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oo easy to go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47
247화
ep68. 시대의 끝 (4)
에드워드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그 어떤 기교도 없이 괴팍한 파도를 부숴 버리는 요란한 소리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목소리. 하늘에 드리우는 어둠 따위 신경도 쓰지 않는 저 정령의 호기로움이 느껴졌다. 나는 어느새 웃고 있었다. 해안가를 바라보는 리리도 아마 활짝 웃고 있었던 듯했다.
에드워드의 배는 파도에 두들겨 맞고 기우뚱대면서도 항구를 정면에 두고 달려오고 있었다.
「으! 대체 이게 무슨…… 무슨 바다가 이딴 식이냐! 으아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정박하는 에드워드의 배. 부서진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크게 걱정은 안 하기로 했다. 저래 봬도 자기 배를 소중한 동료로 여길 줄 아는 정령이니까.
우리는 에드워드에게 다가갔다. 조타석에는 그 말고는 없었다.
꼬리가 램프에 묶여 있는 에드워드는 이동에 한계가 있었다. 누군가 그를 배 위에 올려놓아 준 모양인데.
“왜 혼자 왔어요? 베두헨들은?”
사막의 뱃사람 종족, 베두헨들을 떠올렸다. 그들이 정말 에드워드를 혼자 가게 내버려 뒀을까?
「내가 따라오지 말라고 했다! 그놈들은 사막 바깥으로 나가면 아주 그냥 빌빌댈 게 뻔했으니까! 나약한 놈들 같으니.」
대충 알 것 같았다. 그 사막에서 이곳까지 배를 끌고 왔다? 사실 정상적인 경로를 생각해 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항로 한 가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지저바다에서 여기까지 넘어온 거예요?”
「맞다 이놈아! 거인 녀석이 말하더군. 세계의 모든 바다는 한 곳으로 통하기 마련이라고. 그 녀석의 도움 덕분에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지저바다.
해저에서 올라오는 희미한 보랏빛 말고는 어떤 조명도 없기에 항해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다. 뭐가 살지는 아무도 모르는 곳이고.
에드워드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정령인 덕분에 목숨줄이 단단한 자신이 모든 걸 껴안고 이곳으로 온다고 했겠지.
그게 이 해적의 방식이었으니까. 이 해적이 가장 추구하는 건 명예.
그리고 그 명예를 위해 사용하는 수단은.
「또 만나자고 약속했지 않느냐. 혹시, 나를 못 믿었던 거냐?」
약속이다.
두꺼운 눈썹을 추켜올리며 그렇게 말하는 에드워드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연히, 믿었죠.”
「처형을 면했군.」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에드워드를 보니 바뀐 게 하나도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선상에 올라와 조용히 우리 대화를 듣고 있었던 리리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에드워드.”
「선장님이라 불러라!」
“……선장님, 우리가 여기에 있을 거라고 어떻게 알았어요?”
「섭정인지 황제인지 뭐시깽이인지가 온 세상에 소리를 지르더구만. 그 목청이 닿지 않는 곳에는 전령까지 보내서 말을 전달하고.」
안 그래도 베이스캠프에 연맹원이 와서 섭정의 마지막 전언을 전달했었다.
내가 황금의 왕국으로 출발했으니, 어둠의 시대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었지 아마?
「온 세상에 그거 모르는 놈이 없다. 아마 널 거쳐 간 놈들은 섭정이 공표한 여정의 주인공이 너라는 걸, 말 안 해도 죄다 알고 있을걸?」
그렇겠지.
뒤에서 듣던 리리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되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행동을 시작할까요?”
리리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남자가 거쳐 간 모든 이들이, 이 시대를 위해서 무언가를 행동할까요?”
「나도 모르지 인마! 그럼 내가 묻겠다! 네놈들한테!」
에드워드는 과장된 몸짓으로, 상체를 앞으로 굽히며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놈들이 움직일까? 아니면 궁둥짝 모래 아래에 파묻고 꾸벅꾸벅 졸고 있을까? 너는 어느 쪽을 믿냐?」
내 대답은 정해져 있다. 사실 에드워드도 그걸 알고 물어보는 것 같긴 하지만.
“내가 즐겁게 느끼는 쪽을 믿어요.”
「이유는?」
“그게 좋으니까. 이유가 필요해?”
「합격이다!」
스릉—
에드워드는 크게 외치며, 자신의 곡도를 격하게 뽑아 허공에서 휘적거렸다.
「그게 해적다움이지! 승선을 허락한다! 네놈의 지위는 부선장, 그리고 옆의 싸움 잘하는 피먹이 꼬마애는 일등 항해사 겸 전투 지휘관이다!」
“……누가 꼬마야.”
리리는 그렇게 중얼거렸고, 나는 “예, 예.”하면서 배를 쭉 둘러보았다.
이거면 될 거다.
무풍지대를 통과하고, 그 너머에 존재한다는 세계의 끝으로 도달하기에, 이 배면 충분하다.
“도적 떼를 소탕하고 크라켄에게 승리한 배니까.”
분명 가능할 테지. 수평선 쪽을 바라보았다. 지구의 바다보다 훨씬 더 먼 곳에 존재하는 수평선을.
「부선장 놈아! 방향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세계의 끝.”
「출항……!」
그때였다.
“저기……!”
배 아래, 항구 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말을 끊은 죄인을 죽일 듯 노려보았고, 나와 리리는 그 목소리가 두려움에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제일 먼저 느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수척해 보이고 두려움에 가득 찬, 어깨와 가슴을 잔뜩 움츠러뜨린 한 남성이었다.
성인인 듯했으나 뱃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풍화의 시대의 사람들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그걸 명확하게 보여 주는 남자.
항구의 사람들 뒤쪽에 숨어 있었던 그 남자가 목소리를 내었다.
에드워드와 리리, 나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모여 있었던 항구의 사람들도 전부 고개를 돌렸다. 이런 주목을 예상치 못했는지, 남자는 눈에 띄게 당황하고 있었다.
“……저, 저기.”
「빨리 말해라! 혓바닥을 잘라 버리기 전에!」
에드워드의 일갈에 남자는 크게 위축되었다. 이 정령이 그냥 하는 말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남자는 우물쭈물했다. 에드워드의 얼굴이 붉어지고, 리리가 그 모습에 당황하고 있었지만 나는 저 남자를 재촉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입을 여는 것.
그걸 할 줄 모르는 사람이 하고 싶지 않음에도 억지로 입을 열었다는 것.
그건 그만한 용기를 품었다는 이야기였으니까.
용기 내는 사람은 존중해야지. 소심함을 무릅쓰고 발표를 위해 수백 명 앞에 선 신입생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야 하는 것처럼.
남자는 내 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진정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저를 데려가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 말은 반은 예상했고, 반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왜요?”
“저, 아닙니다! 영웅의 여정에 방해가 될 거 같으시다면 제 말은 못 들은 거로…….”
“이유를 묻는 거잖아요.”
식은땀을 죽죽 흘리던 왜소한 남자는 내 말에 다시금 당황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복잡한 시선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저는 항로를 알고 있습니다.”
“가 본 적이 있어요?”
“아뇨! 아닙니다! 그건 아니지만! 그, 그래도. 그래도 저는 필멸자의 바다에서 고기를 낚으며 살던 사람입니다. 이 바다는…… 제가 이 바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어쩌면 영웅께 도움이…….”
리리는 나를 바라보았고, 에드워드도 인내심을 발휘하여 역정을 참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저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눈을 제대로 못 마주치는 그는 내 반응에 당황하고 있었다.
* * *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어느 순간부터 내심 따돌림을 받았다. 이런 폐쇄적인 어촌 마을에서 따돌림은 그다지 노골적이지 않았다. 어쨌거나 평생 서로 얼굴을 보며 살아가야 했던 사이였기에, 그를 싫어하는 마을의 놈들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으려 했다.
하지만 왜소한 남자는 알고 있었다. 자신을 싫어하는 마을 사람들, 자신에게 동정심을 품은 마을 사람들.
결국, 그 모두가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십 대 시절, 그래도 비교적 혈기가 뜨거웠던 시절에는 그들의 평가를 바꿔보려고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진취적인 척을 해 보기도, 무시하는 모습을 피하지 않고 분노하며 주먹을 휘둘러 보기도 했다.
하지만 잘하는 법을 알지는 못했다. 세상이 언제나 노력을 인정해 주는 건 아니었으며, 특히 이 시대는 노력에 더욱더 인색했다.
성인이 되고 마을의 생업에 투입되었을 무렵, 남자는 그 모든 저항과 노력을 포기했다.
사실 지금도 나쁘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은 마주하지 않으면 그만이었으며, 언제나 저녁으로 먹을 빵과 물고기는 준비되었고, 비와 짠기를 품은 바람을 막아 주는 작은 집도 있었다.
가끔 기분 낼 때마다 켜는 촛불 하나. 그건 나름대로 즐길 거리였다. 먼 거리에서 찾아오는 모험가와 탐험가의 모습을 보고, 운이 좋으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망상에 빠졌다.
이런 삶, 나쁘지 않았다. 받아들일 수 있었다.
바다 저편 수평선에서부터 몰려오는 어둠을 눈치챈 그 날. 동쪽으로 도망쳐야 한다고 주장한 자들과 남아야 한다고 주장한 자들이 싸운 그날 밤.
남기로 결정한 이유는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그저, 두렵기 때문이었다.
몰려오는 어둠보다, 익숙한 곳을 떠나 미지의 동쪽으로 향한다는 게 더 두려웠다.
그러다 영웅을 만났다.
영웅이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는 눈빛에는 답답함이 서려 있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의 열정 없는 행동을 질책했다.
“세계의 끝, 가 보고 싶다는 생각 해 본 적 없었어요?”
영웅이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던 시선은 같았다.
배가 없다고 말하는 촌장에게 내뱉은 영웅의 대답은 믿기 힘들었다.
“조각 배라도 주세요. 그걸로 어떻게든 해 볼 테니까.”
영웅에게 배의 크고 작음 따위, 무풍지대를 넘어갈 수 있고 없고의 문제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이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 없었다. 이분이 어떤 여정을 했고, 무슨 업적을 이루었는지는 이 고립된 해안가까지 전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알 것 같았다.
「우리가! 우리 모두가! 네놈을 거쳐 간 우리 모두가 너 혼자 가게 내버려 둘 줄 알았느냐! 이 똥멍청이 부하 놈아!」
램프의 정령이 영웅을 위해 먼 거리를 헤쳐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영웅을 바라보는 정령의 눈에 담겨 있는 믿음을 봤을 때.
그 정령을 바라보는 영웅의 눈에 담긴 믿음을 봤을 때, 남자는 뭔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뭔가 알 것 같은데, 아직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저도, 저도 당신이랑 함께 가고 싶습니다!”
같이 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도움이 될 거예요! 뭐라도 하겠습니다! 식량이 될 고기를 잡고 갑판 위로 올라온 바닷물을 쓸어 내겠습니다! 암초가 있다면, 그 누구보다 빠르게 발견하고 말씀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죽을 수도 있어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요. 저는 그쪽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지 않을 거라서요.”
영웅은 말했다. 최소한 이 말에 대한 대답은 그 안에 담겨 있었다.
“그래서 따라가 보고 싶은 거예요!”
죽을지도 모른다는 게 뭔지 느껴 보고 싶었다.
이제까지의 모든 노력이 부정당했더라도, 최소한 지금의 내가 가진 용기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테니까.
잠시 침묵.
남자는 두려움과 용기, 그리고 영웅의 시선에 대한 부담감이 뒤섞인 최악의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영웅은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 담겨 있는 감정을 도무지 읽을 수 없었다.
영웅은 날 무시하는 걸까?
나를 귀찮은 짐 덩어리가 붙은 것 정도로 생각하는 걸까? 골치가 아픈 걸까?
“이름이 뭐예요?”
그 모든 걱정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의 이름을 묻는 영웅은 웃었다. 동정심도, 무시도 담겨 있지 않은 표정이었다.
“아르고입니다.”
“올라와요. 아르고.”
「네놈은 청소부부터 시작한다!」
아르고는 소금기와 굳은살 가득한 손바닥으로 선상으로 올라가는 밧줄 사다리를 움켜쥐었다.
고인물은 이계가 너무 쉽다