그건 그저 한 필멸자의 바람을 이뤄 주기 위해서였다.
가슴 쪽에서 옅은 진동이 느껴져 황금 지침을 꺼내 보았다. 여전히 세계수의 꽃을 향하는 지침이 떨리고 있었다.
고인물은 이계가 너무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