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ep65. 먹구름의 짐승 (2)
먹구름의 짐승.
바드들 덕분에 그들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따로 조사할 필요는 없었다. 처음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었는데, 지금은 이들과 같이 다니는 게 생각보다 도움이 된다는 부분을 체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탐험의 주제는 별이 될 거 같고, 바드들은 이계의 천문학자라고 하니까.
여튼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당신은 모험에서 여유를 중요시하지 않아?”
“내가 선택한 여유인가 어쩔 수 없이 멈추는가에 따라 다르지.”
“그러네.”
리리는 그렇게 말한 뒤 고개를 살짝 내리고 생각에 빠졌다.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중요함…….”
내게 말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 느낌이다. 나는 그런 리리에게 생각에 빠질 여유를 주고, 다시 본론으로 넘어갔다.
“사제님?”
“네! 선지자시여! 모두 주목!”
“우선 자리를 만들어 주시고, 남쪽 상황에 대해서 구체적인 보고를 준비해 주세요.”
“존명!”
“……바바리안? 아니, 나쉬르?”
나쉬르가 나를 바라보았다.
“우선 안으로 들어가서 먹구름의 짐승에 대해서 아는 대로 다 설명해 주세요.”
우리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마을 로 만들어 버릴 정도의 힘을 가진 사람들이 초를 가져오고, 어두운 연회장 내에 임시 작전 회의실이 만들어졌다. 자리를 잡자마자 잡담할 새도 없이 보고가 들어왔다.
“남쪽 접경지대에 도착하기 전, 못을 작은 산맥으로 이루어진 협곡이 있습니다. 적들은 그곳을 틀어막고 있습니다.”
“움직임은?”
“가끔씩 마을을 습격하긴 하지만 천공의 부유자께서 성스러운 별의 힘으로 우리를 지켜 주고 계십니다. 방책을 넘어오진 못하더군요.”
고개를 끄덕. 그렇다면 방어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건 굉장한 이점이겠지.
“나쉬르. 먹구름의 짐승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길게, 짧게.”
“짧게. 대신에 자세하게.”
나쉬르는 미리 준비해 둔 듯 입을 열었다.
“그들은 흑성의 성운(星雲)에서 태어난 존재들이지. 별들의 유일한 적은 하늘을 가리는 먹구름이고, 그들은 그렇기에 먹구름의 상징을 몸에 지니고 태어나네.”
“흑성을 섬긴다는데, 그럼 지금 그곳에 흑성이 있을까요?”
나는 흑성을 안다. 그게 있으면 상황이 많이 골치 아파 진다는 것도 알지.
다행히도 나쉬르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흑성이 있다면 이미 이곳의 상황이 이렇지 않겠지.”
그러네. 나도 납득했다.
힘이 억제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일대를 불의 바다존재잖아.
그렇다면 오케이.
하지만 좋은 이야기 다음에는 나쁜 이야기도 있는 법.
“하지만 아까도 말했던 걸 기억하시오. 그들은 수가 많소. 하나하나는 맹수만큼 강력하고.”
“많다면 어느 정도?”
나쉬르는 땅을 가리켰다. 개미 몇 마리가 기고 있었다.
“…….”
무슨 의도인지 말을 하지 않더라도 알겠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쉬르는 말을 몇 마디 더 얹었다.
“아무리 내가 일대 다 전투에 익숙하다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잘 아는 부분이 있는데, 아무리 잘 싸워도 숫자의 차이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지. 그들은 단단하고 두꺼운 벽과 같을 것이오. 앞에 있는 걸 쓰러트려도 그보다 많은 수가 그 자리를 다시 차지하겠지.”
“그 놈들은 몸집 자체는 그렇게 큰 편 아니라면서요?”
나쉬르는 고개를 그덕였다.
“맷돼지부터 곰 정도 사이. 정말 크면 거대한 바윗 덩어리나 트롤 같은 것들도 있을 수 있겠구만.”
“나쉬르. 그 벽은 두껍지만, 높진 않은 거네요.”
“……?”
나쉬르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지만 잠자코 내 말을 기다렸다.
“정면에서 뚫기 어렵다면.”
나는 손가락을 들어 위를 가리켰다.
“위에서 내려찍으면 되지.”
“……?”
오히려 나쉬르는 내 말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한량 그 자체 같은 오크 쉬쿨도 지금만큼은 마찬가지였다. 내 말에 무언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리리만큼은 아주 해괴한 표정을 지었다.
이 말에 숨은 뜻 따위는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웃겼다.
* * *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이 마을에 있는 모든 윌슨을 한 자리에 모아주세요.”
“전부…… 말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 사람들은 풍선 하나당 절 한 번씩을 하며 풍선을 다소곳이 한 자리에 모았다.
나는 그 모든 풍선을 바구니에 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안 나네.”
“이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어?”
리리가 무슨 말을 하는진 안다. 이 풍선이 가지고 있는 떠오르는 힘이 아무리 많아도 사람과 바구니를 띄울 수 있는 수준은 아니겠지. 이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윌슨이잖아?
뭔가 다를 줄 알았거든.
“……아쉽네.”
하지만 됐다. 이 방법이 안 되면 다른 방법을 떠올리면 되는 일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인 그 순간.
위아래로 움직이는 머리와 함께 시야가 살짝 흔들린 그 순간.
나는 보았다.
룬을.
“왜 그래?”
리리가 눈치채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내 시선이 수많은 윌슨의 풍선 중 하나에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내 손은 어느새 윌슨의 눈코입이 그려진 얼굴에 닿아 있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한 느낌이었다. 이건 분명…….
아니, 언제나 행동이 먼저다.
외었다.
“카츠kaahz.”
룬의 시동어를.
그리고 윌슨의 눈코입은 빛을 발했다.
* * *
먹구름의 짐승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별의 노래는 생물이 들을 수 있는 영역대에서 울려 퍼지지 않았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솜처럼 뭉쳐 있는 성운들은 젖은 모닥불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같기도 했고, 밤하늘 우주 어딘가를 떠다니는 성운 같기도 했다. 짙은 솜처럼 안쪽이 보이지 않는 그 심부에서는 보라색 촉수 몇 개가 솟아 올라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런 모습에서 상상하기 힘들게도, 그것은 네발 달린 짐승이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천 마리의 염소라 불렀다.
수백, 수천 마리의 네발 짐승이 한 마리의 거대한 염소의 형상처럼 뭉쳐 있었다. 그들은 쉼 없이 꿈틀거렸다. 필멸자의 눈으로 이 모습을 봤다면 그 영혼은 미쳐버릴 게 분명했다.
그들은 그렇게 확신했는데.
……?
그들의 앞에 선 두 명의 남자가 있었다.
하나는 근육질의 인간과 드워프 혼종. 하나는…….
「그냥 인간.」
이것만으로 분노하기 충분했다. 미천한 필멸의 존재가 우주적 존재에게 인정받은 염소 무리 앞에 서다니.
그들 중 하나가 등에 맨 도끼를 꺼내 거칠게 앞으로 당겨 들었다.
“하, 존나 흥분되는구만.”
“노래꾼이 욕도 해요?”
“노래는 욕이 들어가야 자극적인 법이지. 자극은 언제나 잘 팔리오.”
“……의외로 장삿속이 있네.”
그냥 인간은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 꽂아 넣었던 손을 빼고는 가슴팍에 꽂혀 있는 쿠크리를 빼 들었다.
“잘 싸우오?”
“살아남을 정도로만 싸워요.”
“잘 싸우는구만. 기대하겠소.”
먹구름의 짐승은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별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부정한 빛과 짙은 구름은 언제나 비약한 별빛을 가리기 마련이니.
인간과 바바리안은 들은 척도 안 했다.
먹구름의 짐승은 말했다.
「우리는, 군단이다.」
그 순간, 그냥 인간이 말했다.
“나도 군단이야. 자식들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찰나의 시간.
두 명의 필멸자 뒤에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쥐, 고양이, 들개.
스캐븐 울프.
그리고…… 곰.
그 모든 미물들이 인간의 뒤에서 출몰했다. 인간을 덮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었다. 그들은 인간을 지나쳐, 그대로 먹구름의 짐승들에게 쇄도했다.
“최상위 포식자가 명한다.”
인간은 자신이 들고 있는 뿔을 말뚝처럼 붙잡고 들어 올렸다.
“날뛰어.”
“크아아아아아악—!”
무리의 속도가 배로 빨라졌다.
나쉬르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경악했다.
모든 짐승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인간. 저 물건은 짐승과 의도를 나눌 수 있는 영물이라고 강선후는 설명했었다.
짐승들은 말이 통한다고 하더라도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듣는 존재들이 아니다. 늑대 전문 조련사가 왜 존재하겠는가.
하지만 강선후는 너무 당연하게도 이 근방 숲에 있는 짐승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들은 그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는 듯 따랐다.
최상위 포식자의 영혼을 바라보는 두려움.
나쉬르는 굴복한 경험이 없을 게 분명한 맹수들의 눈에서 그것을 보았다.
순식간에 맹수와 먹구름의 짐승 사이의 접전이 벌어졌다. 접전은 순식간에 난전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먹구름의 짐승들이 만들어 낸 두터운 진영을 뚫을 수 없었다. 그건 그야말로 벽이었다.
강선후와 나쉬르도 뛰어들었다.
“으아아아아아!”
나쉬르는 고함을 내지르며 도끼를 휘둘렀다. 단 한 방으로 검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으며, 먹구름이 갈라지는 모순을 나았다.
나쉬르는 몸을 일으키며 강선후를 바라보았다. 아마 그를 향한 걱정을 접지 못한 탓일 것이었다. 이 전투에 달려들기에, 강선후는 그저 평범한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강선후가 순식간에 자신에게 달려드는 촉수를 베어 내며, 동시에 그 혀를 뽑아내는 야성적인 모습을 보았다.
이전에 실실 웃던 얼굴도 사라져 있었다.
맹한 눈빛도 사라져 있었다.
짐승들이 왜 이 남자를 두려워하는가.
이제는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쉬르는 생각했다.
“……노래로 만들어야겠군.”
바바리안은 전장 한가운데에서 노래 그 자체를 보여 주는 인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퍼억—!
물론 달려드는 짐승의 머리통을 깨부수는 건 잊지 않았다.
먹구름의 짐승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렸다. 하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이 벽이 깨질 리는 없었으니까.
이 전투가 끝나면 저들은 힘이 빠지고, 우리는 불멸한 에너지를 흑성에게서 보충할 뿐이니까.
그 뒤로 있을 의식 뒤에는, 하늘로 쫓겨나 우주에서 봉인당한 검은 별을 이 세상에 불러 올 수 있을 테니까.
별들의 힘이 강해진 시기였다. 그만큼 흑성도 강해졌고, 먹구름의 짐승은 이 순간을 놓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 순간.
먹구름의 짐승들은 일제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유가 뭐였을까? 아마도, 직감적으로 느낀 거대한 위기감 탓이리라.
위에는 높은 곳에서 바람을 따라 부유하는 풍선이 떠 있었다.
……!
천공의 부유자.
성좌가 이 일에 관여하려 하는가?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금방 깨달았다.
저 위에 떠 있는 건 천공의 부유자가 지상에 남긴 평범한 상징물이었다.
그리고 그 상징물들은 한 데 모여, 어떤 바구니를 매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바구니 위.
“으, 으아아아! 너무 높아! 높아요! 뱀파이어님! 나 높은 곳 무서워!”
쉬쿨은 뱀파이어의 옷자락을 잡고 늘어졌다. 바구니 난간 너머로 도저히 고개를 내밀 수 없었다.
“뱀파이어님! 뱀파이어님! 뱀……?”
나쉬르는 고개를 들었다.
그제야 뱀파이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얀 얼굴이 어떻게 하얗게 질리지?
그런 생각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뱀파이어 가 송곳니를 들어 내며 짓씹들 말하고 있었으니까.
“……친놈.”
“미친놈. 미친놈. 미친놈. 미친놈.”
그제야 나쉬르도 생각했다.
이 귀족도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구나.
억지로 안 그런 척하고 있구나.
…… 귀족의 품위가 뭐라고.
방랑시인다운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미친놈. 진짜 이번엔 가만 안 둬. 진짜. 안 잊는다고. 내가 내려가면…… 아니 근데 이거 어떻게 내려가지?”
“뱀파이어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잖아요! 정신 차려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리리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수많은 윌슨의 얼굴은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것들은 영혼을 가지고 있었다. 아주 원시적이고 기초적인 형태에 희미하기까지 했으나, 어쨌든 영혼이었다.
저 눈코입을 상징하는 우스꽝스러운 문양은 룬이었고.
사물에 영혼을 부여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
강선후가 ‘창조’한 룬이었다.
신의 언어를, 인간이.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리리는 소지품속에서 황금의 유물을 꺼내 들었다. 자신의 가면이었다.
쓰는 이에게 수치심을 없애주는 효과를 가진 황금의 유물.
수치심을 없애는 게 무슨 효과가 있는가.
로얄 블러드에겐 이야기가 달랐다.
혈술의 진짜 힘을 억제하는 봉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수치심과 죄책감이었으니까.
리리는 가면을 뒤집어썼고, 그 순간 손톱 끝에서 붉은 증기가 뻗어 나와 하늘 위를 거미줄처럼 수놓았다.
쉬쿨도 강선후가 미리 건네준 폭발성 화합물 주머니를 잔뜩 꺼내 나열했다.
거대한 폭격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고인물은 이계가 너무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