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ep66. 먹구름의 짐승 (3)
이번에 강선후가 만들어 낸 연금술 화합물들은 극도로 불안정했다. 아공간 가방 덕분에 재료가 부족할 일은 없었고, 강선후는 이번 일에 사용할 ‘특제’ 폭탄을 손수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풍선 수백 개로 이루어진 기구 안에서 흩뿌려진 화합물 주머니들은 땅에 닿았다.
이어서 섬광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몇 번이나 중첩된 폭발의 힘은 허공으로 흩어지려 했다.
리리가 혈술을 이용해서 만든 물건은 피로 이루어진 얇은 방패였다. 정확히는 그 원리로 이루어진, 불규칙하고 넓은 그물막이었다.
리리의 혈술이 그것을 막았다. 피의 방패에 부딪혀 반사된 폭발력이 땅을 다시 한번 강하게 때렸다.
쿵.
이어지는 폭발음은 일종의 리듬감을 형성했다. 피아노를 두드리는 다섯살 어린아이의 손가락처럼.
쿵쿵쿵쿵쿵쿵쿵쿵.
허공으로 흩어질 힘마저 알뜰하게 집중된 포격은 원래 화합물이 가지고 있는 기대값보다 더 거대한 파괴력을 행사했다. 검은색 연기 덩어리와 살점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크읏!”
리리는 자신에 피에 흡수되는 폭발력의 막대한 힘을 느꼈다. 그러고는 그 힘을 오롯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정신을 최대한 집중했다.
쿠구궁…….
첫 번째 화합물 폭발이 끝났을 무렵,
쉬쿨이 두 번째 주머니들을 꺼내 내던지려고 할 그 무렵.
폭탄이 채 준비되기도 전에 두 번째 폭풍이 몰아닥쳤다.
폭발의 힘을 흡수한 리리의 피구름은 그 모든 힘을 다시 외부로 방출했다. 큰 압력과 함께 날카롭게 비산한 피의 조각들.
순간적으로 고형화 시킨 붉은 핏덩이들은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피는 검은 구름을 찢었고, 수많은 부정한 존재의 영혼을 앗아 갔다. 리리는 그 영혼의 파편들이 피구름에 흡수되어 흘러들어오는 걸 느꼈다.
맛있었다.
“……정신 차려.”
쉴쿨은 눈을 감고 마술을 부리다가는 갑자기 중얼거리는 귀족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호흡이 거칠어져 있었다.
쉴쿨은 다시 한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먹구름의 짐승으로 이루어진 두터운 벽에 스펀지처럼 듬성듬성한 구멍들이 뚫렸다. 죽은 짐승의 사체에서는 먹구름이 걷히며 흉물스러운 염소의 형태가 드러났다.
지옥도였다. 필멸자의 지옥이 아닌, 별을 부정하는 존재들의 지옥.
아주 단순한 전략이었으나 이계의 사람들은 함부로 생각할 수 없는 전략이기도 했다. 리리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윌슨. 강선후는 이 풍선을 그렇게 불렀다. 여행을 다닐 때 외로움을 달래 주는 인형과 같은 존재였다고.
둥실둥실 떠오를 힘을 가진 풍선. 간단하지만 우리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그런 물체가 이 모든 상황을 만들었고, 간단하지만 불가능했던 전략을 실현으로 끄집어 올렸다.
게다가 이건 그냥 풍선이 아니었다.
검은 별을 추종하는 존재들은 자신을 공격하는 부유물을 가만 둘 생각이 없었다. 잔존 무리들이 한데 뭉치더니 먹구름이 순식간에 솟아 올랐다.
“……!”
리리는 그 먹구름 안에서 눈동자들을 보았다. 맨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영혼을 보는 로얄 블러드의 눈으로만 보이는 수많은 눈들.
이곳을 바라보는 흑성들의 눈이었다.
원망과 증오가 가득했다.
그들도 별이었다. 흑성 역시 성(星)이었으니까.
하지만 검은 별이었다. 온 우주에 가득하지만 그 모습을 우리가 볼 수 없는 칠흑의 별.
그래서 흑성의 고통에 공감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리리는 깨달았다.
그게 모든 고통의 근간과 끝이었구나.
찰나의 순간 휘몰아친 그 모든 감정은 리리의 집중력을 앗아 갔다. 리리는 순간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머리가 흔들린다 느낄 만큼. 그렇게 다시 또렷한 시야를 되찾았다.
리리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지금 리리의 시선에는 끊임 없이 상승하는 먹구름이 아니라 풍선을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외쳤다.
“위로 움직여!”
그러자 움직였다.
마커로 아무렇게나 찍찍 그은 풍선이 분명히 말을 알아듣고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리리와 쉬쿨이 풍선에 매달린 바구니를 타고 이곳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였다.
리리의 붉은 눈에는 아주 희미한, 안개 같은 영혼의 흔적이 보였다.
정말 원시적이고, 제 스스로를 영구적으로 유지할 힘마저 부족한 아주 미약한 기운이지만 저것은 분명 영혼이었다.
미물마저 되지 못한 하나의 사물에 영혼이 깃들었다.
그 어떤 설화 속에서도 이게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없었다. 고대의 위대한 기술로 만들어 낸 골렘, 리빙 메탈마저 영혼을 가지지는 못했다.
제아무리 오만의 죄를 품은 필멸자라 하더라도, 넘보지 않았던 신의 영역. 그 단 하나.
영혼을 부여하는 능력이었다.
“……대체 당신은 뭐야.”
룬을 창조한 것을 넘어서서, 그 룬이 영혼을 부여하는 룬이라니.
왕의 언어조차 뛰어넘은 잠재력.
그 문자는 우스꽝스러운 눈코입의 형상이었다.
영혼을 가진 풍선들은 바구니를 위로 끌어올렸다. 먹구름은 그곳에 닿지 못했다. 짐승들은 두꺼운 벽이지만 드높은 벽은 될 수 없었으니까.
하늘을 넘볼 수 없는 존재들은 태생적으로 하늘에 가까워질 수 없었다.
다시 땅으로 꺼져서 원형으로 퍼지는 검은 구름을 내려다보다가는 다시 쉬쿨에게 말했다.
“오크! 지금이야!”
“네? 아, 네네네!”
쉬쿨은 다음 화합물 병을 던졌다. 사방으로 오색의 액체가 터져 나갔다.
강선후의 명령을 듣는 맹수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후퇴하고, 현장에는 순식간에 먹구름의 짐승만이 남았다.
강선후는 기다렸다는 듯이 땅에다 손을 가져다댔다.
“테르마tterma.”
전기가 발생했다. 전기는 액체를 타고 짐승들에게 흘렀다. 먹구름의 짐승들 사이에서 강한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먹구름이 원래 그렇듯.
“모로스moros.”
일시에 전류 에너지들이 허공에 고정되었다. 먹구름의 짐승들은 올라오기 시작한 격통이 일시에 사라지는 걸 느끼고 어리둥절해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 순간.
“……코ko.”
리리는 순간 머리카락이 위로 솟는 걸 느꼈다.
생각할 시간 따윈 없었다.
“……윌스으은!”
풍선은 최대 속력으로 측면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 순간.
콰르르르르릉—!
룬을 통해 강제로 고정된, 그리고 잔뜩 과부하된 에너지의 길을 따라 낙뢰가 내리쳤다.
아니, 리리는 깨달았다. 이건 내리친 게 아니라, 땅에서 시작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그 거대한 에너지의 흐름에 휘말린 짐승들은 그대로 쓰러졌다. 다리도 굽히지 못한 채, 흉측하게 빳빳한 몸은 나무토막처럼 땅을 굴렀다.
먹구름이 사라졌다. 그걸 품은 짐승의 절멸을 의미했다.
“……이게 되네.”
강선후는 그저 경련하는 손을 털어 내며 그렇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하늘을 바라보는 그 표정에는 오직 흥미만이 가득했다.
“……광기로군.”
도끼를 늘어뜨린 채 그런 강선후를 가만히 바라보던 나쉬르가 말했다.
“네?”
“그쪽을 움직이는 힘 말이야.”
“……내가 무슨 조커도 아니고.”
“그게 뭔진 모르겠지만, 시인의 눈에는 사람의 감정이 보이지. 그게 나의 명성과 돈벌이로 직결되니까. 그래서 안다네.”
“뭐, 나쁜 거예요?”
나쉬르는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전혀! 그건 원동력이자, 우리의 이상적인 모습이지!”
“……도끼 좀 치워 주실래요. 그거 겁나 살벌하네.”
“악기라고!”
강선후는 웃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뒤에서 마을 사람이 달려왔다.
“선지자님!”
“준비는 끝났어요?”
“네!”
“그럼 시신 수습은 맡길게요. 위험하지 않을 테니까.”
“넵! 다들 모여어어!”
신도는 마을 쪽으로 외쳤고, 미리 준비 중이었던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포대를 들고 달려들어 먹구름 짐승의 시체를 담기 시작했다.
* * *
전부 마을로 모였다. 리리와 쉬쿨을 태운 기구는 천천히 마을 한가운데에 내려 앉았다.
푸슈우우욱—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바람이 빠지는 풍선들에 리리는 폴짝 뛸 정도로 놀랐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도 풍선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피는 걸 잊지 않았다.
“리리. 어때 보여?”
“……이제 영혼이 없어.”
풍선들은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억지로 버텼다는 듯, 그렇게 일제히 모든 힘을 잃었다. 나는 그 얼굴을 구성하는 룬 문자가 미세하게 손상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약한 영혼이었다.
“하지만 분명 영혼이었지.”
그 눈코입이 사물에 영혼을 불어넣었다.
힘이야 성장하면 될 일이다. 본질은 영혼을 창조한다는 능력 그 자체니까.
과거의 윌슨도 그랬겠지.
“…….”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 여정을 별들이 바라본다는 걸 잘 안다.
그 중에서는 아마 그 녀석이 있겠지.
아마 이 여정에서 그 녀석을 만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묘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휘저었다. 지금은 일을 할 때니까.
우리는 바로 먹구름의 짐승 시체로 다가갔다. 그리고 여전히 뿌옇게 남아 있는 먹구름의 흔적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황금 지침 뒷편에서 보석을 하나 꺼냈다.
『연금술사의 시약병.』
나는 이곳에 먹구름을 담았다. 나쉬르는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걸로 뭘 할 생각이오?”
“이것도 어찌 되었든 별의 힘이잖아요.”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흑성에 대해서 궁금한 게 좀 있어서요. 우리를 보고 있는 게 성좌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리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리리는 먹구름 속에서 수많은 눈을 보았고, 그 눈이 흑성들의 눈이라고 느꼈다지.
밤하늘의 어둠 속에는 빛을 내지 못하는 별들마저 가득했던 거다.
그들에 대해서도 알 게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생각해 보면, 스텔라리움은 총체적 지식의 저장소라고 하니, 굳이 황금의 왕국에 대해서만 궁금해 할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다.
그곳에 담겨 있는 건 내 모든 호기심을 사그라뜨릴 독일 수도 있지.
하지만 그래서 더 궁금하다. 모순적인 말이지만, 역시 안 갈 수가 없어.
나는 마을을 떠날 준비를 끝내며 동시에 촌장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제국 수도로 향하세요.”
“……네?”
“섭정에게 전달하세요. 지금 흑성들이 이 세상에 개입하기 시작했다고. 수도도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제가 아무런 뒷배 없이 그런 걸 할 수 있겠습니까? 황실에서 체포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수 있을 텐데.”
“제가 보냈다고 하면 알아들을 거예요.”
늙은 엘프는 내 눈을 바라보다가, 순식간의 병사의 눈빛이 되었다.
“반드시 완수하겠습니다. 다들 여정을 준비하라!”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남쪽을 바라보았다.
마을 사람들의 배웅을 받고, 나쉬르와 쉬쿨을 데리고 출발했다.
그 순간.
쿵,
쿵쿵쿵쿵쿵.
남쪽을 향해 떨어지는 수많은 별들을 보았다.
“…….”
별이 떨어질 때마다 호들갑을 떨던 리리는 이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침착함을 유지했다.
“저건 낙성일까? 아니면…… 엘신처럼 잠시 내려오는 걸까?”
리리는 두 가지 가능성 중 점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냥 관객들이 제자리에 하나씩 앉고 있는 게 아닐까?”
리리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고인물은 이계가 너무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