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46
246화
ep68. 시대의 끝 (3)
이제부터 향할, 지금 우리가 목적지를 입에 담는 것조차 비현실적인 곳이었다. 리리도 나랑 비슷하게 생각한 모양이었다.
“황금의 왕국.”
그 중얼거림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네.”
“……여길 목적지로 향하는 탐험을 떠날 줄은 상상해본 적 없어.”
“네 숙명이었잖아? 근데 상상을 못 했으면 어떻게 해.”
“……그래도.”
무슨 말인진 안다. 정말 이루고 싶고 이뤄야 하지만, 그걸 이룰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드높은 목표는 모두 마음 한편에 가지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향상심이란 저런 부분에서 얻게 되는 거니까.
어쨌든 이제 현실로 돌아올 차례다. 꿈에 빠져 있을 시간은 충분히 있었으니까.
나는 황금 지침을 보다가 다시 접어 넣었다.
황금 지침은 이제 아무 곳도 가리키지 못하고 있었다. 별의 무덤을 찾을 때 그랬던 것처럼 그저 불규칙적으로 끊임없이 움직였을 뿐.
하지만 그렇다고, 황금의 왕국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건 아니었다.
이건 스텔라리움의 지식을 열어 볼 필요조차 없었다.
“왕의 무덤.”
“……황금의 왕국에 있다는 전설 속의 무덤이야. 황금 왕이 묻혀 있다는 곳.”
“우리 그 빛이 어디에서 오는지 봤었지?”
예전 최초의 전쟁터에서 악마가 태양을 가린 순간, 찾아오는 어둠을 홀로 밝혔던 ‘필멸자’의 등대, 왕의 무덤의 빛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었다.
그래서 나는 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기야.”
서쪽, 왕의 무덤은 저쪽 끝에 있었다.
우리는 렐릭시나의 등에 탔다. 그리고 속도를 높였다. 렐릭시나는 오랜만에 달린다는 생각에 제법 흥이 난 모양이었다.
나는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을 느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맘에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왕의 무덤이요. 관측 결과, 빛의 속도로 3초 걸리는 위치에 있어요.」
빛의 속도. 초속 30만km
1초에 지구 일곱 바퀴 반을 도는 속도라고 기억한다.
그 속도로 3초나 걸리는 곳.
이계의 빛과 지구의 빛과 같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건 차치하고서라도 왕의 무덤이 그렇게나 멀리 있다는 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다 보면 알겠지.”
지금 답이 안 나올 고민에 정신을 뺏기는 건 낭비다.
그저 서쪽으로 향할 뿐이고, 지금으로선 그걸로 충분했다.
* * *
베이스캠프 북쪽을 가로지르는 강이 하나 있다. 그것 때문에 북쪽으로 여행할 때마다 OWIC 쪽 인원의 배를 얻어 탔던 기억이 있었다.
그 강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렀고, 중간에 작은 호수를 형성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강의 흐름을 따라 내려가게 되었고, 그 호수를 만날 수 있었다.
“……당신네 마을 사람들이 저곳에서 낚시 같은 걸 하던데.”
“낚시에 미친 사람들이 많거든.”
“당신은?”
“나도 싫어하진 않아. 그런데 좀 빨리 지루해하는 편이라.”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베이스캠프가 폐쇄 수순에 들어간다는 말이 몸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 호숫가를 따라 달리다가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제국 탐험가 연맹이랑 했던 얘기 기억나?”
“무슨 얘기?”
“솔라 서쪽으로 사막이 있고, 그 사막을 넘어가면 해안가에 돌입한다는 이야기.”
뒤에 타고 있었던 리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게 느껴졌다.
바다.
물론 이곳은 솔라와 거리가 있는 곳이다. 아마 이대로 서쪽으로 가더라도 사막을 만날 일은 없었다. 솔라가 있는 평야와 이곳은 노미나 산맥으로 인해 나누어져 있었으니까.
하지만, 바다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곳에서 서쪽으로 갔을 때 바다를 만난다면…….
“……이곳에서도 만날 가능성이 크겠지.”
“바다?”
리리는 물을 싫어한다. 그래서 바다라는 얘기만 들어도 살짝 위축되는 게 느껴졌다.
나는 그 이야기를 떠올리자마자 지금 따라가고 있는 강이 다르게 보였다.
“……모든 강은 바다로 흐르지.”
“모든 강이? 하나도 빠짐없이?”
“하나도 빠짐 없이는 아니야. 근데 바다로 흐르지 않는 강이라면 가다가 내가 눈치챌 수 있을 거야. 그런 강은 특별한 지형을 만들어 내거든.”
그런 지형을 만나지 않는다면, 지금 이 강은 확실하게 바다로 이어질 게 뻔했다.
예전에 티비에서 봤던, 영국의 유명 탐험가 이런 말을 했었다.
야생에서 조난 당한다면 강 하류를 향하라.
그곳에는 바다가 있고, 해안가에는 높은 확률로 문명의 흔적이 있으니까.
나는 렐릭시나의 속도를 높였다. 렐릭시나는 내 말을 듣지 않고서도 자연스럽게 강가를 따라 달렸다. 조금 거칠었던 지형이 점차 뒤로 밀려나고, 갑작스럽게 강 좌우로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땅은 단단했고, 평평했다. 렐릭시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더욱 속도를 올렸다.
나는 이런 지형이 어떨 때 생기는지 잘 알고 있었다.
“과거에는 이 강의 폭이 더 넓었을 거야. 이런 지형이 그 증거고.”
“……물이 줄어들고 있었구나.”
이 역시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었다는 상징일까? 답을 알 순 없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세상의 빛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속도로 서서히, 아주 천천히 사그라지고 있었다.
“리리.”
“응.”
“풍화의 시대는 얼마나 오래 지속된 거야?”
리리는 당연히 대답하지 못했다.
“……수만 년. 어쩌면 수십만 년일 수도 있어. 모든 불멸자들이 황금의 시대를 기억하지 못하니까.”
아무리 로크 벨라가 울려서 기억을 지운다곤 해도, 그건 한 번에 모든 기억을 지운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들을 때마다 서서히 사라진다고 했었지.
그 모든 불멸자들이 황금의 시대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정도의 시간이 지난 거다.
기록도 남아 있지 않고, 전승도, 전설도 잔뜩 왜곡되고 꾸며져 원본을 찾기 힘들었다.
그 오랜 시간, 별은 연료를 공급받지 못하고 서서히 꺼지고 있었다.
이 세상 사람들이 가랑비에 옷 젖듯 스스로가 죽어 간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지.
“……당신.”
“왜?”
“정말로 황금을 되찾을 거야?”
“왜 물어? 새삼스럽게.”
“……당신이 이제까지 탐험을 한 이유는 그런 걸 위해서가 아니었잖아.”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리리의 목소리 속에서 죄책감이 묻어 나오는 걸 선명하게 느꼈다.
“황금의 시대, 그 왕국이 재림한다.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사실 크게 관심 없어. 나는 학자가 아니라서 뭘 입증할 욕구를 느끼는 사람도 아니고.”
리리는 말없이, 가만히 듣고 있었다. 등에 기댄 그 이마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냥 이 큰 이야기를 직접 볼 수도 있다는 거 하나에 관심이 있을 뿐이야.”
리리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맘에 들었어?”
“……죄책감이 좀 사라지네.”
“네가 왜 이 세상 사람들을 대표해서 죄책감을 느끼냐?”
“내가 끌어들였으니까.”
“내가 너 끌어들인 짓들을 생각하면서 자기 합리화하고 있어. 긴 여행일 테니까.”
리리는 흐흐 하고 웃었다. 태양탑에 충동적으로 들어갔을 때, 빠르게 자라나는 콩나무를 타고 천공섬에 도달했을 때, 기생체 망토 하나 믿고 지저 바다에 뛰어들었을 때를 떠올린 모양이었다.
“그러네. 확실히 당신이 나보다 더 멋대로네.”
“그치?”
그냥 뭐 이러면서 노는 거지. 끌어들이고 말고가 어디 있어.
* * *
우리의 북쪽에 길게 늘어진 노미나 산맥은 더욱 두꺼워지고, 높아졌다. 저 멀리에 존재하던 거대한 꽃이 이제는 선명하게 보였다.
하늘에서는 세계수의 싹이 뿜고 있는 새하얀 솜털이 미세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모든 생명의 씨앗이 된다는 세계수의 꽃가루.
저 세계수 아래에 있을 대수림과 그곳에서 만났던 엘신의 미소를 다시 떠올려 봤다.
리리는 자신의 머리 위에 살포시 앉은 그 꽃가루를 잡아 바라보았다.
“……그래도 모든 게 나빠지고 있진 않아.”
리리의 목소리에 담긴 감정은 꽤 마음에 들었다.
우리의 눈이 닿는 곳, 저 노미나 산맥의 봉우리들 너머에는 그보다 훨씬 드높은 세계수가 존재하며, 저 너머 어딘가에는 사막이 존재하고, 검은 태양 숭배자들과 힘을 합쳐 물리친 대악마의 사체가 여전히 존재한다.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당신의 손 아래에서.”
뭐, 틀린 말은 아니지.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내기에는 낯 뜨겁더라도.
밤에는 야영하고, 해가 뜨면 바로 출발했다. 언제나의 여정과 같았다. 렐릭시나는 지칠 줄 모르고 달렸고, 강가를 따라 내달리는 길은 평탄해서 우리의 체력도 줄지 않았다.
강폭은 점점 넓어지고, 북쪽으로 보이는 노미나 산맥은 더욱 높아졌다. 언제나 서쪽을 바라보면 있었던 세계수는 이제 내 등 뒤, 동쪽에 있었다.
이제까지 중 가장 서쪽으로 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느꼈다.
바람을 타고 오는 찝찔한 냄새.
바다의 냄새였다.
“……아마 저 언덕만 넘어가면.”
바다일 거다. 이제는 멈출 이유가 없었기에, 해가 지는 와중에도 야영 자리를 찾는 짓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렐릭시나는 더욱더 속도를 냈고, 순식간에 언덕 꼭대기에 도착했다.
잠시 렐릭시나의 등에서 내렸다. 리리도 마찬가지였다.
“너 바다 처음 본댔지?”
“……물. 물이 많아.”
리리는 처음 보는 풍경에 멍하니 전방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게는 너무 평범한, 그저 바다일 뿐인데 오히려 리리에게는 온갖 신화적인 사건이나 다름없는 풍경인 모양이었다.
“……말도 안 돼. 이 물이 대체 어디에서 온 거야? 어느 산에서 뿜는 물이 이 거대한 지역을 채울 수 있어?”
“산에서 온 물이 여기를 채우는 게 아니야.”
여기가 아무리 이계라지만, 이건 지구의 지식으로 설명할 수 있지.
“이곳의 물이 산과 강을 채워 주는 거야.”
“…….”
리리는 내 설명을 들으며, 그저 전방을 쳐다보았다.
나는 시선을 해안가로 옮겼다.
해안가에는 마을이라 부르기에는 규모가 크고, 도시라 부르기에는 꽤 작은 하나의 항구가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뭐지?”
그 항구가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사람들이 다 떠났다는 사실을.
“항구에서 아무런 영혼도 느껴지지 않아. 물론 먼 거리라 안 보일 수도 있긴 한데…….”
물론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기 전에는 구체적인 걸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먼 거리에서도 저렇게 되어 있는 이유를 유추할 수 있었다.
나는 다시 수평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 하늘과 바다를 가르는 경계선.
딱 봐도 수평선이 지구보다 훨씬,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먼 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수평선, 저 너머부터 몰려오고 있는 희미한 어둠을. 리리도 나와 같은 풍경을 발견하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세계의 끝. 바다라는 지역의 끝에는 우리 세계의 끝이자 시작 지점이 있다고 들었어. 그곳이 지금…….”
세상은, 세상의 끄트머리부터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다.
“내려가 보자.”
항구에 도착했다. 위에서 바라본 대로, 이곳은 완전히 버려진 곳이나 다름이 없었다. 폐허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했다. 최근에도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었으니까.
“이거 아직 썩지 않았네.”
잔뜩 쌓인 물고기를 담은 나무통을 찾았다. 나쁜 냄새가 나긴 했지만,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는 최근에도 어업이 이루어졌다는 의미가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함과 동시에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그 영웅이십니까?”
항구의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꽤 수척해 보이는 노인이었다.
불도 켜져 있지 않은 낡은 건물에서 나온 그 노인을 시작으로, 열 정도 되어 보이는 남녀노소가 따라 나왔다.
“영웅이요?”
“섭정께서 공표한, 시대의 끝에서 우리를 구원해 주시는 영웅이 바로 당신이십니까?”
나는 잠자코 그들의 설명을 들었다.
수평선 저편에서 어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는 걸 깨달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어둠은 빠르지 않지만 확실하게, 하루가 지날수록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언제부터 시작된 현상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런 걸 알아보기에는 저 수평선은 너무나 먼 곳이었으니까.
“……그러던 중, 섭정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제국 황제의 대리인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황금의 시대를 재림시킬 영웅이 떠났다고요?”
항구의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목소리를 들은 뒤, 우리 마을은 둘로 갈라졌습니다. 서둘러 동쪽으로 떠나야 한다는 무리와, 그래도 영웅이 이곳으로 올 테니 기다려야 한다는 무리…….”
“당신들이 남은 무리겠군요.”
리리의 말에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동안에도 수평선 저편, 밤에도 선명하게 보이는 모순적인 ‘어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바로 출발하고 싶었다.
“배를 빌릴 수 있을까요?”
“그게…….”
노인과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표정이 많이 난처해 보였다.
“저곳으로 갈 수 있는 배는 없습니다.”
“네? 왜요? 여기는 항구잖아요? 항구가 배가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우리가 어업에 쓰는 작은 배들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로는 저기까지 갈 수 없습니다. 세계의 끝과 필멸자의 바다 사이에 존재하는 무풍지대를 뚫으려면, 거기에 맞춰 특별하게 만든 배가 필요하니.”
“그 배를 만드는 거, 어렵나요?”
의외로, 노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제작이 조금 까다로울 뿐입니다.”
“그런데 왜 없어요?”
“만들 필요가 없었으니 그랬습니다. 조각배들로도 우리가 먹고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으니까…….”
노인은 내가 화를 낼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들은 맨 처음 날 볼 때부터 위축되어 있었다.
그래서 내가 화났냐고 묻는다면, 그건 확실히 아니었다.
나는 그저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가슴속 어딘가가 꽉 틀어막힌 기분이었다.
“저곳에 세계의 끝이 있다면서요.”
“네.”
“가 보고 싶다는 생각, 해 본 적 없어요?”
“…….”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대답을 들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게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살던 대로 살고, 한계에 부딪혀도, 밝혀지지 않은 미지가 있어도 그저 지금에 머물고, 거기에 만족하는 시대.
그게 풍화의 시대였다. 불꽃이 꺼졌고, 불꽃이 없어도 사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걸 깨달은 시대였다.
하지만.
“……그래서 별이 꺼지고 있는 거잖아.”
답답했다.
“조각배라도 주세요.”
“하지만, 그걸로는…….”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
그 순간이었다.
파도 소리 사이에 이질적인 폭음이 들려오는 걸 깨달은 순간이.
나는 고개를 들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 세계의 바다는 제법 거친 터라, 파도가 높게 치고 있었다.
그 우렁찬 소리 사이에서, 이질적인 하나의 소리가 있었다.
물을 가르는 소리.
정면에서 파도를 부수는 소리.
그리고…….
「……이들아!」
“……?”
리리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바다의 파도를 바라보았다.
항구의 사람들도 몸을 돌려 바다를 바라보았다.
특히나 높게 올라온 하나의 파도.
그 파도를 깨부숴 버리며 등장한 것은.
「버러지들아 내가 니들 여기서 이러고 있을 줄 알았다!」
익숙한 배와, 익숙한 목소리.
「니들이 그러고도 대해적 에드워드의 부하라고 할 수 있냐! 쪽팔려 죽겠네!」
그리고 반가운 목소리였다.
“어떻게 알고 왔어요? 혼자예요?”
파도 소리에 묻히지 않도록, 크게 소리 질렀다.
「지금은 혼자 왔다! 하지만!」
하지만 에드워드의 목소리를 이기기에는 벅찼다.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었다.
「우리가! 우리 모두가! 네놈을 거쳐 간 우리 모두가 너 혼자 가게 내버려 둘 거라 생각했느냐! 이 똥멍청이 부하 놈아!」
풍화의 시대 모두가 불꽃을 잊은 건 아니었다는 사실을.
고인물은 이계가 너무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