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2
22화 ep9. 사냥개 서지아 (1)
여성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초조하게 서 있다가 우선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세요?”
“저기, 의뢰비는 어떻게······.”
의뢰비라.
매번 생각하지만 나는 이 사업에 구체적인 뜻이 없었다. 그냥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벌리면 그만. 그 이상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니 이럴 때마다 조금 귀찮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충 ‘거마비만 주세요.’하고 넘길 수도 없는 노릇, 모든 건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돈도 중요하긴 하지만, 단순히 돈만의 문제가 아니니까.
무작정 소액 서비스만을 해버리면 여기저기에 속수무책으로 불려가게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여유롭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벌자는 내 원초 목적과는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한···.
“삼천만 원 받겠습니다.”
일부러 높게 불러봤다. 실제로 이걸 원하는 게 아니라, 높게 부르면 대충 낼 수 있을 만큼 알아서 제시하지 않겠냐는 마음가짐이었다.
이렇게 하면 내 몸값이 대책 없이 낮아지지도 않고, 돈 가지고 협상하느라 귀찮게 씨름할 필요도 없어지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여성은 조금 주저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돈 전부지만···. 남편을 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드릴 수 있어요.”
음.
나도 알겠다고 하고 말았다. 깎는다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오면 좀 웃기니까.
“갈까요? 멀리 가야 하나요?”
여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차원문 근처 전담 병원에 입원 중에요. 그걸 입원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입원?
생각해보니까 동상이 된 사람을 이 나라에서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보면 알겠지. 챙길 짐도 없어서 자켓 하나만 입고 바로 차원 문으로 출발했다.
그 전에, 해체한 기생체를 오두막 안에 옮겨두고 문단속을 했다. 부수고 들어올 미친놈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트랩도 설치했으니 무단침입했다가 다치면 자기 손해가 될 예정이었다.
솔직히 목숨도 담보 못 해준다. 지 잘못이지 뭐.
“이게 뭐예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갑시다.”
끔찍한 파충류의 사체를 보고 기겁한 의뢰인은 거기에 눈을 떼지 못하다가 간신히 발걸음을 돌렸다.
***
차원문 옆 멀지 않은 곳에는 병원이 있었다.
이계에서 다치는 사람들을 전담하는 사립병원. OWIC에서 대규모로 후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러려니 했다.
그 기업은 손을 벌리지 않은 곳이 없네.
병원 입구로 들어가자, 여기저기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이 화상아! 적당히 배나 탈 것이지, 낚시한다고 거기까지 가다가 이 꼴이 되어서 돌아와!”
찰싹!
“아야! 아니, 크게 다친 것도 아니잖어. 왜 그랴.”
“다친 게 문제지! 한 번만 더 이계낚시인지 뭔지 하믄 낚싯대 다 부러트릴 테니까 그렇게 알어!”
찰싹!
이계 첫 경험 때 만났던 낚시꾼 아저씨가 등짝을 맞고 있었다. 팔 한쪽이 노랗게 물든 걸 보니, 붉은 이끼를 함부로 만졌다가 중독된 듯싶었다.
그 외에도 여기저기 지구에서는 절대로 겪지 않았을 증상에 시달리는 이들이 곡소리를 내고 있었다.
전부 무모하게 이계에 갔다가 입은 부상이었다. 그냥 상처라면 의사들이 문제없이 치료할 수 있었겠지만, 이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우리 애가 대체 왜 이래요?”
“이히힣! 히히히히! 무지개다 무지개!”
예상하지 못한 독기의 부작용으로 차원문을 건너자마자 정신이 나가버린 사회 초년생.
“어··· 이거 괜찮은 거 맞죠?”
“괜찮을 겁니다.”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씀하셨던 거 같은데.”
이상한 걸 주워 먹고 얼굴이 녹색으로 물든 아저씨. 술에 취해서 안줏거리 삼으려고 했단다.
다행이면 다행인 게, 대부분은 잘 먹고 잘 자면 정상으로 돌아오거나 최소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증상들이었다.
“보기만 해도 한숨이 나오네. 그냥.”
저렇게까지 하면서 이계에 가고 싶어 하는 이유가 뭘까? 누가 나한테 이렇게 물어도 할 말은 없지만, 나는 솔직히 자신이 있는 거잖아.
뭐, 수백 명이 죽어 나가는데도 끊임없이 도전자가 나오는 익스트림 스포츠랑 비슷한 이유겠지. 이해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이쪽입니다.”
여기저기에서 호소하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한구석에 자리 잡은 인파를 뚫고 들어갔다.
왜 그렇게 사람이 모여있는지는 잘 알 것 같았다.
놀란 표정과 도망치려는 자세.
어떤 재질인지 알 수 없는 동상.
중요한 건 저 안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
메두사의 피해자, 의뢰인의 남편이었다.
구경꾼들도 많았다.
“뭐야. 또 새로운 놈이야?”
“와이프가 살리려고 별놈들 다 부른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 재산 거의 다 털었다는데.”
“또 이번엔 어떤 약팔이야?”
나는 별말 없이 인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동상 옆에 섰다.
그곳에는 간호사 한 명이 난처한 표정으로 동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피해자분 아직 살아있습니까?”
“네? 아···. 관계자세요?”
고개를 끄덕였다. 의뢰를 받고 왔으니 관계자는 맞지. 간호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아직 생존 상태예요. 일주일 째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는데 이렇게 살아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메두사는 그런 녀석이니까.
나는 이계에서 살던 시절을 회상해보았다.
광석을 식량으로 삼는 반인반수. 하체는 뱀이고 상체는 인간을 닮았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파충류에 가까웠다. 메두사란 이름도 내가 붙여준 거지.
중요한 건, 그 녀석들의 눈에서는 생물체를 금속화시키는 파장을 발한다는 것. 전설과는 다르게 그 눈을 바라볼 필요도 없었다.
개체마다 바꾸는 금속의 종류도 달랐다.
어떤 녀석은 돌로, 어떤 녀석은 강철로, 어떤 녀석은 금으로, 어떤 녀석은 처음 보는 금속으로.
피해자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다행이네.”
“네?”
의뢰인과 간호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눈앞의 피해자가 돌이었다면 나도 어찌하지 못했을 것이다.
근데 다행히 금속이었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여긴 것뿐이었다.
“정말로 치료할 수 있는 건가요?”
의뢰인의 말에도 내가 대답 없이 다가가자, 간호사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자리에서 떨어졌다.
나는 차분하게 피해자의 표면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었다.
치지지지직—
손바닥이 닿은 부분에서 미세하게 균열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몇 분 동안 이러고 있어야 부술 수 있는 수준까지 부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시간문제일 뿐. 부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맨 처음 부순 곳은 다름 아닌 얼굴이었다. 일주일 째 살아있다고 하니 호흡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여기가 제일 답답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장시간 눈이 가려져 있는 건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이걸 다 부수는 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 안심부터 시키는 쪽이 났겠지.
파삭—!
체감상 3분에서 5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내가 손바닥을 대었던 얼굴 부분이 깨지며 그 안에 살아있는 사람의 얼굴이 드러났다.
“허억···!”
중년 남성의 다부진 얼굴이 드러났다. 일주일 동안 깎지 못한 수염에 금속 가루가 엉켰다.
눈물 콧물 범벅인 얼굴.
아무리 강단이 센 사람이어도, 고정된 자세로 일주일이나 견디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살아남을 거란 확신이 들지 않은 게 정신적으로 꽤나 고통스러웠겠지.
“······.”
그 고통,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계에 끌려간 뒤 1년간 나는 그 감정 속에서 살았었으니까.
“허억, 허억—!”
“여보! 여보! 괜찮아? 괜찮은 거죠? 어흐흑···!”
의뢰인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가파른 숨을 내뱉던 피해자는 눈알을 빠르게 굴리더니 입을 열었다.
“콜록! 바, 방법을 찾은 거요? 어떤 방법을 써도 안 깨진다며! 방법 찾은 거지? 응? 그렇지?”
일주일이 넘게 동상 상태로 지내면서 주변의 소리를 전부 들은 모양이었다.
의뢰인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있었고, 주변을 둘러싼 구경꾼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는 순간적으로 높아졌다가, 이제는 정적으로 바뀌었다.
이 순간 서로 시선을 나누던 의사와 간호사는 어딘가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해서 정신을 집중했다.
전신의 금속을 다 처리할 필요는 없었다. 이음새가 될 법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손상시켰고, 그렇게 껍데기를 반으로 쪼갠 뒤 내부의 남성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허억···!”
남성이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기다리던 의료진들이 침대에 실은 뒤 치료실로 달려갔다.
“후아.”
한 시간 정도 지났나?
이렇게 오래 능력을 사용해보니 알 수 있는 사실이 있었다. 생각보다 체력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
나는 잔뜩 흐르는 땀을 닦으며 의자에 턱 주저앉았다.
“저기······.”
누군가 수건을 내밀었다. 딱 봐도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말단 간호사였다.
“아, 감사합니다.”
간호사는 꾸벅 인사를 한 뒤 바쁘게 뛰어갔다.
다 좋은데, 주변 구경꾼들의 시선이 꽤 부담스러웠다. 다행히 촬영하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쭉 둘러보니 가만히 이쪽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멋쩍은 듯 각자 할 일을 하러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여전히 나를 바라보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큰 키, 딱 봐도 자연색이 아닌, 새까만 염색 머리카락. 날렵하고 이국적인 이목구비.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스타일의 커다란 헤드폰.
누군지 모를 저 여자는 끝까지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왜 이렇게 쳐다봐?”
나는 그 정도로만 생각했다.
** *
서지아는 하운드였다.
하운드에게 정보력은 목숨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기에 새로운 사건, 새로운 이슈에는 직접 발로 뛰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서지아도 지금 이 병원에 와 있었다. 서쪽으로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꽤 흥미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렇게 현장으로 온 서지아는 피해자의 상태를 보자마자 혀를 찼다.
“쯧.”
살릴 수 없는 상태였다. 고르곤(gorgon)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서쪽으로 갔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서쪽 폐광산에 고르곤이 살고 있다는 협회 내 루머가 확실해진 상황이었다.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절대로 개척할 수 없다는 것.
이계는 먼저 개척한 사람이 떼돈을 버는 구조였기에 많은 하운드들이 서쪽을 노리고는 했으나, 하나같이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고르곤이라···.”
대체 어떻게 개척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나 까다로운 마물이 베이스캠프 근처에 존재한다는 건, 서지아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서쪽을 뚫지 못하는 건 이계 탐사의 한계가 다가온다는 의미가 되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파스스스스——
어떤 남자가 지금 이 순간, 맨손만으로 절대 부술 수 없는 고르곤의 금속을 부수고 있었다.
단순히 손바닥을 대는 것만으로, 강철을 부식시키고 있었다.
서지아는 저 능력이 뭔지 알고 있었다.
숲에 기생한다는 마물들, 그들 중 하나가 가지고 있다는 능력.
그걸 지금 한 인간이 행하고 있었다.
서지아는 헤드폰의 주변음 듣기 모드를 켠 뒤, 옆에 서 있는 부하에게 물었다.
“저 사람 누구예요?”
“···저놈이 강선후입니다.”
“저 사람이 강선후라고요?”
직접 강선후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예전에 있었던 사건 이후로, 서지아는 자의로든 타의로든 강선후를 건들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서지아는 그 이름에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까지는 그저 별종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운드의 역량을 가지고 있으나 하운드 협회에 들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동료로 삼고자 했다. 처음의 일은 사과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주고,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돈이 되는지 설명한다면 동업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실력은 이미 증명된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런데.
지금 그 남자가 맨손으로 금속을 녹이고 있었다.
‘···뭐지?’
인간이 마법을 사용할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계에서 얻은 아티펙트인가? 벌써 저 정도가 되는 보물을 얻었다고?
서지아의 얼굴에서는 더 이상 여유로운 표정을 찾을 수 없었다.
‘···인간이 아닌가?’
서지아는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
이계인이 혹시 차원문을 타고 지구로 넘어온 게 아닐까?
‘뭐든 간에 상관없어.’
OWIC이 자신에게 ‘강선후를 건들지 마라’라고 경고한 이유를 이제서야 명확하게 알 거 같았으니까.
‘탐욕스런 놈들···. 혼자 차지하겠다 이거지?’
OWIC은 강선후를 차지하려고 이미 마음을 먹은 게 확실했다.
서지아는 그들에게 저 남자를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강선후는 서지아의 목적을 이루는데에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어 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무기를 사용해서 이득을 취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
다음 날.
여느 때와 같이 차소희가 찾아왔다. 이들의 아침 식사는 이제 일일 행사와 다름이 없었다. 물론 강선후에게는 아침일 때도, 점심일 때도, 저녁일 때도 있었다.
강선후는 오랜만에 숙면을 취해서 기분이 좋아보였고, 차소희는 여전히 말이 많았다.
“삼천? 대박. 언제 받을 거야?”
“이따가 점심 되기 전에 의뢰인 찾아가보려고.”
“의뢰인이 오는 게 아니라?”
“남편이 입원해있으니 바쁠 거 아냐. 내가 바쁜 것도 아니고 이 정도는 가줄 수 있지.”
“오구 우리 선후 착하네~.”
차소희는 그렇게 말하고는 방긋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너 좀 유명해졌던데.”
“내가?”
“유튜브나 페북에 네 얘기가 몇 개나 올라왔는지 알아? 근데 너인지는 모르더라고.”
차소희는 지금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에 손이 근질거렸다.
“가망이 없는 사람을 맨손으로 구한 남자. 미다스의 손!”
“···미다스의 손은 좀 틀린 표현 아니야?”
“어그로만 끌면 그만인데 상관없지. 자극적이고 익숙하잖아? 근데 미다스의 손이 뭐야?”
“나도 사실 몰라?”
강선후의 이야기는 마치 소문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원칙상 병원 내부는 촬영이 불가능했기에, 증거가 없는 게 문제였다.
– 개소리 하지 마 ㅋㅋㅋ 맨손으로 금속을 부식 시켰다고?
– 마법사냐? ㅋㅋㅋㅋㅋ 룬 언어 쓰고 그러던?
– 이세계물 주인공이 등장한www
└ ㄴㄷㅆ
└ ㄴㄷㅆ
[아니 이새끼들아 내가 똑똑히 봤다니까?]병원새끼들 왜 촬영불가라고 개지랄을 떨어서 ㅅㅂ······.
– ㅈㄹㄴ
– 병먹금
– 어그로 병먹금
이 난리를 강선후에게 보여주고 싶었으나, 얘는 정말로 자신의 명성 따위에 큰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너 이제 장사 잘 되겠네.”
“나인줄도 모른다며?”
“금방 소문나지 않을까?”
“그럼 예약제로 받지 뭐.”
절대로 일정 이상의 일은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
갑자기 리리가 벌떡 일어나 오두막 안쪽으로 달려나갔다. 언제나처럼 인기척이 느껴질 때마다 리리는 그렇게 도망치고는 했다.
“손님인가···.”
“내가 말했지? 너 바빠질 거라고. 소문이란 게 무섭거덩.”
“안녕하세요!”
활기찬 목소리. 까맣고 긴 생머리. 고양이 귀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듯한 아기자기한 헤드폰.
미소가 활짝 핀 얼굴로 고개를 꾸벅 숙이는 여자.
“···우리 어제 보지 않았나요?”
“네! 병원에서 뵈었었죠!”
“······의뢰인가요?”
서지아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서지아라고 해요!”
서지아는 속으로 확신했다.
이 미소에 넘어오지 않는 남자가 있을 리 없다고.
강선후는 선짓국에 계속 숟가락질을 하며 서지아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왜 뜬금없이 자기소개를 하지. 이상한 여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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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 사냥개 서지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