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
ep52. 검은 태양 숭배 유적 (2)
마지막 세 번째 도끼도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멈춰 세웠다. 이쯤에서 알게 된 건데 모든 구슬을 던질 때마다 반응하는 게 아니었다. 아마 지난번에 던진 구슬은 조금 운이 좋아 감지 장치를 제대로 작동시킨 듯했다.
우리는 다리 한가운데에 멈춰 선 도끼를 넘어가기 위해 조금 낑낑대야 했다. 반대편 출구까지 이어지는 다리의 폭은 여유가 없었고, 심지어 우리가 건널 때 아래에서 벽돌 하나가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렸다.
텅—
저 아래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에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고 침을 삼켰다. 다행히 별일이 있는 건 아니었기에 무사히 이곳을 넘어갈 수 있었다.
반대편에 도착하자 다시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었다. 이전에 들어왔던 계단과는 달리 원통형으로 빙글빙글 도는 계단.
이계에 와서는 몇 번 경험해 본 적이 있었지만 함부로 안쪽에 발을 들이밀 수 없었다.
“음…….”
리리는 뒤에서 가만히 나를 기다렸다. 내가 왜 고민하는지를 눈치챈 듯싶었다. 나 역시 혼자 고민할 필요는 없어 정리되는 대로 입 밖으로 내뱉어 봤다.
“원형 통로는 시야가 너무 제한돼.”
“이동 속도도 많이 떨어질 거야.”
리리도 의견을 냈다. 그 말에는 일리가 있다. 직선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면 그 관성 때문에 올라갈 때도, 내려갈 때도 속력을 내기 힘들다.
이게 평소에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하지만…….
“계단 중간에서 위나 아래에서 공격이 들어온다면?”
도망치기 힘들겠지. 물론 이 정도의 걱정은 가능성이 그렇게 커지는 건 아니니 고민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모든 가능성은 전부 생각해둬야만 한다.
나는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도끼를 넘은 뒤, 양쪽 벽을 확인하며 이리저리 손을 움직여 봤다.
리리가 물었다.
“왜?”
“이 도끼가 어떤 식으로 작동했는지를 알아야겠어. 무언가를 감지해야 작동하는 원리일 테니까.”
내 말을 듣고 리리도 다가왔다.
“뭐가 있을까? 나도 생각해 볼게.”
“우리 세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건 광센서야. 그중에서도 레이저 센서란 게 있는데…….”
이계에서 그런 기술을 사용할까? 단순히 우열을 떠나 기술의 방향성 자체가 다른 터라 도무지 추측할 수가 없었다.
그다음에는 뭐 압력판이라든가……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알고 있는 룬 하나를 떠올렸다.
“크림시crimsi였나.”
룬 중에서 조금 특별한 게 있다. 문자로 적고 시동어를 외면 작동하는 게 아니라 완성된 문자가 지워지면 작동하는 룬. 혼자서는 별 효과가 없으니 이런저런 다른 룬과 조합해서 응용할 수 있었다.
룬 자체가 사실 그렇게 강한 효과를 만들진 않으니 사냥하려고 덫을 만들 때도 별로 사용한 적이 없는 룬이었다.
하지만 이런 함정을 다룰 때는 꽤 쓸 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것도 고려 사항에 넣기로 했다.
우리는 완전히 입을 다물었다. 숨소리마저 사라지자 공기의 흐름마저 귀로 들릴 정도의 적막이 찾아왔다. 던졌던 구슬들이 지나가던 경로를 되새겨 보며 이리저리 손을 휘적거리던 그때.
찰칵—
정말 미세하지만 어떤 기계 장치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해 보고 알았다.
“……센서네.”
벽에서 감지 센서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추측으로는 움직임을 감지하는 광센서와 비슷하게 작동하는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단순명쾌한 구조였던 거다. 단순히 이 오래된 유물에 그런 게 있으리라는 생각을 할 수는 없었을 뿐이었다.
시험 삼아 모래 먼지를 만들려고 했는데 바닥을 아무리 쓸어 봐도 그게 될 정도의 모래가 모이지 않았다. 누가 청소라도 하나.
잠깐 생각을 정리하다 보조 노트를 꺼냈다. 그리고 그 종이를 쭉쭉 찢어 짓이긴 뒤 물병 안에 넣었다.
“뭐 하는 거야?”
“자연에서 살다가 벌집을 만나면 그 꿀을 먹어야 할 때가 있거든. 그럼 연기 만드는 방법을 알아야 해.”
그때 내가 스스로 학습한 방법이다.
“모스mohs.”
작은 불씨를 만들어서 종이에 불을 붙인 뒤, 충분히 바람을 불어넣고 금속 물통의 뚜껑을 닫는다. 그리고 필요할 때 입구만 살짝 열면 꽤 쓸 만한 연기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연기를 입으로 후후 불어 가며 센서가 있을 법에 흩뿌려 봤다.
그러자, 보였다.
공기 중에 흩뿌려진 연기가 미세하게 반짝반짝 빛났다. 암적응이 된 눈으로 봐야 간신히 보일 정도지만, 이곳의 센서는 다행히 눈으로 볼 수 없는 빛으로 이루어진 게 아닌 모양이었다. 레이저가 촘촘하게 수직으로 나열된 모습을 보자 미소가 나왔다.
“이런 거구만.”
“……이런 장치를 해 놓다니.”
“황금 왕국이라는 확실히 다른 사람들이었던 거지. 재밌지 않아?”
“당신은 이게 재밌어?”
그럼, 재밌지.
게임이 재밌는 이유는 공략하는 맛이 나기 때문이고, 이것도 마찬가지 아냐?
……아닌가?
“이걸로 센서는 공략 완료.”
우리는 바로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연기를 뿌려 가며 광센서를 공략했고, 바닥이 푹 들어가진 않는지 계속해서 신경 썼다. 그러다가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발자국?”
압력 발판이 있진 않은지 유심히 관찰하며 진행한 덕분에 발견할 수 있었지,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한 희미하고 오래된 발자국이었다.
손으로 살짝 만지자 바로 지워졌다.
“누군가 여기 왔다 간 걸까?”
“옛날에 이곳을 만든 사람 게 찍힌 거 아냐?”
“그럴 거란 생각은 안 드는데, 장소가 장소다 보니까 아니라고 확신을 할 수는 없네.”
우선은 기억에 남겨 둔 채 진행하기로 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30분을 좀 넘게 내려갔을까? 우리는 다음 방을 만날 수 있었다.
“야, 너 왜 이렇게 눈물을 줄줄 흘려.”
“당신도 마찬가지거든. 콜록, 콜록!”
리리가 참지 못하고 연신 기침을 내뱉었다. 나는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물병의 뚜껑을 단단히 닫았다. 이래도 매캐한 냄새가 올라오지만 그나마 좀 낫지.
게다가 우리는 검은 석재에 맨손이 오래 닿지 않게 신경 쓰면서 걷기까지 했으니, 신경적 피로감은 더 빠르게 쌓였다.
다행히 계단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다음 방이었는데 너무 어두워서 하마터면 계단이 계속 이어지나 착각이 들 정도였다.
우선 고개를 슬쩍 내밀어 안쪽을 살펴보았다. 기역 자로 꺾인 구조 덕분에 다행히 내가 위험하게 노출될 일은 없었다. 하지만 너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모스mohs.”
불꽃을 하나 더 만들었다.
적은 빛이지만 최대한 근처를 살펴 함정이 없는지 확인해 봤다. 연기도 뿌리고.
이곳이 침입자에게 적대적이라는 사실을 안 순간 방심할 수는 없다.
“……당신 진짜 신중하네.”
“새삼스럽게?”
“아니 그런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계단 내려오는 데 40분이나 쓸 줄은 몰랐어. 나쁘다는 게 아니야. 그냥 좀 의외라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쪽으로 불꽃 하나를 보내봤다. 주먹보다 조금 작은 그것은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은 훨씬 더 넓은 방이었다. 다행히 바닥도 있었고, 천장도 보일 정도로 높지 않았고 기둥 네 개 말고는 따로 구조물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런 넓은 공터는 그 자체로 수상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그 공터 끝에 딱 봐도 보물이 들어 있을 것 같은 상자가 있다면 더더욱.
그리고 그곳에 누군가가 쓰러져 있다면 더더욱.
“……?”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서 판단을 내렸다.
연기를 안쪽으로 충분히 흘려보냈다. 숨쉬기가 더더욱 불편해지겠지만 의문의 함정에 걸리는 것보단 낫다.
최종적으로 여러 행동을 내린 뒤에 판단했다.
“광센서는 없고, 좌우에 압력 발판이 하나씩 있네.”
“그게 티가 나?”
“아무리 벽돌처럼 만들어도 일반적인 벽돌이랑은 구분이 될 수밖에 없거든.”
리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판단하면 충분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이 떨어지니 충분한 판단이 내려지면 행동은 신속하고 과감한 게 더 좋다.
나는 안쪽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리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쿠우웅—!
우리 뒤쪽 입구에서 창살이 떨어져 돌아가는 걸 막았다. 리리는 거의 펄쩍 뛸 만큼 놀라며 순식간에 검을 뽑아 들었지만, 나는 그저 눈앞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확실히.”
“……당신 또 뭔가 발견하고 이야기 안 한 거지?”
내가 미리 무기를 뽑아 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리리가 눈을 얇게 뜨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미소가 흘러나오는 걸 끝내 참지 못했다.
“확신이 없었으니까. 괜히 말했다가 틀리면 쪽팔리잖아?”
“그냥 놀리고 싶었던 거겠지.”
상자 옆에 쓰러져 있는 시체의 옷, 그 등 쪽에 칼자국이 있었다.
“함정에 걸린 게 아니라 누군가 인위적으로 벤 거고, 깊이가 깊지 않은 거로 보아 그렇게 힘이 세지 않으며, 저 탐험가의 몸 방향이 이쪽을 향하지 않잖아?”
“그렇지.”
나는 녹색 보석을 손에 쥐었다.
『방랑자의 활』
“그게 뭐든, 저 양반 입장에서도 싸울 만했다는 뜻이었겠지.”
상자 뒤쪽의 벽이 일렁였다. 진짜 벽이 아니라 환영이었던 거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온 건…… 개의 머리를 가지고, 창을 들고 있는 근육질의 인간형 무언가였다.
……돌로 이루어진 무언가였다.
키는 대충 나보다 머리가 두세 개 더 있는 정도. 생각보다 큰 게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 다운 느낌이었다.
“좌우에 있는 발판만 조심해.”
리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빛을 바꿨다. 소위 말해 ‘전투형 리리’인 거다. 영혼의 움직임을 읽기 위해 동공은 붉은빛을 발하고, 고양이처럼 몸을 낮추고 검을 강하게 부여잡아 앞으로 길게 내민다.
리리가 구사하는 검술은 나도 언제 배워 보고 싶을 정도로 강력했다. 물론 리리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게 선행될 거고, 그게 막막해서 그냥 미뤄 뒀지.
리리는 바람을 밟듯 가볍게 움직이며 옆으로 거리를 벌렸다. 우리 둘의 사이가 벌어지고, 저 석상은 창을 휘두르며 첫 번째 목표를 정했다.
생물다운 움직임이 아니라 석상의 느낌을 그대로 가진 듯한 딱딱하고 기형적인 움직임. 리리는 소름이 돋는 듯 인상을 잔뜩 쓰면서도 몸을 낮췄다.
석상이 처음 달려든 건 내 방향이었다.
“후우우…….”
재킷을 풀어헤치며 심호흡한다.
깊게 숨을 내뱉자 시야가 좁아진다. 사냥을 나설 때 어느 순간 겪게 된 증상. 왜 이러는지는 나도 모르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재킷 안쪽에는 손가락만 한 유리병에 당긴 화합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중에서 두 개를 꺼내 화살촉에 매단 뒤 그대로 쐈다.
“모스mohs.”
쾅—!
정확하게 명중. 폭발을 일으키며 개 대가리 석상의 상체가 벗겨지듯 날아간다. 그 안에 보이는 건.
“……으윽. 징그러 죽겠네.”
생명체의 장기를 기워 붙인 것 같은 신경계였다. 그게 꿈틀거리며 여전히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즉, 외부의 석상 같은 부분은 그저 갑옷의 역할을 한다는 것. 내 판단을 딱히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리리는 알아서 석상에게 달려들었다.
석상은 조금 비틀거리나 싶더니 신경계만 남은 팔을 거칠게 휘둘렀다. 공중으로 뛰어들려는 리리의 경로를 정확하게 조준한 모습. 눈이 없어도 주변을 인지할 수 있다는 거다.
리리는 뛰어들 듯싶더니 거의 쪼그려 앉는 수준까지 몸을 낮췄다. 창끝은 리리 머리 위를 스치고, 리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몸을 회전시키며 나이프를 휘두른다.
리리 위쪽으로 지나가던 신경계가 통째로 잘리며 팔이 날아간다.
“잘했어!”
“얘 아직 안 죽었어!”
검 끝으로 더 많은 걸 알게 된 리리가 내게 그 정보를 신속하게 던지고, 그 이야기를 들은 나도 쿠크리를 들고 달려들었다.
공격을 마치고 자세가 무너진 리리는 신속하게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난다. 이제 내 차례. 나는 그대로 심장으로 보이는 신경계 뭉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촤아악—!
피인지 모를 물질이 튀기고 나는 몸을 낮춰 피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상태를 보는데.
지직, 지지지직——
눈에 보일 정도로 강한 전류가 심장에서 시작되어 석상의 온몸으로 퍼지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나는 외쳤다.
“리리!”
리리는 망토의 끝부분을 들어 얼굴을 가렸고, 나는 뒤로 구르며 재킷을 들었다.
파지지지직—!
어마어마한 전류가 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전달 물질이 없는 전류는 그렇게 강하지 않지만, 충격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직격으로 맞았으면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재킷을 내려 상황을 살폈다.
“……아무래도 공격용이 아니었나 본데.”
리리의 말에 나도 동의했다.
마치 자석이 끌어오듯, 신경계와 석상의 외부 부분이 다시 조립된다.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 석상.
그저 금이 조금 가 있게 보일 뿐이었다. 접붙이지는 못하지만 자력으로 원 상태를 유지할 수는 있는 모양.
파지지직—
2 페이즈인가.
석상은 전기를 뿜으며 내게 달려들었다. 이전에 보여 준 느릿한 속도는 기만이라도 되는 듯, 고양잇과 맹수만큼이나 빠른 속도에 나는 이를 악물며 뒤로 물러나 참격을 피했다.
그러면서 품속에서 병을 꺼내서 땅에 내던졌다.
펑—!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가는 짙은 연기. 미세한 입자는 단순히 시야를 가릴 뿐만 아니라 전류의 흐름도 방해한다. 전류로 주변을 인지한다는 걸 알았기에 실행한 판단.
“리리! 조심해!”
“난 걱정 마!”
리리의 민첩함을 생각해 봤을 때 그렇게 위협적인 공격은 아닐 거다.
하지만 방금 봤듯, 파괴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략을 위해 필요한 건?
전류.
테르마tterma 룬을 사용해서 전류를 흘려 버린다. 그렇다면 신경계를 망가트릴 수 있다.
하지만 고민은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게 충분한 전류를 주입할 여유는 없었으니까.
장거리에서 테르마를 주입? 그러면 금속 밧줄의 화살을 꽂아야 하나?
만약 이 방법을 쓰려면 활을 리리에게 넘겨야 한다. 나는 그 정도로 명중률이 높지 않으니까. 이미 화살을 한 방 맞았으니 다음번에는 피할 수도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옆에 있는 상자가 만져졌다. 내가 어느새 이 상자에 가까이 붙은 모양이었다.
그 옆에 쓰러져 있는 시체를 눈여겨봤다.
그리고, 그 손에 들려 있는 것.
……이거 뭐야.
* * *
석상은 리리를 노렸다. 강선후가 연막 속에 숨은 지 2초가 간신히 지난 시간이었지만 석상의 판단은 기계적이고 빨랐다.
리리는 그 공격을 계속해서 피하며 시간을 끌었다. 나이프를 휘두를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저 단단한 석재 몸을 뚫을 수 없다는 걸 잘 알았으니까.
방금 전, 파괴를 순식간에 조립하는 모습을 보며 걱정이 쌓여 갔다.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면 이길 수 없는 거 아닌가? 전류를 사용하니, 전기를 쓸 수 있는 강선후가 해결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럴 시간이 있나?
“……읏-!”
팔을 스치고 지나가는 창끝에 재킷이 베였다. 가죽 갑옷에 버금가는 경도라 상처를 입진 않았지만, 정면으로 찔리면 좋은 꼴은 보기 힘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촤아악—!
공기가 터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연기 안에서 울려 퍼졌다. 무언가 기다란 게 허공을 치는 걸 본 것 같기도 했다.
촤악—! 촤아악—!
“……?”
강선후에게 저런 소리가 나는 물건이 있던가?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촤악!
그런 소리가 나는 물건이 석상의 목을 순식간에 휘감았다.
그러고 나서야 이게 뭔지 알 수 있었다.
“……채찍?”
게다가 그냥 채찍이 아니었다.
그 소재를 알 수 없는, 흐르는 듯한 유연한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금속이라면 분명…….
“테르마tterma.”
“……그래. 그렇겠지.”
따다다다다닥—!
금속을 타고 흐르는 전류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석상을 강타했다.
석상의 팔다리가 세차게 진동했다.
고인물은 이계가 너무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